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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13화 (113/200)

113화. 레드 피닉스의 둥지(2)

[■■■■.]

놈, 레드 피닉스라 명명된 완전체 등급의 특수 개체.

녀석은 깊숙한 마그마의 고열을 뚫고서 심부로 잠수하듯 파고들었다.

아래로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더욱 무거운 압력과 고열이 녀석의 몸체를 짓누를 듯이 압박해온다.

하지만 이 환경에 특화한 방향으로서의 진화를 거듭해온 게 바로 놈과 놈의 무리였다.

고작 이 정도의 압력으로는 녀석의 갑각질에 변형 하나 일어나지 않는다.

쿠오오오.

이 이글거리는 열기의 바다를 헤치며 나아가던 녀석은, 이내 저편에 있는 토굴의 입구를 발견하자 그쪽을 향해 다가섰다.

놈의 날개가 너무도 유려하게 날갯짓을 하며 이 주홍빛의 바다를 헤쳐나갔다.

* * *

토굴의 입구.

그곳에서부터 주홍빛의 선명한 빛을 발하는 마그마가 보글거리며 거품을 연이어 내뿜었다.

대번에 토굴의 안에서 채취한 자원을 나르고 있던 다수의 양산체 등급 드라칸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

행렬을 이어 움직이던 양산체 드라칸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표하던 것도 잠시.

일부는 다소 경계 어린 시선으로 입구를 응시하기도 했다.

턱.

하지만 애당초, 그럴 필요는 없었다.

이내 이글거리는 마그마 속에서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형체는, 녀석들에게 있어 가장 익숙하기 그지없는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마그마를 헤치며 모습을 드러낸 개체의 정체는 바로 완전체, 레드 피닉스였다.

[■-!!]

[■■!]

그 정체를 알아차리자마자.

양산체들은 그 즉시 녀석에게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녀석들은 레드 피닉스를 둘러싼 채로 연신 새된 음성을 흘렸다.

그 시선과 기색에서부터 녀석들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손쉽게 엿보일 정도.

바로 레드 피닉스의 복귀를 반겨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

이내 레드 피닉스의 날개 한쪽이 뜯겨나가 있는 광경을 발견하고서 놀라서 소란을 피워댔다.

[■■■■.]

하지만 레드 피닉스는 그러한 양산체들을 밀어냈다.

가능하면 녀석들이 다치지 않도록 느릿하게.

그 움직임에 조심스러움이 베여 있음은, 구태여 길게 살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녀석은 힘없이 비틀거리면서도 이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의 여왕이 기다리고 있을, 깊숙한 둥지의 안쪽을 향해.

움직일 만한 약간의 기력조차도 거의 남지 않았을 정도로 녀석의 걸음걸이는 위태로워 보였다.

이번에 나타난 침입자들은 완전체인 녀석이 맞섰음에도 다소 벅찰 정도의 상대들이었다.

* * *

“놈의 위치를 확인했네.”

“놈이라고 한다면?”

상세한 설명을 요구한다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유성의 시선에, 아스트라 부함장이 말을 이었다.

“일전에 유성 군 자네가 상대했던 완전체 등급의 개체, 레드 피닉스를 뜻하는 것이지.”

“그렇다면.”

“그래.”

아스트라 부함장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시선에는 선명한 확신이 새겨져 있었다.

“레드 피닉스가 머무르는 둥지의 위치를 알아낸 걸세.”

“그곳에는 놈의 무리와 여왕체도 함께 있겠군요.”

“그렇겠지.”

상처 입은 야수가 찾아갈 곳은 과연 어디일까. 그 답은 뻔하다.

녀석이 가장 안전하게, 그리고 마음을 놓고서 쉴 수 있는 장소.

그게 바로 둥지다. 녀석의 어미 개체인 여왕체가 머무르며, 자신이 집으로 여기는 장소 말이다.

완전체인 레드 피닉스가 그들에게서 물러서자마자 향한 곳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줄곧 한 방향으로 일치했다.

그리고 지금에 와, 녀석의 움직임은 완전히 멈춰 섰다. 조금도 움직일 생각조차도 없는 듯이 말이다.

그렇기에 확신할 수 있다.

그곳이야말로 놈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녀석의 둥지임을 말이다.

이제 그들은 놈의 유일한 약점을 알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레드 피닉스가 그 사실을 알 리는 없겠지만 말이다.

“흐음.”

둘 사이에 이어지던 대화의 양상을 가만히 지켜보던 유리 엘 바이어스가 턱을 쓸었다.

그녀는 이내 옅은 웃음기를 드러내며 물었다.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토벌전이라도 할 모양이지?”

“가능하다면 말이죠, 유리 님. 이건 유리 님의 허가도 필요합니다.”

“내 허가 말이냐?”

난데없이 자신의 얘기를 꺼내 드는 이 상황에, 반사적으로 의문을 드러내자.

아스트라 부함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이미 중앙 연합에서부터 지령이 내려왔습니다. 상황과 여건이 허락해준다는 전제하에, 가능하다면 놈과 놈의 군체 무리 전체를 없애달라고 하더군요.”

“쯧.”

그 말에 유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녀는 입가를 비죽 내밀면서 대놓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 늙어서 고집만 남은 늙다리 자식들이. 자기네들 함대는 보내지도 않고서 오로지 이쪽 인원으로만 상대하라는 건가. 심지어 고작 전함 하나만을 가지고서? 참 형편 좋은 말들이로군.”

“의미야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지만 저희들은 현재 녀석들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영역의 한 가운데를 지나쳐 가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이라는 조건을 붙인 겁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말이 유리의 신경을 더욱 거슬리게 한 듯했다.

그녀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그 노인네들이 이 타이밍에 괜히 그런 소리를 할 리가 없잖아? 너도 그것들이 어떤 유형의 인간들인가는 이미 확인했을 텐데? 다들 진작부터 내가 이곳에 도착한 걸 알고 있기에 한 소리지.”

“하하…….”

확실히. 그 말만큼은 제아무리 아스트라 부함장이라고 할지라도 답변하기가 어려웠다.

전적으로 맞는 말이었으니까.

아닌 게 아니라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유리는 연합의 가장 날카로운 창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우주를 유영하던 해적들의 함선을 깨부순 일화는 지금도 유명했다.

연합의 입장에서 그만한 무력을 가진 그녀의 위치를, 시시각각 확인하는 것은 가장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 과제였다.

그런 측면에서 유리가 이 화산 지대에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곧장 지령이 내려온 것은,

그러한 사실과 연관성이 없어 보이려야 없어 보일 수가 없는 것.

특히나 그 지령의 내용이란 게 ‘완전체의 무리를 섬멸할 수 있다면, 그리 하라.’ 라는 식의 내용이라면 말이다.

결국 이 말은 유리에게 보내는 개인 메시지나 다름없었다.

자기네들로서는 감히 상대하기조차 어려운 적이니 그녀에게 대신 부탁한다, 라고.

잠시 그러한 유리를 응시하던 유성은, 이내 짤막한 한 마디를 내뱉었다.

“확실히. 그들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유리 님.”

“……그래?”

그 말에 유리가 저도 모르게 유성이 있는 방향을 돌아보았다.

“예. 확실히.”

유성은 확신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이내 말을 이었다.

“이미 완전체가 한 마리 튀어나온 상황입니다. 그런데 저 무리를 가만히 놔두는 것은, 분명 안 좋은 선택이기는 하죠. 시간을 주고서 느긋하게 기다려줬다간 저 녀석들은 그 규모를 착실하게 불릴 겁니다.”

“그런가.”

“언제 제2, 제3의 완전체가 새로이 등장하더라도 이상할 게 없습니다. 오히려 놈과 놈의 무리를 상대할 만한 유일한 전력인 유리 님이 함께하고 있는 지금이 아니라면 녀석을 처리할 기회는 없는 게 사실입니다.”

유성의 말은 일리가 있었다.

드라칸의 무리란 건 결국 군체. 놈들은 시간을 주면 차근차근 무리의 규모와 질을 성장시켜 나가는 것들이었다.

군체 무리의 규모에는 단계가 있다. 초기, 중기, 그리고 후기.

무리가 막 자리를 잡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신경만 쓴다면 충분히 처리가 가능한 수준이지만 그 단계가 중기를 지나쳐 후기에 도달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상위체와 완전체가 여러 마리 줄줄이 뽑혀 나올 후기의 군체 무리가 완성될 즈음이면 이미 그때는 늦다.

온 태양계의 각성자들 전원이 한 자리에 모여든다 해도 사실상 해당 드라칸 무리를 이 땅에서 지워버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그 구역은 접근조차도 불가능한 괴물들의 영역이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

거기에 유성은 한 마디를 덧붙였다.

“연합도 이미 그런 사실들을 모두 알고 구태여 그런 애매한 방식의 지령을 내린 걸 겁니다. ‘완전체의 무리를 섬멸할 수 있다면, 그리 하라.’ 이건 아무리 봐줘도 상황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적을 상대하라는 것이겠죠.”

그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아스트라 부함장이 이내 수긍이 간다는 듯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겠지. 상대가 안 된다면 물러서라는 것일 테고 말일세. 사실상 강제성 따윈 1도 없는 지령이니까 말이야.”

“맞습니다, 부함장 님. 어려워 보인다면, 그대로 물러서면 될 일일 뿐이니까요.”

“…….”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유리는 생각했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들이었다. 틀린 말 따윈 없다.

연합이 구태여 그런 애매한 방식의 지령을 내린 것은, 이쪽의 상황과 유리 자신의 무력을 충분히 고려한 내용의 것임이 분명했으니까.

그러면서도 동시에, 그녀의 시선이 유성을 잠시간 향했다.

‘이 녀석이 과거 대전쟁 시절의 인간이라는 걸 알고 있는 것은 확실히 나뿐이다. 확실히 이 녀석은 자기 자신이 말했던 그대로 지령의 해석 방식이 군인답기는 하군.’

유성은 과거 400년도 더 전인 대전쟁 시절의 인간이었다.

그것도 무려 당시 군의 기갑 파일럿으로 활동했던 인물 말이다.

그런 녀석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주장을 내민다는 것은, 분명 틀림없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예의 완전체와 동떨어져 있지 않은 것은 너무도 명백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유리가 여기서 얻어야 할 것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확신이었다.

놈의 무리가 그토록 위험하게 성장할 거라는 확신 말이다.

“…그래서. 그 완전체라는 놈이 재수가 없으면 두세 마리씩 더 생겨도 이상할 일이 없다는 건가?”

“대충 종합하자면 그런 셈입니다. 이미 한 마리가 튀어나온 마당에 여기서 몇 마리의 동일 개체가 더 튀어나와도 이상할 것은 없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그렇게 되면 확실히 그때에 가서는 이미 막을 수 없는 재앙 덩어리이기는 하겠군. 그래.”

동의한다. 연합의 수뇌부에서도 이미 대충 그러한 생각들을 띄고 있기에 한 지령일 터다.

그게 아니라면, 구태여 자신들의 가장 효과적인 창이나 다름없는 유리를 위험 지역에 지령까지 보내 가면서 내보내려 할 이유가 없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그때. 그들의 사이로 아스트라 부함장의 음성이 끼어들었다. 대번에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음? 뭐지, 부함장?”

“연합에서부터 행성격뢰관통창, 레버런스 피어스의 요청을 1회에 한하여 허가하였습니다. 저희가 놈들의 둥지를 격퇴한다는 메시지를 수락한다면 즉각 사용준비에 들어가겠다는군요.”

“레버런스를……?”

유리의 인상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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