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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75화 (175/200)

175화. 전장(3)

여왕은 각 세대별 타입들의 기억을 건네어 받는다.

그것은 단지 유전적인 의미에서의 뜻만을 담은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말 그대로, 과거에 실존했던 여왕체들의 기억을 고스란히 전해 받는다는.

의미 그대로의 소리였다.

드라칸들은.

세대에 걸쳐 과거 존재했던 역대 여왕들의 기억을 다음 개체에 온전히 전달하는 능력을 지녔다.

때때로 모종의 사고와 이유로 몇몇 기억들이 군데군데 끊기듯이 실전되거나 지워지기는 해도.

대부분의 경우, 여왕체들은 고스란히 과거에 있었던 행적들에 대한 기억들을 전달받고는 했다.

그 모든 전달 능력의 의의는.

사실 엄밀히 따져보면 몹시도 간단했다.

다음 세대의 드라칸 무리가 보다 커다란 규모로의 성장을 하기 위해.

쉽게 말해 성장의 발판이 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통합 군체 통솔형 능력을 지닌 여왕체 리브.

리브가 가진 최초의 기억은, 바로 새카만 우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

원시 타입의 거대한 여왕체.

족히 수십 여 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아주 거대한 그것이야말로.

바로 리브의 기억이 이어져온 최초의 어머니 개체인 여왕체였다.

과거에 존재해 왔던 드라칸들은 거대했다.

당시의 개체들은 아주 원시적이었으며, 지금과는 달리 자식들보다도 훨씬 크기가 막대했다.

지금도 그 소리가 선명하다.

펄-럭.

너무도 거대하여, 생명체가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 라고 연상될 만큼이나 커다란 원시 여왕의 날갯짓 소리가.

그때의 여왕들은 지금과는 달리 자신들의 거대한 체구를 둥지의 대용으로 삼아 우주를 긴 시간 동안 항행했다.

원시 여왕체들은 연이어 이주를 반복하며, 마력원을 발견해 낸다면 남김없이 그것들을 빨아먹고.

다시금 우주를 배경으로 끝없는 이주를 해내는.

그런 식으로 목적지 없는 여행을 하는 근본조차 없는 개체들이었다.

원시 여왕체들은 게이트를 넘나들며 마력이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향했다.

그렇게 족히 수백이나 되는 자식들을 이끌고.

어느 작은 인공 행성, ‘콜로니’라 부르는 그곳에 도달하게 된 원시 여왕은.

그곳에 존재하던 대량의 마력원들을 남김없이 빨아먹었다.

그 과정이 이어질 동안, 수백에 달하던 자식들 중 많은 개체들이 죽었으며.

동시에 그 인공으로 이루어진 콜로니 행성이 괴멸하는 상황이 일어났다.

물론 원시 여왕이 그것을 신경 쓰는 일은 없었다.

자연한 전개였으니까.

무려 수십 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여왕체가 안착했던 작은 인공 행성 따위가 멀쩡할 수만은 없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인간의 지성과 사고를 물려받은 리브는 안다.

그 작은 인공의 행성.

콜로니라 불렀던 그곳에는, 정말로 많은 인간들이 살았다는 것을.

‘하지만 그 대부분이 죽었지. 바로 내 어머니의 어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어머니도 더 전부터 존재했던 원시 여왕으로 인해서.’

붕괴하는 콜로니에 빨려 들어가 그대로 죽어버린 셀 수 없이 많은 인간들과.

반대로 모든 용무를 끝마치자마자 자리를 벗어난 날개 달린 원시 여왕.

당시의 그것은 그저 당연한 자연의 섭리였지만, 리브에게 그것은 가혹한 학살극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인간들로서의 많은 사고방식을 물려받았기 때문일 터였다.

그리고 그 일이 벌어진 지는-.

‘이곳에서의 시간으로 따지면 불과 삼 년 전의 일이었어.’

뒤틀린 시간선을 역행하며.

때때로 전혀 다른 우주로의 도약을 몇 번이고 해왔기에 불가능한 듯 보이는 일이 가능했다.

드라칸이 인간을 잡아먹는 것은 당연한 전개이자 과정이다.

인간 또한 마나를 지닌 하나의 자원 덩어리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리브는 알면서도 그것을 이대로 참아낼 수만은 없었다.

이미 세상은 큰 혼란에 휩싸였기에.

때문에 이 같은 일을 벌였다.

리브의 이 행위 덕분에 행성 테라의 곳곳에 널리 퍼져 있던 감당 못 할 강력한 드라칸 개체들만큼은 확실하게 한 자리에 모였다.

본래라면 인간들로서는 결코 발견해 내지 못했을 그런 은밀했던 녀석들마저도 남김없이.

쿠구구궁-.

강렬한 폭발과 진동이 연달아 울려 퍼진다.

리브는 감고 있던 눈을 서서히 치켜떴다.

저 멀리, 인간들의 전함이 리브의 초군체 무리와 맞붙기 시작한 게 보였다.

불과 폭발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었다.

[■■■.]

그때 리브의 뒤편에서부터 드라칸 한 기가 다가왔다.

녀석, 다크 레이븐이라 이름 지어졌던 그 개체는 조심스럽게 리브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이유는 명백했다.

아무래도 리브가 품고 있던 감정을 일부나마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날 걱정해 주는 거야?”

리브는 저도 모르게 웃어 보였다.

그리곤 가까이 다가온 그 개체를 두어 번 쓰다듬고는 말했다.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네가 생각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말을 하며.

리브는 저 앞쪽을 바라보았다.

강렬한 존재감이 느껴져 오고 있었다.

이 익숙한 느낌.

틀림이 없다. 유성, 그였다.

* * *

[드라칸 다수 출현! 모두 상위체 등급입니다!]

채널 내에 퍼진 음성과 함께.

앞을 향해 나아가던 유성은 곧 자신들의 앞을 가로막는 다수의 상위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대량의 마력 반응.

무려 10여 기가 넘는 상대가 저편에서부터 빠른 속도로 접근해 오고 있었다.

하물며 그 모두가 모조리 상위체 등급의 드라칸이다.

쉬운 놈들이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해서 긴장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 그들의 전력은 그 이상이었으니까.

이곳에 있는 분대원들 중 고작 저 정도로 긴장을 할 만한 이는 없었다.

유성은 자신들을 향해 고속으로 접근해 오는 상대 드라칸들을 응시한 채로 입을 열었다.

“가능한 힘을 아끼겠다. 이대로 놈들을 주욱 지나쳐 갈 거야. 깔끔하게 끝낸다.”

[알겠다.]

[알겠다.]

클론, 넘버즈들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통일된 하나의 대답으로, 유성 그의 지시를 묵묵히 이행할 뿐이다.

이견 따윈 없었다.

애당초 그들의 목적이 유성과 일치하는 동안 그들은 한 몸이나 마찬가지였다.

저마다의 전용 무장을 뽑아 들며.

마치 편대를 이루듯 진형을 이뤘다.

그들 열 기의 기가스들의 안광이 새파랗게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키이잉!

유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가 새파랗게 빛나는 동공을 밝히며 저 너머의 상대를 응시했다.

‘이 내가……. 바로 스스로 최강의 존재가 된다.’

그는 흔들림 없는 자기 개변에 가까운 의식 최면과 동시에.

짧은 찰나의 순간 최소한의 절제된 마력을 끌어 올렸다.

죽지 않으려면 싸워야 한다.

그리고 싸움에는, 언제나 필사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

너무도 당연한 그 기본.

하지만 유성은 그것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그것을 상실하여 방심한 순간이야말로 바로 그가 죽는 순간이 될 테니까 말이다.

‘오로지 이 일순간의 전장에 가능한 최대한의 의식을 집중하여 일거에 폭발시킨다.’

유성은 쏘아지던 자세 그대로 기체의 팔을 안쪽으로 당겼다.

팽팽히 끌어당겨, 더 이상 수축할 수 없을 정도로까지 당긴 직후.

그의 EF-07의 대검날이 마주 접근해 오는 드라칸을 향해 휘둘러졌다.

푸확-!

놈을 스치듯 지나쳐 간 이후.

놈의 몸체가 두 갈래로 쩌억 벌어지더니 이내 새파란 체액과 함께 펑 터져나갔다.

유성만이 그러한 것이 아니었다.

그와 같은 광경이 동시에 편대를 이룬 분대원들에게서 마찬가지로 재현되었다.

누구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듯, 오히려 공격에 가속과 가속을 더했다.

새파란 마력 출력이 줄기처럼 거듭 분사되며 그들의 속도가 쐐기처럼 뿜어졌다.

검의 잔상과 함께 미끄러지듯 나아간 그들은 새파란 선이 되어 놈들을 그어버렸다.

우주 공간에서 푸른빛의 폭발이 연속적으로 터져 나왔다.

거칠 것 없다는 듯 너무도 간단히 적들을 지나친 그들은.

곧 초군체의 영역으로 접근했다.

[놈들의 심부에 가까이 접근 중.]

거대한 체격을 가진 드라칸.

족히 수십 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녀석의 가까이에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고오오오-!

녀석은 마치 거북이를 닮은 듯한 외형을 지닌 특이한 형상의 완전체였다.

다만, 그 크기가 워낙에 커다란 탓에 한 눈에 담기지 않을 정도였을 뿐이다.

쩌억.

놈은 입을 벌린 채 반대편의 함대와 마주 포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크기가 크기인 탓인지 한없이 작은 유성의 분대원들은 눈에 들어오지조차 않는 모양인 듯했다.

녀석은 마치 태양빛이 연상될 정도로 강렬한 세기의 마력을 연달아 끌어 모으며 벌어진 입으로 포문처럼 쏘아내고 있었다.

그때마다 공격을 받아낸 저편의 전함들이 폭발을 일으켰다.

[놈의 갑각질 표면에 내부로 진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다수의 통로 확인.]

분대원의 음성이 통신 채널을 타고 들려왔다.

저 거대한 놈의 등판에는 육안으로도 직접 확인이 될 정도로 커다란 구멍들이 뻥뻥 뚫려있었다.

마치 활발한 활동 중인 듯한 화산의 분화구와 같은 구멍들이다.

매캐한 재와 분이 흩날리는 게 보였다.

‘바로 저기다. 저기가 길인 게 틀림없어.’

저 깊숙한 분화구 통로 내부로 들어선다면, 예의 여왕체가 기다리고 있을 터다.

그리고 지금.

바로 그 여왕이 그들의 표적이었다.

[■■■!]

[■■■■-!!]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려 적잖은 수의 드라칸들이 달려들었으나 무엇 하나 그들을 막을 순 없었다.

상위체 등급마저도 일거에 도륙 내 버리는 판에, 고작해야 너절한 전투체나 양산체 등급 따위론 상대조차 되지 않았다.

“진입한다.”

퍼벙! 퍼버벙!

너무도 손쉽게 놈들의 사이를 일직선으로 파고들며.

그들은 탄환처럼 분화구 내부로 진입했다.

* * *

[■■■!!]

[■■■■!]

거대한 드라칸의 몸체 내부는 혼잡함과 어지러움으로 가득했다.

분화구 통로의 벽면 곳곳에 들러붙어 있던 드라칸들이 침입자인 그들을 노리고서 새카맣게 달려들었다.

통신 채널을 타고서 아서의 욕설이 들려왔다.

[이런 미친? 이게 대체 얼마나 되는 거야? 시야가 새카맣게 가릴 정도잖아?]

“잡담 그만해라, 아서.”

[알겠다고! 큭!]

대답과 함께, 아서가 타고 있던 검은색 기체가 득달같이 검을 휘둘렀다.

달려드는 드라칸들의 수가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을 정도였기에, 사실상 기체가 쉴 틈이 없었다.

“이대로 계속해서 전진한다.”

[■■■■■-!!]

한순간이라도 멈춰 섰다간 뒤따라오는 수많은 드라칸들에 의해 잡아먹힐 모양새이기에, 그들은 오히려 더욱 속도를 높였다.

잠깐이라도 멈춘다면 달려드는 놈들에 의해 그대로 집어삼켜질 기세였다.

제아무리 전력이 강력하다 하더라도 이만한 수에는 그들도 나름의 애를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한 손이 여러 손을 막을 수는 없는 것은 당연한 법이었으니까 말이다.

유성은 연합 쪽의 인물들과 통신을 나눴다.

“그쪽은 어떻게 됐지? 진입했나?”

[이쪽은 문제없다. 이미 처음의 계획대로 분화구 통로에까지 다다랐어.]

그 말에 유성은 눈매를 가늘게 좁혔다.

아직까지도 들어오지 못했단 말인가?

‘생각보다 늦군.’

지금 확인된 이 분화구 통로는 한둘이 아니었다.

족히 수십,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를 정도로 그 수가 많았다.

연합 측의 세 각성자와 다른 추가 전력은 반대편에서부터 진입을 해오고 있었다.

전력을 반으로 나누어, 성공 여부를 최대한 높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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