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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49화 (149/200)

149화. 드라칸 사냥(4)

둘은 잠시간 서로를 응시했다.

그들의 눈은 마치 탐색하듯 서로를 훑었다. 관찰자의 시선이었다.

그 기묘한 시선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알아차리기 시작했을 찰나였다.

군인들의 시선이 교차하여 이시혁과 유성에게로 향하기 시작하려는 무렵.

기잉-.

자동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섰다.

건장한 체구를 가진 한 장교였다.

잠시간 단련실의 내부를 둘러보던 그의 시선이 이시혁에게 가 멈췄다.

“호출 명령이다, 넘버즈 7호.”

“…이시혁이라 부르라고 했을 텐데요, 중위.”

“다음부턴 그러도록 하지.”

“쯧.”

이시혁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곤 곧 땀에 젖은 몸을 일으킨 이시혁이 옆의 군인에게 손을 내밀었다.

군인이 들고 있던 겉옷을 건네어 주자 주저없이 그것을 걸치고선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벅. 저벅.

스치듯 지나쳐가던 이시혁의 눈길.

그 시선이 움직여 유성과 마주쳤다.

“…….”

교차한 것은 잠시뿐이었다.

“왜 그러지?”

멈춰있는 그가 의아한 듯 이유를 묻는 장교의 음성에, 이시혁은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잠시간 침묵하던 이시혁은.

마지막으로 유성의 쪽을 다시 한번 돌아보곤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넘버즈 이시혁을 옆에 선 채로 감시하던 일련의 군인들은 나아가는 이시혁의 뒤를 따라 사라졌다.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유성 또한 생각했다.

‘기이한 감각이로군.’

다른 무엇도 아닌 그 자신을 지켜보는 경험이라니.

확실히 그 스스로도 믿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유성과 이시혁.

둘은 말을 나누지 않았음에도 본능적으로 서로가 서로에게서부터 무언가를 느끼는 듯했다.

비슷한 기류를 띤 무언가의 본질이 서로에게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생각은 잠시였을 뿐이다.

어차피 유성은 이곳 시대에 있어 외인일 뿐이었다.

그는 자신의 전생자에게 어떠한 제동을 걸 생각도, 또한 참견해야 할 일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후우.”

그가 기구를 들어 올리며 단련에 매진하던 찰나.

익숙한 이가 하나 안으로 들어섰다. 알파였다.

“역시 이곳에 있었군요.”

“무슨 일이지?”

한창 몸을 단련하고 있던 유성이 고개를 들었다.

그에게 말을 걸어온 것은 다름 아닌 알파였다.

“시혁 대장과 마주쳤군요.”

“그래.”

“소감은요?”

그 말에 잠시간 유성은 하던 행위를 중단하고서 말없이 그녀를 응시했다.

알파는 이유 모를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장난기가 다소 섞여 있는 얼굴이었다.

“서로 동일인물이니 마주치는 순간 뭐라도 느끼지 않았겠어요?”

“그래.”

유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녀의 말대로, 분명 무언가를 느끼긴 했으니.

“그러긴 했지.”

둘은 거의 같은 소질과 감각, 재능을 지녔다.

비록 속한 육체의 체질은 달라도, 그 밖에 모든 감각들은 거의 대동소이한 탓이었다.

따라서 유성이 그를 보고서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면, 반대도 마찬가지였다.

이시혁 또한 그를 보며 무언가를 느꼈었다는 말이다.

“나보다는 확실히 세더군.”

“하!”

그 말에 알파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겨우 그게 다예요?”

“그래.”

“아니, 뭐 다른 건 없었어요? 무언가 강렬한 느낌을 받는다거나, 아니면 운명적인 뭔가의-.”

“알파.”

유성은 그녀를 마주 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 세상에 관여할 생각이 없어. 하물며 그것이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전생자라고 한다면 더더욱 그러하고.”

그 말에.

알파의 말이 우뚝 멈춰 섰다.

“이곳에서 관여한 한 가지의 일이, 내가 속한 시대로까지 이어지게 될지. 혹은 전혀 다른 결과로 이어질지도 모르기에 나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미 몇 번이나 전투에도 나서고 그랬잖아요? 그건요?”

“그건 어차피 내가 없었어도 동일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을 알고 있기에 그런 거지.”

어차피 같은 결말로 이어질 것이기에 참여한 것이다.

고작 그 정도로는 유성의 시대에 큰 변화를 일으키리라 생각하지 않았던 탓이다.

어차피 멸망까지 간 세상의 일이었다.

모든 체제가 불안정한 것이 지금의 현실이었다.

따라서 큰 변혁에 관여할 인물들의 것만 아니라면, 구태여 사소한 일들에 관한 참견쯤은 앞으로의 결과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터였다.

그는 결국 이시혁이 아닌 유성이었다.

그에게 있어선, 과거보다 현재의 일이 더욱 중요했다.

알파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우리들보다는 미래의 동료들을 택하겠다는 거로군요.”

“어떻게 받아들인다고 한들 상관없어. 어차피 이곳은 반드시 무너질 테니까. 그 건에 관해서는 세상일 모르는 일반인이라고 하더라도 알 수밖에 없는 일이잖아.”

이어지는 그의 말에 그녀는 태연히 어깨를 으쓱였다.

“뭐. 그건 그렇지만요.”

곧 한숨을 푹 내쉰 알파가 말을 이었다.

“에휴. 됐어요. 그보다 완전체가 나타났어요.”

“생각보다 빠르군. 어제도 한 녀석을 상대했는데 말이지.”

“이번의 상대는 완전체를 포함한 ‘둥지’ 에요. 여왕을 지키는 신생 군체 무리 중 하나이죠.”

“타입은?”

“시간 능력을 사용하는 개체에요. 영상을 대충 보아하니, 공간 능력을 조금 사용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당신이 말하던 것과 거의 비슷한 능력을 사용하던 녀석이더군요.”

그 말에, 유성의 움직임이 그대로 멈추었다.

“둥지 토벌 명령이 내려왔어요. 공교롭게도 그곳에 속한 개체 중의 하나가, 당신이 원하던 바로 그런 능력을 가진 녀석이죠.”

찾아냈다.

드디어, 그가 노리고 있던 능력을 가진 개체의 등장이었다.

* * *

[이봐요, ‘전 대장 나으리.’]

“말해. 듣고 있으니까.”

유성은 알파의 부름에 대답하면서도 복장을 다시 한번 점검했다.

현재 그는 전투에 참여할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둘은 나란히 기가스에 탑승한 상태였다.

격납고를 요란히도 울려대는 시끄러운 소음이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정신없는 상황 속.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유성은 한 치의 흔들림이 없이 오로지 하나의 생각에만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상태였다.

정확하게 알파에게로 내려온 토벌 명령.

그 대상의 주체는 다름 아닌 완전체가 포함한 하나의 드라칸 무리를 상대하는 일이었다.

통신 화면 너머의 알파가 그런 그를 향해 말을 건네왔다.

[시간을 다루는 방식은 제대로 기억했겠죠? 저는 분명 제대로 알려주긴 했다고요?]

“그래.”

그 말에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고 있어.”

알파는 유성에게 약속을 지켰다.

그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그를 원하는 특성을 지닌 개체에게로 인도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거기에 더해서 약간의 친절을 가미했다.

유성에게 시간을 다루는, 근본적인 기술의 묘리를 첨언해준 것이었다.

그것은 간단했지만 효과적이었다.

유성이 지체없이 대답을 자신할 정도의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위잉! 위잉!

시끄러운 소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곧, 오퍼레이터의 음성이 그들의 귓가에 울렸다.

[기가스 알파, 이외 1기. 사출 준비. 이상 무.]

[강하 사출로 레디. 셋.]

[진로 이상 무. 클리어. 사출 세팅 올 클리어.]

“후우.”

쿵. 쿵. 조금씩 가슴이 진동하듯 떨려오는 게 느껴진다.

유성은 노려보듯 전방의 사출로를 응시했다.

기이잉-.

닫혀있던 격납고의 문이 열리면서 새파란 대기가 내다보이고 있었다.

현재 그들은 드높은 대기권의 한 가운데를 비행하는 강습 수송기에 탑승한 상태였다.

세찬 바람이 격납고의 안으로 들이닥치며 내부 공간이 연거푸 강렬한 진동을 덜커덩거렸다.

유성은 미약한 흥분을 잠재우며, 생각했다.

‘이번의 시도가 부디 성공하기를 바래야겠군.’

곧, 알파의 음성이 통신 채널을 타고서 울려 퍼졌다.

[EF-02, 알파. 강하 개시하겠다.]

[무운을 바라지, 알파.]

쿠웅.

그 직후, 둘의 기체가 차례로 지상을 향해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 * *

쿠오오오-!

두 기가스가 빠른 속도로 상공을 가로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새하얀 빙설 지대가 유난히도 눈에 띄었다.

‘눈이라.’

[이번 목표 지점은 북극해 동토 방향의 툰드라 지대에요. 깊숙한 절벽들이 연달아서 수도 없이 이어진 숨기 좋은 환경이죠.]

툰드라라면 이전에도 몇 번이고 출전한 경험이 있었다.

깊숙한 절벽의 아래쪽에 위치한 영구 동토층과 동굴들.

드라칸들은 그 사이로 숨어들어 활발한 생장 활동을 벌인다.

“드라칸들이 서식하기에는 괜찮은 환경이겠군.”

[그런 셈이죠.]

삐익-.

그때였다.

“음?”

난데없이 울리는 감지기의 경고에, 그들의 시선이 모니터 화면으로 향했다.

빨간 몇 개의 표식이 떠올랐다.

유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드라칸.”

그들을 향해서 접근하고 있는 일부의 드라칸 무리들.

따라붙는 속도가 상당했다.

아마도 지상형 개체가 아닌 비행형의 개체들인 듯했다.

[하. 벌써부터 맞이해주는 건가? 제가 상대할게요.]

그렇게 말을 하며, 알파가 기체의 뒤편에 부착해두었던 기다란 무장을 꺼내 들었다.

기가스의 체구만큼이나 기다란 길이를 가진 그것은, 다름 아닌 거대한 저격형의 총기 무장이었다.

저격형 무장이라니.

기가스치고는 다소 드문 무장이었다.

기가스를 탑승하는 대다수의 파일럿들은 보통 이같은 무장보다는 중근거리전을 상정한 소총형의 병기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편이었다.

당연한 이야기다.

제아무리 능력이 좋다고는 할지언정, 상대방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드라칸이라고 하면 그것을 맞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

제아무리 능력이 좋다고 해도 까마득한 거리에서부터 날고 있는 비행형의 드라칸을 저격으로 쏴 맞추기란 절대로 범상치 않은 규격의 일이었다.

그것은 유성 그에게도 또한 해당하는 일이었다.

다만, 그 대부분의 경우가.

유일하게 알파 그녀에게만은 해당치가 못했다.

왜냐하면 그녀의 눈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보는 지구상 유일의 각성자였으니까 말이다.

철컥.

그 거대한 대형 무장을 어깨 위에 걸친 채로, 그녀가 방아쇠를 당기자마자.

콰앙!

푸른 마력을 담은 섬광이 번쩍이며 대기를 가르고 쏘아졌다.

그 빛이 쏘아진 순간, 감지기에 표시된 적색 신호 중의 하나가 사라졌다.

완벽한 적중, 격추였다.

알파가 탑승한 기가스 EF-02 는 몇 번이고 다시금 방아쇠를 당겼다.

그러한 동작이 행해질 때마다, 주변을 빛으로 물들이는 눈부신 화력이 방사되며 저 먼 곳의 적들을 격추했다.

이내 감지기 내의 적이 완벽하게 0이 된 순간.

알파가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쉽군요. 상황 종료입니다.]

“전투 시작 이전부터 너무 힘을 뺀 것 아닌가?”

그 말에, 알파가 미약한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화면 속 유성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저는 당신과는 다른 체질이라서요. 마력을 사용해도 금세 회복이 되곤 하니까 말이죠. 몰랐나 보네요?]

“…잊고 있었을 뿐이야.”

태어난 뒤로도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다시 마주하였으니.

제아무리 유성이라도 그 모든 일을 기억하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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