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4화
[소인중 구속! 마약 관련 법 어겨. 해외에서 체포돼. 국가적인 문제 될 수도.]
영화사 및 연예기획사를 운영 중인 소인중 대표가 마약 관련 법을 어긴 혐의로 구속됐다.
소인중 대표는 그 외에도 성매매 알선, 해외 원정도박, 탈세 혐의 등 10개가 넘는 범죄 혐의를 받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와이 체류 중 현지 경찰에게 구속되어 국가 차원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알려져 있다.
기획사에 연락했으나 답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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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뭐임?
ㄴ 딱 보면 모르냐 망한 거지.
ㄴㄴ 확정될 때까지는 중립 기어.
ㄴㄴ 이 정도면 끝난 거지 법정구속인데 ㅋㅋㅋ
ㄴㄴㄴ 레알. 대체 뭔 짓을 해야 미국에서 잡혀가냐?
ㄴㄴㄴ 지금 대표만 아니라 회사 사람들 싹 다 잡혀가고 있던데. 난리 남.
* * *
나는 소인중의 실체를 알게 되고 나서 머지않아 그가 제거될 거라는 생각은 했었다.
채 회장이 '고마워'라는 말을 뜬금없이 남겼기 때문이었다.
그 말뜻은 곧 소인중에 관한 확인이 끝났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나는 채 회장이 소인중을 어떻게 처리했을까 싶었는데, 역시나 대기업의 방식은 잔혹했다.
설마 미국의 국가기관을 동원할 줄은 몰랐다.
생각해보면 소인중의 범죄는 아시아 전역에 뻗어 있었기에 엔간한 조직이 아니면 검거가 어려웠다.
괌 등 미국령에서 소인중이 활동한 것이 되려 발목을 잡았다.
그렇게 나는 채 회장을 통해 항상 거슬리던 소인중 대표를 처리했다.
막상 이렇게 되고 나니… 기분이…
너어어무 상쾌했다.
이전에는 소인중은 그냥 나를 가로막는 거슬리는 놈 정도였다면 이제는 내 친구 앤젤의 장래를 가로막는 녀석이었다.
그를 빠르게 처리할수록 앤젤이 자유롭게 자기 음악의 길을 추구할 수 있었다.
소인중이 나를 거스를 때는 좀 짜증 나는 정도였는데, 내 주변인을 건드린다 생각하니 하루라도 빨리 처리해야 할 녀석이 됐다.
그 덕분에 일단 문제는 해결됐다.
'...근데 선생님은 왜 보자시는 거지?’
다만 한 가지 찜찜한 일이 있었다.
기사가 나오자마자 천채왕 프로듀서가 나를 호출한 일이었다.
우연일 것 같지는 않았다.
* * *
천채왕이 업무를 보는 집무실에 가니 천채왕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견과를 먹으면서 TV로 '잇츠쇼타임'의 무대를 확인하고 있었다.
'잇츠쇼타임 무대를? 왜?'
나는 이런 의문을 뒤로하고 천채왕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노을이 왔어? 자, 앉아."
"네넵."
천채왕은 리모컨을 사용해 TV 화면을 멈췄다.
그러고는 남은 견과를 입에 털어 넣었다.
견과를 다 삼킨 후 그가 내게 말을 걸었다.
“기사, 봤지?"
"네, 놀랐습니다."
천채왕의 눈이 내 눈동자를 응시했다.
마치 내 속을 꿰뚫어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나지막이 그가 내게 질문했다.
“앞으로는 위험한 일 하지 마."
"네?"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줄 알았다.
"우리에게 말하고, 우리에게 맡겨. 위험한 일 연예인 대신 하라고 회사가 있는 거니까. 알았지?"
나는 어디까지 그가 알고 있는지는 몰랐다.
아니, 정확하게 말해서 천채왕이 내가 한 일을 알 리는 없었다.
그것보다는 그냥 천채왕의 '감'이라고 봐야 했다.
하지만 야수가 먹이를 잡아채는 감처럼, 천채왕의 직감은 정확하게 맞았다.
"...네."
사실 나도 이제는 이런 술수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어차피 이제는 내 활동 무대는 해외였다.
내가 무슨 스파이나 로비스트도 아니고서야, 앞으로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었다.
사실 가수 외의 활동은 모두 회사에 맡기고 본업에만 전념에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리고 이런 날카로운 직감을 가진 천채왕의 TYB라면 믿고 맡길 수 있었다.
역시나 이 회사를 내 소속사로 선택한 내 과거의 결정이 옳은 셈이었다.
천채왕이 말없이 물을 한 잔 마셨다.
그는 맛을 음미하듯 천천히 물을 씹었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다.
"너도 좀 마셔볼래?"
"그냥 물인가요?"
천채왕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해양 심층수란 거야. 스포츠음료보다 수분 흡수가 두 배는 빨라."
그렇게 말하고는 그는 '천천히 마셨다. 천채왕이 신나서 말을 떠벌떠벌 거렸다.
"우리 몸이 절반 이상이 물이잖아! 우리가 입으로 먹는 식품에도 물의 비중이 엄청나게 크고. 그러니까 물만 바꿔도, 건강이 확 좋아지는 거야. 나도 이거 먹고 나서 확 컨디션이 좋아졌다니까! 노을이 너도 이거 마셔봐."
"카아~ 맛있네요. 네, 뭐… 주신다면야."
내 반응이 흡족했는지 천채왕은 활짝 웃었다.
“그래, 한 잔 더 따라줄게."
천채왕이 물을 한 잔 더 따라주었다.
나는 이번엔 천채왕을 흉내 내서 천천히 물을 마셨다.
그때 천채왕이 나지막이 내게 물었다.
"앤젤하고 친하게 지내지?"
"컷!”
나는 순간 물을 뱉을 뻔했다.
간신히 물을 삼키고 그에게 되물었다.
"네... 에?"
"배영웅 실장이 그러던데?"
천채왕의 말에 나는 잠깐 수많은 경우의 수를 생각해봤다.
이게 문제가 되는 행위라면 천채왕은 나에게 이렇게 가볍게 말할 타입이 아니었다.
내게 경고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냥 가볍게 답하면 됐다.
"네… 어쩌다 음악 방송을 계속하다 보니 친해져서. 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 그런 말도 있으니까요."
"'대부'도 알아? 야~ 그건 우리 세대 영환데. 노을이 너 대체 몇 살이야?"
나는 '사실 거의 마흔 살이긴 하죠'라고 머릿속으로만 생각했다.
"네… 근데 무슨 일이신가요?"
“걔, 우리 회사로 데려오면 어때?"
예상치 못한 천채왕의 제안에 나는 순간 벙쪘다.
"네... 에?"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이었다.
천채왕 본인이 이번에는 해양 심층수를 따라 마시면서 내게 말을 이었다.
"걔 가창력이 아까워. 실력 있는 친구야. 솔로 발라드 가수란 게 문제인데. 뭐, 솔로 발라드 가수만큼 제작이 쉬운 게 어디 있어. 그냥 양복 하나 입히고 대세 작곡가랑 작사가 붙여주면 되지. 하다못해 완전 앨범 망해도 내가 제작하는 애들 보컬 트레이너라도 할 수 있겠지."
"그렇기는 하죠! 걔 좀 개성이 부족하지만, 자기 문제점을 깨닫고 요새는 새롭게 시도 중입니다. 아마 금방 잘할 겁니다."
나도 모르게 친구인 앤젤을 영업사원이 하는 것처럼 홍보하고 말았다.
"야, 노을이 니가 보긴 어때. 괜찮아? 쓸만해?"
앤젤에 관심을 보이는 천채왕에게 나는 자신 있게 답했다.
"비원더 3명을 제외하고, 저희 나이 또래에 앤젤을 능가할 보컬리스트는 없을 겁니다."
천채왕이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럼, 다른 회사에 빼앗기기 전에, 빨리 연락해 줘. 슬쩍 떠봐, 알았지?"
"네..."
* * *
천채왕의 말을 전해 들은 앤젤의 반응은 가관이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닥에 쓰러지듯 엎어져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당황한 내가 앤젤을 끌어당기며 외쳤다.
"야, 왜 그래 임마! 남들이 봐!"
앤젤은 주변의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냥 흐느꼈다.
"흐어어어어어어어엉어~~ 고맙다, 노을아~. 크어어어러어어어엉~."
쉽게 해석은 되지 않았지만 대충 고맙다는 말과, 앞으로 뭐 해 먹고 살아야 할지, 기술이나 배워야 할지 고민했는데 네가 날 살렸다, 뭐 그런 말이었다.
아무래도 소인중이 잡혀가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모양이었다.
앤젤은 그 후에도 눈물을 20분 더 쏟고, 종교 생활도 안 했던 놈이 신을 30분 정도 더 찬양하고 감사한 다음에야 제정신을 차렸다.
내가 앤젤에게 누구에게 말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었다.
미리 천채왕이 알려준 전화번호였다.
이 직원에게 연락하면 바로 새 수속을 받을 수 있었다.
"...물론 소인중과 계약 관계가 정리된 다음 말이야."
눈이 빨개진 것 외에는, 상당히 평소 얼굴로 돌아온 앤젤이 내게 답했다.
"야, 당연히 되지. 회사 이미 망한 거나 마찬가지야. 아무도 없다니까? 그냥 페이퍼 컴퍼니야, 이젠."
“대표가 사라졌다고 그렇게 돼?"
회사가 망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그 정도일 줄은 몰랐던 나는 제법 놀랐다.
"그 사람 아무도 못 믿었그던. 본인 없으면 아무것도 안 돼. 망했어 거기. 니가 동아줄을 준 거야."
나는 갑자기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했다.
중화권 배우들이야 그렇다 치고, 잇츠쇼타임이 생각났다.
"그래… 다른 멤버들은?"
앤젤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아~ 걔네들? 걔네들은 여유만만이야."
그건 의외였다.
"그래?”
"걔네들은 예능을 해대서 인지도가 있그던. 채수는 배우 기획사 섭외 왔고, 민구는 MC 하겠데. 둘 다 조오오은 기획사에서 이미 콜 왔어. 노래를 왜 그리 열심히 한 건지. 다 소용없더라. 걍 인지도야. 나만 낙동강 오리알 될 뻔했지. 노을이 니가 연락 주기 전까지는."
앤젤의 코끝이 또 시큰해졌다.
"야야, 자 인제 그만 울고."
'노래 따위 필요 없더라, 다 인지도 빨이더라'라는 앤젤의 말이 뭔가 피부에 박히는 것 같았다.
나도 예능 출연 제의가 제법 왔었다.
재호나 환희는 예능으로 더더욱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었다.
가수는 예능으로 인지도를 높이는 게 노래 연습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었다.
실제로 그게 더 효과도 좋았다.
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인기도 인기지만 무엇보다 노래로 승부하고 싶었다.
나는 회귀까지 해서 노래할 기회를 얻었다.
이걸로 승부해서 이긴다면 그것만큼 의미 있는 일은 없었다.
이를 위해서라면 예능도 이용할 수는 있었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본질은 어디까지나 가수였다.
"앤젤."
진지하게 자신을 부르는 내게 앤젤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예능하고, 인기 얻고. 그게 더 현명한 걸지도 몰라. 그걸 원하는 대중도 많으니까."
"그지? 나도 나만 기획사 아무도 연락 안 주니까 바보 된 기분이더라고!”
앤젤도 이 부분을 생각하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나는 너같이 미련한 놈이 좋다. 음악으로 승부하는 놈이."
앤젤이 혀를 찼다. 하지만 표정은 싫지 않아 보였다.
"뭔 느끼한 헛소리를 하고 있어."
“TYB는 의외로 예능도 시키지만, 음악에 집중시켜주는 곳이야."
내가 계속 진지하게 말하자, 앤젤도 이내 신중하게 말했다.
"알고 있지. 꿈의 회사지."
"우리 음악으로 성공하자. 다른 멤버들보다 더."
내 진심이 그에게 전해진 것 같았다.
"짜식… 그래야지. 많이 도와줘."
이제는 동료가 된 앤젤과 악수했다.
뜨거운 온기가 내 심장까지 들어와서 위로가 된 기분이었다.
확실히 회귀의 능력으로 복수하는 것보다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것이 100배는 더 기분이 좋았다.
...물론 복수도 쬐애애애끔 기분 째지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더 기분이 더 좋았다.
이걸로 모든 게 마무리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았던 휴가의 마지막 일정인 문루아 및 비원더 멤버들과의 MT 날이 밝았다.
* * *
우리는 서울에서 배영웅이 운전하는 카니발을 타고 함께 출발했다.
문루아와 비원더 3인까지, 총 5인이 함께했다.
차 라디오에서 소인중의 소식이 들렸다.
[소인중 대표의 재판이 상당히 오래 걸릴 예정입니다. 소인중 대표는 거대 로펌을 영입했으나, 상대편 또한 만만찮은 관계로 둘 사이 힘겨루기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딸깍.
배영웅 매니저가 라디오를 끊고, 자신이 준비한 음악 CD로 바꿔 버렸다.
코린 베일리 래의 데뷔 앨범이었다.
"죄송합니다. 무심코 라디오를 틀었네요."
조수석에 앉은 문루아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괜찮아요. 아, 노을 씨.”
"네."
나는 문루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축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 취소됐어요."
"네에… 그럴 것 같았습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차라리 다행이에요. 승아가 지금은 좀 슬퍼하지만.”
나도 문루아와 같은 생각이었다.
지금이야 약혼자가 갑자기 결혼 직전에 몰락했으니 슬프겠지만, 적어도 그런 남편을 만나고 1년도 채 되지 않아 몰락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조금 바꿨지만, 적어도 내 이득만을 위한 변화는 아니었다.
그보다는 주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변화였다.
나는 떳떳했다. 그거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영웅이 휘파람을 불며 코린 베일리 래의 기타 연주를 따라 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푹 쉬세요. 짧으니까 한숨 주무시면 도착해있을 거예요.”
문루아가 너무 바빠서 부득이하게 휴가 일정을 가평으로 바꿨다.
가평까지는 아직 시간이 꽤 있었다.
우리는 널찍한 차에서 죽은 듯 잠에 빠졌다.
그곳에서 전혀 뜻밖의 인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모른 채 말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