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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73화 (173/200)

173화. 전장(1)

다수의 전력으로 무장한 전함 메타트론.

그리고 마치 대립이라도 하듯 그 반대편에 자리한 네 기의 기가스.

곧, 통신 채널이 개방되더니 유성의 모니터 화면으로 낯익은 인물의 얼굴이 내비쳤다.

[만나게 되어 반갑다.]

‘라프티리아 함장.’

상대는 무려 수년이라는 긴 시간 만에 다시금 마주하게 된 인물이었다.

전함 메타트론의 함장 라프티리아.

유성이 기억하는 그녀와의 가장 마지막 대면은 이미 3년도 더 전의 것이었다,

당시의 그녀는 한도를 넘어선 잦은 근무로 인해 병상에 누워 있었다.

‘어쩌면 아직도 건강이 좋지 못할지도 모른다 생각했는데 그건 아닌 모양이로군.’

다시금 마주한 라프티리아 함장의 모습은 건강한 듯 보였다.

그녀의 표정에서는 예전과 다른 강건함이 엿보였다.

어쩌면, 마나 사용자로서 나름대로의 성장을 이뤘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통신 채널에 참가한 것이 선단의 주인인 빌객스가 아닌 유성이었기 때문일까.

라프티리아 함장이 먼저 입을 뗐다.

[빌객스가 아니라 유성 자네로군. 물론 정말로 자네가 유성인지조차 모르겠지만 말이지.]

의문과 의심.

그것들을 잔뜩 품은 그녀의 말에 유성은 가볍게 웃었다.

“어차피 사실을 말해줘도 무작정 믿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겠죠. 라피스는 잘 있습니까?”

[그래. 그녀는….]

라프티리아 함장은 눈길만을 돌렸다.

유성의 모니터 화면에는 보이지 않는, 옆쪽을 힐끗 살핀 그녀는.

이내 다시금 말을 이었다.

[지금도 옆에서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만 제외한다면 줄곧 잘 있는 편이라고 할 수 있지.]

유성은 죽었다. 피륙 하나 남기지 않고서 완벽하게.

적어도 상식이 있는 이라면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도시의 일부가 궤멸할 정도의 막대한 폭발 속에서 한낱 연약한 육체를 가진 인간이 살아남는 것은 제아무리 그라도 힘들다.

라프티리아 함장을 위시한 전함 메타트론 측의 사람들은 현재 유성이 죽었다고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것만이 아니라 지금 이곳에 있는 유성의 모습을 한 인간이, 실상은 블레이드 시리즈의 클론 중 하나라고까지 여겼다.

어떤 식으로든 저들은 지금 그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었다.

“그렇습니까.”

유성도 마땅히 할 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단순히 소식이 궁금했을 뿐이다.

하지만 유성은 단지 그를 위해서 이곳에 나타난 것은 아니었다.

지금은 보다 중요한 일이 먼저였다.

그는 현재 빌객스의 선단과 넘버즈를 대표하여 이곳에 나선 것이었다.

“먼저 저희들 측에서 예상하고 있는 게 정확한지를 확인하고 싶습니다만. 초군체와 그들을 이끄는 여왕의 등장. 그게 맞습니까?”

이전에 연합 측에서 전달한 정보들은 온전치 못했다.

연합은 일부의 중요한 사실을 제외하였으면서도, 동시에 어느 정도나마 유추할 수 있도록 은연중에 단서를 흘린 정도의 내용들을 통신으로서 보내왔었다.

유성의 물음에 그들은 능숙하게 보다 정확해진 내용들을 언급했다.

초군체의 현 위치와 그들을 이끄는 여왕으로 보이는 개체의 확인.

거기에 연합의 단일 세력만으로는 그 모두를 상대할 수 없기에 빌객스의 선단과 넘버즈의 전력까지 필요로 한다는 것까지.

차례로 구체적인 내용들을 언급하며 서로가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확인했다.

유성은 차근차근 확인해가며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예상이나 전개와 모든 게 동일했다.

‘초군체를 상대하는 게 결코 쉬운 일일 게 없지. 하물며 완전체가 몇씩이나 존재할 그것들이라면야.’

이제껏 초군체에 속해있을 거라 예상되는 완전체는 그저 한둘 정도에 지나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 수는 분명 상당했다.

어쩌면 지금 여왕을 지키는 완전체의 수는 그들의 상상 이상일지도 모른다.

“신 연합의 반란은 어느 정도 정리가 되어가는 모양이군요.”

[너희들 넘버즈가 빠진 이상 그쪽은 어차피 알아서 자멸할 예정이었다. 어차피 일개 상위체의 드라칸조차 막아내지 못할 전력이지.]

이미 클론, 블레이드 시리즈라는 최대의 전력을 잃은 신 연합은.

사실상의 자멸이 예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구 연합 측에 존재하는 각성자들을 맞상대할 전력을 잃은 순간부터 신 연합의 지휘부는 이미 시간만 주어지면 알아서 무너지게 되어 있었다.

연합은 그 나머지의 전력만을 고스란히 다시금 원래의 전력으로 포섭하기만 하면 되었다.

유성은 이제껏 그들에게 들은 전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듯 물었다.

“초군체를 상대하기 위해 사실상 모든 전력을 끌어모을 셈이로군요. 저희들까지 포함해서.”

[정확하다.]

라프티리아 함장.

그녀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들, 클론체인 넘버즈(Numbers) 와 빌객스. 그리고 연합의 모든 전력. 그것들 전부가 아니고선 그놈들은 결코 상대할 수 없어.]

지금 화제로 떠오른 그것들의 세력은.

이전까지 존재하던 완전체 하나나 상위체 몇 마리 정도의 위험성과는 전혀 다른 전례 없던 수준의 상대였다.

놈들을 박멸하기 위해선 가능한 최대의 전력을 끌어모아야 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먼저 그를 위한 ‘과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무조건적인 세력의 결합은 있을 수 없다.

“선단은 힘을 합치는 조건으로 새로운 전함과 기가스들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미 연합이 예상하고 있다시피 클론체인 넘버즈 측에서는 자신들에 대한 추적과 경계를 그만두길 원해.”

하지만 그의 말에 라프티리아는 반박했다.

[전자는 충분히 수락 가능한 조건이다. 하지만 후자의 조건은 조금 다르지 않나? 먼저 연합 측에 공격을 가한 것은 클론체들이기도 하지.]

“클론들이 연합에 공격을 가했던 것은 그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놈들은 전적으로 신 연합의 명령에 의해 움직일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었어.”

클론, 블레이드 시리즈.

녀석들은 오로지 소장의 손아귀 아래에서만 살아갈 수 있었다.

그것이 지금에 와선 초군체의 드라칸들로 인해 잠시나마 더 연명할 수 있게 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놈들은 여전히 시한부의 생을 살고 있다. 예전보다 상황은 나아졌어도 실상은 마찬가지다.

그마저도 위협한다면 녀석들은 언제 연합 쪽으로 그 적대감과 날카로움을 돌려도 이상할 게 없었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뭔 짓을 하든 간에 이상할 게 없을 녀석들이야. 그렇다면 그 힘과 능력을 최대한 드라칸 쪽으로 겨누는 게 맞다.’

하지만 결국, 연합 측의 대답은 정해져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차피 그들도 클론이 사실상 시한부 생명체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라프티리아 함장은 무표정한 표정 뒤로 수많은 생각과 사고를 이어나갔다.

그녀는 화면 너머로 내비치는 유성의 얼굴을 직시하며 생각했다.

‘무슨 수로 여태껏 클론이 살아남았는지는 모르지만, 필요한 힘이다.’

그녀를 비롯한 모두가 안다.

결국 저들이 초군체와의 싸움에서 살아남더라도, 그다음은 또 다른 드라칸들의 세력이 탄생하는 결말만이 남을 뿐이다.

이미 드라칸은 인류 전체가 감당치 못할 정도로 퍼져 나갔다.

설령 여기서 초군체를 쓰러트리더라도.

제2, 제3의 새로운 드라칸 무리가 등장하지 않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그러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일기에는 이미 너무도 그 수가 불어났다.

연합은 각성자마저 위협할 강력한 존재들인 넘버즈라는 이들마저 감당할 힘이 없었다.

‘결국 서로가 힘을 합치기 위한 구실이 필요했을 뿐이다.’

유성은 관찰자의 시선인 동시에, 그들의 가장 앞에서 계약을 체결했다.

그는 연합에 속하지도. 혹은 넘버즈에 속하지도 않은 유일한 인물이었다.

어차피 제대로 된 조약도 무엇도 없는 말뿐인 계약이다.

하지만 이번의 대면은 동시에 그 어떤 때보다도 중요한 순간이었다.

전함 메타트론에선 사망한 한 명을 제외한 다른 네 명의 각성자들 전원이 타고 있었다.

그들이 모두 지켜보고 있는 이상, 이번 대면은 이전의 적대감을 모두 저버리고 힘을 합치겠다는 것과 의미가 동일했다.

연합은 설령 이번 전투가 끝나더라도 클론들을 향한 예전의 원한을 수면 위로 떠올리지 않겠다는 공언을 했다.

태어나 오로지 자유만을 바라던 넘버즈들에게 있어서는 가장 큰 희망이자 바램이었다.

고오오오-.

유성은 힐끗 시선을 돌렸다.

그는 분대 채널에 보이는 블레이드의 표정을 살폈다.

녀석은 말없이 잠잠했다.

그저 연합과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넘버즈들에게는 당장의 눈앞이 힘들다 하더라도 그저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필요할 뿐이다. 그게 녀석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야.’

녀석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했다.

그저 인간이 가지는 가장 기초적인, 생에 대한 욕구였다.

태어난 이래로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생을 거세당한 채 타인의 손에 쥐락펴락하며 살아왔다.

녀석들에게 있어서는 그것이야말로 가장 큰 가치를 지닌 것이기도 했다.

‘다만, 블레이드마저 그것을 원하고 있는지는 의문이지만.’

* * *

고오오오-.

시커먼 칠흑색의 세상.

빛나는 작은 점 몇 개만이 유일하게 엿보이는 우주를 배경으로 한 이곳에.

다수의 전력이 나섰다.

십여 척의 전함과 칠십여 기의 기가스.

사실상 연합이 끌어모을 수 있는 최대의 전력이었다.

과거 연합이 자랑하던 일백 척의 전함은 지금에 와 없었다.

이미 산재하던 수많은 전투의 연속에 무너져 내렸거나, 혹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전장의 곳곳으로 보내진 탓이다.

이미 인류는 다시금 새로운 전력을 뽑아낼 여력이 없었다.

그나마 지금 남아 있는 전함마저, 사실상 본래 남아 있던 전력을 재편성한 것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모두가 알파의 준비였다. 만약 그게 아니었다면 게이트가 열렸던 첫 1년째에 이미 인간의 세력은 터무니없을 정도로 축소되거나 괴멸했겠지.’

유성은 새삼 알파가 어디까지 내다보고 있었는지를 실감했다.

그녀는 자신이 죽고 난 이후까지도 살펴보았다. 예지는 400년이 지난 이후인 지금에서도 크나큰 힘이었다.

넘버즈를 표시하는 흑색의 기가스에 탄 유성은.

채널에 끼어든 남자의 등장에 입을 열었다.

“설마 당신이 여기 나타날 줄은 예상치 못했습니다만.”

[다 인연인 셈이지. 나도 자네를 여기서 볼 줄은 몰랐어. 아. 연합에서 듣기로는 아무래도 본체의 기억을 이어받은 클론이라고 했던 것 같기는 했던데 말이야.]

그 말에 유성은 쓴웃음을 지어 보였다.

“뭐… 편한 대로 생각하시죠.”

그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베자리우스 콜로니의 총사령관이었다.

솔라스 란. 그를 다시금 마주한 것도 오랜만이었다.

설마하니 그를 다시금 마주할 줄은 유성조차도 예상치 못했다.

지금 이곳 태양계는 행성 테라만이 아닌 다른 우주권마저 마찬가지로 전투가 한창이었다.

적은 초군체 하나만이 있는 게 아니었으니까.

드라칸의 세력은 이미 그들의 측정으로도 산술이 불가할 정도로 그 수가 불어나는 도중이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이 탄생하는 여왕체가 존재할지도 몰랐다.

유성은 눈을 돌렸다.

그는 자신과 함께 나란히 선 화려한 색감을 한 세 기의 기가스들을 바라보았다.

자색과 녹색. 그리고 백색까지.

저마다의 색감으로 덧칠해진 기가스들에는 격한 전투의 상흔들이 남아 있었다.

바로 연합 소속의 각성자들이 타고 있는 기가스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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