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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01화 (101/200)

102화. 금강의 창기사(2)

번쩍! 쿠구궁.

연일 드라칸들과의 충돌이 격해지고 있었다.

전투는 매일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전함 메타트론은 이제 완연한 전장의 한복판으로 들어선 지가 오래였고, 그 과정에서 여러 드라칸 무리의 영역 상공을 지나쳐 갔다.

놈들은 자신들의 머리 위를 지나가는 전함 메타트론의 존재를 쉽게 용납하지 않았다.

원거리에서부터 날려대는 포격과 비행 능력을 가진 놈들이 달려드는 광경은 심심찮게 목격되었을 정도다.

‘갈수록 상황이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유성은, 그리고 라피스는.

오히려 그러한 일상적인 전투의 반복에도 불구하고 지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면 갈수록 기운이 넘친다고 해야 정확할 터였다.

한 번 시작된 격렬한 전투는 두 기갑 파일럿의 기량을 급속도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마치 전력으로 혹사당한 근육이 피로감에 젖은 다음날이면 더욱 팽팽한 완력을 갖추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능력은 빠르게 치솟았다.

[화산지대. 진입합니다.]

모두가 긴장한 채로 침묵했다.

마침내 그들이 도달한 것은, 저 아래 지표면 어딘가에 게이트가 열린 영역이었다.

유성마저도 다소 굳은 표정으로 통제실에 함께 대기하고 있었다.

그는 고요하기 그지없는 통제실 내부의 상황을 주목하며 생각했다.

‘이곳에 무엇이 있을지는 나조차도 알 수 없다. 어쩌면 상상 이상의 뭔가가 이미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전생에서 이미 많은 것들을 보아온 환생자인 유성이라도 언제나 드라칸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놈들의 진화 방식은 상상 이상으로 다양했고 기이했으며, 또한 상식 너머의 선에서 움직이는 것들이었다.

이미 상위체마저 등장한 뒤였다.

설사 이곳에 다시금 상위체가 등장한다고 하더라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아니. 놈들이 건너왔을 것으로 추정되는 게이트의 근방에까지 다다른 이상, 그 이상의 것이 출몰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가령. 가장 위험한 존재로 분류되는 완전체와 같은 것들 말이다.

쿠르르릉-!

유성이 생각에 잠긴 사이, 그들이 탄 전함 메타트론의 창문을 통해서 하늘 위로 치솟는 거대한 불똥이 튀어 오르는 게 보였다.

그것은 가히 절경이었다.

붉게 타오르며 이글거리는 마그마를 뿜어내는 화산.

전함 메타트론은 그곳의 상공을 지나치고 있었다.

툭툭.

아스트라 부함장은 모니터 화면을 통해 보이는 지상의 화산지대 이미지를 두들기며 말문을 열었다.

“이곳은 활동이 활발한 활화산이지. 유성, 자네는 아마도 휴화산이라고 배웠었겠지?”

“네. 행성 테라에 활동이 활발한 화산지대가 있다는 소리는 확실히 처음 듣는군요.”

그 말에 아스트라 부함장이 답했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는 않은 사안이라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곳이 분명 드물지는 않아. 오히려 행성 테라의 곳곳에는 이와 같은 지대가 곳곳에 있는 편이지. 왜냐하면 여기는 지금도 끊임없이 지각 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행성이니까 말이야.”

“젊은 편에 속하는 행성이라는 말씀이시로군요.”

“바로 그걸세.”

유성의 대꾸에 아스트라 부함장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행성에도 나이라는 게 있다.

그리고 이러한 나이가 적으면 적을수록 더더욱 행성의 지각 활동은 활발해진다. 지진과 화산 활동, 그 밖에 쓰나미 등의 것들이, 바로 그러한 배경에서부터 시작되는 요소들 중의 하나다.

과거 지구에서도 수없이 경험했던 것들.

원래부터도 잦았던 지구의 환경 변화는, 대지의 지맥을 빨아먹기 시작한 드라칸들의 존재로 인하여 더더욱 잦아졌었다.

‘녀석들은 세상의 모든 마력을 탐하는 존재이니까. 땅에 흐르는 에너지, 지맥과 같은 것들도 모두 포함해서.’

사실 그러한 면에서 따져보자면 이곳 행성 테라에서 인간의 영역은 극히 한정된 편이었다.

여긴 지구의 몇 배에 달할 정도로 거대한 야생 행성이었다. 이러한 환경은, 그만큼 환경이 다양하고 보다 혹독하여 인간의 생존이 허락되는 구역이 한정적이기 마련이었다.

지금 그들이 지나쳐 가는 이 화산지대가 그 대표적인 예시였다.

하지만 유성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일반인들에게 있어서 이 광경은, 존재 자체부터가 원천적으로 차단된 몇 가지의 내용들 중 하나였으니.

그는 지금 그들이 마주한 이 불길의 대지를 직면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카데미에서 배웠던 대로 행성 테라는 지표 활동이 멎어가는 늙은 행성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활화산들의 존재 자체가 제대로 일반인들에게까지 공개되지 않은 건 그 나름의 이유가 있어서다. 물론 우주 함선까지 존재하는 이 시대에 멀리서 관측한다면 그 존재를 모를 수가 없겠지만, 분명 보통의 일반인이 그렇게까지 해서 알아보기란 힘들지.”

전용의 개인 함선을 가지는 것이 영 불가능한 것은 아닌 미래 시대다.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도 극히 일부의 인간들뿐이었다.

그렇게 말을 하며, 아스트라 부함장의 고개가 유성에게로 향했다.

유성도 그를 마주 바라보았다. 둘의 시선이 마주치자, 이내 그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그렇게까지 하는지 궁금하지 않나?”

“예. 뭐.”

유성도 이렇게까지 말하니 다소 의문이 생기기는 했다.

굳이 화산의 존재까지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가 보기에는 기껏해야 화산일 뿐인데.

“그건 이 행성의 화산들이 극히 치명적인 결함 부위라서다.”

“결함, 말입니까?”

“그래. 말 그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하자면. 행성의 위험과 직결된 약점이라서다.”

“…설마 지금 저 아래에 보이는 화산이 행성의 위험에 직결될 수도 있다던-.”

“그 말대로일세, 유성. 그리고 바로 그게, 현재까지도 연합이 곳곳에 암세포처럼 번져나가고 있는 게이트들을 지워내지 못하는 이유다.”

* * *

치이익.

붉은빛을 발할 정도로 뜨겁게 달궈진 드라칸의 갑각.

시뻘겋게 끓어오르는 마그마 속에 잠겨 있던 양산체 놈들이 그곳에서 채취한 마력석을 들고 바깥으로 걸어 나오자, 붉게 달아올랐던 몸체가 식어가는 게 눈으로 보였다.

녀석들. 드라칸들은 온통 시커먼 빛을 띠고 있었다.

그것을 멀리서부터 바라본 소감을 표현하자면, 하나의 생명체라기보단 차라리 시커먼 흑색의 암석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처럼 불로 이루어진 용암 바다에 잠긴 드라칸 놈들이 자원을 채취하여 자신들의 영역으로 되돌아가는 그 광경들이란, 이제껏 보지 못한 굉장히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흠.”

곧 망원경에서부터 시선을 뗀 치프가 습관적으로 자신의 턱을 쓸었다.

요 며칠 사이 깎지 않아 거칠하게 자라난 표면의 질감이 손 끄트머리에 느껴졌다.

치프는 자원을 채취하느라 분주한 드라칸들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그 소감에 대해서 중얼거렸다.

“확실히 신기하군. 환경이 극악한 곳에서는 저런 방식으로도 변화한다는 건가, 드라칸은. 마치 시커먼 암석 덩어리가 발을 달고서 움직이는 것 같단 말이야.”

“드라칸이라는 건 환경에 따라 얼마든 변화하는 생명체이니까요. 과거 지구 시절의 기록에 나와 있더군요.”

“음? 이 목소리는?”

그 들려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거기에는 유성이 서 있었다.

“오호. 왔구만, 유성. 그 사이 많이도 배워왔나보구만. 요즘 도서관이랑 통제실에서만 살다 보니 그런 것도 알아챈 모양이지?”

치프의 말에 유성이 피식 웃음을 흘렸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저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들 중의 하나일 뿐이다.

그가 전자 도서관에 요즘 들어 유독 자주 출입하는 이유는, 그저 과거의 기록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물론 소득은 전혀 없었지만.

지금 그들이 지나쳐 가는 구역의 아래쪽에서는, 다수의 어린 양산체 등급 드라칸들이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이 보이곤 했다.

그것은 아마도 이 근방 어딘가에 놈들의 거처가 따로 존재하기 때문일 터였다.

유성이 본바, 아마도 저 녀석들의 어미는 이제 막 무리의 규모를 키우기 시작한 다소 어린 여왕체가 아닐까 싶었다.

여느 드라칸 놈들이 다들 그러하듯.

이곳에서 활동하는 드라칸들 또한 그 나름대로의 방식대로 변화해 있었다.

드라칸들은 용암 속에서도 문제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자신들의 갑각질을 두텁게 강화시켰다.

확실히 이러한 면면들을 살펴보면 놀라운 것들이 아닐 수 없었다.

녀석들은 이런 식으로 온갖 방식을 사용하여 진화하고 변화하며,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왔다.

인간들에게 있어선 더없이 혹독하게 작용할 이 환경들마저, 저놈들에게는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다는 듯이 말이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렇겠지. 녀석들에게 이곳의 혹독함 따윈 거쳐 가는 과정에 지나지 않는다. 여왕체가 낳는 개체들은 불과 한두 세대만 지나가도, 금세 이 정도의 용암을 문제없이 버틸 수 있을 만큼이나 진화하니까.’

물론 양산체만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이 환경에서 태어나는 모든 등급의 개체들이 대부분 저러하다.

양산체와 전투체.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여왕의 특수한 자식들로 분류되곤 하는 상위체들마저도.

“그보다 치프, 저도 그 망원경으로 한 번 아래를 살펴봐도 괜찮겠습니까?”

“흥미라도 생기나보지? 어디 살펴보도록. 네 의견도 확실히 들어보고 싶기는 하구만. 하하.”

치프는 순순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유성은 앞에 세워진 망원경을 통해, 지상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러자 저 아래의 지상이 확대되어 그의 눈에 담겼다.

다수의 마력석을 등에 지고, 어금니로 물어서 옮기는 드라칸들의 모습들.

유성은 단번에 녀석들이 어린 개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양산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크기가 일반적인 개체들보다도 훨씬 작은 편이었다.

아직 성장을 모두 끝마치지 않은 단계의 녀석들일 가능성이 농후했다.

이내 그는 여전히 망원경에 시선을 고정한 상태 그대로 입을 열었다.

“자원을 채취하는 개체들이 생각 이상으로 어린 것들인 게 눈에 보이는군요. 어쩌면 이 근방에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드라칸의 둥지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오? 그게 정말인가?”

들려오는 음성에 화색이 가득하다.

그 의미가 궁금해서 힐끗 고개를 돌리자, 눈이 빛나는 듯한 기색인 치프가 보였다. 그 모습이 이상해서 유성은 이유를 물었다.

“치프, 왜 그렇게 눈빛이 강렬합니까?”

“하하. 그렇게 보였나?”

아무래도 치프는 여왕체나 둥지의 존재에도 흥미가 다다른 모양인 듯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말은, 상상 이상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되는 것도 사실이지. 여왕체쯤 되는 특별한 개체라면 그 몸뚱아리도 나름대로 쓸만한 수준이겠지?”

“음……?”

“지금 잡은 녀석들의 사체도 있지만 딱히 마땅찮은 게 있지는 않단 말야. 여기서 뭐라도 더 구한다면 기가스의 부품으로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역시나 그런 이유였나.

유성은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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