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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19화 (119/200)

119화. 둥지 섬멸전(2)

전함 메타트론의 갑판 위.

전투가 개시된 지는 이미 한창이었다.

[하아아!]

라피스가 힘찬 기합을 내질렀다.

마력을 한껏 끌어올린 그녀의 기가스, 스크래퍼가 새파란 안광을 번뜩임과 동시에.

삑-!

[타겟팅, 록-온!]

[미사일 컨테이너 오픈, 파이어!]

강렬한 기세와 함께, 스크래퍼의 전신에 장착된 미사일 컨테이너가 철컥 열리더니 수십 개의 미사일과 빔 포격이 일제히 터져 나왔다.

새파란 상공의 한가운데에 다색빛의 포격이 수를 놓듯이 쏟아지며 전함을 향해 접근하던 적들에게 퍼부어졌다.

쿠구구궁-.

전장의 한 가운데에, 무시무시한 규모의 폭발이 일어났다.

날갯짓과 함께 접근하던 드라칸들의 무리가 폭발에 휩쓸려 그대로 지상을 향해 추락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그 모습에, 상공을 부유하던 네 기의 기가스들이 일순 시선을 그쪽으로 향했다.

[워우.]

[상당하군. 그렇게나 어리숙했던 아가씨가 벌써 이 정도까지 성장하신 건가?]

엘 바이어스 소대원들.

그들 중 누구라고 할 것 없이 감탄의 기색이 역력했다.

그들조차도 당장 달려드는 전투체를 상대하는 게 버거운데, 후방의 갑판 위에 자리를 잡고서 포격을 쏘아대는 그녀의 스크래퍼는 줄기줄기 화력을 선처럼 뿜어내며 연달아 드라칸을 격추시키고 있었으니까.

확실히 라피스의 무력은 진작 범상치 않은 선에 들어서기는 했다.

비록 그녀의 앞을 가로막듯이 선, 그들 네 기의 기가스가 드라칸들을 틀어막고 있었기는 하더라도, 이미 라피스가 생도 수준을 진작에 벗어나 하나의 전력으로서 자리를 꿰찼음은 이미 명백했으니.

[■■■■-!]

쾅!

그때, 제이슨의 모니터 화면에 난데없이 시커먼 형상이 들러붙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접근한 드라칸이었다. 녀석이 사나운 괴성을 터뜨리며 기가스를 향해 달려든 순간.

[큭……?!]

위기를 감지한 제이슨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난데없는 기습, 위기의 순간이었다.

이를 악문 제이슨의 검은색 기가스가 다급히 자세를 취하려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그보다 놈이 한층 빨랐다.

그 위협을 알아차린 동료 파일럿이 다급히 소리쳤다.

[제이슨!]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콰앙!

뒤편에서부터 날아든 청색의 빛줄기가 제이슨을 노리던 드라칸을 관통하며 지나쳐 갔다.

지상을 향해 추락하는 놈을 뒤로하며.

통신 채널이 켜지더니 익숙한 얼굴이 떠올랐다. 라피스였다.

[제이슨, 괜찮아요?]

[하아, 하아. 아가씨.]

제이슨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섬뜩한 순간이었다. 하마터면 그대로 당할 뻔했음을 인지한 순간부터, 그의 육체에서 순식간에 식은땀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은 그가 본래의 얼굴로 돌아오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덕분에 살았군요.]

하지만 대화는 잠시였을 뿐이다.

[■■■!]

금세 그들의 시야를 틀어막는 놈들로 인해, 대화는 금세 끊기다시피 했다.

카가각!

방패를 주욱, 거칠게 긁어대는 놈들의 발톱을 간신히 틀어막은 제이슨이 이를 악물며 놈의 공격을 튕겨냈다.

그는 푸른 동공을 빛내며 외쳤다.

[큭, 쉽지가 않…… 군!]

달려드는 드라칸들의 수가 상당한 탓에, 제대로 된 반격 따위는 꿈도 못 꿀 정도였다.

그나마 뒤편에 자리를 잡은 라피스의 포격이 유일한 활로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진작에 당했을 정도로 놈들의 수가 많았다.

과장 조금 보태면, 상공이 이미 새까맣게 뒤덮인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어디를 어떻게 둘러봐도 온통 놈들로 천지였다.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오히려 살아남기조차도 벅찬 상황.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이 어려운 상황을 버텨내야만 했다.

그러지 않는다면.

이것들은 금세 저 아래쪽의 둥지 섬멸 역할을 맡은 이들에게로 향할 테니까.

* * *

고오오-.

조종석에 앉은, 유성이 뜨거운 숨을 내뱉었다.

‘숨이 막히는군. 슬슬 기체의 장갑을 뚫고 열기가 몰려오기 시작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타고서 물처럼 흘러내리는 땀방울에 가쁜 호흡을 내뱉었다.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었다. 생각 이상으로 뜨거운 수준에 달했다.

아무래도 이곳이 마그마의 심해 안쪽에 형성된 지형이다 보니, 제아무리 동굴의 안쪽 지점이라고 하더라도 열기가 상당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전개인 듯했다.

어느새 조용해진 유성을 향해, 옆에 있던 유리가 통신 채널을 통해서 말을 건네왔다.

[꽤나 더운 모양이지?]

“예상 이상으로, 그렇군요. 솔직히 찌는 듯한 수준의 열기입니다.”

유리는 맨몸으로 바깥을 활보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유성보다도 더욱 멀쩡해 보였다.

태생적인 육체의 ‘성능차’라는 게 존재하는 탓에, 둘의 상태는 이처럼 명확히 대비되는 듯 보였다.

물론. 역설적으로 그 탓에 그녀는 기가스에 탑승한 것보다도 인간의 육체로 싸울 때가 더욱 강력한 전력이었지만 말이다.

[조금만 참으라… 고!]

콰직!

힘찬 외침과 함께, 유리가 내던진 마상창이 동굴의 천장으로 쏜살같이 날아가 처박혔다.

[■■…….]

천장에서부터 무언가가 쿵, 떨어져 내렸다.

침입자들에 반응하여 이제껏 숨을 죽인 채 숨어 있던 양산형 드라칸이었다.

금세 침묵 상태에 빠진 녀석의 등판에서 마상창을 뽑아내며.

둘은 보다 깊숙한 둥지의 내부로 진입하고 있었다.

‘갈수록 내부가 넓어지고 있다.’

유성은 주륵 흘러내리는 땀방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전방의 상황에만 온 신경을 주시하고 있었다.

갈수록 넓어지는 내부 둥지의 광경.

시커먼 암흑 속의 동굴 저편에는 분명 여왕체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러한 여왕을 지키고 있을 완전체 또한.

그리고 마침내.

우우웅-.

낮게 진동하는 기가스 특유의 소음을 들으며.

발을 내디딘 드라칸의 둥지, 그곳의 심층부에 놈들이 있었다.

무리를 지배하고 다스리는 여왕이자 그들의 어머니, 드라칸의 여왕체가.

‘찾았다.’

놈을 마주한 유성이 지금 이 순간 생각한 것은 오로지 하나였다.

‘언제나 생각해 왔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저 기괴한 생김새에는 역겨움이 치솟을 것만 같군.’

[저게 바로 그 여왕체라는 녀석인가…….]

놈, 여왕체를 바라보는 둘의 표정은 딱닥할 정도로 굳어 있었다.

본능에서부터 기인하는 무언의 거부감이 반사적으로 치켜들었다.

놈은 ‘인간형’ 의 기묘한 형태를 한 여왕체였다.

단순히 인간형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인간의 형태를 형상화시키기라도 한 듯한 외형이었다.

새까맣고, 기이한 빛을 머금었지만, 그럼에도 팔다리와 눈코입이 모두 달려있는.

하지만 그것은 구태여 표현한다면.

인간을 닮았다고 하기보다는, 차라리 딱딱하기 그지없는 인형이나 마네킹을 세워두기라도 한 듯한.

그런 지극히 비정상적인 외형을 하고 있는 놈이었다.

여왕체에게서는 인간의 본능의 역함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단순한 생명체로서의 느낌을 떠나, 마치 미지의 불길함을 연상케라도 하는 듯한 그러한 느낌이 놈에게는 존재했다.

[■■■■!]

놈의 곁에 있던 예의 완전체.

레드 피닉스가 날카로운 적의를 뿜어냈다.

침입자를 향한 명백한 적대감이었다.

녀석은 자신의 어미인 여왕체의 앞을 가로막듯이 섰다.

저 보호하려는 듯한 광경은 단순한 착각이 아니었다. 저것은 명백하게 자신의 어머니를 지키려는 행동이었으니까 말이다.

후-.

숨을 몰아쉬며 잠시간 호흡을 가다듬은 유성은.

이내 기가스의 핵에 자리잡은 리브를 향해 말을 건넸다.

‘속전속결로 간다. 리브, 몸 상태는 어때?’

[응. 난 괜찮아!]

여전히 리브의 대답은 힘이 넘쳤다.

오히려 이 중에서는 유리 다음으로 그 반응이 괜찮은 편이었다. 유성 그보다도 괜찮아 보일 정도로 말이다.

[유성. 준비는 됐나?]

“물론입니다.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고오오-.

유리의 물음에 대한 대답과 함께, 유성의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가 대검을 치켜들었다.

그의 기체가 검을 드는 순간, 그 검날에 푸른빛의 기세가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태세를 갖추는 그들의 모습에, 마찬가지로 반대편에 선 완전체 드라칸 또한 날개를 활짝 펼쳤다.

이제껏 둥지의 안에서만큼은 움직임을 자제하고 있던 녀석이었지만 적이 이 심장부에까지 접근한 이상 이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놈의 신형이 주홍빛의 빛을 내뿜으며 쏘아졌다. 순식간에 날개를 활짝 펼치며 유성의 기가스를 향해 덮쳐든 것이었다.

쩌엉-!

둘을 중심으로, 강력한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마치 대기를 찢어발길 듯한 날카로운 기세였다.

지상으로부터 한참은 아래쪽에 위치한 이곳 지하의 둥지가 당장에라도 무너져 내릴 듯 뒤흔들렸다.

놈과 정면에서 검을 맞댄 채로, 유성이 이를 악물었다.

손끝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이 틀어막힌 듯 저릿하게 느껴져 왔다.

단지 감각만으로도 충분히 예감할 수 있다. 한층 우위에 속한 기세가 느껴져 왔다.

놈은 명백하게 유성과 리브의 힘을 합친 것 이상으로 강력했다.

“으아아아!”

그의 두 눈, 마력의 증명인 새파란 동공이 터질듯한 빛을 뿜어냈다.

놈의 거대한 체구가, 당장에라도 그의 기가스를 짓누를 듯 덮치고 있었다.

카가각.

힘에서부터 밀린 그의 기체가 뒤편으로 주욱 밀린 순간, 유성이 외쳤다.

“유리 님!”

[오오냐!]

떠엉-!

대답과 거의 동시에, 완전체 레드 피닉스의 몸체가 위에서부터 힘껏 내려 찍히며 푸욱 주저앉았다.

위쪽에서부터 힘껏 달려든 유리의 거창이 놈의 갑각질을 후려친 탓이었다.

놈의 자세가 무너졌다.

그 순간 유성의 제로 브레이커가 힘껏 놈의 머리를 향해 대검을 내려쳤다.

콰득!

섬뜩한 소리와 함께, 놈의 갑각질이 단번에 깨져 나갔다.

푸른 체액을 핏물처럼 질질 흘려대는 놈을 노려보며.

그가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끝내죠. 오래 끌면 제 쪽에서 못 버틸 겁니다.”

[그러지. 정면은 내가 맡겠다.]

“물론입니다.”

대답과 함께, 둘이 놈을 향해 합을 맞춘 듯이 동시에 달려들었다.

푸른 빛을 줄기줄기 뿜어내는 그들의 검격이, 놈을 노리고서 섬전처럼 내리그어졌다.

콰직!

* * *

마침내 전투가 끝이 났다.

“하아, 하아.”

유성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전투는 상당히 급박하게 돌아갔고, 생각 이상으로 치열했다.

상위체임을 감안하더라도 놈의 저항은 상당히 거셌다.

하지만 결국, 이곳은 놈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장소였다.

녀석은 혼자였으며 뒤편에는 지켜야 할 여왕체마저 있었다.

그들은 다수의 이점을 철저히 살려 녀석을 공략했다.

갑각질이 철저하게 박살이 난 채로, 한쪽의 구석에 힘없이 스러진 놈을 뒤로한 둘은.

이내 고개를 돌려 이 둥지의 중심에 선 여왕체를 바라보았다.

호위가 사라진 이후의 여왕은 무력했다.

그저 조금의 반항조차도 없이, 그저 우두커니 자신이 낳은 자식, 레드 피닉스의 사체만을 가만히 응시할 뿐이었다.

[…….]

놈의 시선 어디에도 유성이나 유리를 신경 쓰는 기색은 없었다.

그 시선의 의미가 무엇일지, 놈을 향해 마치 처단자처럼 검을 치켜드는 동시에.

유성은 생각했다.

‘네 녀석들에게도 감정이란 게 있다는 거냐?’

하지만 생각하고 고뇌하는 것은 그에게 어울리지 않았다.

그저 담담히, 대검을 휘두를 뿐.

서걱! 데구르르.

예리한 단면을 드러내며 그대로 잘려나간 여왕체의 머리가.

바닥을 굴러가다 멈췄다.

[■…….]

불길한 빛을 품은 여왕체의 눈동자가.

그들을 가만히 눈에 담다, 이내 그 빛을 꺼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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