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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84화 (84/200)

85화. 지상에 떨어지는 유성(4)

쿠구구궁-.

바깥에서부터 전해진 진동이 쉴 새 없이 감옥 전체를 뒤흔들었다.

외부에서부터 이어진 진동이 그들이 있는 곳에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드라칸이 피우는 소란으로 인해 안과 바깥, 모두가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었다.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전혀 가라앉을 기색이 아니었다.

수감자들도 하나둘 눈치챌 정도였다.

“가, 감옥이?”

“이, 이봐. 벽이 무너진다! 괴물이야! 하늘에서 웬 괴물 무리가 쳐들어오고 있어!”

“저건 드라칸이다! 다들 신호를 울려!”

곧 그에 자극을 받은 죄수들이 하나둘 탈옥을 감행함과 함께 감옥 전체가 난장판이 되어가기 시작했다.

“기회다! 지금이 유일한 탈옥의 기회라고!”

“멈춰!!”

탈옥하려는 죄수들과, 그들을 막으려는 간수들.

그리고 외부의 드라칸을 막는 일련의 기가스들까지.

사방에서 총과 폭음, 드라칸의 포효가 난무했다.

세상과 단절된 채로 지내고 있던 죄수들의 입장에서야 저 드라칸이란 건 정체도 모를 위협스러운 괴물들에 불과하지만, 그것이 탈옥에 대한 욕구마저 잠재워 주지는 못했다.

그들은 수감자였다.

시체가 되어서도 이곳에서 수백 년은 족히 묻혀 있어야 할 무기한 죄수들에게, 지금 대감옥 심연의 바깥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저 괴물 놈들에 대한 정체 따위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

그들은 이곳을 나갈 수만 있으며 괴물이 아닌 그보다 더한 것을 마주쳐도 얼마든 환영할 이들이었다.

콰앙-!

[빌객스!!]

그때였다.

굉음과 함께 거대한 기가스가 빌객스의 앞에 나타났다.

철컥!

벽을 깨부수며, 요란한 굉음과 함께 출동한 경비인력인 기가스가 빌객스의 정면에 분명하게 총구를 겨눈 채로 소리쳤다.

[빌객스 리 아스타치오! 경고한다. 지금 돌아가면, 다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푸하하. 이번엔 기가스냐?]

전투용의 기가스.

그것을 올려다보면서도, 정작 빌객스는 아무런 긴장감조차 없어 보였다.

아니, 그것은 어쩌면 차라리 환호성의 종류에 가까운 것으로까지 보일 정도였다.

[기가스. 기가스라. 분명 위험한 거지. 위험하긴 한데.]

빌객스는 거대한 기가스를 올려다보며, 비웃듯 입가를 비틀었다.

[날 쓰러트리려면 200년도 전에 개발된 낡아 빠진 구닥다리 세대인 EF-04 따위가 아니라, 적어도 현역은 끌고 와야 하지 않겠어?]

그 말과 함께, 빌객스가 제 팔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분명 아무것도 없었을 그의 손에 붙잡힌 것은 분명한 검 한 자루였다.

그의 시커먼 기운인 흑연이 검날에 모이기 시작하며 맹렬한 기세를 내뿜기 시작했다.

[내 능력이 한낱 잡기(雜技) 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 흉내라면 가능하지.]

빌객스의 주력은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이었지, 한낱 검술 따위가 아니었다.

그의 동료들도 그의 검술은 조악하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확실히 그 또한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사실은 사실로써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대전쟁 시절’일 때나 해당하는 사안.

이 시대의 나약한 인간들은 전쟁조차 제대로 겪어본 적이 없던 탓인지 그의 조악한 흉내 내기 기술에도 쓰러지고는 했다.

그러므로, 그녀의 기준에 있어 단적으로 말한다면. 이들은 형편없었다.

이곳의 인간들은 빌객스의 조잡한 검술조차 제대로 받아들일 수준이 못 되었다.

빌객스는 웃었다.

[기가스에 타고 있다고 해서, 능사가 아니라고. 나 정도 되는 인간에게는 오히려 덩치만 큰 표적에 불과하거든?]

그리고 그 직후.

모두가 경악하는 일이 벌어졌다.

서-걱.

빌객스의 한낱 고철 검 따위가, 기가스의 몸체를 꿰뚫고서 분명 선명한 검흔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것도 그 단단한 기가스의 장갑을 강제로 찢어발기고서 조종석의 내부를 드러나게 할 정도로 강력한 검흔이었다.

깨지고 베인 장갑의 틈 사이로, 기가스의 파일럿과 빌객스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돌연, 기가스의 파일럿이 피를 토해냈다.

[쿨럭. 이, 이…… 괴물 같은.]

그 말이 끝이었다.

파일럿의 두 눈에 서려 있던 푸른빛의 마력이, 마치 다 쓴 전구처럼 서서히 꺼졌다.

죽음을 맞은 것이었다.

[…….]

한참이나 정지한 듯 멈춰서 있던 기가스의 몸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쿵 무너져 내렸다.

“이, 이 무슨……?”

“말도…… 안 돼.”

모두가 그저 경악하는 가운데.

[하하.]

빌객스. 그는 낮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하! 하하하!]

그리고 그것은 이내 커다란 웃음소리가 되었고.

종국에는 하늘을 뒤덮는 거대한 마력의 폭풍이 되어 주변에 남아 있던 모든 이들을 낱낱이 갈아 버렸다.

간수는 물론이고 죄수들까지, 살아남는 이가 없었다.

“아, 아아.”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오로지 단 한 명. 한 명만은 끝끝내 살아남아 있었다.

바닥에 주저앉아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을 올려다보는 것은, 맨 처음 날짜와 시간을 묻는 빌객스에게 친절히 답해준 이였다.

터벅. 터벅.

그런 간수의 앞에 걸어온 빌객스는.

[이봐.]

넋을 놓고 있는 간수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그와 눈을 마주쳤다.

“히익.”

그 서늘한 눈매.

웃지만 결코 웃지 않는 눈동자.

싸늘한 빌객스의 시선과 마주치자, 간수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간수의 아랫도리가 축축하게 젖었다.

그런 그의 어깨를 안쓰럽다는 듯 툭툭 두들겨 주며 빌객스가 말했다.

[시간 제대로 알려줘서 고마워. 약속, 지켜 줬다?]

방긋, 친절하게 웃은 빌객스가 벌떡 일어서 몸을 돌렸다.

그대로 멀어지는 빌객스의 모습을 보면서도 간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빌객스는 천천히 걸어서 감옥을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더 이상은 볼 일이 없을 간수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쿠구구구-.

그런 빌객스의 위쪽, 하늘에서는.

[오?]

거대한 불길과 함께 유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마치 유성처럼 보이는 그것은, 실상은 자세히 본다면 커다란 우주선이었다.

함선 메티스와 메타트론. 그것이 바로 유성의 정체였다.

빌객스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나타났다.]

유성은 모두 세 개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커다란 함선으로 보이는 가장 커다란 유성.

그리고, 그와는 정반대편으로 떨어져 내리고 있는 비교적 작은 크기의 유성 둘.

[저것들 중 어느 게 내가 원하는 것이려나~.]

저들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왔다.

하지만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마 예지에서는 내 눈이 향하는 곳에 원하는 게 있을 거라고 했던가?’

그 말을 떠올리며.

곧 빌객스의 시선이 작은 유성이 떨어져 내리는 방향으로 향했다.

빌객스는 옆에 있던 기가스에 타고서 그쪽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왠지 저 큰 것보다는 작은 쪽이 더 끌린다.

그렇다면 정답은 간단했다.

바로 저곳에, 그가 원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 * *

[격납고, 개방합니다! 제로 브레이커 인양 중!]

격납고의 문이 열렸다.

제로 브레이커가 크레인에 이끌려 내부로 들어오고 있었다.

쿠웅-!

마침내, 유성의 기가스가 안으로 들어섰다.

다수의 엔지니어들이 제로 브레이커의 조종석을 열려다 황급히 물러섰다.

“으악, 뜨거워!”

“여, 열기가 무슨!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뜨거워!”

어찌나 뜨거웠던지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의 표면에는 달궈진 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곳에 손을 댔던 엔지니어들의 손바닥이 한순간에 익어 버릴 정도였다.

엔지니어들은 모두가 앞에서 어물쩡거리기만 했다.

누구 하나 조종석 문을 열지 못했다.

“이런 빌어먹을! 다들 비켜!”

결국 보다 못한 치프가 직접 달려들었다.

“유성!”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의 표면에서는 지금도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가까이 다가서는 것만으로도 그 열기가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치프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서 달려들었다.

그는 기가스의 표면에서부터 일어나는 열기로 자신의 손이 익어 버리는 데에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들고 있던 펜치로 있는 힘껏 기가스를 두들기며 안에 있을 유성을 향해 소리쳤다.

“유성! 대답해라, 유성! 괜찮냐?!”

[…….]

제로 브레이커에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쥐죽은 듯한 침묵.

그것이 다였다.

하지만 치프는 포기하지 않고서, 조종석의 문을 붙잡았다.

“끄, 으아아아!”

그 과정에서 양 손바닥이 모두 익어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꽉 닫힌 조종석의 문을 여는 치프가 안간힘을 썼다. 이를 악문 채로 남은 모든 힘을 짜냈다.

하지만 치프의 평범한 근력으로는, 열기에 의해 굳게 닫혀버린 이 문을 열 수 없었다.

그때였다.

“유성!!”

격납고를 정신없이 뛰어오는 한 명의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라피스였다.

그녀는 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눈물이란, 피에 젖은 적색의 눈물이었다.

전투의 부상 때문인지 한쪽 눈을 붕대로 가리고 있던 그녀는 새빨간 피로 흠뻑 적셔져 있었다.

남은 한쪽 눈만으로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리며 달려온 그녀는 그대로 조종석의 꽉 닫힌 문에 달려들었다.

“치프! 제가 열게요!”

“라피스?”

라피스는 거의 밀 듯이 치프를 치워냈다.

그리곤 조종석의 문손잡이에 달려들었다.

치익, 살이 익는 소리가 들려왔음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타버린 살이 문손잡이에 들러붙었다.

“흐읏-!”

그녀는 이를 악물고 문손잡이를 붙잡았다.

피눈물에 젖은 붕대의 안쪽에서부터 푸른 빛이 감돌았다. 그녀가 마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녀가 안간힘을 써야 했을 정도로,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다.

덜-컹!

하지만 마침내, 굳게 닫혀 있던 조종석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그 내부에선.

화아악!

새하얀 증기로 이루어진 열기가 훅 뿜어져 나왔다.

기가스의 표면만이 아니었다.

조종석의 내부마저 온통 살을 저미는 듯한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유성!”

“…….”

유성은 그러한 조종석의 안에 앉아있었다.

그저 고개를 축 늘어뜨린 채로, 조금의 움직임조차 없이.

다급해진 치프가 그를 강제로 잡아끌며 소리쳤다.

“대답해라, 유성! 이, 빌어먹을……!”

치프는 온갖 욕을 다 해가며 유성을 바깥으로 끄집어냈다.

열기에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다른 엔지니어들은 결국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그런 그에게, 아주 가느다란 소리가 들려왔다.

“……워요.”

“뭐, 뭐라고?”

치프가 유성의 가까이로 귀를 가져다 댔다.

착각이 아니라면, 분명 유성은 뭐라 말하고 있었다.

그에게서부터 미약하게나마 무슨 말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가까이 귀를 가져다 댄 치프에게로 곧 유성의 대답이 들려왔다.

그것은 간신히 말문을 억지로 연 듯한, 한없이 작은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내용이란.

“……이런, 제기랄. 시끄럽잖아요, 치프.”

……였다.

“하, 하하하! 이 자식! 유성!”

어처구니가 없어진 치프가 소리 내어 웃었다.

옆에 있던 라피스 또한 울면서 웃었다. 뭐가 그리도 우스운지, 실실대기까지 했다.

피에 젖은 붕대가 더욱 축축하게 젖어 들어갔다.

그들은 꽉 힘주어 유성의 몸을 안았다.

그러한 와중에도 유성의 욕설이 함께 들려온다.

“제, 기랄. 몸 부러지겠네.”

“하하하! 유성, 살아 있을 거라 믿었다고!”

“……하하.”

유성은 어설픈 웃음을 흘렸다.

제대로 웃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태가 좋지 못했다.

표정이 지어지질 않았다.

어쩌면, 열기에 얼굴이 익어 버린 탓일지도 몰랐다.

싸움은 이겼다.

하지만. 그 대가로, 유성은 치명적인 데미지를 몸에 쌓았다.

“하아. 하아.”

가쁜 숨을 몰아쉬던 유성은.

이윽고 의식을 잃었다.

그는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생각했다.

‘부디 눈을 다시 떴을 때, 저세상만 아니었으면 좋겠군.’

이제야 드디어 유지하고 있던 마력을 풀고서.

기절하려는 그를 향해, 다수의 사람들이 달려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상태가 위급하다! 당장 그를 응급실로 옮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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