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지상 강하전(降下戰) 개시(3)
아스트라 부함장 또한 이번만큼은 변변한 할 말이 없는지, 대답이 길지 않았다.
유성이 알기로, 이곳 행성 테라의 대기는 지구 시절에 비해 훨씬 많은 비율의 산소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 말은, 그만큼 더 뜨겁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그곳을 단 한 척의 전함만을 가지고서 함선 메티스의 호위 임무를 해야 한다고? 가당키나 한 소리인 건가?
척 듣기에도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었다.
유성은 직접 듣고서도 황당할 지경이었다.
제아무리 전함이란 물건이 온갖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는 병기라지만 이건 상식선을 뛰어넘었다.
그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옆에 있던 치프를 돌아보았다.
“치프. 정말로 가능한 겁니까? 그 강하 작전이 이어질 동안 고작 두 척의 함선만으로 멀쩡히 살아서 지상에까지 강하할 수 있다는 게?”
“…….”
그 말에 치프는 답이 없었다.
그가 유성의 물음에도 대답하지 않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래.”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있던 치프는, 곧 본인조차도 확실치 않은지 아주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분명, ‘이론상으론’ 가능하다. 함선이란 건 분명 수천 도의 열기조차 버틸 수 있도록 되어 있으니까.”
“이론상이라니. 꼭 한 번도 시험해 본 적은 없다는 말투로군요.”
유성의 말에 치프가 무슨 당연한 걸 묻느냐는 듯 되물었다.
“당연한 소리지. 세상 어느 누가 그걸 직접 시험해 보겠어. 단순히 지표면으로의 강하 과정에서 발생하는 내열을 버티는 것도 함선 입장에선 내구도를 깎아 먹는 행위인데, 그 과정에서 공격까지 입는 상황을 직접 시험해 본다는 건 자살 행위나 다름이 없잖아? 그런 건 당연히 무리라고.”
“…….”
그 말에 유성의 인상은 형편없이 구겨졌다.
그는 못 볼 꼴이라도 본 듯한 얼굴이었다.
그는 중간에 끼어 있던 치프의 말 중 하나를 꺼내들었다.
“자살 행위라고요?”
“그래. 제아무리 함선이라는 게 대기권의 열기에 버틸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는 해도, 그 상태에서 데미지를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건 사실상 미친 행위나 다름없으니까 말이야. 자칫하다간 함선째로 폭발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가기도 하는 반응이었다.
현재 월면의 우주 정거장에서는 정신이 없을 것이다.
가뜩이나 행성 테라에서의 일은 물론이고, 태양계의 이곳저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오고 있는 드라칸들에 대한 일들이 한둘이 아닐 테니까.
당장 수 시간 전에 콜로니 중의 하나가 또 하나 붕괴했다는 소리마저 들었다.
그러한 마당에 함선 메티스의 지원마저 해야 하니 그들 입장에서는 시간이 촉박할 수밖에 없겠지.
“물론 월면의 함대가 우주에서 장거리 포격 지원을 쏴 준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할 텐데.”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최대한의 시뮬레이터를 돌려본 결과다. 위험 부담이 크지만, 이게 최선이야.”
“…….”
잠시간 침묵하던 유성은.
곧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음?”
유성이 입을 열자 모두가 그를 돌아보았다.
그에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가 말했다.
“그 강하 작전이 이뤄질 동안, 제가 제로 브레이커에 탑승한 채로 나선다면 어떻습니까?”
“……뭐?”
“뭐, 뭐? 유성, 너 지금 뭐라고 했냐?”
그 말에, 모두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만큼은 치프마저도 당황스러웠던지 말을 더듬었다.
그것은 그만큼의 여파를 지니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정말로 자살 행위나 마찬가지였으므로.
한낱 우주 공간조차 아닌, 뜨겁게 가열하고 있을 대기권에 오로지 기가스 한 기에만 모든 것을 의지한 채로 나선다는 것은-.
정말로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유성은 치프를 돌아보며 물었다.
“치프. 제가 알기로, 분명 연합의 정규 전투 기가스라는 건 수천 도에 달하는 열기에도 버틸 수 있게 되어 있다고 들은 적이 있는데. 맞습니까?”
“그래. 이론적으로는 그렇지.”
“이론상으로라는 건, 실제로는 다르다는 겁니까?”
“이봐, 유성.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상이라는 거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야. 결국, 그 내부는 끓는 솥단지보다도 뜨겁게 달궈질 텐데 사람이 이걸 견딘다는 건 말이 안 되지. 미치지 않은 이상에야 그걸 직접 시험해 볼만큼 간이 큰 인간은 아무도 없어.”
거기에는 그러한 내용이 내포되어 있었다.
마나 사용자라도 불가능하다. 아니, 그 근본이란 게 인간인 이상에는 당연히 불가능했다.
드라칸이 아닌 이상에는 말이다.
제아무리 기가스가 그 어마어마한 고열에 버틸 수 있게 만들어졌다고 한들, 그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조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조종석의 내부는 숨조차 제대로 쉬기가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질 것이 분명했다.
그런데 지금 유성은, 그러한 방식을 묻고 있는 것이었다.
“유성!”
그때 라피스가 드물게 소리를 높였다.
유성이 고개를 돌리자, 그녀가 잔뜩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너 지금 제정신이야?!”
* * *
“라피스!”
“몰라! 네 마음대로 해!”
잔뜩 화가 난 라피스는 지금 이 자리가 중요한 것을 알면서도 그대로 뛰쳐나갔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함장이 돌연 말문을 열었다.
“괜찮겠나, 유성 군? 아무리 봐도, 그리 쉽게 화가 풀릴 것 같지는 않은데.”
“……괜찮습니다.”
유성은 눈을 감았다.
불과 수 초 만에 다시금 눈을 뜬 그가 대답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한낱 감정싸움 따위가 아니니까요. 지금 당장 죽고 사는가에 대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
그 말에 라프티리아 함장은 조금 쓴웃음을 드러냈다.
그녀는 구태여 입을 열지 않았다.
그녀 또한 일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탓이었다.
지금 그들이 우선할 것은 이 강하 작전의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번 작전은 중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그들 모두가 죽을 수도 있는 작전이었다.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만 했다.
‘나 자신이 목숨을 걸더라도 말이지.’
결국 유성은.
그 자리에 남아서 끝끝내 작전 내용을 듣고 그것을 수정했다.
바로 유성 그가.
직접 강하 작전 도중에 나가서 싸우는 것으로.
* * *
“여기인가.”
유성은 라피스가 배정받은 새로운 숙소를 찾았다.
전함 메타트론의 각 숙소들은 이전에 그들이 지내던 함선 메티스보다도 규모가 전반적으로 작은 덕에 찾기가 쉬웠다.
“하아.”
문 앞에서, 긴 숨을 내쉬던 그는 입을 열었다.
“강하 작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왔어.”
[…….]
대답은 없었다.
지금 분명 이 안에는 라피스가 있었다.
하지만 한동안 기다려 봐도 말이 없어, 결국 유성이 몸을 돌린 순간.
[그래서? 뭐라고 해?]
‘……라피스? 하지만 이 목소리는.’
안에서부터 라피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목소리가 가늘게 떨려오는 게 느껴졌다.
몸을 돌리려던 유성은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는 말했다.
“문 좀 열어 줘. 할 말이 있어.”
기잉-.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다.
열린 문의 너머에는, 시뻘게진 눈두덩이를 한 라피스가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운 것이 분명해 보였다.
우뚝 멈춰 선 유성이 저도 모르게 당황해서 물었다.
“뭐, 뭐야. 라피스. 설마 너 울었어?”
“이, 이, 이……! 바보 같은 자식! 이번에야말로 죽으면 어쩌려고 그딴 행동을 자꾸 하는 거야!”
퍼억!
“커억.”
유성은 있는 힘껏 휘둘러진 주먹에 얻어맞고는 그대로 자리에서 무릎을 꿇었다.
데미지가 생각 이상이었다.
주먹질의 위력이 상당했다.
마력이 잔뜩 머금어져 있던 탓에, 솔직히 말하면 숨도 내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 * *
행성 테라의 대기권은 극악한 수준의 열기를 자랑한다.
웬만한 크기의 소행성조차 대기를 뚫고 떨어져 내리는 사이에 완전히 타 버려 없어지는 게 바로 대기권이다.
즉, 유성이 그러한 전장을 택하겠다는 것은.
찜통 수준이 아니라 고온의 열기 속에서 싸우겠다는 것과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유성은 놀라서 더듬거리는 라피스를 향해 덧붙였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는 마.”
“어, 어째서? 그건 척 보기에도 자살행…….”
“전투의 대부분은 함선 메티스의 갑판 위에서 이뤄질 테니까 말이지. 열기는 함선이 막아줄 테니, 실상은 고된 느낌조차 거의 느껴지지 않을 거야.”
그러면서 덧붙였다.
“그러니 크게 걱정할 일은 없으니 안심해도 돼.”
유성은 입을 닫았다.
그는 뒷내용을 애써 숨겼다.
‘스크래퍼를 타는 너라면 말이지.’
거기에 유성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는 굳이 말하지 않았다.
지금 그의 언급은 어디까지나 원거리형의 기가스인 스크래퍼만을 포함한 내용이었다.
갑판에 올라탄 채로 함선의 호위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 봐도 알 일이지만.
가뜩이나 경험이 적은 라피스가 그러한 사실에까지 생각이 미칠 리가 없다.
지금 그녀에게는 오래지 않아 전투가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에만 온 신경이 쏠려 있을 터였다.
온몸을 딱딱하게 긴장시키는 전투 전의 긴장감.
그것은 평상시라면 이성적일 사람의 정신을 둔하게 만들기에, 유성은 길게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다.
지금 상황에서 긴말은.
오히려 쓸데없는 혼란을 가중시킬 뿐이다.
* * *
쿠오오오-!
함선 메티스 그리고 전함 메타트론.
그들 두 척의 함선이 차례로 월면 기지의 항구에서부터 벗어나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 두 함선들을 호위하듯, 다수의 함선들이 나타났다.
월면 기지의 전투 함대였다.
강하전 돌입이다.
“후우-.”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그것도 아주 가파르게.
‘살면서 이런 방식의 전투를 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강하 작전 도중의 전투라니, 이런 건 유성조차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하자. 다른 누구도 아닌 내가 흥분해서야, 이 싸움에서 살아남을 순 없어.’
유성은 눈을 감았다.
빠르게 박동하는 심장을, 순식간에 잠재우며.
그는 옅은 긴장감만을 의도적으로 남겨 두었다.
강렬한 긴장은 분명 방해에 불과할 뿐이지만, 그럼에도 적절한 수준은 필연적인 요소였다.
위잉-! 위잉-!
격납고에 요란한 신호음이 울린다.
노란빛의 경보와 함께, 곧이어 스피커를 타고 오퍼레이터의 음성이 들려왔다.
[유성 생도! 라피스 엘 바이어스 소위! 현재 격납고 대기 중입니다!]
곧 있으면, 그들 모두가 예상하고 있던 순간이 찾아올 터였다.
이제 유성과 라피스는.
발을 디딜 지면도 없는 대기권을 향해서 오로지 탑승한 기가스 한 기만을 믿고서 강하해야만 했다.
저 아래로 새파란 행성, 테라의 지표면이 보인다.
‘리브.’
[응. 아빠!]
그러한 부름을 들은 유성의 앞에 리브가 나타났다.
완연한 소녀의 모습을 한 리브가 그의 어깨 위로 안착했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기에, 그는 사념을 통해서 자신의 생각을 직접 전달했다.
‘라피스를 부탁해. 녀석이 드라칸들에게 당하지 않도록 잘 지켜줘.’
[알았어. 하지만 아빠는?]
‘…….’
그 말에 유성은 쓴웃음을 흘렸다.
‘난 괜찮아. 문제는 없을 거야.’
스윽.
하지만 그 말에 리브는 작은 손을 들어 유성을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