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81화 (81/200)

82화. 지상에 떨어지는 유성(1)

번-쩍!

그때, 뒤편에서부터 강렬한 입자 포격이 쏘아졌다.

[유성! 괜찮아?!]

“……라피스.”

뒤에서부터 쏟아진 지원 공격은 라피스의 것이었다.

드라칸에 의해 둘러싸인 유성의 활로를 그녀가 뚫었다.

그는 말라서 갈라진 입술로 간신히 답했다.

“아직까지는, 말이야.”

긴박한 상황에서도 옅은 미소가 그의 입가에 서렸다.

라피스에 대한 걱정은 한 수 접어 줘도 될 터였다.

‘리브가 함께 붙어 있는 한, 어지간한 위협은 녀석이 알아서 막아주겠지.’

완전체의 일격마저도 막아 준 적이 있던 리브다.

그만큼 뛰어난 능력을 지닌 드라칸 여왕체가 한낱 양산체 따위의 공격에 당할 가능성은 지극히 적었다.

게다가 리브의 보조 덕분에 한층 동화율이 올라간 상태의 라피스였기에.

유성은 오로지 자신의 앞쪽만을 집중하면 되었다.

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조차, 유성은 자신이 스스로 이 상황을 받아들이는 쪽을 택한 대신 라피스에게는 리브의 보조를 받게 하는 쪽을 택했다.

모든 것이 그의 선택이었다.

‘리브마저 이 열기에 휩싸이게 할 수는 없어. 녀석은, 이 아득할 정도의 열기를 버티지 못할 테니까.’

[삑. 삑.]

[지상으로의 강하까지 남은 추정 시각 : 앞으로 32분 13초.]

[대기권 완전 진입 예상 시각 : 3분 28초.]

대기권에 완전히 진입하면, 그 순간부터는 적어도 2백 도가 넘는 고온의 열기가 조종석 내부를 집어삼킬 터다.

유성은 그 순간부터 지상에 완전히 강하하기까지 약 30여 분 동안을 버텨내야 했다.

확실히 버겁다. 벌써부터 힘겨운 마당에, 이건 아무리 봐도 어려운 싸움일 터였다.

단순히 시간만 놓고 봐도, 기가스를 저만큼 유지하는 것도 버거울 텐데 그 이상으로 막대한 시간을 과격한 전투에 자신을 내몰아야만 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하기나 한 일인가?

“…….”

유성의 미간이 모아졌다.

‘내 육체가 버틸 수 있을까?’

그건 모른다. 불확실하다.

모든 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의 영역에 불과할 뿐이었다.

시뮬레이터상으로도 성공률은 지극히 낮았다.

[대기권, 진입합니다.]

그와 함께 새빨갛게 달궈진 열기가 가속하듯 더욱 달궈지기 시작한다.

유성의 시선이 한쪽을 향한다.

그곳에는 쉴 새 없이 포격을 날리고 있는 상태의 라피스가 보였다.

“이만 격납고로 들어가, 라피스.”

[뭐, 뭐? 하지만……!]

“들어가. 길게 말하면서 힘 빼고 싶지 않아. 알잖아?”

[읏……!]

그 매정한 듯 들리는 유성의 말에, 분한 듯 이를 악문 라피스는 이내 눈을 감았다.

그녀의 얼굴에 드러난 것은 명백한 체념의 기색이었다.

[……알았어, 유성.]

그 말을 끝으로, 유성과 라피스 간의 통신이 끊겼다.

유성은 그녀가 전투함 메타트론의 격납고로 들어서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돌렸다.

‘여기까지는 모두 계획대로군.’

라피스의 역할은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까지 함선 메티스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 이후의 전투는 전적으로 유성 그 혼자서 도맡아야 했다.

라피스는 분명 뛰어났지만, 아직 어수룩했다.

이 막대한 열기에서마저 버텨 낼 능력은 갖추지 못했다. 그녀는 이 전장에서 순식간에 타버릴 정도로 연약했다.

이 시점부터는 함선 메티스가 쏘아주는 탄막군의 도움마저 받을 수 없었다.

고열에 의해 탄환마저 완벽하게 녹아내려 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지금부턴.

오로지 유성 그 혼자만의 전장이 될 터였다.

‘하지만 어차피 상관없어. 처음부터 상정하고 있던 상황이야. 내가 해내야 한다.’

화륵!

유성의 눈은 더더욱 강한 푸른빛을 뿜어내며 피어올랐다.

그가 아니라면 이곳에 대체재는 그 누구도 없다.

라피스는 이 이상으로 전장에 나오지 못한다.

더욱 더 상승하기 시작한 이 열기마저 버텨 낼 능력이 없었다.

그녀는 나오자마자 열기에 타 죽어 버릴 것이고, 함선에서는 일부 특수한 입자 포격을 제외하고서는 열기 속에 어떠한 공격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결국 오로지 그 혼자뿐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만큼 더 빠르게, 활발히, 부지런하게 움직여야만 했다.

이 고통의 순간을 받아들인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유성 그 자신이었다.

그 스스로의 의지로 택한 길이었다.

쿠오오오-!

이 순간에도, 지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추락하듯 떨어져 내리고 있는 그들의 통신이 경고를 발하기 시작했다.

피부가 고열에 익어 타들어 가면서도, 유성은 새파란 귀화를 터뜨리며 소리쳤다.

“나는! 여기서 살아남겠다!”

* * *

고오오오.

시리우스 대(大)감옥. 일명, 벗어날 수 없는 심연(深淵).

이곳의 존재를 아는 이들은 지극히 드물었다.

크고 드넓은 이 대감옥은, 오로지 일부 특별한 마나 사용자들만을 가두기 위하여 지어졌다.

불과 십수 명의 범죄자들.

그들을 가두기 위해 특별 제작된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이곳 감옥이 통칭 심연으로 불리는 까닭은 다름이 아니었다.

감옥 전체에 펼쳐진 막대한 중력장으로 인해, 그 누구도 벗어날 수 없는 수준의 압박이 24시간 내내 줄곧 이어지는 시설이었기 때문이다.

시리우스 대감옥의 모든 시설에는 강력한 중력장이 펼쳐져 있으며, 그것은 심지어 빛조차 일부 빨려 들어갈 정도로 강력한 수준의 중력이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 근방은 언제나 어둑어둑했다.

이렇게까지 특별한 방식의 감옥이 존재하는 이유.

그것은 빛조차도 빨려들어 갈 수준의 강력한 중력장을 펼쳐야 할 정도로, 이곳에 수감된 범죄자들의 수준이 극악했기 때문이었다.

하나같이 세상이 경악한, 인간의 껍질을 뒤집어쓴 터무니없는 수준의 범죄자들이 이곳에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수감자들조차, 이곳에서 유일하게 건들지 못하는 단 한 명의 절대적인 죄수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온 세상의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가장 유명한 역사상 최악의 범죄자.

바로 빌객스. 빌객스 리 아스타치오였다.

“…….”

“…….”

모든 죄수들이, 오로지 그 하나만을 중심으로 고개를 숙인 채 침묵하고 있었다.

마치, 그가 주인이라도 되는 듯이 말이다.

[흠흠~.]

온통 시커먼 외형.

심연이라는 이름의 감옥에 갇힌 그의 이름은 빌객스였다.

빌객스. 그의 외형은 특이하다 못해 기괴했다.

그의 모습은 일체 ‘보이지’ 않았다.

시커먼 어둠에 휩싸인 채, 그의 외형과 모습과 피부색을 완벽하게 가리고 있었다.

그러한 그를 단적으로 말한다면 오로지 흑색 일색으로만 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완벽한 어둠에 가려져 있는 자.

저 휘감긴 안개가, 바로 빌객스의 마력이었다.

이곳의 모든 이들은 마나 능력을 봉인하는 수갑을 차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그러한 수갑을 착용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 그것은 아니었다.

다만. 빌객스, 그에게서부터 흘러나온 무형의 마력이 너무도 강렬하기에 수갑으로도 그 능력을 모두 제한하지 못했을 뿐이었다.

사상 최악의 연쇄 살인범.

너무나 강대한 능력을 타고 났기에, 능력을 봉인했음에도 이질적인 기운이 바깥으로까지 드러나는 범죄자.

그것이 바로 빌객스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이제까지 이곳의 그 누구도 진짜 외견을 마주하지 못한 인물이었다.

이곳에 수감된 수감자들 그리고 간수들과 연합의 관료들.

그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저 빌객스는, ‘기이한’ 존재였다.

마나 능력을 봉인하는 강력한 중력장과 수갑을 동시에 받고서도, 그 태생적으로 너무도 강력한 마나 능력을 타고난 탓에 언제나 주변에는 눈에 보일 정도로 시커먼 마력이 휘몰아치고 있음을.

빌객스의 주변이 온통 새까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 기묘한 현상 또한 모두가 그로 인해서 발생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이 감옥조차도 그에게 있어서는 한낱 거추장스러운 수준의 형벌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나 다름이 없었다.

다른 수감자들은 온몸을 내리누르는 막대한 중력장에 걸음을 내딛기조차도 힘든 한편.

오로지 그만이 멀쩡하였으니까.

하지만 결국 그는 수감자였다.

이곳에 붙잡혀 수감된, 일개 수감자 말이다.

그럼에도 간수들 중 어느 누구도, 그를 담담히 마주할 담력 큰 인물은 없었다.

그것이 당연하고, 또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오히려 묶여 있는 범죄자 빌객스의 쪽에서 코웃음을 치고 있을 정도였으니까.

[크크크. 하나같이 겁이 나 잔뜩 질린 꼴들이라니.]

낮고 변조된, 마치 칠판을 긁는 듯한 소음이 그에게서부터 들려왔다.

간수임에도 모두를 깔보는 듯한 그 서늘한 음성.

“…….”

하지만 간수들 중 누구도 대답이 없다.

그저 딱딱하게 굳은 긴장된 표정으로 빌객스를 응시할 뿐이다.

[하하!]

빌객스는 킥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 이 시대는 빌어먹게도 약해 빠진 것들이라니까.]

가끔 빌객스는 영문 모를 소리를 하곤 했다.

타인은 결코 알아듣지 못할, 그런 혼잣말이다.

[시대가 바뀐 탓이려나?]

빌객스는 턱을 쓰다듬으며 회상에 잠겼다.

문득. 오래전의, 치열한 시대가 떠오른다.

그 시대를 살아가던 이들은 하나같이 강력했다. 그 하나하나가 영웅이라고 부르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이들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마나 사용자들이라고 해 봐야 다들 빌빌대는 별 것 아닌 잡졸들뿐이었다.

하지만 영 이해 못 할 것도 아니었다. 결국 지금은, 예전보다도 각성자의 존재 자체가 훨씬 드문 시대였으니까.

[과거의 지구에서도 각성자가 적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말이지.]

그 시절. 대전쟁의 때라고 부를 만큼이나 오래된 과거. 그 시절의 각성자들은 어느 부대의 머리 정도면 대부분 존재하는 정도였는데 말이다.

소대장, 혹은 단장쯤 되는 인물들의 대부분이 모두 각성자들이었다.

그만큼 각성자가 흔한 시대였다.

하지만 이곳, 이 시대는 아니었다.

각성자의 비율이 드물었다.

[그것도 아니지. 단지 적다는 수준 정도는 아니려나?]

너무나도 희소하고 드물어서,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그러한 각성자들의 존재조차도 제대로 모른다.

황당할 정도였다. 어떻게 그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답은 간단했다. 그렇게나 강했던 인류 전체의 전력이 400년의 세월 동안 그만큼 나약해졌다는 의미였으니.

[참으로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이 아닐 수 없지. 쯧. 각성자도 없는 인류라니. 언제 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야.]

그러한 인류의 쇠락을 눈으로 모두 관망하는 빌객스는 혀를 차며 기지개를 켰다.

그와 함께, 빌객스의 몸 선이 드러났다.

모두가 극도로 경계하는 수감자답지 않게 그의 몸은 상당히 말랐다.

여리하다는 말로도 부족해 보일 정도.

온통 어둠의 안개 속에 휩싸여 그 실루엣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으나, 분명 유약해 보인다는 표현이 정확할 터였다.

이곳의 수감자들 중 어느 누구도 빌객스, 그만큼이나 볼품없는 체구를 가진 이가 없었다.

오히려 대부분 덩치가 크다는 말로도 모자랄 만큼이나 비대한, 거구의 수감자들뿐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죄수인 수감자들과 간수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 볼품없는 체구만으로 빌객스를 우습게 보지 않는다.

당장 그에게서부터 흘러나오는 그 시커먼 기류는 기이하다는 표현만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불길한 종류의 것이었으니까.

게다가 그것이 오로지 그에게 집중된 마나 현상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안다면, 더더욱 그러할 터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