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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40화 (140/200)

140화. 실마리 (3)

유성은 생존자들에게 있어 큰 도움이 되었다.

비록 마력을 사용할 수는 없었어도 여전히 그의 신체 능력은 보통의 일반인을 상회했다.

다른 이들은 흉내내지 못할 많은 양의 짐을 한 번에 치켜들었다.

그것은 생존자 무리에게 있어 많은 이점이 되었다.

지하철역의 깊숙한 보금자리로 돌아온 천일이 그에게 말을 건넸다.

“강화 인간답게 힘 하나는 정말이지 대단하더군. 덕분에 우리 쪽도 평소보다 많은 양의 식량을 얻었어.”

“다행이로군요.”

유성은 옅게 드러나는 웃음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반사 작용에 불과했을 뿐이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복잡한 심경으로 가득했다.

‘이곳의 사람들은 도움이 필요하다.’

유성에 대한 소문은 이곳에 금방 퍼졌다.

강화 시술을 받은 강화 인간이라는 소문이었다. 단순히 그가 마나 사용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대충 둘러댄 거짓말이었으나, 어떤 식으로든 그것은 충분한 기대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유성은 마나 사용자였다. 그것도 무려 각성자에 준하는 강함을 소유한 초인.

하물며 남자들도 얼마 없는 것이 이곳이 처한 현실이었다.

그런 그였기에, 이곳에 남아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생존자들에게 있어 큰 힘이 될 터였다.

이곳의 사람들이 그에게 바라는 점을 모를 수가 없었다. 때때로 몇몇 이들은 간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기도 했다.

‘다들 내가 이곳에 남아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유성에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난 떠나야 한다. 이들을 잠시간 돕는 것은 가능하지만 오래 머물 수는 없어.’

사정은 안타깝지만, 마음이 조급하기는 유성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거의 매일같이 지하철역의 출구 앞에 서서 바깥을 응시했다.

쉴 새 없이 그의 눈동자가 도심지를 살피며 최적의 방향을 모색했다.

해가 저문 어둠 속에서는 예의 변종 늑대가 우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녀석은 이 도시의 지배자였다.

어느 누구도 밤의 지배자인 녀석이 활보하는 시간에 돌아다니지 않았다.

가만히 유성이 바깥을 응시하던 찰나.

그때 뒤편에서부터 인기척이 들려왔다.

“떠날 셈인가?”

“…네, 맞습니다.”

나타난 남자는 다름 아닌 천일이었다. 그는 유성에게 물 한 잔을 건넸다.

그것은 미지근했지만, 이곳에서는 지극히 구하기 어려운 것 중의 하나에 속했다.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진 것은 어떻게 알았습니까?”

“간단한 일일세.”

그 말에 천일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두 눈이 멈춰 있질 않더군. 폐허를 함께 뒤집을 때도 늘상 온 도심을 훑어보는 데다, 지도까지 확보해서 틈틈이 엿보고 있으니까 말이야. 어떤 식으로든 조금만 눈치가 있다면 모를 수가 없겠지.”

“그렇습니까.”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말하는 천일에게서도 무언의 감정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유성은 그에게서부터 느껴지는 진한 아쉬움을 느꼈다.

그에게서부터 비롯된 감정이 마치 실체화되듯 마력으로 새어 나왔다.

다른 각성자들보다도 마력의 감지에 유난히 뛰어난 유성은 타인의 감정마저도 읽어낼 수 있었다.

“…….”

그날 밤.

유성은 가만히 천장을 올려다보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똑. 똑.

습기를 머금은 갈라진 천장에서부터는 물방울이 떨어졌다.

그 소리를 들으며 한참토록 생각을 하던 그는, 마침내 자리에서부터 일어났다.

일어섰을 때의 그는 더 이상의 고민을 눈동자에 내비치지 않고 있었다. 답을 정했기 때문이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순 없었다.

마력은 여전히 바닥을 보인 상태였으나 육체는 어느 정도 회복했다. 움직이기에는 충분한 때가 도래했다.

끼익.

가방을 등에 걸쳐 맨 그가 문을 열고서 거처를 나왔을 때.

“음?”

문 앞에는 무언가가 놓여 있었다.

앞에는 하루 정도를 족히 먹을 만큼의 식량이 내어져 있었다.

“후.”

유성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흘리고야 말았다.

소중한 자원을 외부인인 자신에게 이렇게 내어주려는 건가.

그것이 일전의 천일이 했던 행동임을, 그는 모를 수가 없었다.

타닥, 타닥.

그는 타오르는 모닥불 쪽을 바라보았다.

“…….”

모닥불의 옆에는 자리를 꿰찬 채로 돌아누운 한 남자가 있었다.

다름 아닌 천일이었다.

아마, 지금 천일은 자지 않고 깨어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이 움직이는 발소리를 모두 듣고 있을지도 모르지.

유성은 잠든 그가 있는 방향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천일.”

“…….”

천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천일과 그의 동료들은 유성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이다. 그 소중하던 식량마저도 내주었다.

이 시대에는 보기 드문 호인이었다.

그의 호의를 사양 않고 받아든 유성은 조용히 모두가 잠든 지하철역을 빠져나왔다.

시커먼 어둠이 그를 반겼다.

다시, 움직일 때다.

다만, 한 가지.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유성의 눈이 서늘한 기세를 발했다.

어둠 속에서부터, 그의 눈동자가 흐릿한 푸른 기세를 내뿜듯이 발광했다.

* * *

[크르르르!]

“하아, 하아!”

유성은 거친 숨을 내쉬며 도심지를 내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의 뒤편에서, 둔탁한 발소리와 함께 그를 추격하는 거대한 변종 괴수가 있었다.

바로 이 도시를 지배하는 늑대, 그 녀석이었다.

쾅!

유성이 휙 방향을 비틂과 동시에, 뒤편에서 그를 추격하던 변종 늑대가 옆에 세워진 녹슨 자동차와 한 몸이 되어 엉망진창으로 굴렀다.

하지만 타격은 없었다.

녀석은 탄력 있게 금방 몸을 일으키더니 다시금 유성 그를 뒤쫓았다.

유성은 당장에라도 그를 붙잡을 듯 거센 기세의 놈을 힐끗 돌아보고는 이를 악물었다.

‘놈을 유인한다……!’

유성은 놈을 처치할 생각이었다.

이것은 전적으로 그의 독단이다.

녀석을 쓰러트린다 해서 찾아올 대가는 없었다. 마력이 아닌 단순한 오염물에 변질된 것일 뿐인 녀석에게는 마력핵도 없었다.

따라서 보상을 바라고서 하는 사냥이 아니었다.

위험을 감내하는 것은, 전적으로 그의 단순한 변심 하나 때문이었다.

‘그들에게 대가를 바라는 게 아니야.’

아마 그가 죽을 위기에 처하는 광경을 목격한다 하더라도 생존자들 중의 누구 하나 그를 돕지 못할 터였다.

그저 그의 죽음에 안타까워하다, 그렇게 잊혀지겠지. 그의 운이 나빴으리라 생각하며.

죽음과 한날의 운이 좌우하는 세상.

여긴 그런 시대였다.

고오오-.

유성의 눈에 푸르스름한 마력이 번뜩였다.

하지만 그것은 평상시와 같이 분명한 기색이 아니었다.

‘아주 희미한 마력을 끌어 올리는 것 정도라면 어떻게든 가능하다. 한 번 정도는 어떻게든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야.’

요 며칠 사이 회복에 전념하면서 그 티끌 같은 수준의 마력이 모였다.

한 번, 놈의 미간에 내리꽂을 한 번의 마력이 말이다.

비록 배를 채울 식량도, 마실 물도 충분치가 않아 온전치 못한 수준이었지만 틀림없이 그것들은 유성의 미약한 회복에 도움을 주었다.

요 며칠 새 저들 생존자 무리와 함께 행동하며 유성은 유심히 주변의 지리를 봐두었다.

그것은 단순히 그가 떠날 방향을 모색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단지 그뿐만이 전부인 것은 아니었다.

동시에, 유성 그가 변종 늑대인 녀석을 죽이기 위한 절호의 대지를 찾아내기 위함이기도 했다.

‘저기다!’

그의 눈이 어둠을 꿰뚫고서 반대편에 닿았다.

그곳은 다름 아닌 공사가 중지된 오래된 건설 현장이었다.

건설 현장.

그곳은 녹이 슬은 날카롭고 커다란 철골들이 그대로 뼈를 드러낸 채 세워져 있었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듯이 아슬아슬하게 말이다.

[크아아아악!]

‘따라와라!’

유성은 뒤편에서부터 날카로운 괴성과 함께 그를 추격하는 놈을 유인했다.

녀석은 이 도심지의 지배자였다.

비록 놈을 처치한다고 해서 이곳의 생존자들이 완전히 안전해질 리는 없겠지만, 분명 큰 기여를 할 터였다.

그리고 유성에게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무기는 손에 쥔 쇠 지렛대가 전부였다. 그를 보조해줄 만한 여분의 그 무엇도 없다.

반대로 체력도, 마력도 최악인 상황.

지금 그에게 있어 변종 늑대는 가히 절망적인 상대나 다름없었다.

타다닥!

오래된 건설 현장을 향해 일직선으로 달리는 유성을, 뒤편에서부터 놈이 아슬아슬하게 추격했다.

콱 열린 놈의 주둥이가 몇 번이고 열리고 콰득 닫히길 반복하며 그를 옥죄였다.

찰나 사이에 몇 번이고 죽음의 위기가 그를 덮쳤다.

그렇게 건설 현장에까지 일직선으로 내달려.

마침내 코앞에까지 도달한 찰나.

‘바로 지금!’

그 아슬아슬한 간격을 유지하고 있던 유성이 힘껏 구르며 바로 앞쪽에 위치한 작은 구덩이 쪽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그의 몸체가 그대로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이제껏 전력으로 달려오던 속도를 주체하지 못하고 변종 늑대가 그대로 건설 현장에 맞부딪혔다.

콰아앙!

어마어마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고철 자재들이 맞부딪히는 굉음과 날카로운 소리들이, 정적뿐이던 도시를 일깨웠다.

거대한 놈의 몸체가 충돌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건설 현장이 가파른 소음과 함께 무너지며.

그대로 놈을 덮쳤다.

유성이 들어섰던 그 작은 홈은 그저 단순한 구덩이는 아니었다.

하수구를 연결하기 위한 배수로 통로였다.

그곳을 통해 바깥으로 빠져나온 유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는 변종 늑대를 발견할 수 있었다.

[크아아앙!]

녀석은 무너진 고철 자재들에 몸체가 끼어 있었다.

다만 덜그럭거리며 자재들이 움푹움푹 주저앉는 모습이,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금세 빠져나올 듯 위태로워 보였다.

[크르르르!]

고개만을 내민 상태 그대로, 놈은 유성을 노려다 보았다.

질질 흐르는 침방울이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위협적으로 쳐다보고 있지만, 결국 녀석은 지금 아무것도 하질 못한다.

저것은 그저 살기 어린 눈빛에 불과할 뿐이다.

“빌어먹을 자식.”

이제까지 녀석이 얼마나 많은 인간들을 죽였을 것인가.

이곳의 생존자들은 놈을 지극히 두려워했다. 혹여라도 녀석을 마주칠까 싶어, 사람들은 매일같이 경계를 조금도 늦추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녀석을 죽일 듯이 노려다 보던 유성은.

손에 쥔 쇠 지렛대를 힘껏 움켜쥐었다.

그의 동공에 이제껏 모아오고 있던 마력이 선명하게 빛을 반짝이며 발광했다.

그 순간, 유성의 몸체가 허공을 날뛰듯 도약하며 변종 늑대를 덮쳤다.

콰직, 잔혹한 한 줄기의 소음과 함께.

그가 힘껏 찔러넣은 쇠 지렛대가 놈의 미간에 박혔다.

도주를 가장했던, 사냥의 끝이었다.

* * *

다음 날.

소리가 들려왔던 건설 현장에 도달한 천일과 생존자 무리들은.

마침내 말도 안 되는 광경을 목격할 수 있었다.

“이건…….”

“마, 맙소사.”

혀를 빼문 채로 죽어있는 집채만 한 변종 늑대와, 놈의 미간을 노리고서 정확하게 꽂힌 쇠 지렛대를 말이다.

익숙한 쇠 지렛대다.

마른 헝겊마저 덧씌운 채, 마치 손잡이처럼 끝부분을 잡기 편하게 만든 것이, 분명 누군가가 사용하던 그것과 똑 닮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들 생존자들은 불과 어제까지 이것을 사용하던 이를 알고 있었다.

유성.

그는 오래도록 생존자 무리를 괴롭히던 이 도시의 지배자였던 변종 늑대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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