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흑마법사의 인생 룰루랄라-103화 (103/170)

제103화

이하연의 브이튜브는 실제 방송에서 마주하는 시청자들과 결이 다른 사람이 적잖이 많았었다. 브이튜브의 메인에 노출되면서 방송을 보지 않는 불특정 다수의, 특히 외국인들이 엄청나게 많이 몰렸기 때문이다.

대부분 은후에게 관심을 표하는 이들이 대다수. 물론 그 와중에 이하연의 팬으로 유입된 이들도 상당하기는 했으나 그렇게까지 많은 숫자는 아니었다. 그래서 당시 환상의 월광 기타 영상이 올라온 지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이러한 댓글이 달렸다.

- 대체 기타 치는 사람은 누굴까.

- 얼굴은 안 보여 줌?

- 저 남자는 채널 개설 안 하나?

- 다음 곡! 다음 곡! 또 베토벤 곡 중 편곡해 줬으면 좋겠는데…….

이런 상황에서 새로이 올라온 캠핑 영상. 은후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이들은 혹시나 했다. 캠핑 영상에서 등장하는 남자가 은후가 아니냐는. 지금까지 이하연의 영상에 등장하는 남자는 딱 한 사람뿐이었으니.

- 지금까지 등장하는 남자는 딱 한 명. 그 한 명의 신체적 특징을 분석해 봤을 때 맞다……!

- 진짜임?

- 두 사람은 연인일까?

- 아니, 그거보다 기타는 기타는 기타ㅓ느.

세상에 능력자는 많았고, 영상에서 나오는 정보만으로 기타를 쳤던 이가 캠핑에서 나온 남자라는 사실에 대부분 동의했다. 그리하여 다시 조그맣게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빗속에서 이루어진 환상의 연주, 월광 아님!’이라는 다소 진부하면서 뻔뻔한, 하지만 나름대로 재치 있는 제목의 동영상이 업로드되었다.

- 떴다!

브이튜브 기능 중에는 업로드 후 공개되는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그리고 그사이에 사람들에게 노출될지 말지의 여부까지도. 이하연은 노출되는 쪽을 택했다.

- 환상의 월광일까??

- 같은 곡이면 좀 실망인데.

- 영상 제목 안 보냐? 월광 아니래잖아ㅋㅋ

- 외국인도 난독이 있구나.

지금까지 기다리던 사람들은 열광했다.

- 메인에 떴다!

브이튜브의 알고리즘이 예전에 쏠쏠하게 재미 봤던 걸 기억했는지, 이번에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이전에 메인에 영상이 홍보되었다. 자연스레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은후는 유명 인사였으니, 클래식에 한정해서라지만. 그리고 그런 난리는 일반인들도 귀에 들어올 만큼 떠들썩했다.

- 오ㅋㅋ 저번에 기타 월광 편곡자 신곡 떴다고 함.

∟그게 ㄴㄱ?

∟또 지만 아는 소리하네ㅋㅋ

∟여기 상주하는 니들도 이 영상 한 번씩 보긴 했을걸? 여기 링크.

- 얼굴도 모르는 새키들 영상은 왜 보냐.

∟ㅉㅉ그놈의 얼굴 타령.

∟분위기 죽이잖음…… 이번 캠핑 영상 힐링이다 힐링.

∟대리 만족 개쩜. 나도 저기 캠핑장 어디냐?? 텐트인 거 빼고는 무슨 호텔인디.

많은 이들이 이하연의 브이튜브 채널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꽤 많은 이들이 은후의 영상도 영상이지만 이번 캠핑에 시선을 빼앗겼다.

비와 캠핑, 두 사람의 애틋하면서 간질간질한 연애.

- 아니ㅋㅋ 라면 먹는 데 저렇게까지 공을 들여야 함? 당장 해 보ㅏ야겠따 X나 맛있어 보이네

∟실제로 해 봄 존맛ㅇㅈ.

- 저 레시피 실제 유명한 모 라면 전문점 레시피라는데 저작권 문제없나??

∟ㅅㅂ 저런 레시피에 저작권이 어딨음ㅋㅋㅋㅋ

∟라멘도 아니고 라면 전문점이 있냐?

∟저작권 정의에 따르면 레시피는 저작물이 아님다 이 사람들이ㅋㅋ

뜻밖에 일반인들의 감성을 제일 자극한 건 라면이었다. 나중에는 흔하디흔한, 검색만 하면 나오는 레시피라지만 지금은 희귀하다면 희귀한 레시피였으니.

- 우리나라에서 한×××× 호텔 알지?

∟방 컨디션은 그저 그런데 식당이 죽이는 그 호텔?

∟ㅇㅇ 거기 라면이 존맛탱이라고 소문났잖아.

∟ㅇ

∟거의 비슷하다더라 레시피가.

∟출처는 어디임?

∟거기 주방에 아는 사람 있음ㅋ

한 호텔에서는 난리가 나기도 했다. 나름대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던 레시피의 유출이라서.

- 2시간 남았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이 몰려들었다.

- 20분!

- 아 시간 졸라게 안 가네ㅋㅋ 대체 이게 무슨 영상이라고 내가 이렇게 기다리고 있냐.

∟동감ㅋㅋ

∟평일인데 다들 한가한가 봐?

∟지는.

∟심심하면 이번에 올라온 캠핑 영상이나 둘러보샘, 마음이 촤아~악 가라앉는 게ㅎㅎ

∟게임하는 영상도 은근히 볼만함. 입담이 꽤 좋더라고.

∟실시간으로 보는 중ㅋ

∟실시간 방송도 함?

∟ㅇㅇ

이하연의 다른 영상들은 엄청난 수혜를 입었다.

“어서 오세요! 새로운 분들이 오늘따라 참 많이 오고 계시네요.”

이하연의 실제 방송까지 찾아오는 이도 무척 많았다.

- 방장 싱글벙글한 거 보소ㅋㅋㅋㅋㅋ

- 브이튜브 대박 났던데 ㅊㅋㅊㅋ

- 그나저나 하루 이상 구독 아니면 채팅 막았던데 이게 다 선생님의 빅피처였구나!

“에이, 솔직히 예상 안 했다면 거짓말인데요. 그런데 이렇게까지 많이 찾아와 주실 줄은 몰랐죠. 아까 랭킹에도 등록되었잖아요?”

플랫폼에서 산정하는 실시간 급상승 순위.

“1위는 처음이어서 너무 기쁘네요.”

- 저저저, 처음 오는 사람 많다고 이미지 관리하는 거 보소ㅋㅋㅋㅋㅋ

- 평소에는 이러지 않지 않음?

- 아니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허, 제가 칼질 안 하게 잘 부탁드립니다?”

- ㅇㅇ만 치라고ㅋㅋ

- ㅇㅇ

- ㅇㅇ

- 그나저나 외국인도 엄청 몰린 거 같은데 영어 못 함?

“몰리기만 했지 올라오는 영어는 거의 없잖아요.”

- 채팅을 못 하는데 어떻게 올라옴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사귀는 거 맞음?

“글쎄요.”

- 남녀 단둘이 캠핑 갔는데 안 사귀겠냐 최소한 서로 호감이 없으면 말이 안 됨ㅋㅋ

- 영상 부가 설명 안 본 새키들 많네…… 헌정곡이라고 봐도 무방한데

영상 제목과 다르게 세부 설명란에는 ‘비와 사랑’이라고 딱 적혀 있었다.

- 남녀 단둘이 캠핑에 가서 피아노를 쳐 주는데 제목이 비와 사랑이다? 어디 만화의 러브 코미디 주인공도 알아차리겠다ㅋㅋ

“아하하.”

이하연은 갑자기 주제가 자신과 은후의 사랑으로 바뀌자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고 헛기침 후에 입을 열었다.

“자, 드디어 영상 공개 10초 전!”

시청자들과 이렇게 영상을 함께 보는 것도 좋지만.

‘아.’

은후 보고 싶다.

‘같이 봤으면 그게 더 좋았겠는데.’

그래도.

‘뭐어.’

다들 자신과 은후의 이야기를 축하해 주는 것 같으니.

‘그건 좋네. 그리고 좀 있으면 같이 볼 거니까.’

물론 뒤에서,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누군가는 욕하고 시기하며 질투하는 이도 있겠지만.

‘그거까지는 내가 어떻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니.’

사람들과 만나다 보면 아무런 이유 없이, 혹은 아주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누군가를 싫어할 수 있다는 걸 이하연은 잘 알았다. 자신이 왕따를 당하게 된 계기도 그렇지 않았던가.

반면 똑같이. 이유가 없어도, 사소한 계기만으로도 누군가를 좋아하거나 호감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하연은 깨달았다.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하물며 난 방송 하는 입장.’

불특정 다수.

게다가 이번에 쏠린 관심은 그 규모가 어마어마했으니, 그 사람들 모두가 자신을 좋아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러니 싫어하는 사람이 나와도, 욕하는 이가 있어도 상처받지 말자.

‘응.’

선만 넘지 않는다면 무시로, 과하게 거슬리면 법적인 조치를.

‘그래.’

굳이 신경 쓰지 않으면 되는 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 하지만 이하연은 이제 자신 있었다. 인간에게 상처받지 않는 방법을 배웠으니까. 은후와의 상담이 또 크게 도움이 되었다.

캠핑장에서 마지막에 영화를 보고 나서 방송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상처받지 말라며 이런저런 조언을 해 줬다. 그때 은후가 말했다.

- 이제는 좀 와 닿나 보네? 예전에 똑같이, 아니, 거의 비슷하게 말했었는데.

- 그래?

- 응,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달까. 정확히는 머리로는 알겠지만 마음에는 잘 와 닿지 않는다는 느낌.

이하연이 은후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그때도 비가 내리고 있었다, 영상에서 비치는 것처럼.

채팅창은.

‘선 넘는 발언이 몇 개 보이네.’

이하연이 몇몇 시청자를 추방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진짜로 매니저를 구하긴 해야 하는데.’

그냥 시청자 중 적당히 뽑을 수도 없고.

‘문제네, 문제.’

아.

‘은후다.’

드디어 왔다.

유일하게 매니저 권한을 준 이.

- 오잉? 매니저가 있었네?

- ㅇㅇ, 방장 친구라고 하던데…… 다들 쉿! 방장보다 더 엄격함!

- 영상 안 봄? 좀 조용히 하셈.

- 글자에 무슨 소리가 난다고ㅋ

이하연이 자연스레 웃었다.

너무 기분이 좋아서.

비록 직접 얼굴을 보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 이 순간을 같이 공유하고 있어서.

- 와…… ㅅㅂ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 채팅 칠 정신은 있냐.

- 근데 클래식에 조예가 없어서 그러는데…… 무슨 곡임? 듣기엔 좋다만…… 뭔가 비 내리는 날에 딱 알맞는 곡인듯.

- 기타 친 사람이랑 동일 인물 맞음?? 방장 말 좀 해 보셈ㅋㅋ

이윽고 영상이 끝났다.

그리고 이하연은 시청자들의 궁금증에 관하여 몇 가지는 답해 주었다.

“동일 인물 맞고 자작곡이에요. 저작권 등록은 미국이랑 유럽권에 했다고 들었어요.”

어디까지나 은후와 합의한 대로.

“그리고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면 너무 아쉽겠죠?”

영상은 끝이 났고, 남은 이들 중 자신의 고정 시청자로 만들 수 있는 건 이제부터 이하연의 몫이겠으나, 여기에 은후가 도움을 주기로 했다. 함께 게임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자,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셨던 분을 모셔보겠습니다! 영상 속의 주인공!”

- 뭐우미?!

- 뭐임?!

- 게스트가…… 있다고?!

- 그 게스트가 영상 속 쥬ㅜ인공이라고?!

* * *

그 시각.

은후는 최근 대학가 근처에 생겨난 피시방에 있었다. 이번 이하연의 방송에 도움을 주기로 한 것인데, 현재 집이 없었기에 피시방을 찾은 것이다.

다행히 최근 생겨난 피시방에 커플을 겨냥하고 룸으로 만든 피시방이 있어서 두 자리를 빌린 상태였다. 그리고 그사이 영상이 공개된 플랫폼 브이튜브에서는 난리가 난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사과깎기개장인입니다.”

“안녕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존댓말이 좀 어색하네요?”

“아하하하.”

- 둘이 뭐임 뭐임 무슨 사이?

- 연인 사이겠지 뭘 묻냐ㅋㅋ 캠핑장 영상에선 빼박으로 확정됐고 그 전에도 티 졸라 났는데

- 아니면 그 직전이든지. 근데 진짜 피아노 친 분이세여??

“네, 맞습니다.”

- 근데 왜 닉네임이 사과깎기개장인임? 저작권 등록한 거 살펴보니까 엘가리헨이라고 되어 있던데.

곡의 원주인, 헨리 엘가라는 이름을 변형해 만든 예명이었다.

“그건 음악할 때 사용하는 예명이고요, 게임할 때는 사과깎기개장인이라고 활동했었거든요. 오늘은 같이 가벼운 이야기와 게임하러 온 입장이라서요.”

- ㅇㅎ

- 그나저나 브이튜브 조회수 올라가는 속도 보소ㅋㅋ 이것도 100만 넘겠는데?

- 일전 기타 영상은 200만 넘었더라.

“과분하게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이 자리에서 드립니다. 아, 물론 못 들으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기는 한데요. 방송에 직접 오지 않은 분들도 많을 테니.”

예의 바른 말에 이어지는 장난스러운 멘트.

“잠시 브이튜브 반응을 살펴볼까요?”

- 오ㅋㅋ 방송 좀 할 줄 아시나 보네ㅋㅋ

- 오늘은 주인이 사과깎기개장인…… 아 ㅅㅂ 닉네임 X나 기네

“사과라고 불러 주시면 됩니다. 지금 방송 같이 하시는 분도 길다고 항상 뭐라고 했거든요.”

“아니, 솔직히 길기는 하잖아? 일일이 부를 때 얼마나 불편했는데.”

“그렇답니다.”

그렇게 은후와 이하연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능숙하게 토크한 뒤에 브이튜브 플랫폼으로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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