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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98화 (198/200)

198화. 초월체 유성(6)

쩌억.

공간이 갈라지듯 벌어지며 틈새를 드러낸다.

그곳을 가리키며 리브가 말했다.

“이 너머로 들어가면 돼.”

[…….]

그 말에 여왕체 MTU-014의 고개가 리브를 향했다.

유성으로서는 아직까지 완전히 알아차리기 어려운 뜻 모를 모호한 시선.

하지만 그것은 잠시였다.

이내, 알겠다는 듯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여왕체 MTU-014 는 갈라진 공간의 틈새 너머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그러한 여왕체의 곁을 지키던 완전체 둘을 포함한 나머지 드라칸들이 하나둘 그곳을 향하여 움직이기 시작한다.

수백 혹은 수천에 달할 정도로 많은 드라칸들이 눈앞에서부터 사라진다.

개중의 몇은, 유달리 마력 반응이 강한 몇몇의 알들을 턱에 움켜쥔 채로 움직였다.

사령관 솔라스 란이 그토록 주시하던 위험 개체이던 상위체들의 알이다.

‘저게 사라진다면, 그의 고심도 어느 정도는 해결되겠지.’

다수의 상위체는 여전히 함대의 전력과도 맞먹었다.

비록 기술의 발전이 빠르게 상승하고는 있다곤 하나, 놈들의 무력과는 비교가 힘들었다.

생체 병기인 놈들을 만들어낸 미래 인류의 기술력은 족히 수백 년을 앞선 기술의 결정체였다.

그 방대하던 기술력을 바탕으로 온 우주의 에너지를 모두 끌어다 쓴 그들이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하여 선택했던 대체제인 자원체인 동시에 병기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끊임없는 발전성을 가진 생명체.

그것이 바로 드라칸들의 정체성이었다.

드라칸들은 이러한 생명체들이었다.

녀석들은 금세 수를 불리우고, 동시에 그것들은 인간들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한 힘을 불렸다.

우뚝.

대부분의 드라칸 무리들이 모습을 감추고, 마침내 여왕만이 홀로 남았을 때.

녀석은 공간의 틈새를 앞에 둔 채로 잠시 움직임을 멈췄다.

[…….]

여왕체의 시선이 다시금 리브를 향했다.

그러다 그 시선은 한 차례 유성을 훑고서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단지 일순간의 느낌일 뿐이었으나, 그것은 분명했다.

곧, 고개를 갸웃거린 여왕체가 리브를 향하여 뜻모를 물음을 던졌다.

[■■■?]

“아.”

유성으로선 알지 못할 단어와 문장이다.

아직 그는 녀석들의 대화 체계에 관하여 완전히 습득하지 못했다.

리브가 되물었다.

“옆에 있는 사람, 누구냐고?”

끄덕.

그 말에 수긍하듯, 여왕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리브가 이를 보이며 하얗게 웃었다.

“우리 아빠.”

[■?]

그 소리에.

여왕체 MTU-014 의 시선이 다시 한 번 유성을 향했다.

아마도, 이번만큼은 그 또한 알 수 있었다.

그 시선의 의미란 당황이 다소간 섞여있는 종류의 것이라고.

* * *

쿠오오오오-.

유성이 탑승한 기가스가 푸른 마력을 뿜어냈다.

스러스터 백팩에서부터 마력을 줄기처럼 흘리며 복귀하는 그의 복귀에.

그 모습을 멀리서 관망하던 솔라스 란이 곧장 끊겨있던 통신 채널을 회복시키며 물어왔다.

[유성. 들리나?]

“네, 잘 들립니다.”

[이번에도 그 많던 드라칸의 마력 반응이 모조리 사라졌어. 깔끔하군그래. 심지어 전투조차도 없었던 모양인데.]

아닌 게 아니라 현재 솔라스 란은 유성이 탄 기체의 외관을 살피는 데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의 기가스는 어떠한 전투의 흔적조차도 없이 깔끔했다.

드라칸과의 싸움에서 놈들의 발톱과 마력이 훑고 지나치는 그 간략한 외상조차도 엿보이지 않았기에, 그는 그저 방금 전 막 출전을 나선 이처럼 평온했다.

[역시나 자네가 말했던 게이트를 통해 모조리 날려보낸 모양이지?]

“그렇습니다.”

[뒤를 따로 걱정할 필요는 없겠나? 예를 들어 녀석들이 다시금 게이트를 열고 튀어나온다던가 하는 불상사와 같은 일들 말이지.]

녀석들.

드라칸들은 게이트를 타고 넘어온 존재들이었다.

때문에 솔라스 란의 경계는 적절했다. 이미 한 번 넘어온 존재들이 다시금 게이트라는 것을 타고 넘어오기에는 그가 생각하기에 전혀 이상치 않은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그것이 단순한 사고에 불과한 종류의 것임을 아는 유성이기에, 그는 담담히 대답할 수 있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흠…….]

유성을 응시하는 통신 화면 너머, 솔라스 란의 눈이 다소 가늘어진다.

하지만 이내.

그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눈을 감고는 덧붙였다.

[그래, 자네가 그렇다고 한다면 맞는 거겠지. 뭐니뭐니 해도 자네는 각성자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게이트를 열고 닫을 수 있는 인간이니까.]

현재에 와 유성의 이름은 이미 온 인류에 널리 알려진 상태였다.

드라칸과 같이 마찬가지로 게이트를 열고 닫을 수 있는 유일한 인간.

한순간에 그것들 전부를 말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종류의 각성자인 동시에 누구보다도 강한 인간이기도 하였기에, 그의 이름은 날이 갈수록 알려지고 있는 상태였다.

물론 연합의 어느 누구도 그가 어떻게 드라칸들을 돌려보내는지는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유성은 옆에 함께 하고 있는 빌객스를 비롯하여 군의 누구에게도 그 모습을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드라칸들의 흔적은 완벽하게 사라졌다.

그 어떤 생체 반응도, 존재도 남지 않고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기에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유성으로선 당연하다면 당연한 선택일 터였다.

그것을 알리기 위해선 자신은 물론이고 리브의 존재마저도 드러내야 하였으니까.

여전히 인간들은 다른 무리의 드라칸들을 모두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여왕체 리브를 지극히 경계하고 있었다.

때문에 제2, 제3의 리브가 나타나지 않도록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그를 응시하며, 사령관 솔라스 란이 말했다.

[매번 보고도 믿기질 않는군. 다른 격전 지역에서는 수 개월 동안이나 드라칸 놈들과 씨름을 하고서도 조금도 밀리지 않는 곳이 산재했는데 자네는 출격하고선 고작 한두 시간이면 드라칸 놈들을 완벽하게 없애버리니까.]

그 말에 유성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단순히 녀석들을 돌려보냈을 뿐입니다.”

[대답 하나는 좋군.]

기이이잉-.

사령관 솔라스 란이 주변 함대를 통제하기 위한 사령선인 중앙 통제전함 플레이아데스의 격납문이 열리는 게 보인다.

유성과 빌객스의 복귀를 맞이하는 것이었다.

* * *

쿠웅-.

유성과 빌객스가 탄 그들의 기가스가 격납고의 지면에 안착했다.

한 차례의 강한 진동과 함께, 곧 기체의 해치가 열리고 그들이 내려섰다.

“복귀하셨군요!”

“오랜만입니다, 유성 님!”

그에, 그들의 복귀를 반기는 다수의 이들이 있었다.

무장한 군인들을 비롯한 엔지니어들 역시 고개를 숙였다.

유성과 빌객스는 익숙한 듯이 그들을 향해 손을 들었다.

짝!

개중에는 빌객스와 손을 맞부딪히며 그녀를 환영하는 이도 있었다.

“오, 빌객스 누님! 오늘은 일찍 끝마치셨군요!”

“전투가 빨리 끝났어. 유성이 옆에 있었거든.”

“하하, 말씀 자주 들었습니다. 그 분이 오셨군요.”

빌객스를 향해 웃어 보이는 이는 이곳 중앙 통제전함의 군인들 중 하나였다.

태연히 농담을 건네는 그의 얼굴 어디에도 두려움의 기색 따위는 엿보이지 않았다.

그 하나만이 그러한 것도 아니었다.

복도를 지나치는 내내, 빌객스는 다른 군인들에게도 또한 몇 번이고 인사를 받았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그들과 마주했다.

태연한 그녀의 모습 위로,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한 익숙함이 엿보였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빌객스 님!”“어. 또 보자.”

“예!”

막 또 한 명의 군인과의 대화를 끝마치고 지나가며, 빌객스는 유성과 대화를 나누었다.

“사실.”

“음?”

“요전번에는 함선의 군인 중 한 녀석에게 편지를 받았어.”

“뭐라고 적혀있었는데? 혹시 원한이라도 가지고 있던 녀석인 건가?”

“아니. 웃기긴 하지만, 내가 좋다더라고. 마음만 맞는다면 한 번 만나보지 않겠냐고도 하더라.”

“뭐?”

그 말에 유성이 호기심을 드러냈다.

그는 저도 모르게 빌객스를 돌아보며 황당함을 표현했다.

설마하니 그런 인간이 있을 줄은 몰랐던 탓이다.

다른 누구도 아닌 연합에 있어선 최악의 등급에 해당하는 특급 범죄자인 빌객스를 상대로?

비록 그녀의 신분이 지금에 와선 사령관인 솔라스 란과의 보증 끝에 다소의 유예 기간을 가지게 되었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그 과거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황당했다.

유성은 저들이 그녀에 대해 정말로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느껴져 오는 마력을 통하여 선명하게 감지하고 있었으니까.

물론 당황스럽기는 빌객스 또한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그녀는 황당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하. 어이가 없지. 아무래도 요즘 애들은 내가 그 많던 연합의 군인 놈들을 죽인 것도 전혀 모르는 모양이야.”

빌객스는 자신의 왼눈을 가린 안대를 긁적이고는 말했다.

그 말에 유성이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까.”

2년이란 시간은 결코 적지 않다.

물론, 사람의 인식과 사회가 뒤바뀌기에는 그리 긴 시간도 아니었지만, 전장에서의 2년은 상당히 많은 것들이 격변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전쟁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일반인들의 사회와는 인식이 달랐다.

어제는 있던 자들이 죽고, 오늘은 새로운 이들이 그전에 있었던 자들의 전력을 메꾸기 위해 새로이 들어온다.

그게 유성과 빌객스가 있는 연합의 자리였다.

이곳에서 2년 전의 신입들은 이미 베테랑이 되어 또 다른 전력으로 배치가 되거나, 혹은 보다 깊숙한 전장으로 보내지고는 했다.

그러한 세상에서 이미 빌객스는 범죄자라는 신분조차도 서서히 잊혀져 가는 듯했다.

물론 연합 측에서부터 곳곳에 산재한 그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조금씩 지워나가는 것 또한 역할을 하고 있기는 했다.

그들의 입장에서도 또한 이미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함께해 온 큰 전력임이 틀림이 없었으니까.

부정적인 여론이 있다고 한다면, 연합 또한 좋을 것은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이 배의 누구도 빌객스가 범죄자의 신분임을 모르는 바는 아닐 터였다.

여전히 연합의 통신망은 살아있었으며, 그녀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 정보창을 찾아보기만 하여도 곧장 나왔으니까.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요즘의 군에서 빌객스에 대한 여론은 예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확실히 유성 또한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가 가장 처음 감옥에서부터 탈옥한 뒤로, 메타트론에 올라탔을 때 그녀를 지켜보던 다른 군인들의 시선은 오로지 두려움 뿐이었다.

빌객스가 쓰게 웃었다.

“확실히 시간이 흐르긴 흐르는 게 느껴져.”

“그런 것 같군.”

시간은 착실하게 흐르고 있었다.

기잉-.

통제실의 문이 열리자, 그 너머에는 사령관인 솔라스 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반갑게 손을 들어 보였다.

“오. 돌아왔군.”

“어.”

대충 대답을 받아낸 빌객스는, 그의 옆자리에 털썩 걸터앉았다.

그 어디에도 군의 요직에 앉은 그에 대한 예의나 그 밖에 것들이 보이지가 않았지만 솔라스 란은 그저 소리내어 웃을 뿐이었다.

“참 그녀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군그래.”

“각성자야 뭐, 어디를 가나 비슷한 대접을 받으니 그렇겠지요.”

“그것도 그렇군.”

이제 빌객스는, 연합의 각성자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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