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12화 (112/200)

112화. 레드 피닉스의 둥지(1)

이어지던 유성의 말에 유리는 말없이 눈만을 천천히 깜빡였다.

“어……. 그런가?”

“네. 제가 죽은 건 십대 중후반의 나이였죠. 딱 지금의 나이 정도였을 겁니다.”

그 말에 묵묵히 듣고 있던 유리가, 문득 이상함을 발견하고서 그를 제지했다.

“유성. 잠깐만.”

“왜 그러십니까?”

의문을 표하는 그를 향해, 유리가 물었다.

“네 녀석. 전생에서도 이미 각성자라고 하지 않았나?”

“네.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네 나이쯤에 죽었다고 한다면, 각성은 언제쯤 한 거지?”

그 말에 흑색의 무심한 눈으로 잠시간 그녀를 응시하던 유성이 대답했다.

“각성 따윈 하지 않았습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왜냐하면.”

잠시간 침묵하던 그는, 이내 말을 이었다.

“저는 처음부터 각성자였으니까요.”

천재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력이라는 조각들이 한데 모여 퍼즐처럼 마침내 완성되는 것 또한 아니었다. 그것은 범인의 영역일 뿐이다.

진짜는 날 때부터 그 능력이 주어질 뿐이다. 단지, 처음부터 그의 손 위에 쥐어진 듯이 아주 자연스럽게.

유성은 날 때부터 유일한 각성자 등급을 받은 최초의 인간이었다.

“그 시절에는 대부분 저와 마찬가지였습니다. 제가 다소 특이체질이라곤 했어도 아주 특별하진 않았으니까요. 아마도 열.”

“열?”

“마나 사용자들 열의 하나쯤은, 대개의 경우 각성자의 십대 중반 즈음이면 그 정도 수준의 경지에 오르고는 했으니 말입니다.”

유리의 입이, 저도 모르는 사이 조금 벌어졌다.

사실, 각성자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남들보다도 더 마력의 운용에 민감한 영역에 속하게 되었다면 그것이야말로 바로 각성자의 경지에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세상에서는 그토록 대단하다 알고 있지만 유성이 아는 진짜 현실은 바로 그러한 것이었다.

‘보다 확연하게, 그리고 분명하게 마력을 다룰 수 있다면 그 순간부터 하나의 각성자에 속하게 되는 거지. 그 어디에도 명확한 기준점은 없다.’

사람의 성향이란 건 필연적으로 저마다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 법이다.

나고 자라온 환경, 받아들인 태생. 그밖에 것들이 그 인간의 성향을 굳게 만드는 그날까지 줄곧 관여한다.

때문에 모든 마나 사용자들의 성향은 여럿으로 갈릴 수밖에 없다. 태생적인 성장과 그릇의 한계 또한, 당연하게도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자들의 기준점을 명확히 한다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공통적으로 적용된다.

각성자란, 그중에서도 그 그릇의 한계선상이 남들보다도 확연히 우월한 자들을 뜻했다.

쉽게 말해 발전의 가능성에 대한 길이 더욱 열린, 이른바 천재라 부르는 부류들이었다.

대개의 경우에는 쉽게 그 재능의 여부가 보인다. 그래, 바로 라피스와 같은 경우처럼 말이다.

스윽.

유성이 팔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의 시선 또한 자연스럽게 아래로 향했다. 잠시간 그가 내민 팔을 응시하던 유리가, 이내 입을 열어 물었다.

“뭘 하려는 거지?”

“보고 계시죠, 유리 님.”

꽈드드득.

그 말을 끝으로, 유성은 스스로의 행동만으로 그에 대한 이유를 증명해 보이기 시작했다.

그의 팔에 일어난 변화는, 거의 극적이었다.

마치 내부의 뼈들이 순식간에 비정상적인 수준으로까지 자라나 하나의 드릴, 혹은 창처럼 서로 엮여 나가는 그 모습은 기괴한 수준의 영역에 속해 있었다.

하지만 변화는 단지 그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진짜는 그 다음이었다.

유성의 살색에 불과했던 피부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천천히 어두워지는 색감을 띄는가 싶더니, 이내 완전한 암흑색의 매끈한 질감으로 돌변하기 시작했다.

그 광택이란 게 이미 사람의 팔 수준의 영역은 아니었다. 무려 천장의 불빛을 받아 반사될 정도였다.

흡사 기괴하기 짝이 없는 광경이기까지 했다.

“이건…….”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적어도 유리가 아는 한 어떠한 ‘존재’와 닮아 있기도 했다.

“흡사 드라칸의 팔을 흉내 낸 것처럼 보이는군. 속은 어떨지 몰라도 외관만은 틀림없이 그놈들의 갑각질의 것과 비슷해 보여. 일종의 창날처럼 생겼다니.”

유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착각이 아닙니다. 실제로, 이건 그놈들의 외형과 내부를 어느 정도 재현한 것이니까요. 따라 했다고 보는 게 좀 더 정확할 겁니다.”

그의 팔은, 본질적으로 드라칸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절정에 달한 마나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속한 태생적인 종의 한계와 근원마저도 비틀 수가 있다.

언제나 전장에서 기가스를 탈 수만은 없는 법이었다. 그것은 제아무리 온갖 지원을 받았던 유성이라도 마찬가지였다.

전투 중에는 무엇이든 일어날 수 있고 무슨 사고라도 벌어질 수 있다.

기가스를 타지 않은 채 드라칸을 마주하더라도 그들 기갑 파일럿은 싸워야 한다.

그들 인간이 싸우고 싶어 하지 않더라도, 드라칸이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 리가 없었으니까. 전장이란 그런 거다.

놀람에 입을 다물 생각을 하지 못하는 유리를 응시하며, 유성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게 저에게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무슨 의미이지?”

“제 말의 뜻이 의아하다면, 직접 시도해 보시죠.”

시도해라.

그에 대한 말뜻의 의미를 모를 유리가 아니다. 이제껏 알지 못할 광경들이 줄을 잇듯 하였으나, 그 정도쯤은 충분히 이해할 만한 눈치가 그녀에게도 또한 있었다.

반사적으로 고개를 내려 자신의 신체를 내려다보는 유리를 향해, 유성이 입을 열어 덧붙였다.

“마력이란 건 찰흙 덩어리와도 같습니다. 주무르면 주무르는 대로 그 형태가 바뀌기 마련이죠. 이제껏 유리 님께서도 알고 계셨을 사실이지만, 그걸 조금 더 표면적으로 이용하면.”

조언은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했다. 단지 곁들이듯 더했던 몇 마디의 말만으로, 각성자였던 그녀는 놀랍도록 유성의 행위를 현실상에 재현했다.

쩌적. 쩌저적.

유리의 피부가, 순식간에 색감과 질감이 변질하기 시작한다.

두터운 드라칸의 종 특유의 갑각 재질 표면이 그녀의 피부 위로 덧씌워졌다. 마치, 갑옷처럼.

“그런 식으로 본연의 외형 자체를 바꿔버릴 수도 있는 거죠.”

“이, 게…….”

그녀는 제 자신의 변화를 마주하고서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런……. 게 가능했던 거였나?”

“네. 유리 님, 당신은 각성자이니까요. 육체의 외형을 조금 비트는 것쯤은 그 정도의 경지라면 누구나가 가능할 겁니다.”

단지 이제껏 알지 못했던 것은, 단지 그들이 인간의 사고에 갇혀 있었기 때문이다.

유성은 쓴웃음을 내보이며 그녀를 직시했다.

“이 정도라면 유리 님의 의심을 거두기에 충분하겠습니까? 제가 과거 시대의 인간이란 것을 설명하기에도 충분해 보이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 확실히. 의심은 걷히는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하지만 이내, 반짝이듯 두 눈을 빛내며 뒷말을 덧붙였다.

“그래서 오히려 흥미가 생겼어.”

“예?”

유리에게 비춰지는 유성의 모습이란, 이미 앳된 과거의 꼬마가 아니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들춰내도 그 모두가 드러나지 않을 듯한 지식의 보고처럼 보였다.

* * *

고오오오.

전함 메타트론은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상공을 부유하며 대지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간혹 치솟아 오르는 불의 기둥이 전함의 아랫부분을 강타하였으나, 그 정도로는 두터운 배의 장갑에 옅은 상흔조차도 남지 않았다.

어떠한 환경에서조차도 부유할 수 있도록 건조된 다목적전함인 메타트론은 이 정도의 열기 따윈 아무런 문제조차도 없이 나아갈 수 있었다.

“놈의 추적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지?”

통제실의 중앙에 선 아스트라 부함장이 입을 열었다.

그의 물음에 한창 모니터 화면을 조작 중이던 일부의 군인들이 뒤를 돌아보며 대답해 왔다.

“현재 200여 킬로미터가량을 이동하였습니다.”

“다만, 갈수록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완전체, 레드 피닉스라 명명된 개체가 고속으로 지표면 아래로 내려앉고 있는 게 확인됩니다. 약 500미터 아래의 심부에까지 이동 확인.”

“그래. 그럴 수밖에 없겠지. 녀석들의 둥지는 저 깊숙한 지표면 아래에 있을 테니까.”

아스트라 부함장은 미간을 굳힌 채로 낮게 중얼거렸다.

놈, 레드 피닉스(Red Phoenix).

그것은 바로 유성이 상대했던 그 이글거리는 주홍빛을 발산하는 완전체 등급의 고위험 개체를 뜻하는 말이었다.

일전에 녀석이 물러선 뒤로, 통제실의 인원들은 줄곧 놈의 뒤를 추적하는 데에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

변화가 일어난 것은 불과 한 시간여쯤 전부터였다.

그토록 재빠르게 물러서던 녀석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깊숙한 땅 아래쪽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지점은 그들 연합의 관측상으로는 고온고열의 마그마 바다가 잠식한 지대임이 틀림없었다. 그 환경이 이 짧은 시간 만에 변했을 리는 없을 테니, 지금도 분명 그러할 터였다.

하지만 그 열기로 가득한 마그마의 바다를 아무런 문제 없이 파고든 녀석은, 빠른 속도로 아래로 잠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놈이 파고든 깊이가 깊어지기까지는, 정말이지 순식간이었다.

이제껏 보아온 녀석의 속도상으로는 그보다 빨라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하지만 녀석은 유난히도 느려진 속도로서 지표면 아래를 나아갔다. 마치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다는 듯이.

그에 대한 이유를 아스트라 부함장이 모를 리가 없었다.

‘바로 놈이 둥지에 진입했다는 증거겠지. 그게 아니라면 그렇게나 조심해 가며 행동할 리가 없어.’

과연, 그의 생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녀석은 제 둥지에 멈춰 서리라 생각했다.

상처 입은 자식이 가장 먼저 찾는 것이 바로 어미이듯이, 놈 또한 틀림없이 그럴 것이다.

현재의 녀석은.

무려 날개 중의 하나를 잃는, 치명적이기 짝이 없는 수준의 부상을 입은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스트라 부함장 그의 생각처럼.

놈의 위치를 꾸준히 확인하고 있던 군인이 뒤를 돌아보았다.

“부함장 님?”

그 시선은 이내 부함장과 허공에서 맞닥트렸다.

잠시간 그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의 기류가 형성되었다.

그 시선에 얽힌 다소 복잡한 기운을 읽은 아스트라 부함장은 이내 마른침을 삼키고는 되물었다.

“…말하도록. 녀석의 상황이 어떻지?”

“현재 레드 피닉스, 지표면 750여 미터가량에서 완전히 멈췄습니다. 현재 녀석의 움직임은 완전 침묵 상태입니다.”

찾았다.

아스트라 부함장의 동공이 한층 크게 확장되었다.

놈이 움직임을 멈출 만한 이유라고 한다면 그것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바로 녀석이 제집에 들어섰기 때문일 터.

깊숙한 심부 안에 마련된 둥지의 안에서는 제아무리 녀석이라도 그 움직임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 막대한 속도로 움직였다간 틀림없이 둥지 자체가 무너지고 말 테니까.

그렇기에. 아스트라 부함장의 눈에 어린 것은 분명한 확신이었다.

바로 그곳이, 놈과 놈의 어미가 숨어 있을 둥지임이 틀림없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