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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08화 (108/200)

109화. 유리 엘 바이어스(1)

“각성기.”

감고 있던 유리의 눈동자가, 번뜩 뜨이며 빛을 발했다.

본래라면 한없이 푸른빛에 가까웠을 그녀의 두 눈이, 지금만은 찬란한 빛을 흩뿌리는 금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고오오오-!

그녀의 동공이 마치 이글거리듯 빛을 발함과 동시에.

가공할 수준의 대마력이 마치 소용돌이치듯 그녀를 중심으로 한데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 기세가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주변의 대기가 날카로운 기류를 형성하여 휘몰아쳐 왔다.

꽈득.

유리는 자신의 전용 무장, 마상창을 단단히 부여잡았다.

그 힘이 어찌나 강했던지, 팔 근육에 순간 두꺼운 핏줄이 솟아오르는 게 눈으로 보일 정도였다.

전력을 다해 지상을 향해 내리꽂을 자세를 취한 그녀가 양 어금니를 꽈득 악다묾과 동시에.

마치 활의 시위를 당기는 듯이 창대를 쥔 손을 안쪽으로 당겼다.

마상창을 부여 쥔 팔의 근육이 팽팽하게 조였다.

여리기 그지없던 팔뚝이 두 배는 족히 부풀었다. 정상적인 인체의 한계를 넘어서는 폭발적인 변화였다.

실린 힘의 수준이 상당한지 근육의 내부에서 삐거덕거리는 듯한 심상찮은 소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마저도 각성자의 육체 능력이 너무도 막대한 탓이니까. 그리고 그녀의 육체는 그만큼의 내구성 또한 지니고 있다.

설령 그보다 더한 힘이 내면에 실린다고 하더라도 능히 버틸 만큼의 탄탄함이 그 작은 육체 안에 스며들어 있었다.

유리 엘 바이어스라는 이름의 각성자는, 이 우주 전체에 태어난 전 인류 중 가장 강력한 육체를 날 때부터 타고난 인물이었다.

그녀가 가진 물리적인 힘의 규격은 한낱 범인과는 비교 자체가 무색할 정도.

쇠는 물론이고 합금과 기가스의 장갑마저 형편없이 으스러뜨릴 정도로 그녀는 강맹하기 짝이 없는 근력을 지녔다.

후웁, 숨을 폐에 한가득 들이킴과 동시에.

그녀는 전력을 다한 일격을 지표면을 향해 내던졌다.

“임팩트 크레이터(Impact Crater)!!”

그와 동시에 이어진 전개는 너무도 간결했다. 그저 하나뿐이었다.

쿠아아아!!

내던진 창이, 일직선으로 떨어져 내렸다.

다만, 한 가지를 덧붙인다면.

그저 거기에 실린 힘이 터무니없었을 뿐이다. 어처구니가 없었을 정도로.

찬란한 황금의 빛을 머금은 거창이 대기를 주욱 찢어발길 듯한 기세와 함께 대지에 꽂힐 듯 수직으로 추락했다.

표적은, 분명하다.

저 아득할 정도로 아래의 대기에 날개를 펼친, 완전체.

바로 놈이었다.

유리가 난폭한 미소를 흘렸다.

“죽어라. 빌어먹을 날벌레 자식.”

* * *

삑-!

강한 경고음이 울렸다.

모니터 화면의 위쪽에서부터 강한 마력의 발현이 감지되고 있었다.

“허억, 허억.”

거친 숨을 몰아쉬며.

유성이 당장에라도 터질 듯 붉어진 실핏줄이 치켜선 두 눈으로 경고음이 울려대는 하늘의 위쪽을 반사적으로 올려다본 순간.

“저건……?”

그가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마치 벼락처럼 떨어지는 하나의 선이었다.

모니터 화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강렬한 황금의 빛줄기가 그들을 향해서 추락하고 있었다.

쐐애애액!

그것도, 무시무시하기 짝이 없는 속도로.

* * *

[■■■■!]

놈, 완전체의 드라칸.

녀석은 주홍색의 이글거리는 기운을 전신으로 뿜어내며 인정사정없이 유성을 몰아치고 있었다.

푸른 혈관과 근육, 그리고 피부가 얼기설기 자라나며 덮이는 듯이 기괴한 변이를 내보인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였지만.

그 순간적인 강함의 증폭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만약 그대로 이어졌다면 틀림없이 완전체인 놈의 숨통을 조일 정도로 위협적이었겠으나, 이미 진작부터 전투에 임하고 있었던 유성은 크게 지쳤던 탓인지 기체의 성능을 모두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그의 강함은 처음에 보여준 모습만이 유일했을 뿐이다.

이미 지쳐버린 유성이 이 상황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묵묵히 놈의 공격을 받아내는 일이 전부였다.

공격을 버티고 흘려내며 상황을 어떻게든 버텨낼 뿐이었다.

그나마도 기체의 성능이 이전보다 강해졌기에 놈의 공격들을 막아낼 뿐, 유성이라는 파일럿 본인의 한계는 진작에 찾아왔다.

녀석이 주홍빛의 빛줄기가 되어 인정사정없이 유성을 난자하면 할수록, 더더욱 상대방인 유성이 버거워해하는 게 느껴져 왔다.

유성의 제로 브레이커는 처음과는 달리 더더욱 소극적으로 변해갔으며, 공격보다는 방어의 자세를 취했다.

분명했다. 놈이 빠른 속도로 몰아칠 때마다 유성의 체력이 갈수록 떨어져 가고 있음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완전체의 드라칸.

놈이 유성을 향해 공격을 퍼부으면 퍼부을수록, 녀석의 뇌리 한켠에 있던 생각은 더더욱 진한 확신이 되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아까부터 놈의 성질을 긁어대고 있는 성가신 전함과 스크래퍼의 포격도, 탄막들도.

이제는 모두 끝장낼 만한 치명적인 상황이 도래하기 시작한 것이다.

죽어라!

놈은 사나운 기세를 머금은 눈동자를 번뜩였다.

이곳은 자신의 어머니, 여왕체가 기거하는 영역이다.

그 어떤 침입자도 허용치 않는다. 그녀를 위협할 만한 대상이 있다고 한다면 자식인 자신이 직접 나서서 그 불쾌한 놈들을 쓰러뜨릴 뿐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나름 애를 먹었지만, 그것도 여기까지다.

결국 자신을 이길 수는 없었고, 유성은 패할 것이다.

이미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는 오로지 최소한의 간결한 동작만으로 놈을 상대하고 있었다.

지쳐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음이 선명하게 눈에 보이고 있었다.

그것은 분명 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최선의 동작들이었으나, 반대로 말한다면 그 이상의 기력이 없다는 소리이기도 했다.

따라서 이제는 그 끝이 도래했음이 분명하게 느껴졌다.

콰득!

그리고 마침내. 녀석의 발톱이 궤적을 그리며 제로 브레이커의 두꺼운 장갑을 뚫고서 왼팔을 잡아 뜯어냈을 때.

그것은 확신을 넘어서서 분명한 증명을 동반한 현실이 되었다.

이겼다. 네놈은 끝이다!

한쪽 팔이 완전히 뜯겨나간 이상 무력은 대번에 절반 이하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절반이 아닌 그 미만이었다. 양팔로 상황에 대처를 할 때와, 한 팔만이 남았을 때의 한계치는 엄연히 다를 수밖에는 없었으니까.

완전체의 드라칸, 녀석이 제 자신의 승리를 확신한 그때였다.

쐐애애액!

순간, 하늘에서부터 들려오는 예리하기 짝이 없는 소음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위로 향했다.

[■■■■?]

순간, 자신을 향해 일직선으로 내려꽂히는 그 황금빛의 일격을 올려다본 완전체는.

제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놈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난데없는 상황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것 정도가 전부였다.

저게 무엇인지.

완전체는 자신이 대체 뭘 보고 있는 것인지 잠시간 사고를 멈췄다. 이해를 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어마어마한 속도와 마력을 담은 일격이 자신을 노리고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난데없는 광경이었다.

그것은 바꿔 말하자면, 순간이나마 당황했다고도 할 수 있었다.

잠깐 사이에 오만 가지의 생각들이 빠르게 스치듯이 지나쳤다.

어떻게 놈의 예리한 감각권을 벗어날 정도의 공격이 존재할 수가 있는지. 그리고 저토록 강맹한 기운을 담은 일격이 있을 수가 있는지 등의 것과 같은 것들.

마침내 놈의 사고가 그것이 그 자신을 노린 치명적인 기습이라는 것을 깨달은 직후에는, 이미 피하기가 늦어버렸다.

날개에서부터 선명한 주홍빛의 마력을 뿜어내며 다급히 빛줄기의 궤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움직였으나, 채 벗어나기도 전에-.

놈은 그 일격에 적중당했다.

* * *

쿠구구궁!

놈이 황금빛의 빛줄기에 적중한 직후, 무려 주변의 상공 전체를 환하게 물들일 만큼이나 강한 빛이 터졌다.

“큭?!”

그에 유성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며 눈을 감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눈이 부셔 차마 뜬눈으로는 바라볼 수 없을 정도의 찬란한 광량이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동시에 생각했다.

‘이건 전함 메타트론이나 스크래퍼에서부터 쏘아질 수 있는 방향에서의 일격이 아니다. 그 정도 수준의 공격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건……!’

언젠가 이러한 빛의 광량을 뿜어내는 일격을 담아낸 영상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었다.

단 한 번이었지만, 그럼에도 기억 속에 깊숙이 자리할 정도로 인상적인 광경이었다.

그토록 화려한 빛의 색감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빛의 일격을 뿜어낸 존재는, 지금에 와서도 이야기가 끊기지 않을 정도로 유명한 인물이었으니까.

이미 한 세기도 전부터 그녀에 대한 일화는 셀 수 없이 존재해 왔다.

단지 이 잠깐의 단편적인 광경을 마주한 것만으로도 유성의 사고는 대번에 그 정체를 파악했다.

그는 팔을 들어 눈부신 눈앞의 시야를 가로막은 채로 낮게 읊조렸다.

“유리 엘 바이어스……!”

하지만 그 무한할 듯 이어지는 빛의 기세에도 끝은 있었다.

쿠구구궁-.

마침내, 그토록 환하던 빛이 점차 어두워지기 시작했을 때.

궤적의 중심지에 있었던 완전체 드라칸의 모습이 드러났다.

[…■■■.]

드러난 놈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그토록 매끄러워 보이던 광택이 어린 주홍빛의 갑각질은 불에 데인 듯이 곳곳이 긁히고 뜯긴 흔적들로 가득하였으며, 왼쪽의 날개는 아예 흔적조차도 없이 사라졌다.

치익.

이글거리는 열기가 자욱하게 새어나오는 것이, 여전히 그 충격의 대단함이 엿보이는 수준이었다.

놈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음은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심지어 안면의 일부는 고열에 녹아 타버리기라도 한 듯이 새까맣게 변했을 수준이라, 모를려야 모를 수가 없었다.

유성은 표정을 한껏 굳혔다.

‘아직 살아있군.’

하지만 과연 완전체는 완전체였다.

놈은 그토록 대단한 수준의 일격을 제 몸으로 받아내고서도, 그 형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으니까.

기가스였다면 대번에 박살 나 형체조차 유지하지 못했을 만한 강력한 일격이었다. 그것은 그만큼 녀석의 내구성이 뛰어나다는 소리겠지.

“뭐야. 이 정도로는 죽지도 않는다는 건가? 겨우 날개 하나 박살 낸 정도가 고작이잖아?”

그때였다.

제로 브레이커와 완전체의 사이로, 다수의 형체들이 내려왔다.

그들이 있던 곳보다도 훨씬 높은 상공에서부터 말이다.

그 정체는 네 기의 기가스였다.

그들이 하나의 일행임은 너무도 명확해 보였다. 그 색감과 무장마저 흑색으로서 질서정연하게 맞추었기에, 눈치채지 못할 수가 없었다.

색감마저 흑색으로 질서정연하게 맞춘 네 기의 기가스 소대.

하지만 마력을 읽는 데에 누구보다 민감했던 유성은 그보다도 눈에 띄는 한 존재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기가스의 어깨에 올라탄, 유독 유약해 보일 정도로 작은 체구의 한 여자를 말이다.

맨몸으로 이 드높은 상공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푸른 머리칼을 바람에 나부끼면서 웃었다.

“역시나 튼튼한걸. 이게 완전체라는 괴물인가.”

그녀의 시선은 상처투성이의 괴물을 향해 있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경계나 두려움의 기색 따윈 없었다.

보이는 것이라곤 오로지, 차고 넘치는 자신감뿐.

그것이 바로 유리 엘 바이어스.

행성 테라의 수도를 지키는, 금강의 창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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