소설리스트

회귀가왕-182화 (182/280)

제182화

‘유명해진 건 앤젤인데 왜 내 앨범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가?’

앤젤이 앨범 녹음하던 시기는 내 녹음 시기와 일부 겹쳤다.

앤젤의 EP 중 한 곡을 재호와 환희가 맡아서 작업하고 있어서, 나도 앤젤의 녹음 과정을 알고 있었다.

재호의 부탁으로 재호가 만든 곡에 코러스를 맡았다.

그 답례(?)로 앤젤 또한 재호가 쓴 내 앨범 수록곡의 코러스를 불러 주었다.

이 브로맨스가 (구) 잇츠쇼타임 (현) 앤젤 팬덤의 심금을 울렸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라이벌이던 비원더의 곡은 안 듣겠다는 잇츠쇼타임 출신 앤젤의 팬들이 내 앨범을 사기 시작했다.

물론 그들의 숫자는 원더풀의 숫자보다는 미미했다.

아무래도 해체한 그룹의 팬덤이니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 대다수는 내 앨범을 사지 않았던, 신규 고객이었다.

앨범 판매량에 갑자기 막판 부스터가 탄력을 받았다.

5만 장 정도는 가볍게 뛰었다.

앤젤의 앨범이 20만 장을 찍었으니, 팬들 중 25% 정도가 내 앨범을 사 준 셈이었다.

히죽, 웃고 있는데 천채왕에게서 전화가 왔다.

“봤어? 앨범 판매량!”

“네… 앤젤 덕분에. 선생님 생각 아닌가요?”

“나는 전혀 몰랐지! 너 언제 코러스까지 참여했어?”

“재호랑 환희가 쓴 곡이라기에. 비원더가 함께하면 좋을 거 같아서 했습니다.”

“그게 이렇게 대박 날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 게다가 앤젤 그 친구도 숫기가 없어서 영 예능이 안 맞던데. 너랑 같이 하니까 훨 낫더라. 앞으로도 한 번만 더 같이 해볼래?”

“한 번 더요? 예능을요?”

비원더는 이제 ‘글로벌 비전’ 준비가 급하니 예능은 쉬자는 게 회사 방침이었다.

천채왕이 먼저 한 말이었다.

“아니 아니! 그거 말고. 라디오 말야 라디오.”

“아하!”

잠깐 생각해봤다.

라디오 정도라면 문제없어 보였다.

“아마 글로벌 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여하더라도, 소통을 위해 라디오 정도는 참여해야 할 거야.”

“네 알겠습니다.”

“그럼 넵튠 라디오에 둘이 같이 섭외해둘게. 매일 하는 방송이니까 금방 가게 될 거야. 그때쯤이면 앨범 100만 장 판매될 것도 같은데?”

라디오 방송이 100만 장 판매 축하 방송이 된다면 참 좋을 것 같았다.

* * *

하지만, 모든 게 내 뜻대로만 되지는 않는 법.

생각보다 100만 장을 넘기가 참 어려웠다.

98만 장까지는 어떻게 갔는데, 도저히 마지막 1~2만이 어려웠다.

사실 말이 1만 장이지, 대다수의 가수는 1천 장도 팔지 못한다.

말처럼 쉽지 않아 보였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

앨범 판매량과 데이터 분석을 확인했다.

내 이번 앨범은 유독 2030대 위주로 히트했다.

비원더 팬덤 외에, 단순 10대는 거의 아무도 안 샀다 봐도 좋을 정도였다.

10대 픽은 아닌 셈이었다.

‘청소년을 공략할 방법이 없을까…?’

내 실제 나이는 스무 살이었지만, 사실은 16년 만에 회귀했기에 정신적으로는 40대에 가까웠다.

10대 시절에 뭘 하고 살았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내 주변에 최근에 10대였던 사람이라면… 동생 정도였다.

‘동생이 평소에 뭘 했더라? 놀 때 뭘 하더라? 특히 고등학생 때?’

동생의 취미는 음악뿐이었다.

국악 연구를 하거나, 친구들과 모여서 노래방 가는 정도가 낙이었다.

노래방?

노래방이라는 키워드에 갑자기 머릿속에서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튀어나왔다.

* * *

며칠 후, 라디오 방송으로 가는 차 안.

앤젤은 먼저 방송국에서 대기 중이었고, 나만 배영웅 매니저가 탄 차를 타고 방송국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내가 운전 중인 배영웅에게 물었다.

“요새 앤젤 잘 나가더라고요?”

“25만 장 돌파했더군요. 솔로 가수로는 노을 아티스트 제외 올해 1등이에요. 아이돌 가수 한두 팀 제외하면 전체 2위고요.”

“방송도 일정도 되게 많이 보이던데요?”

배영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담당 매니저에게 물어봤어요. 앤젤 님은 행사도 많이 돌고 싶어 한다고 하더라고요. 행사가 여러모로 가수한테나 회사한테나 득이긴 하니까요. 일단 돈이 되니까.”

“저희는 그럼….”

“거의 행사 안 하는 수준이죠. 뭐, 특수한 경우니까요.”

배영웅 실장의 말은 글로벌 비전 송 콘테스트 참여를 위해서 행사를 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일단 이 오디션을 우승하면 세계적인 스타는 따 놓은 셈.

그렇기에 이번 솔로 활동이 갈무리되면,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오디션 준비에 온 힘을 쏟을 예정이었다.

아마도 이번 방송이, 당분간 마지막 방송 활동이 될 터였다.

* * *

방송국에 들어가자마자 앤젤에게 인사했다.

“여어!”

“어 왔어?”

앤젤은 설렁설렁 내게 인사했다.

엄청 피곤해 보였다.

다크서클이 너무 짙어서 메이크업으로 가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야 너 괜찮냐?”

앤젤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으! 말도 마! 세 시간 자면 주님 감사합니다 한다.”

“그래도 소원이던 음방 1위 했던데?”

‘음방 1위’라는 말에 앤젤이 활짝 웃었다.

“봤어?”

“봤지 그럼.”

“야 미안하다 야. 100만 장 거의 다 왔었는데. 관심을 내 앨범이 다 가져가 버렸네!”

얼굴 표정은 하나도 안 미안한 표정이었다.

“뭐 어쩔 수 없지.”

“이제는 나의 시대야 권노을! 잘 가라. 좀 쉬어 쉬어.”

앤젤이 장난스럽게 빈정댔다.

“퇴물이 된 건가 나는?”

앤젤이 고개를 과장되게 크게 흔들었다.

“머 그렇다고 볼 수 있겠지! 아 참 미안하네 야~. 너는 미국 가라! 미국 가!”

“어째 ‘미국’이 미국이 아니라 ‘저승’으로 들린다?”

“음화화화화화.”

앤젤의 얼굴에는 이겼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내가 슬쩍 물었다.

“…너 진짜 바쁘구나?”

“밥 먹을 시간도 모자란다니까.”

“포털 뉴스 봐봐라.”

앤젤이 노트북을 확인했다.

포털 사이트는 대충 요런 기사들로 도배되어 있었다.

제목: 권노을 ‘보이스 UCC’ 대박!

본문: 초고난이도 권노을 클라이맥스 따라 하기 UCC가 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흥행 중이다.

‘3단 변속 기어 고음’이라 불리는 이 UCC는 흉내 내기도 어려울 정도의 난이도를 자랑한다.

가수 권노을이 이 곡을 노래방에서 부르는 UCC를 한창 핫한 신생 사이트 너튜브에 올린 이후, 엄청난 반향이 일어났다.

고등학생들이 너도 나도 권노을 군의 노래에 도전하는 것.

특히 노래방이나 고등학교 축제에서 인기 폭발이라고 한다.

“…….”

앤젤은 특히 기사의 마지막 부분에 눈을 떼지 못했다.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권노을 군은 2001년 이후 5년 만에 최초로 100만 장 밀리언 셀러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아오! 약 올라 이놈!”

“하하하!”

UCC 열풍은 이미 예정된 미래였다.

‘너튜브가 방송보다 더 중요해지는 시대가 곧 오고 있으니 말이지.’

그래서 조금 미리 그 트렌드를 당겨서 써봤다.

효과는 굉장했다.

특히 내 노래가 고등학생들이 노래방에서 꼭 도전하는 레퍼토리가 되어 10대 판매량이 폭증했다.

* * *

덕분에 그날 라디오 방송은 졸지에 100만 장 판매 달성을 기념하는 특집이 되었다.

원더풀들의 100만 장 달성 축하 문자가 방송국에 쏟아졌기 때문이었다.

[노을아~ 100만 장 달성 축하해 대박 대박 대박사건!]

[우리 노으리는 목소리까지 잘생겼숴~]

[근데 왜 재호는 요새 안 나와여?]

[우린 올팬입니다 올팬.]

[솔직히 디럭스 버전 껴놓고 밀리언셀러라 우기는 건 억지 아님? 과학적 합리적으로 볼 때 밀리언 셀러란 모름지기….]

[네 다음 자장가]

[노을 군 우리 앤젤 대기업 소개시켜줘서 고마워요~ 앨범 두 장 샀어요. 두 분 우정 계속되길 바랄게요~]

사연을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었다.

넵튠이 랩처럼 사연을 빠르게 읽었지만 역부족이었다.

[노을아. 얼굴에 풀 묻었어. 뷰티풀~]

[어허~ 원더풀 묻었어요. 경고입니다.]

[재 뿌려버리고 싶다. 나라는 존재~♡]

라디오 DJ인 넵튠이 기분 좋은 비명을 질렀다.

“이야~ 도저히 다 못 읽겠어! 오늘 사연 대폭발이네요. 평소에 10배, 아니 스무 배는 오는 거 같은데?”

나는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원더풀 여러분 덕분입니다.”

넵튠이 나를 격려했다.

“야~ 진짜 대단해요 노을 군. 백만 장이라니. 나도 한번 밀리언셀러 해보고 싶다.”

“아, 천신군단도 100만 장은 안 됐나요?”

“저희는 40만 장이 한계였어요. 일본 앨범은 80만 장까지도 해봤지만.”

아시아를 뒤흔든 최고의 아이돌 그룹조차 100만 장은 넘기기 어려운 일이라니, 내가 얼마나 대단한 일을 해낸 건지 비로소 실감이 났다.

넵튠이 내게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역사에 남을 대기록을 세운 거예요. 축하해.”

어느새 내 주변에는 배영웅 매니저가 전달한 팬들이 준 축하 선물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종이학 100마리부터 꽃 100송이까지, 100만 장 기념 선물들이었다.

그렇게 팬들의 축하 문자에 둘러싸여 행복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 * *

그날 밤, 방송이 끝나자마자 천채왕이 급하게 비원더 3인을 호출했다.

장소는 내 집이었다.

내 집에 천채왕 프로듀서가 온 것은 처음이었다.

언제나처럼 천채왕, 배영웅 그리고 김나리 셋이 회의 멤버들이었다.

여기에 비원더 3인이 함께 있었다.

마지막으로, 방송을 같이했던 덕에 꼽사리로 낀 앤젤까지.

“우선~~~ 밀리언셀러 축하해 노을아!!”

“휘이이익~“

모두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며 축하해주었다.

고개를 꾸벅 숙였다.

“모두들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천채왕은 감동이 가시지 않는 듯, 손을 불끈! 쥐며 말했다.

“100만 장이면 행사 안 뛰어도 되지. 이게 대체 얼마 만인지… 몇 년 만이죠, 배 실장?”

배영웅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더니 대답했다.

“저희 소속 가수 중에서는 거의 6년 말입니다.”

“6년… 괜찮은 와인 하나 숙성될 시간이네.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죠. 축하를 해야지.”

그의 손에는 샴페인이 이미 쥐어져 있었다.

다들 와인을 잔에 따라 즐겁게 마셨다.

와인을 원샷한 앤젤이 재호에게 물었다.

“야, 니들은 배 안 아프냐? 쟤 혼자 잘 나가잖아.”

재호가 웃으며 말했다.

“난 좋지. 덕분에 100만 가수 앨범에 참여한 작자가 됐으니까. 이번 년도 저작권 정산은 좀 기대가 되긴 해.”

환희도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전 곡 작사해서 돈 더 많이 받아여~”

그러고 보니 환희는 내 앨범 전체를 작사를 맡았었다.

두 사람 모두 나와 포지션이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딱히 질투심은 없는 듯했다.

처음에 팀 구성했을 때 내 복안이 그대로 맞아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팀이 싸우는 이유는, 포지션이 겹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겹치지 않는 3명의 재능이 합치면 문제가 나올 여지가 줄어든다.

‘정작 포지션이 겹치는 사람들이 질투하기 마련이지. 예를 들면… 같은 보컬리스트인 앤젤이라던가?’

내가 앤젤을 지적했다.

“…배 아픈 건 그냥 너 아니냐?”

“그래! 무지하게 배 아프다 지금.”

“앞으로는 네 시대야. 괜찮아.”

“내 시대는 무슨. 내가 언제 100만 장을 파냐….”

“자자!”

천채왕이 손뼉을 쳐서 모두의 관심을 자신에게 모았다.

“오늘 모인 건 노을이 앨범 축하도 있지만, 재미있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야. 앤젤…에게는 보여주는 게 좋을까 고민해봤는데. 그래도 한 식구이고 노을이 친구니까. 같이 보여줘도 될 것 같아.”

내가 되물었다.

“…뭘 보여주신다는 거죠?”

천채왕이 손가락을 튕겼다.

‘딱’하는 청량한 소리와 함께, 사각에 숨어 있던 배영웅 매니저가 종이봉투를 가져 왔다.

천채왕은 능숙하게 봉투를 열었다.

초대장은 고급스러운 고급 종이에, 만년필로 직접 쓴 글씨가 적혀 있었다.

옛날식 도장이 찍혀 있어 한층 옛날 유럽 문서처럼 보였다.

만년필이 아니라 깃털펜으로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고풍스러운 느낌이 났다.

천채왕 프로듀서가 봉투 속 내용물을 소리 내어 읽었다.

내용은 영어로 되어 있었다.

[초 대 장]

대한민국 보컬 그룹 ‘비원더’를 글로벌 비전 송 콘테스트에 초대합니다.

글로벌 비전 송 콘테스트는 지구촌 최대 규모의 음악 축제입니다.

오직 이 초대장을 받은 아티스트만 대회에 참여할 자격이 있습니다.

만약 참여를 원하시면 동봉한 주소로 5분 이하의 길이의 곡 1곡 데모 테이프를 보내 주십시오.

여러분의 음악을 기다리겠습니다.

글로벌 비전 송 콘테스트 제작 위원회.

…이후는 어떻게 대회에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행정적인 안내가 이어졌다.

내용을 다 읽은 후 천채왕이 모두를 한 바퀴 둘러보며 말을 시작했다.

“짐작했겠지만, 글로벌 비전 송 콘테스트 예선에 참여하기도 어려워. 대부분 국가에서는 예선조차 진행하지 않지. 초대장 받은 것도 영광이에요.”

내가 질문했다.

“예선이란 게 그 데모 테이프인가요?”

“그래. 참가 팀이 저작권을 갖고 있는 곡을 5분 이내로 녹음해서 주면 돼.”

말이 쉽지, 엄청나게 어려운 과제였다.

뮤직비디오도 없고, 가수 얼굴을 보여줄 수도 없다.

오로지 ‘음악’만으로 나를 만족시켜 보라는 도발이었다.

아마 못 해도 이 대회의 심사위원들은 최소 100팀의 노래를 들을 것이다.

심지어 참가자들 모두 선별된 프로 뮤지션들이다.

그렇다면 그들 중, 대체 어떻게 우리가 눈에 띌 수 있단 말인가?

굉장히 어려운 과제였다.

천채왕이 고민에 빠진 나를 가만히 보더니 싱긋 웃었다.

“하지만 우리는 확 눈에 띌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우리한테는 노을이가 있잖아? 우리의 최종 병기!”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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