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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62화 (162/200)

162화. 블레이드(3)

“…빌어먹을.”

아서는 좌우를 연신 살폈다.

그의 표정은 마치 못 볼 것이라도 보았다는 듯이 잔뜩 굳어 있었다.

안면의 한쪽에는 시퍼런 멍이 자리 잡아서, 그가 어째서 이토록 표정이 좋지 못한지에 대한 이유가 여실히 드러났다.

곧, 그는 더 이상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버렸다.

시선을 피한 그는 불만스럽게 중얼거렸다.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똑같이 생겼기는.”

그 말처럼.

유성과 블레이드, 둘의 얼굴은 놀라우리만치 닮아 있었다.

물론 아서 또한 어느 정도 비슷한 일면들이 얼굴의 곳곳에 남아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그저 비슷해 보인다가 전부였을 뿐, 블레이드만큼이나 그들의 원종(原宗)인 유성과 닮지는 않았다.

“쯧.”

아서의 숨김없는 비판을 신랄하게 면전에서 듣는 꼴이 된 유성이 혀를 찼다.

녀석이 말한 것은 전적으로 유성, 그와 블레이드를 대상으로서 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런 소리를 대놓고 면전에서 하는 저 성질머리 좀 어떻게 못 고치나? 정말 한 대쯤 더 때리고 싶은데.”

“유성. 네가 참아주기 바란다.”

그 말에 블레이드가 한 차례 코웃음 쳤다.

“저것도 많이 나아진 거야. 본래 교정 과정을 받기 이전 단계에서는 저것보다도 더 거칠었지.”

“어느 정도나?”

“흠. 글쎄.”

블레이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간 생각에 잠겼다.

곧 가늠하던 그가 대답했다.

“대충 눈에 띄던 아무 사람의 모가지를 붙잡아 비틀어버릴 정도의 성질머리는 되었지, 아마? 처음에는 워낙에 성질을 주체하지 못했던 탓에 사람 여럿 죽였었지.”

“살벌하기는 하네.”

확실히 그 말대로라면 나아진 것 같기는 했다.

최소한, 아서 저 녀석이 유성을 향해 무턱대고 달려들지는 않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나름대로 성질을 주체하고 있다는 소리일 터였다.

물론, 아서도 유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기에 나름대로 성질을 참아내고 있는 것일 테지만 말이다.

“…그래서.”

아서가 고개를 돌렸다.

인상을 찌푸린 채로, 불쾌감을 숨김없이 드러낸 채로 그가 물어왔다.

“정말로 네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맞는 거냐?”

“안 될 것도 없지.”

유성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는 좌우의 아서와 블레이드를 한 차례씩 돌아보곤 입을 열었다.

“최소한, 내가 너희들보단 나은 전력일 거라는 건 분명하잖아? 너희 둘로도 나 하나를 이기지 못했는데 내가 그보다는 낫지 않겠나?”

“…쳇.”

그 말에 녀석은 답하지 않았다.

그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인상만 더욱 구길 뿐이었다.

하지만 차마 반박은 하지 못했다.

그것은 여지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으니까.

‘이 클론이라는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최대의 목적은 바로 그 ‘소장’이라는 남자에게서부터 벗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 녀석에 의해 목줄이 얽매여 있다고 했던가.

‘블레이드의 말로는 그 소장만 죽인다면 자유를 얻을 수 있을 거라 했지. 아마 목숨줄을 녀석이 쥐고 있었다고.’

물론 유성이 정말로 무턱대고 그 말을 믿는 것은 아니었다.

그도 눈치라는 게 있다.

‘무려 각성자들과도 맞먹는 괴물같은 강함을 지닌 녀석들이다. 이런 녀석들이 아무런 안전장치도 없이 무턱대고 풀려나와 있을 리는 없겠지.’

그리고 정황상 그 안전장치를 가지고 있을 상대는 아마도 소장.

돌아가는 블레이드의 대화로 본다면 틀림없이 녀석은 자신들의 그 안전장치를 유지할만한 뭔가를 어디에선가 찾아낸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내가 녀석들을 도울 가치는 충분하다.’

아무런 셈조차 없이 이 녀석들을 도울 리는 없었다.

그에게 있어서도 시간이란 건 소중하기 그지없는 자원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지금은 한시가 급한 마당이다.

무작정 시간을 소모품처럼 내다 버릴 순 없었다.

하루가 지나가면 그만큼 드라칸이 세를 불릴 터다.

분명 얻게 되는 이득은 있었다.

녀석들이 가진 생애 가장 큰 목표이자 바램을 달성시켜 준 데 대한 호의가 바로 그것이었다.

‘지금의 혼란 속에서는 제아무리 내가 강해져도 결국에는 무리야.’

유성은 지금 철저한 혼자였다.

그 어디에도 연고 따위가 없다. 지금에 와서는 믿어 마지 않았던 전함 메타트론 측에서조차 그를 적으로 규명한 상태였다.

제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설령 지금보다도 더욱 강해진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그의 본연의 속한 바탕이 인간을 근원으로 한 이상에는 반드시 그 한계라는 게 존재한다.

‘드라칸과의 전투가 온 태양계 전체에서 산발적으로 벌어지는 지금에 와서는 이 녀석들의 힘이 필요해.’

양 연합 측에서조차도 적대되는 이 상황.

과거의 지인들조차 그의 정체성을 의심하며 되려 경계하는 이 현실 속.

어디에도 믿을 여지가 없었다.

상황은 그런대로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단지 그가 처한 상황만이 최악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작금의 행성, 테라가 처한 상황이 그러하다는 의미였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구 연합과 신 연합, 모두가 서로를 경계하되 드라칸이라는 공공의 적을 상대로 대치하고 있기에 본격적인 접전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았지만.

유성은 지금보다도 더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었다.

‘두 세력은 언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아도 이상하지 않아. 지금만 하더라도 이미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눈 상태나 마찬가지이지.’

이 두 녀석들에게 듣기로.

두 세력은 이미 몇 번이고 무력적인 의미의 충돌은 일어난 모양이었다.

‘인간들이 그런 식으로 소모전을 일으켜서야, 결국 지구 시절의 의미 없는 분쟁만 일어날 뿐이다. 결국에는 모두가 드라칸에게 끝장나고 말 거야.’

인간의 자원은 결국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자원이란 건 바로 ‘인간’ 이다.

다만 보통의 인간은 아니었다.

그 대신, 인간들 중에서도 다소 특별한 재능을 타고나는 일부의 이들인 마나 사용자들이 그것이었지.

‘지금의 인류는 더 이상의 여력을 무의미하게 소모하면 안 돼.’

현 세대가 가진 마나 사용자들의 보유수가 바닥나는 그 날이 바로 한계점이 도달하는 순간이다.

아직까지야 마나 사용자들의 수가 많으니 서로가 서로를 적대하는 등의 여유를 부릴 수 있지만, 이미 그것도 유성이 보기에는 한계에 치달은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사실상, 각성자나 이 클론이라는 놈들을 제외한다면 어느 쪽에도 완전체가 나타나면 제대로 상대할 만한 전력이 전혀 없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고서라도 그 미약한 마나 사용자들의 전력 또한 필요하다.

전쟁의 결말이란 건 오로지 일부 강력한 몇몇 이들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었다.

그 수많은 구성원들의 하나하나가 모여듦으로써 결과가 정해진다.

아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최소한 드라칸들의 세력이 급속도로 퍼져 나가는 지금의 세계에서, 인류가 혼란을 헤쳐나가기 위한 방도는 남아있었다.

“…….”

유성은 차분한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며 생각했다.

‘바로 나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 연합 어디에서도 쉽게 여기지 못할만한 새로운 세력을 만들어내면 된다.’

예전, 이시혁의 시절의 그가 그러하였듯이.

이번의 시대에서도 또한 새로운 세대의 넘버즈(Numbers)들의 주축이 되면 된다.

이미 녀석들의 우두머리격이었던 블레이드와는 모든 이야기가 끝마쳐진 상태였다.

녀석은 희한하리만치 아무런 독점욕도, 권력욕도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유성 그에게 주도적으로 보조할 것을 약속했다.

블레이드가 보장했던 대로라면 인류의 무의미한 소모전을 종결할만한 열쇠는 그에게 충분히 있다.

그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는 속 편한 얘기로 들리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유성은 녀석에게 또 다른 생각이 있음을 눈치챘다.

그때였다.

[…방금 전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소속의 사령관, 솔라스 란의 함대가 드라칸 군체 무리의 영역으로 진입하였다고 합니다.]

유성은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내려 통신 단말을 확인했다.

[쿠구구궁-, 퍼엉!]

재생되는 화면 속 영상.

그곳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저 우주 먼 곳에서부터 벌어지는 전쟁에 관한 생방송이 한창 중계 중이었다.

[상위체 1체 격퇴. 그 밖에도 7체의 전투체를 연이어 격퇴하는 것으로 확인되어-.]

유성은 문득 생각했다.

‘솔라스 란이라.’

영상 속 화면에는 군의 함대를 지휘하는 제독의 영상이 드문드문 보이고 있었다.

꽤나 익숙한 남자의 이름이었다.

저 이름이 다시금 들려오는 것을 보아하니, 그도 아직까지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유성의 입가에 실금 같은 웃음기가 희미하게 떠올랐다.

‘저 인간도 꽤나 명줄이 길군. 이 혼란 속에서 여태껏 살아남다니.’

서로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면.

어쩌면 한 번쯤은 다시 마주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 * *

고오오오-.

날이 밝았다.

지구 시절보다도 훨씬 밝기가 밝은 태양이 떠오르는 게 보인다.

행성 테라에서의 태양이란 과거 지구권에서의 그것보다 훨씬 밝았다.

또한 해가 뜨는 시각 또한 다소 차이가 있는 편이었다.

지금의 시간은 기껏해야 5시가 채 되질 않는다.

하지만 그 밝음이 눈을 감고 있던 유성의 얼굴에 닿자.

그가 거짓말처럼 번쩍 눈을 떴다.

“이봐, 시간이다. 일어나.”

퍽.

유성은 한쪽에 널부러진 채로 잠들어 있던 아서를 걷어찼다.

“…이런 썅.”

그 즉시, 감겨있던 아서의 눈이 흐릿하게 뜨이더니 눈앞의 유성을 확인하곤 인상을 팍 찌푸린다.

“아침부터 뭐하는 짓거리야.”

“그만 엎어져 있고 일어나기나 해라.”

“닥쳐. 나는 더 잘 거다. 그 이상 입을 나불대면 오늘이야말로 널 죽이겠어.”

유형화된 마력이 마치 살기처럼 그르렁거리듯 넘실거렸다.

하지만 그의 사나운 기세에도 오히려 유성이 웃었다.

“정말로 괜찮겠어?”

“알 바냐. 난 지금 졸리다고.”

“오늘 우린 소장을 치러 간다. 그래도 잠이나 자고 있을 거라면 누워 있던지 해.”

“…뭐?”

그 말에, 아서는 대번에 잠이 확 깨는 것을 느꼈다.

그제야 녀석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그게 정말이냐?”

“어제 못 들은 거냐? 아, 하긴 넌 그때 자고 있었나.”

지익.

옆에서 파일럿 복장을 이미 모두 걸쳐 입은 블레이드가 말했다.

“방금 전 너를 제외한 모든 형제, 자매들에게서부터 응답이 왔다. 전원, 한자리에 모이기로 했지.”

잠시간의 침묵 끝에.

그가 말을 이었다.

“지금이라면 아직 소장은 수면 중일 시간이다. 카쉬파의 말대로라면, 움직일 수만 있다면 지금 시각이 적격이다.”

아서가 입을 벌렸다.

“어….”

잠시간 말하길 더듬는 듯하던 그가 옆에 있던 파일럿 복장을 낚아챘다.

“바로 가자고!”

* * *

“정말 어처구니가 없군.”

유성과 블레이드.

그들 둘의 얼굴을 번갈아 살피던 이들의 한 마디였다.

열 명에 달하는 그의 분신체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하지만 그들은 어떠한 방비조차도 되지 않은 채로 와야만 했다. 기가스는 타고 올 수조차 없었다.

“허억, 허억. 제, 제기랄.”

그들의 앞에는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아서가 있었다.

녀석은 기력마저도 달리는지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눈에서부터 새어나온 푸른 마력이 일렁이고 꺼지기를 반복했다.

기운의 유지조차 쉽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서가 이를 악물었다.

“썅. 이런 꼭두새벽부터 여덞 명을 옮기느라 진짜 죽을 뻔했다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하지만 블레이드는 전혀 신경 쓰는 모습이 아니었다.

“서둘러. 어떤 식으로든 소장은 물론이고 모두가 금방 눈치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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