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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의 인생 룰루랄라-150화 (150/170)

제150화

은후의 정보는 연인이라고 알려진 방송인으로부터 나온 이야기 외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그래서 대중들은 물론, 업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게다가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웬만한 연예인 뺨 치게 잘 생겼다는 말도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소문이었기에 렛츠 뮤직 스튜디오의 실장 하석현은 믿지 않았다.

‘뭐 기본 바탕만 되면 수술하면 그만이니까.’

혹은 아예 지금과 같은 신비주의 콘셉트를 고수하며 밀고 나가도 엄청난 이득이 발생할 터. 그래서 어지간한 엔터테인먼트는 이미 어떻게든 접근하고자 용을 썼다고 들었다.

문제는 단 한 군데도 성공하지 못했다는 점. 그런 와중에 정말로 우연히 화제의 인물을 만날 기회가 찾아왔다. 하지만 현실은 대부분 영화와 달랐다.

‘기대하니까 실망하게 되는 법.’

무얼 기대하느냐고 묻는다면 낭만이랄까.

그래.

요즘은 사라진 신비주의.

대중들이 바라는 트렌드가 바뀐 지 오래였다. 지금 신비주의 콘셉트를 들고나온다면 십중팔구 망한다. 대중들이 원하는 니즈가 아니니까.

자신을 숨기는 연예인은 못 믿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 이런 전략을 썼던 연예인들은 전부 전략을 바꾸었다. 자신을 드러내는 편으로.

‘그런 수단으로 예능이 쉽게 선택되지.’

그런 시대에서 찾아온 신비주의.

‘게다가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이…… 맞겠지. 그 PD가 신신당부할 정도면 연줄은 있는 거 같은데. 어디에도 정보를 흘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들었으니.’

자신도 이번 부탁 외에 다른 수단으로 연락처를 이용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그렇기에 진정한 신비주의였다. 계획이나 의도된 것이 아닌.

‘뜻이 있다면 이번 기회로 연예계에 진출할 법도 한데.’

하석현이 연예계에 들어온 지도 적잖은 시간이 지났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던 연예인을 한번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는 욕망으로.

그러다가.

‘에잉.’

하석현이 가볍게 혀를 찼다.

‘그런 사람이 아니었지.’

신비로운.

환상 속의.

전부 다 허상이었다. 결국 그들도 외모와 재주의 차이가 있을 뿐. 연예인들도 모두 같은 사람이란 걸 연예계에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네, 연락받았습니다. 곧 나가겠습니다.”

스튜디오에 도착했다는 은후의 연락에 마중 나간 하석현 실장은 자신의 생각을 고쳐먹을 수밖에 없었다.

‘어?’

은후의 외모가 너무 잘 생겨서.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연인이라는 이하연 또한 너무 예뻐서. 그림으로 그린 듯한 한 쌍의 모습에.

또.

은후의 마인드에.

“딱히 제 외모나 다른 거로 음악을 홍보할 생각은 없거든요.”

“그러시군요.”

“네, 대중들에게 굳이 절 알리고 싶지는 않아요. 이런 말 하기 그렇지만 제 외모가 좀 뛰어난 편이잖아요?”

“그거야 그렇죠.”

너무도 자연스러운 자화자찬이지만 그 말이 사실이라서 딱히 부정할 수 없는 말이었다.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가죠. 적당히 공부. 그러니까 정말 수박 겉핥기식입니다만.”

“녹음 말씀이죠.”

대화는 스무드했다.

기본적으로 녹음에 관한 지식을 따로 공부해 온 티가 났다. 그 태도가 하석현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 이게 대화지.’

이야기하다 보면 가끔 같은 음악을 하는지 의문이 드는 케이스도 빈번했다.

“……그나저나 많이 아프신 것 같은데요.”

“네? 저요?”

다만 예기치 못한 말을 듣게 되었다.

“평소에 술 자주 드시죠?”

“아, 네. 뭐 그렇죠.”

이것도 인연이라.

직접적인 도움은 좀 그렇지만.

충고 한마디 정도는.

은후가 마나를 끌어 올리며 말했다.

“간 쪽이 많이 안 좋으신 것 같은데. 조만간 병원 찾아가 보시면 좋겠네요.”

“그.”

갑작스러운 이야기.

게다가 오늘이 초면이었다. 그런 사이에 주고받을 말은 아닌데. 그런데 묘하게 하석현은 은후의 말에 설득되는 자신을 발견했다.

‘아니, 이게 대체.’

사람 자체가 가진 아우라 때문일까.

실상은 은후가 마나를 일으켜 하석현의 심리를 가볍게 자신의 말을 믿도록 유도했기 때문이지만.

‘끙.’

하석현은 그걸 몰랐다.

그래서 무어라 반박하지 않고 잠자코 고개를 끄덕였다.

* * *

묘한 사람이었다.

본명은 이은후.

분명히 20대라고 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전혀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위로라, 위로.’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 주는 일. 그걸 자신의 기타 소리로 구현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번 앨범의 콘셉트가 그렇다며. 그래서 자연스럽게 나누게 된 대화. 위로라는 주제를 두고서.

‘생각이 참 깊었단 말이지.’

모두가 지치는 세상이죠.

그런 지친 이들을 위로하고 싶다고.

자신의 음악을 통하여.

정말로 이상적인 꿈.

하지만 은후는, 성호는 마냥 이상만을 말하지 않았다. 이하연의 충고를 듣고 성호와 의논한 뒤 대상을 한정한 다음에.

- 이 곡을 듣고 한 명이라도 위로를 받았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참고로 딱히 이번 앨범을 통해서 돈을 벌 생각은 없어요. 제 스스로 이런 말을 하기 그렇지만 돈은 많거든요.

그냥 돈 많은 부자의 취미 생활로 여겨도 된다고. 허나 거기엔 진심이 있었다. 하석현은 거기에 내심 마음이 움직였다. 감동까지 받기엔 살아온 나날이 감정을 삭막하게 만들어 그럴 수는 없었지만.

그런 것치고는 예명을 ‘사과’라고 지은 계기는 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적당한 친근감도 생겨났다. 하석현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문제는 진짜로.’

절로 한숨이 나왔다.

‘병원이라, 병원.’

그냥 가볍게 한 귀로 흘리고 넘어가려고 했건만.

‘마음에 걸린다, 걸려.’

너무도.

그때 들려온 친구의 목소리.

“야.”

“어?”

“뭘 그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어?”

“어어. 아니, 뭐.”

친구이자 동업자인 김하나에게 하석현이 답했다.

“병원 좀 가 봐야 할 것 같아서.”

“병원? 어디 아파?”

김하나의 표정이 굳어졌다.

“잘 모르겠는데.”

“어?”

“아니, 음. 모르겠다. 일단 검사를 좀 해 봐야 할 것 같아.”

“진짜 아픈가. 네가 헛소리할 놈은 아닌데. 아, 씨. 기다려 봐. 우리 삼촌 의사인 거 알지?”

얼마 후.

의사에게 듣게 된 정밀 검사 결과.

간암 1기.

“사실 1기라고 말하기도 좀 그래요. 이 정도면 진짜 극초반에 발견한 거거든요?”

간암은 위암, 폐암 사이에서 대한민국 성인 사망률 2위를 놓고 다투는 병이었다.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흔하며, 간 자체가 둔감하므로 치명적인 상태가 되지 않으면 자각하기 힘들었다.

스스로 뭔가 이상함을 느낀 후에 병원을 찾은 경우면 시기적으로 늦은 경우가 부지기수. 그래서 의사는 하석현에게 천운이라고 말했다.

“사실 검사라는 게 다방면으로 살펴보면 문제점을 찾기 힘들거든요. 근데 환자분은 콕 간을 집어서 정밀 검사를 요청하셨단 말이죠.”

“간, 간암이요.”

“네. 아니, 그렇게 당황하실 필요 없어요. 요새는 기술이 좋아져서 1기면 완치도 노려볼 수 있거든요. 생존율도 80% 이상이고요.”

간암이라고.

간암.

하석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말이 진짜였네?’

대체 어떻게.

아니, 중요한 건 신세를 졌다는 것.

‘어떻게든 갚지 않으면.’

그 전에 치료부터 해야겠지만 말이다.

* * *

그 무렵.

은후는 언제나와 같은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이번 달이 지샜던가.’

특별한 이벤트라고 한다면 최근에 진행하기로 한 앨범 녹음. 다만 성호가 조금 더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 연장선상에서 연인인 이하연의 경우엔 자신이 뮤직비디오를 만들어보고 싶다며 의욕을 내보이고 있었다. 스스로 찍은 영상을 이용하여.

‘뮤직비디오는 나중에 생각한다고 했고.’

앨범에 관련하여.

‘뭐. 굳이 안 만들어도 되는 부분이니까.’

중요한 건 성호의 의견이었으니.

그리하여 지금 은후가 열중하는 건 놀이터를 만드는 일이었다. 수호령이 말했던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도깨비의 술집과 비슷한 맥락으로서.

지친 아이들이 위로를 받고 가면 좋겠다고. 혹여 그렇지 않더라도 그냥 즐거운 시간을 가지고 갔으면 좋겠다면서. 하지만 구체적인 콘셉트는 잘 생각이 안 나는 모양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한단 말야.’

은후가 끙끙거리고 있는 수호령에게 말했다.

“저번에 했던 축제 기억나?”

“응.”

“그런 축제를 상시적으로 운용한다면 어떨까.”

“그럴 수 있어?”

은후가 답했다.

“그럼.”

“정말로?”

“정말로. 그리고 저번에 피드백도 받았잖아?”

“아, 응.”

전체적으로 아이들에게 평이 좋았으나 불평이나 불만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아이였기에 더욱 솔직한 말을 들을 수 있었다.

- 인형은 안 움직여? 로봇은 움직이던데.

- 귀신이 더 무서웠으면 좋겠어! 진짜 귀신으로 안 보여 가지고. 내가 봤던 귀신은 말이야.

그 외에도 아이이기에 말할 수 있는 소망이라든가.

- 내가 크면 저런 로봇 직접 만들 거야.

- 진짜 호랑이 등에는 탈 수 없겠지? 눈으로 된 호랑이도 멋있는데 나는 살아 있는 호랑이가 더 멋있는 거 같아.

다만.

“모든 아이가 들어올 수는 없을 거야.”

저번이야 잠깐 한시적으로 축제를 진행했던 것이기에 상관은 없지만.

“항상 운용한다면 들어가야 하는.”

은후가 잠시 말을 골라서 수호령이 이해하기 쉽도록 말했다.

“자원의 양은 한정되어 있거든?”

“응.”

“그때 축제를 열 수 있었던 건 나도 나지만 천도 복숭아나무가 큰 역할을 했어.”

“알아. 그래서 고맙다고 술 따라 줬어.”

“술을?”

“으응. 요새는 뭔가 알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이야기를 걸어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일방적이기는 한데.”

은후가 피식 웃었다.

‘자아를 가진 나무라.’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었다.

현대인 점을 감안하면 그렇지도 않지만.

“여하튼 천도 복숭아나무의 힘이 모자라. 한시도 쉬지 않고 그런 축제를 운용하면서 덕진 공원에 오는 아이를 모두 받아들이는 건.”

“우. 그건 어쩔 수 없지.”

“차차 나아질 거야. 게다가 그것도 알아야 해.”

“뭘?”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재미없어지고 지루해진다는 걸.”

아무리 좋은 것도 그렇다.

“피자를 매일 먹으면 맛이 있을까?”

“어. 그렇지 않을까? 난 맛있을 거 같은데.”

은후가 픽 웃었다.

“처음에 먹었던 것보다?”

“으응, 그건 아니고.”

“그런 거야.”

“응. 그러니까 변화를 줘야 한다는 말이지.”

“우리 령이 이해가 빠르네. 그 부분은 스스로 잘 생각해 봐.”

“안 도와줄 거야?”

“당연히 도와주지. 다만 먼저 최대한 혼자서. 알았지?”

수호령이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은후가 이와 같이 말한 이유는 수호령의 성장을 위해서였다. 스스로 더욱 사고하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할수록 발전할 수 있을 터. 수호령도 그런 은후의 의도를 내심 알아차렸기에 서운해지려던 감정을 금방 털어 냈다.

‘아예 안 도와준다고 한 것도 아니니까!’

얼굴을 찌푸렸다가 다시 폈다가. 미간이 찡그려지고 끙끙거렸다가 환한 표정을 지었다. 순간순간 바뀌는 수호령을 바라보며 은후가 픽 웃었다.

‘얼마 안 남았네.’

이름을 주고받을 날이.

게다가 천도 복숭아나무가 스스로의 자아를 슬슬 깨닫기 시작했다. 그래서 은후는 하늘을 바라보며 날짜를 꼽았다.

‘다다음 보름달이 뜰 때. 그래, 그때가 좋겠어.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겨울이 잠을 자려 몸을 뉘고, 봄이 기지개를 켤 무렵. 은후의 앨범이 발매되었고, 수호령과 이름을 주고받을 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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