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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17화 (117/200)

117화. 레드 피닉스의 둥지(6)

“후우.”

유성은 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숙소 침대에 누운 채로, 가만히 휴식을 취하고 있던 그는 천장을 말없이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었다.

쇄액. 쇄액.

그러한 유성의 옆에는, 리브가 고른 숨을 내쉬며 잠들어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앞으로 반나절. 그 시간이면 놈들의 둥지에 도착한다.’

그들이 전투에 임하기로 예정된 시각은 해가 떠오르는 이른 아침 시간이었다.

이제는 불과 수 시간이면 도착할 정도로 짧은 시간만이 남은 상태였다.

쿠오오오.

지금은 이미 고즈넉한 한밤중이었다.

하지만 창 바깥으로 보이는 것은, 새카만 밤하늘 따위가 아닌 붉게 치솟는 적색의 불기둥이었다.

화려한 불길이 지금 이 순간에도 창문 너머로 내비치고 있었다.

이글거리는 화산탄과 불꽃이 지배하는 이 환경 지대에서는, 밤마저도 이토록 밝았다.

이것이 지구가 아닌, 그와는 전혀 다른 테라라는 이름의 행성에서부터 보내는 밤이었다.

유성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창 바깥으로 향했다.

그의 동공에 주홍빛의 이글거리는 불기둥이 반사되어 비췄다. 그 적색의 열광을 바라보는 가라앉은 그의 시선에서는, 어떠한 흔들림조차도 없이 오로지 차분한 이성만이 감돌고 있었다.

유성과 라피스. 그리고 함선의 모두는.

이제까지는 줄곧 놈들에게서부터 먼저 당하는 입장이었다.

늘상 그래왔다. 녀석들은 늘 덮쳐왔고, 또한 그들로서는 간신히 격퇴를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생이 시작된 이래.

그, 아니, 그들은 최초로 먼저 드라칸의 둥지를 요격하는 입장이 되었다.

일명 행성격뢰관통창. 지표면을 강타하기 위한 요새형 전략 전술 무기인 레버런스 피어스.

그것에 대한 설명은 이미 들은 뒤였다.

저 아득할 정도로 깊은 수백여 미터 아래에 위치한, 둥지의 최심부를 관통할 정도로 강력한 거창.

연합은 약속을 지켰다.

아스트라 부함장의 전언에 의하면, 그들이 확답을 보내기가 무섭게 이미 저 드높은 우주의 어딘가에서는 그 거창을 장전하기 위한 준비가 끝마쳐졌다고 했다.

연합 또한 진작부터 그 완전체의 등장을 크게 경계하고 있다는 소리일 터였다.

행성을 중심으로 공전하고 있는 위성.

그곳에 장전된 그 압도적인 기세를 머금은 탄환은, 신호만 주어진다고 한다면 언제고 지상을 노리고서 쏘아질 터였다.

그러니 유성과 유리를 비롯한 이들이 할 일은 명확했다.

예정된 격전에 임하여 놈과 놈의 무리를 벼랑 끝에 내몰아, 끝내는 거창 레버런스 피어스가 해당 지점을 정확히 관통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작전대로만 된다면 틀림없이 가능하다.

이 땅에서 드라칸 무리 하나를 통째로 지워버릴 수가 있게 되겠지. 그것도 압도적일 정도로 순식간에.

하지만 그것만을 확신하고서 움직일 수는 없는 일이다.

세상은 언제나 가정대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미래란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예정대로 상황이 이어지지 않게 되었을 만일의 사태에마저 대비해야 한다.’

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그것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모든 게 작전대로로만 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그저 바램일 뿐이다.

다만 최대한 그렇게 되도록, 상황을 의도적으로 내몰 뿐이었다.

설령 그렇게 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유성 그 자신이 그렇게 되도록 할 셈이었다.

‘확실하게 끝낸다.’

꽈득.

불끈 움켜쥔 주먹에서부터 푸른 기운이 희미하게나마 빛나기 시작한다. 그의 의지가 유형화된 마력이었다.

차분히 눈을 감고서 감정을 다스린 유성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웅. 아빠?”

침대가 흔들리자 잠에 들었던 리브의 눈이 슬며시 뜨였다.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리브의 모습에, 그가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고는 말을 건넸다.

“좀 더 자고 있어, 리브. 금방 다시 올 테니까.”

“아라써-.”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쏟아지는 졸음기를 버티지 못한 리브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금세 미동도 없이 침묵하는 리브를 잠시간 응시하던 유성은.

이내 숙소를 빠져나왔다.

* * *

기잉-.

닫혀있던 병실의 문이 열렸다.

그에 침대에 누워있던 환자의 시선이 방문자에게로 자연스럽게 향했다.

“끄응. 대장, 왔어?”

“얌전히 있었지?”

“얌전히고 자시고 애당초 일어설 기력도 없는데, 뭘.”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의 정체는 다름아닌 빌객스였다.

그녀는 사고라도 치지 않았냐는 듯이 묻는 유성의 물음이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유성은 녀석을 감싼 듯이 주변에 스멀거리는 암흑색의 마력을 잠시간 내려다 보다 이내 말을 건넸다.

“마력을 다스리기도 어려울 정도로 몸 상태가 안 좋은 건가 보지?”

“상공에서부터 지상에 처박힐 때의 충격으로 허리가 끊어졌어. 보시다시피 걸을 수도 없지. 회복에는 며칠 이상 걸리겠더군.”

“그런가.”

확실히. 빌객스의 육체는 유성과 비교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유성이 지닌 몸의 강건함은 대다수의 마나 사용자들 중에서도 크게 특출난 편이 아니라는 것을 떠올려 보았을 때, 그녀 또한 지상에 추락했을 때의 충격은 분명 상당했을 터다.

빌객스의 강함은 어디까지나 극한의 이능에 치우쳐 있다.

유성이 인간이 달할 수 있는 극의 기술에 치우쳐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유리 엘 바이어스 후작이 오로지 강건한 육체 능력 하나에만 능력이 집중된 것처럼.

저마다의 각성자들에게는 그들만의 강함이라는 게 존재한다.

당연히 그에 따른 장점만큼이나 단점 또한 명확한 편이었다.

전장에 셀 수 없이 출격한 이 치고는 쌓이지 않는 그 어수룩한 수준의 경험이 바로 빌객스 그녀의 단점이었다.

제아무리 많은 횟수의 출격을 반복한다고 하더라도 그녀의 기량이 성장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것은 유성과 같은 이들에게나 가능할 뿐, 타고난 능력에 집중한 채로 모든 상황을 해결하는 이에게는 불가능한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나라고 하면 적어도 그렇게까지 극심한 부상을 입지는 않았겠지.’

빌객스는 그토록 강대한 이능을 가진 인물이었으나, 오히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나머지의 것들에 서툴렀다.

재능이란 그런 거다.

마치 신은 세상 모두를 공평하게 하려는 듯이 하나가 뛰어난 자는 다른 하나의 요소가 부족했다.

당장 유성 자신이 그러하듯이 말이다.

짧은 대답을 끝으로, 잠시간 입을 다문 그를 향해 빌객스가 말을 건네왔다.

“그나저나 대장.”

“말해.”

“그 완전체 놈의 둥지라도 쫓을 셈인가 보지?”

그 말에 유성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어떠한 말조차도 없이, 그저 조용히 침묵할 뿐이었다.

스윽 시선을 돌리는 그의 눈에, 빌객스 그녀가 웃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흡사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표정이라도 취하고 있던 그녀의 모습에 유성이 물었다.

“진작부터 눈치채고 있던 건가?”

“평소에는 굳이 숙소에까지 찾아오지 않던 대장이 이렇게 찾아올 때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더라고?”

“역시 너한테는 못 당하겠어.”

그 말에 유성은 피식 웃음을 흘려 보였다.

“네 말대로다, 아그네스. 잠시 후에는 그 완전체 녀석의 둥지를 섬멸하러 가기로 예정이 되어 있거든.”

“오. 섬멸전인가. 그리운데, 이거?”

빌객스 그녀는 흥미라도 인다는 듯이 대꾸했다. 그녀의 눈 사위가 히죽 반달을 그리듯이 올라갔다.

그러다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물었다.

“대장. 이렇게 내 본래 이름 막 불러대도 괜찮아? 그러다 정체를 들키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여기에 감시망이 있다는 건 구태여 길게 생각해보지 않아도 뻔하잖아.”

“딱히 상관없는 일이야. 들키든 말든 상관은 없는 거니까.”

유성은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평소의 차분하면서도 이성적인 사고에 젖어 있던 그답지 않은 단순한 대답이었다.

이미 세상은 극심한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시작한 지가 오래다. 이 혼란은 가라앉지 않을 것이다.

지상에 내려앉은 드라칸들의 수는 이미 그들 인류가 감당하기에는 너무도 불어나 버렸다.

행성 전체에 드문드문 생겨나기 시작한 게이트를 타고서, 지금 이 순간에도 드라칸들의 수는 삽시간에 불어나고 있었다.

어떤 식으로든 이미 인간이 감당할 임계점은 진작 넘어선 상태였다.

녀석들은 수를 불릴 것이고, 인간들은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아마 이 전쟁은 설령 게이트를 모조리 닫는다고 하더라도 계속될 터였다.

놈들의 수가 불어나는 것은 이제 막을 수 없다.

지워도 지워도 끝없이 불어나는 암세포처럼 번져나가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 그것은 예고된 전쟁의 서막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혼란 속에 구태여 이시혁이나 아그네스의 이름을 아는 인간이 한 둘쯤 나온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

‘아니, 오히려.’

그런 와중에도 유성은 서늘한 눈을 빛내며 생각했다.

이것은 은연중에 그가 자신의 정체성을 흘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을 통제실의 이들에게 말이다.

‘알아차리려면 알아차리라지. 오히려 이 배의 함장이나 부함장은 그러한 사실을 명확히 깨우쳐야 한다. 나나 빌객스가 과거에 연관된 인간이라는 것을.’

라프티리아 함장. 그리고 아스트라 부함장까지.

그들의 사고는 이미 몇 번이고 분명하고 확인한 바였다.

물 흐르듯 유연하고 이성적인 사고를 가진 자들이다.

그런 이들이라면, 틀림없이 어떤 식으로든 약간의 정보만 흘린다면 그들이 과거 시대와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터였다.

‘물론 제아무리 추론과 상상력이 풍부하더라도 우리들이 환생자라는 사실에까지는 결론이 이르지는 못하겠지만. 거기까지는 생각이 미치겠지.’

그리고 바로 그것이야말로 바로 유성이 바라는 것이기도 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유성의 조력자로서 이 혼란 속을 헤쳐나갈 열쇠가 되어줄 테니까 말이다.

* * *

한편. 그와 같은 시각.

“저, 정말로 출전하실 겁니까?”

“아니, 아가씨. 막무가내로 나가는 건 좋지 못하다고요. 다시 좀 생각을 해보세요, 예?”

“말려도 소용없어요. 저 또한 나갈 테니까.”

라피스의 대답은 강한 의사를 피력하고 있었다.

여전히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는 소대원들을 노려보듯 하던 그녀는, 이내 옆에 선 치프를 향해 물었다.

“도와줄 거죠, 치프?”

“어…….”

그 당연하다는 듯 자신을 되돌아보는 라피스의 시선에.

치프가 말을 흐렸다. 그의 눈이 반사적으로 라피스의 뒤편으로 향했다.

절레절레.

네 명의 바이어스 소대원들이 필사적으로 고개를 젓고 있는 게 보였다. 죽어도 안 된다고 하는 강렬한 의지가 그들의 표정에서부터 보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라피스는 보호하고 모셔야 할 대상이지, 함께 전장에 나설 동료가 아니었다.

그 다급한 소대원들의 의지가 표정에서부터 드러났다.

하지만 기름기가 묻어 질척거리는 머리를 두어 차례 긁적인 치프가 그러한 사정마저 알 바는 아닌 일이었다.

치프는 단순히 이 격납고의 장이었을 뿐이니까 말이다.

그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그러지, 뭐. 스크래퍼에 추가 무장이라도 달아주랴?”

“치프!”

대번에 라피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리고 그와는 반대로, 결코 들으면 안 될 소리를 듣게 된 소대원들의 안색은 까맣게 타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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