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0화
"해외 진출 성공 비결이요?"
문루아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꼭 듣고 싶습니다."
내가 문루아에게 궁금한 부분은 딱 하나였다. 그녀가 어떻게 해외로 진출해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는가였다. 어떻게든 해서 해외 진출을 했다고 해도 이 치열한 곳에서 문루아처럼 정상을 유지하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문루아는 굉장한 인기를 자랑하는 아시아 스타 가수였다. 그녀는 중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활동했다. 한류 가수라는 것이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시절부터 활동을 시작해, 저 밑바닥에서 정상까지 치고 올라왔다. 당연히 나로서는 그녀의 비결이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비결을 묻는 나의 질문에 문루아는 얼굴에 곤란하다는 기색을 보였다. 그녀의 미간에 주름이 살짝 잡혔다. 그러더니 내게 낮은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좀 걸을래요? 여기는 밤거리 분위기가 좋아요."
* * *
문루아가 앞장서서 바닷길 옆을 걸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내 얼굴을 간지럽히는 느낌이 좋았다. 한편으로는 갑자기 밖에 나가자고 한 문루아의 제안에, 내가 뭔가 잘못한 것이 있나 걱정되기도 했다.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걷다가 나온 두꺼운 돌다리 옆 잔디밭에 문루아가 걸터앉았다. 그리고는 나보고 옆에 앉으라 손짓했다. 내가 그녀의 옆에 털썩 앉자마자 문루아가 물었다.
"성공 비결이 궁금한 이유가 뭐예요? 노을 씨도 제법 성공한 가수인데?"
나는 문루아의 말을 듣고 과거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나도 음악방송 1위를 해본, 제법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가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궁금증이 해소되거나 사라지지는 않았다.
"한국에서의 성공과 해외의 성공은 또 다른 것 같아서요."
문루아가 허공에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천천히 그리며 내 말에 동의했다.
"그렇기는 하죠."
한국서 성공한 가수라고 꼭 해외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었다. 반면에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다가 해외에서 인기가 생기면서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이들도 있었다.
문루아도 어떻게 보면 그러한 경우에 해당하는 가수였다. 한국에서 그녀의 인기가 좀 정체되고 있다 싶을 때, 일본 및 아시아 시장에 진출해 큰 성공을 이루며 단숨에 스타가 되었다.
즉, 아무리 내가 한국 시장에서 나름 성공했다 해도, 해외에서 거두는 성공은 또 다른 이야기라는 뜻이었다. 물론 나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지만, 그걸로는 부족해 보였다. 뭔가 구체적인 방법과 예시가 필요했다.
문루아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친 뒤, 목이 말랐는지 가방에서 생수병을 꺼내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 움직임은 마치 백조처럼 우아했다. 한편으론 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버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는 그냥 선생님이 시킨 대로 열심히 했죠. 신인 때 저는 아기에 불과했으니까. 성공? 딱히 그런 거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어떻게 하면 춤을 더 잘 출까, 어떻게 하면 노래를 더 잘할까. 그런 생각만 했어요. 솔직히 신기해요. 노을 씨는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죠?"
예상치 못한 그녀의 물음에 나는 아차 싶었다. 생각해 보면 그녀의 반응은 당연했다. 문루아는 프로듀서가 아니었다. 전략은 그 누구의 몫도 아닌 바로 프로듀서인 천채왕의 몫이었다.
지금의 문루아는 자신이 직접 활동 계획을 프로듀서와 대등한 위치에서 자신의 활동에 대해 상의하는 명실상부 최고의 아티스트였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지금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활동 초창기, 즉 10대 시절의 문루아는 당연히 담당자가 시키는 일을 충실히 하는 아이돌이었을 터였다.
나는 현재 내가 보고 겪는 문루아의 모습에만 익숙하다 보니 과거 문루아의 모습은 미처 상상해보지 못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나를 보며 문루아가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선생님께 들었던 말이 하나 있기는 했어요."
의미심장한 그녀의 말에 나는 귀가 솔깃했다. 해외 진출 성공 비결에 대한 실마리가 보일지도 모른단 희망을 품으며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어떤 이야기인가요?"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 스타가 따로 있다는 말이었어요. 이야깃거리가 되는 사람이랄까요?"
"이야깃거리? 실력이 아니라요?"
의아해하는 나의 물음에 문루아가 두 손으로 엑스자를 만들며 대답했다.
"월드 스타의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 모두 실력은 출중해요. 그보다는 많은 사람을 잡아끄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하셨어요. 말하자면 스토리텔링이죠."
“이야기... 인가요."
애매한 듯한 그녀의 조언에 나는 뭔가 감이 잡힐 듯 말 듯 답답했다. 이를 눈치챈 듯, 문루아가 말을 계속했다.
"저를 예로 들면, 여러 운때가 맞아떨어졌어요. 댄스와 노래를 모두 소화하는 여가수가 일본과 중화권에서 공백 기간을 갖던 시기에 제가 활동 중이었던 거죠. 게다가 한국 드라마 열풍과 같은 한류를 통해 해외에서 한국 가수에게 관심을 두게 되면서 해외 활동을 할 한국 출신 가수 한 명 정도가 필요하게 됐어요. 그래서 마침 제가 선택된 거예요.”
"그렇군요."
문제는 그런 '이야기'는 내가 노력해서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스타성과 관련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싶어 문루아에게 물었다.
"스타성을 갖추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그런 게 있으면 다들 스타가 되지 않겠어요? 그런 건 운에 맡기는 수밖에 없어요. 저도 한국 드라마 성공의 수혜자예요."
뭔가 해답을 요구하는 나의 질문에 문루아는 깨끗하게 자신의 성공이 운이 좋아서 이뤄진 것이라는 것을 순순히 인정했다.
나라면 어려울 것 같은데 이런 사실을 쉽게 인정하는 그녀가 대단하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말은 그녀의 자리를 바라보고 노력하는 나를 꽤나 억울하게 만들었다.
"그건 너무 하네요! 운에 맡기라니."
나는 부루퉁한 표정을 지으며 문루아에게 볼멘소리했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루아는 차분하게 응했다.
"제가 왜 기도하는지 알겠죠? 행운을 내려 주소서. 아니면, 차라리 인기가 사라지는 걸 즐기게 내 마음을 바꾸소서. 라고."
"하하…”
문루아가 하는 말이 다소 현실성이 떨어져 보이기는 했지만,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왠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연 내가 문루아처럼 차분히 앉아 기도하면서 언제 올지도 모를 운을 바라며 욕심내지 않고 즐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나는 오만상을 찌푸리며 그저 머리만 긁어댔다.
이건 뭐 와인이라도 한 잔 마셔야 답답한 속이 시원해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나는 밀려오는 막막함에 물결이 일렁이는 바다를 하염없이 바라봤다. 문루아도 고개를 돌려 나와 함께 바다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끔 저도 그런 생각이 들어요. 아시아 스타라고 무게를 잡지만, 다 운이고, 나는 운명이라는 파도에 둥실둥실 떠다니는 널빤지에 불과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어떻게 하시나요?"
계속 자신은 운이 좋았을 뿐이라는 문루아의 말에 약간 반항하는 듯한 말투로 내가 묻자, 그녀는 어깨를 한 번 으쓱하더니 대답했다.
"성당 가죠, 뭐. 조용한 건물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위안이 돼요."
"저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네요."
분명히 지금 정도의 상황이면, 나는 대다수의 가수 지망생보다 성공했다고 할 수 있었다. 국내에서 1위조차 한 번 못해본 가수는 걸어 다니면 발에 차일 정도로 수두룩했다. 어쩌면 나는 그저 배부른 소리를 하는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나는 더 앞으로 나가고 싶었다.
재호와 환희, 회사를 위해, 가족을 포함한 내 주변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위해서 더 높은 곳으로 치고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 높은 정상에 올라가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니, 뭔가 허탈한 기분이 들었다. 할 수 있는 게 없다면 그동안의 내 노력은 다 수포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의 억울함을 느꼈는지 문루아가 잔잔하게 다독이듯이 말했다.
“별로 걱정할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왜요?"
나는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그녀의 말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나의 물음에 문루아는 되려 질문으로 답했다.
“선생님이 먼저 해외 진출을 하자 하셨잖아요?"
그러고 보니 그랬다.
우리가 먼저 선생님께 해외 활동을 요구한 적은 없었다.
사실 국내 1위도 못 했는데 하물며 해외 활동을 고민한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우리가 국내 1위가 되기 전부터 해외 활동을 미리 잡아놓은 것은 천채왕의 뛰어난 선견지명과 책략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랬던 것 같습니다."
내가 잠깐동안 곰곰이 과거를 되짚다가 문루아의 말에 동의하자, 그녀는 나를 이미 화가 풀렸지만 알량한 자존심에 차마 표정을 풀지 못하고 어색하게 씩씩대는 어린아이를 보는 듯한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천채왕 선생님 되게 어설퍼 보이죠?"
"음... 네."
그렇다. 솔직히 선생님은 내 앞에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설프고 그저 마냥 사람 좋은 형으로 보였다.
이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문루아가 열정적으로 손사래를 치면서 말했다.
"전혀 아니에요. 선생님, 정말 냉철해요. 집요하고요. 철저하게 연구해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면 절대로 프로젝트를 벌이지 않아요. 하던 프로젝트도 각이 안 나온다 싶으면 가차 없이 접거나 다시 준비하죠. 비원더 해외 진출을 모색했다는 건, 당신들 3인에게서 글로벌 스타성을 어느 정도 찾았다는 뜻이에요. 그게 뭔지는 저도 잘 모르지만요."
"그건 좀 위안이 되네요..."
자세하게 천채왕에 대해 설명해주는 문루아 덕에 나는 마음이 좀 놓였다.
하기야 이미 가요계에 다양한 성공 사례가 있고,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스타도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천채왕의 감이라면 믿을 만해 보였다.
* * *
그렇게 자유시간이 끝나고 우리는 곧바로 숙소에서 촬영팀과 만났다.
숙소는… 아무리 좋게 봐주고 싶어도 그러기엔 너어어무 작았다.
환희가 방 안에 들어오자마자 주하늘로 돌아왔다.
빳빳하게 세운 머리를 내려서 앞머리가 눈을 가렸다. 명품 옷이 삼선 츄리닝으로 바뀌었다. 향긋한 ‘샤넬 블루’향도 싹 사라졌다.
재호가 밖에서의 모습과 차이가 너무 큰 하늘이를 보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평소에도 저러고 다니면 감시할 필요가 없을 텐데."
주하늘도 이에 질세라 투덜거렸다.
"아, 형 때문에 아무것도 못 했잖아요~.”
"너 말이야, 가수가 여자 만나고 그런 거 조심해야 한다고."
재호가 불만 가득한 주하늘의 말에 지지 않고 훈계했다.
"그런 거 아니라니까요! 형~. 그냥 걷고 싶었다고요.”
끝까지 부인하며 응석 부리는 주하늘과 그런 그를 단호하게 대하는 재호 사이를 내가 가로막았다. 이러다 싸움이라도 나면 큰일이었다.
“뭐 둘이 알아서 하겠지만, 구룡도는 버스킹 금지야. 다 허가 맡아야 한다네! 행여나 공개된 장소에서 노래 불러주고 그러지 마라?"
내가 정곡을 찔렀는지 하늘이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는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그, 그, 그러려고 한 적 없어요~."
말을 더듬기까지 하며 쩔쩔매는 하늘이가 귀여워서 더 놀려줄까 싶었지만, 더 하면 삐지겠다 싶어서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래그래."
하늘이는 그제야 안심했는지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둘러봤다. 그러더니 모기처럼 작은 소리로 불평했다.
"방 너무 작은 거 아니에요?”
또다시 투정 부리는 하늘이를 보며 이때다 싶은 나는 다시 그를 놀리기 시작했다.
"삐진 거 아니야?"
“나 화 안 났어요. 그냥, 이건 너무 하잖아요~."
사실 내가 봐도 방이 좀 좁기는 했다. 구룡도는 아시아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높기로 유명한 곳이었다. 여기에 비하면 강남 부동산 가격은 아주 저렴해 보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주어진 방은 심하게 단출했다. 화장실 하나에 방 하나, 거실 하나가 전부였다.
거실에는 더블베드 하나가, 방에는 싱글 베드 하나와 좁디좁은 탁자 하나가 덜렁 놓여 있었다.
TV부터 냉장고까지 모든 비품은 거실에 오목조목 놓여 있었다. 조금 과장해서 발 디딜 틈도 없이 좁았다.
재호가 이렇게 좁은 방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우리 짐 옮겨 놓고 나면 사실상 누울 자리밖에 없겠네. 각오는 했거든~ 여기 집값이 워낙 비싸니까."
여전히 불만 가득한 말투로 하늘이는 계속 툴툴댔다.
"루아 선배는 2인실에서 자던데..."
나는 그 내막을 문루아에게 들어 알고 있어서 투정 부리는 하늘이에게 상황을 알려줬다.
"아, 선배 내일부터는 연주자 팀 미도리랑 같이 잔대. 오늘만 혼자 쓰는 거야."
"아, 그러네요. 저희 공연해야 하니까."
빠르게 수긍하는 하늘이의 말에 재호가 우쭐대며 말을 덧붙였다.
"당연한 거 아냐? 우리, 식당이 목표가 아니야. 어디까지나 깜짝 공연을 위한 장치란 걸 잊지 말라고~. 게다가 내가 비밀무기를 하나 준비했거든~."
이건 또 처음 들어보는 소리였다. 의아해진 나는 재호에게 물었다.
"비밀무기?"
재호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건 내일 보여주지. 그건 그렇고, 우리 누가 어디서 자?"
하늘이가 후다닥 가방을 숙소의 유일한 방에 던지며 말했다.
"내 것 찜~~ 이제 제 거예요."
재호가 황급히 하늘이를 몸으로 막아섰다.
"누구 맘대로?"
"아 그럼 뭐예요? 공정하게 정해야죠. 나이로 할 생각은 말아요. 민주주의적으로."
재호가 살짝 울그락불그락해진 얼굴이 되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말했다.
"하늘이 너, 남들하고 함께 있을 때는 쿨한척하는데. 우리끼리 있을 때는 성격이 영 거슬린다고."
"이게 제 본체라고요~.”
겁을 먹을 법도 한데 하늘이는 그런 기색은커녕 오히려 실실 웃으며 재호를 약 올렸다.
슬슬 이 의미 없는 말싸움을 끊을 타이밍이었다. 내가 둘 사이에 또 한 번 끼어들었다. 그리고 제안을 하나 했다.
"자자! 그만하고. 공평하게 그냥 게임으로 정하면 되잖아. 이전처럼 가위바위보로 할까?"
하늘이가 가위바위보는 별로였는지 내 눈치를 스윽보며 다른 제안을 했다.
"쿵쿵따로 하죠?"
"쿵쿵따?"
우리는 미리 그러기로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하늘이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음절 수를 정해서 리듬 있게 하는 끝말잇기 게임인 쿵쿵따. 2천년대 초반에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6년인 지금까지도 그 인기는 엄청나, 누구에게나 어떤 모임에서든지 필수적인 게임일 정도였다.
그 게임을 지금 하늘이가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하늘이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재호는 이번에는 순순히 허락했다.
"재밌을 거 같은데? 좋다고. 노을이 넌 어때?"
"음… 뭐… 너희가 하자고 하면 뭐."
그렇게, 각박한 숙소의 유일한 오아시스와 같은 방을 건 우리의 쿵쿵따 승부가 시작되었다.
"황산벌! 쿵쿵따!"
재호는 역시나 우등생답게 출중한 어휘력을 자랑하며 시작했다. 역사에서 나올법한 단어 등 수준 높은 단어를 구사했다.
"벌과금! 쿵쿵따!"
하늘이도 매번 일부러 한글을 못 하는 척하던 속임수를 버리고 진심으로 게임에 임했다. 역시 작사가답게 폭넓은 어휘를 구사했다.
...하지만 둘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두 녀석에게는 애초에 아무런 승산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슬슬 내 본 실력을 발휘해 볼까?'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