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가왕-134화 (134/280)

제134화

문루아가 나를 빤히 쳐다보며 덤덤하게 물었다.

"뭔가요?"

"코스튬을 입고 노래하는 거예요. 그러면 본인인 줄 모르겠죠."

문루아가 시선을 창문 바깥으로 돌렸다. 그 모습이 내게는 자기 표정을 숨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고개는 계속 창밖을 향한 채로 그녀가 무심하게 말을 내뱉었다.

"모를까요?"

문루아가 어느 정도 호기심을 내비치자, 신이 난 나는 계속해서 내 의견을 어필했다.

"알면 그것도 너무 기분 좋지 않을까요? 외모가 아니라 보컬만 가지고 알아차린 거니까요."

우리의 대화를 가만히 옆에서 듣고만 있던 노경진 PD가 내 말을 거들었다.

"식당이라 정체가 드러나면 안전 이슈가 있었지만, 공연장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미리 안전 요원을 배치해 둘 거예요. 안전해요."

이에 질세라 나도 미리 준비해 둔 말을 했다.

"이 아이디어, 제가 노경진 PD님께 제안한 거예요."

"왜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는 문루아에게 내가 조심스럽게 답했다. 감히 나 같은 초짜가 선배님께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저는 아직 신인이지만… ‘킹 오브 싱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코스튬 입고 노래해보니까. 그 가면이 제게 자유를 주더라고요."

“자유요?"

그랬다. 이상하게 코스튬은 내게 자유를 주었다. 내 얼굴, 내 경력, 내 이미지, 이 모든 과거의 굴레를 내려놓을 수 있었다. 오로지 나의 무대, 나의 목소리만 가지고 평가받는 자리였기 때문이었다.

'오랜 기간 톱스타였던 문루아라면 더욱 그렇겠지.'

물론 가수의 이미지는 재산이었다. 문루아 정도 되면 재벌에 가까운 엄청난 재산이다.

하지만, 재산이 많을수록 때론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문루아라는 가수의 엄청난 브랜드 파워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평생 피나게 노력해서 얻은 훈장과도 같은 성공이었다. 하지만 가끔은 그 훈장을 내려놓고, 자연인이 되어 바깥에 나가고 싶을 때도 있는 법이었다.

내 대답에 문루아는 침묵을 지켰다. 내가 계속 말을 이었다.

“문루아가 아닌 다른 존재로, 무대에서라도 한 번 살아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무대에서 가장 자유로우실 수 있을 거예요.”

"...선곡은 준비됐어요?"

이제야 그녀가 약간 관심을 보였다. 내가 재빠르게 준비했던 답변을 내놓았다.

“그럼요! 딱 한 곡, 'Summer Luv(사랑의 계절은 여름)' 불러 주시면 좋겠어요."

"노을 씨가 같이 불러 주는 거예요?"

내게 질문하는 문루아의 입술에는 엷게 미소가 배어 있었다. 나도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녀에게 화답했다.

"네. 이미 편곡과 연주는 환희가 다 준비해 뒀습니다. 잘 아시는 곡이라 리허설만 같이해 주시면 좋을 거 같아요."

노경진 PD도 문루아를 향해 상체를 살짝 내밀며 나의 말에 덧붙였다.

"동선이나 대본, 카메라도 준비했어요. 나와 주시기만 한다면요."

문루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창문을 향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사이 해가 지고 달이 떴다.

문루아는 그 달을 빤히 보고 있었다. 그러다 고개를 내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고마워요.”

'고맙다고?'

갑작스러운 그녀의 감사 인사가 무슨 뜻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일단 내 제안에 대한 긍정적인 대답인 듯했다.

나는 작은 기대를 갖고 재촉하듯 문루아에게 물었다.

"그러면?"

"준비해 둘게요. 내일 리허설 때 봐요. PD님?”

"네."

"코스튬은 제 방에 미리 보내주세요. 미리 입어 보고, 혹시 수정 요청사항 있는지 점검할게요."

"네네!"

내 제안을 수락하자마자 보인 문루아의 태도에 신이 난 노경진 PD가 수첩에 뭔가를 열심히 적었다.

노경진 PD는 우리를 친절히 대했다면, 문루아는 극진하게 대우했다.

이게 아시아 스타의 무게감인가 싶은 정도였다.

이왕 무대에 오르기로 한 이상, 문루아에게 ‘적당히’는 없었다.

그녀는 자기 추진력을 보여주려는 듯이 노경진 PD에게 물었다.

"그리고 지금, 편곡 방향하고 무대 동선 점검할 수 있어요?"

단 하나의 무대지만, 문루아는 동선부터 순서까지 모든 부분을 꼼꼼히 점검했다.

그리고 회의는 이제 시작일 뿐이었다.

* * *

"휴우~."

나는 회의실 방문을 나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문루아 선배와의 미팅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나중에는 코스튬을 이왕 입게 되었으니, 무대에 서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를 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이렇게 되자 나와 노경진 PD만으로는 그녀의 열정을 감당하기에 부족했다.

결국 배영웅 실장까지 소환돼서 우리와 열띤 토론을 했다.

나중에는 다른 제작진들도 함께 모여서 현장 상황을 공유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다 같이 짜기 시작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런 일이 펼쳐지는 것은 당연했다.

문루아 선배는 오늘, 그리고 내일 외출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문루아가 구룡도에 떴다는 소식이 팬들 사이에서 이미 쫙 퍼져서 그녀로서는 온종일 방안에만 갇혀 있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제작진이 보이게는 당연히 방송 분량이 모자라는 상황이 되었다.

기껏 촬영을 위해 구룡도까지 온 문루아 입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새로운 내용으로 방송 분량을 채워야 하게 된 것이다.

이를 어쩌나 하고 걱정하던 차에 내가 제시한 코스튬이 바로 이 문제 상황의 해답이 될 수 있었다.

사실 이쯤 되면 나와는 큰 관계는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음악 관련 내용이 끝나자, 나가서 좀 쉬어도 된다고 문루아가 나를 배려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회의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일찍 나올 수 있었다.

‘그러니 이제는 내 자유시간... 음? 잠깐.'

드디어 자유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뭔가 싸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애써 그 싸한 기분을 떨치려 모두의 현재 상황을 되짚어 봤다.

재호는 다른 밴드 멤버들과 함께 내일 공연 대비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었다.

배영웅 매니저는 문루아, 노경진 PD와 함께 문루아의 내일 방송 일정을 수정하기 위해 회의에 참여 중이었다.

그리고 나는 지금 회의실을 막 나왔다.

그렇다는 건…. 주환희는 지금 혼자 어디론가 놀러 갔단 뜻이었다.

왠지 이놈을 혼자 두기가 불안해서 나는 곧바로 환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넵.

다행히 환희가 전화를 받았다. 나는 침착하게 그에게 물었다.

"어디냐?"

-방이죠.

심드렁하게 대답하는 그의 목소리가… 주환희가 아니라 주하늘이었다. 게다가 평소보다 훨씬 톤도 다운된 채였다. 나는 그런 그를 걱정하며 물었다.

"뭔 일이냐?"

-아무 일 없어요. 뭐 그런 거죠...

아무 일이 없다고 하기에는 하늘이는 너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잠깐 기다려 방으로 갈게."

* * *

숙소로 돌아가 보니 하늘이가 츄리닝 바람으로 침대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피처폰으로 모바일 게임 중인 그를 보며 내가 물었다.

"구룡도까지 와서 모바일 게임 중이야?"

하늘이는 게임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렇죠, 뭐. 블랙잭 재밌잖아요~"

하필 하는 게임도 블랙잭이라니, 주하늘은 뭐든지 세련된 주환희와 달리 참 촌스러웠다.

나는 그런 하늘이의 머리를 살펴보며 그에게 물었다.

"아침에 기껏 포마드로 세팅한 머리도 다 내렸네? 옷도 츄리닝 차림이고. 무슨 일 있는 거야?"

“아무것도 없어요~”

‘아닌데, 분명 뭐가 있는데…'

내가 하늘이의 태도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그때였다. 문루아에게서 전화가 왔다.

"잠깐 전화 좀 받을게."

“그러세요. 저는 상관없으니까."

“여보세요."

문루아가 평소 톤보다 한두 톤은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웃음을 참고 있는 듯했다.

-푸하하~ 방금 나 무슨 얘기 들은 줄 알아요?

“당연히 모르죠, 선배.”

-젤다 기억하죠? 우리랑 같이 '소울 메이트'나왔던~.

"기억하죠.”

젤다를 내가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바람둥이인 주환희가 유일하게 정색하고 싸운 여자 출연자였으니까.

-젤다랑 통화했는데요. 그게 글쎄…

수화기 너머로 새어 나오는 문루아의 목소리를 들었는지, 갑자기 주하늘이 홱 하고 내 핸드폰을 빼앗았다.

나는 주하늘의 어이없는 행동에 그를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야, 뭐야, 인마!"

내가 화를 내거나 말거나 주하늘은 갑자기 주환희 모드가 되어 문루아에게 꽥하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직접 말할게여 선배! 끊어여!”

그리고 바로 거칠게 내 핸드폰을 꺼 버렸다.

내가 주환희, 아니, 주하늘을 쳐다보며 따지듯 물었다.

"야! 왜 남 핸드폰을 뺏어?"

주하늘이 양손을 츄리닝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내게 말했다.

"제가 설명해드리려고요. 어차피 제가 당사자니까. 그럴 자격이 있지 않아요?"

"네가 당사자라고? 뭔데?”

"저랑 젤다요."

주하늘이 말해준 이 이야기의 경위는 이랬다.

주환희는, ‘절대로, 맹세코, 꼬시려고 한 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숙소 근처 바에서 누군가에게 말을 걸었다. 환희는 그녀가 서양 사람인 줄 알고 영어로 말을 걸었다.

...그 외국인이 하필, 젤다였던 것이다. 바의 어두운 조명 때문에 주환희와 젤다, 둘 다 서로를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었다.

그러고 둘이 한참 이야기하다가… 서로의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둘은 깜짝 놀랐다고 했다.

젤다와 있었던 이야기를 마친 주하늘은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고개를 떨구며 말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싸해졌죠.”

"당연히 그랬겠지."

나는 주환희와 젤다가 서로의 정체를 알게 됐을 때를 상상해봤다.

시베리아 벌판보다 더 기온이 내려갔을 것 같은 싸한 분위기가 떠올랐다.

이 둘의 이야기가 어떤 식으로 흐를지 너무 궁금해진 나는 주하늘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떻게 했어?"

"바로 제가 사과하고 바로 바를 나와 여기로 왔죠. 그것뿐이에요."

"왜 사과를 해?"

"모르겠어요~.”

주하늘은 이해하지 못하는 내 질문에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대답하더니,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다.

그는 방 안에 있던 위스키 한 잔을 홀짝거리며 조금 마신 채였다.

잠깐의 정적을 깨고 내가 하늘이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젤다인 줄 몰랐을 때는 젤다한테 호감이 좀 있었단 거네?"

내 질문에 하늘이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말했다.

“저는 아닌 거 같지만..."

하늘이의 애매모호한 말을 내가 참지 못하고 끊었다.

“아무튼 둘이 대화하기는 했던 거 아냐. 근데 방송에서 아는 사람이라고 하니까 바로 나가 버린 거야?”

"그죠. 왠지 좀 무서워져서."

나는 그답지 않게 이건 무슨 소리인가 싶어 하늘이에게 되물었다.

“뭐가 무서워?"

하늘이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했다.

"모르겠어요~."

나는 혹시나 싶어 하늘이를 떠봤다.

"아니 근데… 그… 뭐시기… 어차피 연애한다면 말이야. 차라리 젤다처럼 연예인이 낫지 않아? 서로 동종업계니까 유출 사고도 안 나고. 서로 조심해서 되려 안전할 거 같은데."

“저, 연애하려는 건 아니에요~."

부인하는 하늘이를 보며 내가 잘못 짚은 건가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자기 행동과 다른 그의 말이 나는 이해되지 않았다.

"바에 가서 모르는 이성한테 말 거는 건 헌팅 아냐?"

“으음..."

헌팅이 연애하고 싶어서 하는 거 아니냐고 묻는 내게 하늘이가 할 말이 없어졌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니 뭐, 연애하지 말라 이런 말이야 재호한테 많이 들었을 테고. 어쩌면 아이돌 연습생 시절에는 회사에서도 많이 들었을 거 같은데."

"회사는 의외로 그러지는 않았어요. 재호 형은 좀 그러죠. 근데..."

내가 계속해서 몰아붙이듯이 말하자 환희가 당황스러운지 머리를 긁으며 자꾸 뜸 들이며 말했다. 보다 못한 내가 다시 물었다.

"근데?"

"형 말처럼은 생각해 본 적 없었어요, 연예인이 오히려 더 안전하다니."

“당연한 거 아니야? 일반인에게 자기 익명성이 보장되면 무슨 짓을 하는지 알 게 뭐야?"

"처음 해보는 생각이에요..."

내가 미래에서 와서 수많은 연예인 스캔들을 봐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하늘이가 유독 이런 부분에 센스가 없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어차피 오늘 단 한 번으로 주하늘의 마음속에 들어갈 수는 없어 보였다.

일단 주하늘 본인도 자기가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느낌이 컸다.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알고 있는 부분이라도, 내 얘기를 통해 내면을 보여주는 게 그의 마음을 열기에 더 효과적일 것 같았다.

'적어도 본인 마음이 어떤지 알아보는 데 참고는 될 테지.'

이런 생각을 하며 나는 헛기침을 한 번 하고,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딱히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

"왜요?"

"그냥. 뭐 굳이 지금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런 거 있잖아? 때가 있는데. 지금은 내 가수 커리어를 확 밀어붙여야 할 때라고 보는 거지. 나중에 좀 안정되면 그때는 연애하고 또 결혼하고 그럴 때인 거고."

“연애는 하고 살아야죠."

역시 하늘이는 연애를 하고 싶기는 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이거다 싶어 내가 하늘이를 가리키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래, 그거야!"

나의 돌발 행동에 하늘이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뭐가요?"

"내가 이해 못 하는 게 그거라고. 연애를 뭐 평생 매 순간순간 할 필요가 있냐? 중매 결혼하는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겠어?"

"크으음..."

이번에도 하늘이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다는 듯, 별다른 말 없이 듣기만 하고 있었다.

나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뭐 연애를 그래서 안 하고 싶다, 뭐 이런 건 아닌데, 내가 가수로써 어느 정도 사이클이 돌아간 다음에, 그때 자연인으로 돌아가서 연애도 하고 다른 일도 하고 싶은 거지. 지금은 그래야 할 때 같다는 생각이랄까? 나는 나 자신에게 그렇게 말하는 거 같아. 그래서 별로 연애에 대해 생각이 없어."

장황하게 펼쳐지는 내 말에, 하늘이가 나를 쳐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문루아 선배가 힘들겠네요."

문루아? 왜 여기서 뜬금없이 그녀의 이름이 나오는지 알 수가 없었다.

"왜?”

내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자 하늘이가 화들짝 놀라 손사래를 치며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나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루아 선배한테는 비밀이에요."

"아니 그러니까 뭐가…"

그의 말을 이해하려는 나의 노력을 무시하고 하늘이가 내 말을 확 끊었다.

"하여튼!"

"하여튼?"

"형 말엔 좋은 포인트가 있었어요. 제가 생각 좀 해보고 다시 말씀드릴게요. 됐어요?"

"오케이."

그래도 방금 대화에서 본 그의 모습은 내가 최근에 본 주하늘 중 제일 생기가 넘쳐 보였다. 이 정도면 그게 어딘가 싶었다.

* * *

같은 시간, 서울 천채왕의 집무실.

천채왕이 배영웅 매니저와 통화 중이었다.

배영웅 매니저에게 비원더와 문루아의 구룡도 출장 관련 보고를 듣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지금은 편곡에 문제가 없는 것 같습니다. 준비가 착착 완료되고 있습니다.

천채왕이 문루아의 관한 보고를 다 듣고는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배영웅에게 피드백을 남겼다.

“완벽하네. 내가 나설 필요도 없었어. 원래는 내가 따로 연락해서 잇츠쇼타임 쇼케이스의 약점을 알려주려 했는데."

-노을 군이 딱 그때 그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수화기 너머로 배영웅 매니저가 천채왕의 말에 동의했다. 천채왕은 너털웃음을 하며 말했다.

“참 대단한 친구란 말이야?"

-선생님 말씀에 저도 동의해요.

천채왕이 통화를 계속하며 의자를 슬쩍 90도로 돌렸다.

그가 시선을 돌린 곳에는 TV가 있었다.

TV에서는 일본에서 활동 중인 '잇츠쇼타임'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며 천채왕은 수화기를 쥐고 그의 말을 기다리고 있을 배영웅에게 말했다.

"사실, 지나치게 빠른 확장은 오히려 독이야. 하지만... 이 속도로 멤버들이 성장한다면 걱정 없지. 우리도 이제는 좀 달려 볼 때가 된 건가?”

이 말을 시작으로 천채왕은 배영웅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렇게 수많은 사람의 생각과 고민이 부딪치며… 드디어 비원더의 구룡도 쇼케이스 콘서트 날이 밝았다.

(다음 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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