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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52화 (152/200)

152화. 라피스 엘 바이어스(3)

라피스는 정신을 잃은 남자, 유성을 함선 메타트론으로 데려왔다.

그를 병실에 입원시키고, 창문 너머에서 그를 지켜보았다.

그러한 라피스의 옆에는.

아스트라 부함장이 함께 서 있었다.

“저자는 유성이야.”

그가 말을 건넸다.

“믿을 수는 없는 일이지만. 생물학적으로 저 남자는 당시 내가 알고 있던 그 유성 군과 99.99%가 일치하네. 오차 따윈 없었지. 그러므로…….”

“유성 본인이 맞다, 그거로군요.”

“그 말대로지.”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트라 부함장에게, 라피스가 물었다.

“가짜일 가능성은요?”

“그럴 가능성은 없네. 보장하지.”

현시대의 인류.

아니, 그보다도 훨씬 이전인 지구 시절에서부터, 이미 인간들은 클론(Clone)을 만들어낼 기술력이 존재했다.

솔직히 말해 클론을 만들어내는 기술력 자체만은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세포를 떼어내어 똑같이 복제해내거나, 아니면 아예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는 단계에서부터 아기를 키워내듯 처음부터 배양해내기만 하면 될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그 오래 걸릴 시간을 촉진할 만한 기술력도 지금의 그들에게는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인즉슨.

마나 사용자의 완벽한 복제품을 찍어낼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과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결코 복제품, 클론을 만들어내길 선호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클론은 결코 ‘마나 사용자’ 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비효율적인 방식은 어느 누구도 결코 선호하지 않는다.

어째서인지 이유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저 막연하게, 그런 찍어내는 방식으로 결코 마나 사용자를 틀에 찍어내어 복사하는 듯 할 수 없다는 것 정도만을 알 뿐이다.

그런 데에서부터 미루어 보아 눈앞의 남자는 분명 클론이 아니었다.

그것만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라피스의 눈에는 경계의 기색이 가득했다.

“그렇다면 카쉬파 그레고리 반시와 같은 경우는 아닌 건가요? 그녀는 유성의 능력을 기본으로 아리스 황녀가 만들어낸 복제품이었잖아요.”

“그래. 그녀와 같은 경우는 아니야.”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그들의 상식을 뚫고서, 무언가 모종의 수를 통하여 아리스 황녀는 그 불가능한 마나 사용자의 복제품을 만들어냈다.

그것도 마나 능력을 고스란히 내장한 클론을 말이다.

지금 그들의 전함 메타트론을 위협하는 것은 단순히 팽창해버린 드라칸의 세력뿐만이 아니었다.

유성의 클론이라 알려진, 그의 능력을 가진 연합의 일부 세력들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완벽한 복제품이라도, 우리들이 기억하던 유성과 완벽하게 동일한 외모를 가진 인간은 존재치 않는다는 걸 잊었나?”

“그런 면에서 보면 이상하기는 이상하군요.”

그러다 곧, 라피스는 말을 이었다.

“모를 일이죠.”

“무엇이 말이지?”

반문하는 아스트라 부함장을 향해.

그녀는 덧붙였다.

“어쩌면 저희들이 모르는 또 다른 클론이 생겨난 것일지도.”

유성이 죽음을 맞이한 뒤로 3년.

세상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라피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그동안 많은 성정의 변화를 겪었다.

한 명의 성인이 되기에는 충분히 긴 시간의 흐름이었다.

* * *

“…….”

유성이 눈을 떴을 때.

그는 새하얀 천장을 마주했다.

잠시간 멍했던 정신이 빠르게 이성을 찾기 시작하고, 곧 그의 이전 기억들이 되살아났다.

한창 육체가 불안정한 상황에서 들이닥친 전투체 등급의 드라칸의 습격.

그리고 놈과 싸웠던 기억까지.

‘그 이후에 나타난 또 다른 드라칸이 덮치기 직전, 누군가가 나타났지.’

유성은 전후상황을 명확히 파악했다.

그가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것은, 분명 그 나타난 누군가가 그를 구해주었다는 의미일 터였다.

비록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의식을 잃기는 했지만 말이다.

‘일단 주변 상황을 먼저 확인해야겠-.’

몸을 일으키려던 유성이, 다시금 그대로 풀썩 자리에 누웠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고개만을 간신히 든 그가, 두 눈으로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했다.

곧, 어떠한 상황인지를 깨달은 그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포박되어 있다?’

유성의 양손과 다리 부분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다.

결코 움직이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고정된 채로 말이다.

그것도 마력의 움직임을 강제로 봉하는, 효력을 지닌 수갑이었다.

‘마력이 조금도 움직이질 않아. 누가 날 가둔 거지?’

어째서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힐끗 보니 천장의 감시 카메라가 자신을 향한 채로 불을 켠 상태였다.

그렇다면 상황은 분명해졌다.

누군가 그를 감시하고 있다. 여긴 모종의 시설이 분명했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자신을 이렇게 가둬둔 것인가.

잠시간 눈을 감은 유성은 가만히 자신의 상태를 관조했다.

잠깐의 집중과 함께, 전신의 상황이 훤히 들여다보였다.

‘일단 붕괴 직전 단계까지 갔던 육체는 회복했다. 이제는 아무런 문제조차 없을 정도로 멀쩡해졌어.’

자신이 기억하기로, 그의 몸 상태는 정신을 잃었을 당시에만 하더라도 심각했다.

마치 내구성이 다해서 금이 간 유리가 더 이상 형체를 유지하고 깨져나가는 단계에 이르는 듯이, 그 또한 그와 비슷한 지경에까지 달했다.

그러한 유성의 상태가 이렇게 깔끔하게 회복이 되었다는 것은.

분명 육체를 회복시켜준 모종의 ‘도움’ 이 있었다는 것을 뜻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상황에서 도움을 준 주제에 난데없이 이런 데에 가둬두기까지 하다니.

답이 나오지 않는 의문이다.

결국 별수 없이 다시금 침대에 누운 그는 숨을 내쉬며 차분히 생각을 이어나갔다.

‘일단은 무언가 변화가 생길 때까지는 차분히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건가.’

그때였다.

기잉-.

돌연 닫혀있던 문이 전자음과 함께 열리더니,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섰다.

군복을 입은 남성이었다.

고개를 돌려 안으로 들어서는 남자의 표식을 확인한 유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장교급의 군인인가.’

척.

가까이 다가선 그가 옆에 앉고는 차분한 음성으로 물었다.

“정신을 차렸군. 잠은 잘 잤나?”

“제 몸을 회복시켜주었더군요.”

“다 죽어가길래 일단 최상의 의료진을 붙여서 신경을 써 주었네. 물론, 나한테 고마워할 필요는 없을 거야. 내가 아닌 의료진이 한 일이니.”

분위기는 무거웠다.

유성은 눈앞의 남자가 심문관이라는 것을 대번에 파악했다.

저자는 지금 자신에게 물을 것이 있어 찾아왔다. 확실했다.

이대로 두었다가는 말이 길어질 듯했다.

유성은 대번에 그의 말을 자르곤 물었다.

“이유가 뭡니까?”

“자네를 이렇게 포박한 데에 대한 이유가 말인가? 아니면 죽어가던 자네를 회복시켜준 데에 대한 이유가 말인가?”

“물론 둘 다이기는 합니다만, 지금의 분위기가 그렇게 밝지는 않으니 첫 번째 이유가 더 궁금하군요.”

그 말에.

심문관은 지긋이 그를 응시했다.

유성으로서는 뜻 모를 시선이었다. 그를 탐색하고 살피는 듯한 시선.

불쾌하기 짝이 없다.

결국 미간을 찌푸린 그가 물었다.

“일단, 지금이 몇 년도인지부터 알고 싶습니다만.”

“그것부터 묻는 건가? 지금은 2457년일세.”

2457년이라고? 유성이 사라진 뒤로, 3년의 시간이 흐른 건가.

지구에서 그가 보냈던 시간은 불과 수 개월 남짓했다.

그 사이 이곳에서는 그 몇 배에 달한 시간이 더 흘러간 셈이었다.

물론 당황은 오로지 내면뿐이었다.

겉의 표정은 여전히 태연함을 가장했다.

“하나의 대답을 해주었으니, 이제 내 쪽에서 물어도 되겠지.”

이내 고개를 내려 손에 든 문서를 잠시간 확인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자네의 이름은 뭐지?”

거기서부터인가.

하지만 유성은 충실히 답했다.

“유성입니다.”

“소속은?”

“정해진 소속 따윈 없습니다만. 그저 아카데미의 평범한 생도였을 뿐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일신상의 사정으로 인해 함선 메티스와 전함 메타트론에 올랐던 경험이 있군요.”

오로지 사실만을 담은, 충실한 답변이었을 뿐이다.

그런데 정작, 심문관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

미세하게 표정을 찌푸린 그가 물었다.

“카쉬파 그레고리 반시를 아나?”

“카쉬파? 사람의 이름입니까?”

“그렇다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지. 자네는 ‘신연합’ 의 소속인가?”

“…무슨 소리인지를 모르겠군요. 카쉬파든, 신연합이든. 둘 다 처음 듣는 쪽입니다만.”

유성의 표정이 점차 차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모르나, 대충 상황이 그려졌다.

‘지금 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날 어딘가의 누군가로 착각하고 있다.’

흐르는 무거운 기류.

유성은 이와 같은 상황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하물며,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어서서 간신히 지금 시대로 돌아온 지금이라면 더더욱.

하지만 일단 유성은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어찌 되었든 아직 취합해야 할 정보는 더 있었다.

“여긴 어디입니까?”

“지금 이곳은 전함 메타트론의 병실일세. 자네의 상태가 위중했었던 만큼, 우리로서도 주의해서 살펴야 할 필요가 있었지.”

전함 메타트론이라.

“그렇다면 저를 모를 수가 없을 텐데 이상하군요. 이런 식으로 심문을 가한다는 것은 말입니다.”

“하.”

하지만 오히려 웃은 것은 심문관 쪽이었다.

그는 차디찬 시선과 함께 유성을 노려보았다.

“헛소리 마라. 네가 정말로 그 유성이라도 된다는 거냐? 유성은 3년 전에 죽었다. 볼 것도 없는 분명한 사실이지. 완전체의 폭발은 수도의 삼분지 일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력했다. 그 폭발 속에 살아남는 것 따윈 불가능해.”

이해했다.

남자의 말은 분명한 전후 사정을 모두 내포하고 있었다.

이제야 유성은 이들이 의심하는 데에 대한 진짜 이유를 알았다.

저들은 진짜 유성은 진작에 죽고, 지금 이곳에 있는 그는 진짜 유성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위장이라고 여긴 것이다.

“그러니 네 진짜 정체를 말해라. 신연합의 소속인 거냐? 누구를 따르고 있지?”

곧, 유성이 입을 열었다.

“제가 누구인지를 알고, 지난 3년 전까지 이어져 온 제 행적이 어떤지를 안다면.”

“……?”

그의 음성이 갈수록 서늘해져 가기 시작했다.

장교, 심문관의 눈이 의문으로 차올랐다.

뒷덜미가 무언가 알싸하게 차가워졌다. 무언가 분위기가 좋질 않다.

“제 성격 또한 알 텐데, 그건 대처하지 않으신 겁니까?”

“…무슨 소리지?”

“이런 겁니다.”

빠각!

그의 양 손목을 억죄이던 수갑이 강렬한 소음과 함께 금이 갔다.

“무슨?!”

당황한 심문관의 눈이 한 움큼은 커졌다.

마나 능력을 강제로 봉인하는 수갑을 이렇게 간단히 부숴트리다니?

이런 일은 각성자들마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태생적으로 육체적 능력이 가장 뛰어난, 유리 엘 바이어스 후작을 제외한 어떤 각성자도 이 같은 일을 벌이지는 못했다.

“적어도 제 성질을 안다면 이렇게 막 나올 수가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마나 능력을 모두 회복한 유성이, 타오르는 듯 강렬한 안광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그것은 눈앞의 심문관을 향해서 하는 말이 아니었다.

고개를 돌린 유성이 한쪽 벽면을 응시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그 너머에 있을 누군가를 향해서 말이다.

“아스트라 부함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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