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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75화 (75/200)

76화. 달. 그리고 궤도 함대(3)

우주를 유영해야 할 전함은 행성의 중력이 작용하는 곳에서 지어질 수 없다.

아니, 물론 지어질 수는 있겠으나 그것을 우주권에까지 쏘아내는 것이 문제였다.

띄우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비용이란 게 터무니없을 정도로 상당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 결과, 이곳 달이라는 곳이야말로 전함을 건조하기에 가장 알맞은 환경이란 생각이 자연스럽게 자리잡게 되었다.

하지만. 이곳에 그보다도 유명한 것은 정작 따로 있었다.

라피스는 창문을 통해 그 위성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정말 어마어마하네. 설마 여기에 전함보다도 더 커다란 무기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

행성 테라를 중심으로 공전하는 위성, 달의 또 다른 이름이란 우주의 조선소다.

하지만 더욱 유명한 이름은.

정작 따로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일명, 인공위성 최종무장급 행성주포(人工衛星 最終武裝級 行星主砲).

통칭, 기가디스트로이어(Giga Destroyer).

그 이름의 의미와 어감처럼, 이 달이라는 위성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 아주 거대한 ‘주포’였다.

‘그것도 무려, 포문의 지름만 10킬로미터에 달할 정도로 아주 거대한.’

무려 태양계의 끝에서 끝을 요격하는 것이 가능한. 아주 강력한, 인류 최종, 최흉의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단지 듣는 것만으로도, 너무도 어마어마해서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로 거대한 무기였다.

단순한 에너지의 화력을 쏘아내지만 그 크기가 너무도 막대한 탓에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행성의 핵까지 닿을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 열량을 쏘아낸다는 거짓말과 같은 무기.

그 설명조차도 거짓말 같은 거대한 무기가 지금 그들의 눈앞에 있었다.

‘이것도 현시대에 존재했군. 그 존재조차 의심하고 있었는데 말이지.’

유성은 감회가 새로운 얼굴로 그것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저것의 존재를 마주한 것은 정말로 우연찮다고 할 수 있었다.

이곳은 연합의 심장부나 다름없었다.

일반인의 방문 따위는 결코 허락될 리가 없는 군사 시설.

그렇기에 원래라면 그들이 탄 함선 메티스는 결코 접근할 수도 없었을 터였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었던 만큼, 이곳에는 콜로니에서부터 대피한 십만에 가까운 일반인들이 타고 있었기에 피치 못할 상황이었다.

‘저것의 존재는 아마 지금까지도 줄곧 일반인들에게 비공개되어 왔겠지. 당장 나나 라피스가 몰랐던 것처럼.’

지금 그들은 분명 드라칸에 의해 위협받고 있었다.

인류는,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주 긴 평화의 시기를 누리고 있었다.

그런 그들이 이러한 무기를 만들 이유는 사실상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아무리 인류의 기술이 발전한다고 이만한 규모의 무기를 만드는 게 쉬울 리가 없었다.

즉, 그러므로 이것의 존재 의의는 간단했다.

유성은 감회가 새로운 눈으로 창밖의 거대한 무기, 위성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지금 시대에 지어진 것이 아닌, 아주 오래된 과거에 지어진 구시대의 유산. 설마 이것이 이렇게 끝내 완성되었을 줄이야.’

이것의 정체.

무려 400년도 더 전에 만들어지고야 만.

대전쟁 초창기에 건조된 인류 최대, 최후의 최종 결전 무기였다.

사실 유성, 아니, 이시혁 그의 죽음도 이것과 관련이 있었다.

당시의 이시혁은 이 무기가 건조될 시간을 최대한 벌어야 했다.

유성 그가 상대로 했던 최대의 적.

궁극체급의 드라칸인 ‘언터처블’은 너무나도 강력했다.

녀석은 인류가 가진 가장 강력한 병기인 우주 전함조차 너무도 쉽게 파괴하는, 초월적인 괴물들이었기 때문이다.

아득한, 너무나도 아득한 초월적 생명체였기에 완전체마저 가볍게 웃도는 상상과 상식 그 너머의 존재.

당시의 인류로서는 궁극체급의 드라칸을 상대할 방법이라곤 전무했기에, 그들에게는 놈들을 상대할 방법을 만들어 낼 시간과 계획이 필요했다.

그 결과 건조를 시작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상대는 무려, 절대적인 궁극체급의 드라칸.

이전에 존재하는 무기로는 놈에게 타격을 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아예 행성마저 붕괴시킬 만큼이나 강렬한 화력을 머금은 무기를 새로이 만들어 내자고, 탄생시키자고.

그 결과, 주포의 지름만 무려 십 킬로미터에나 달하는 어처구니없는 엉망진창의 계획이 승인되었다.

“…….”

유성은 그 특유의 흔들림 없는 눈동자로 창밖의 거대한 주포, 기가디스트로이어를 응시하며 생각했다.

‘……그런데 설마.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그게 끝끝내 완성되었을 줄이야. 확실히 머릿속으로는 이미 알고는 있던 사실이지만 직접 보니 놀랍군.’

유성 그마저도 결코 확신치 못했던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자원이 그만큼 존재하는지도 의문이었고 무엇보다 그 건조에 걸리는 시간 자체가 차원이 다를 정도로 오래 걸릴 게 분명할 테니까.

그런데 끝내는 완성해 낸 모양이었다.

이렇게 보니 감개무량했다.

그렇다면 언터처블.

그 궁극체급의 드라칸, 놈은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당시의 대전쟁에서 인류는 도망쳤다곤 알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유성은 그에 대한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

그저 어떻게든 도망쳤다고만 알고 있을 뿐이었다.

놈에 대한 기록은 일절 남지 않은 탓에 유성으로서는 알 길이 없었다.

태양계 전체에 고루 퍼진 드라칸들의 시선을 피해 도망치는 것은, 전력이 얼마 남지 않았을 당시의 인류에게는 결코 불가능한 일이었다.

안전하게 모두가 도망쳤을 거란 생각은 결코 들지 않았다.

분명 큰 피해와 대가를 치렀을 터였다.

‘분명 도망치려는 과정에서도 그놈들과 나름의 마찰이 있었겠지.’

어쩌면 결국 인류는. 놈을 끝내 이 무기를 통해서 죽였을지도 모른-.

“있잖아. 유성?”

“음?”

그때, 유성의 집중을 깨는 라피스의 부름에 그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라피스는 창문 너머만 응시하던 유성의 손에 쥔 숟가락을 쥐어 주며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밥부터 먹지 않을래? 넋을 놓고 보는 것도 좋지만, 우리는 아주 쉽게 먹는 도시락이지만 지금 타고 있는 다른 일반인들은 먹고 싶어도 쉽게 먹지 못한다고.”

툭툭.

그러면서 라피스는 탁자를 두들겼다.

은연중에 강한 강제성이 서린 말투였다.

“아, 음. 그런가. 그랬지.”

유성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저도 모르게 기나긴 생각에 잠기고야 말았다.

……그들은 창문을 내다보며 한창 식사를 하고 있었다.

물론 전쟁의 참혹함을 아는 유성은 식량의 소중함을 잘 알았다.

‘그나저나.’

유성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설마 그렇게 말할 줄이야. 라피스가.’

확실히. 라피스는 뛰어나다.

생각하는 면에서든. 그게 아니면-, 다른 면에서든.

사고의 관점도, 재능도 확실히 그녀가 뛰어난 재능을 가진 마나 사용자인 이유가 있었다.

이해가 간다. 그를 위해서, 실제로도 라피스는 많은 교육을 받아 왔을 그녀이니.

이끄는 삶을 위해, 사람들의 위에 서는 가문의 대표로서의 삶을 위해. 라피스 엘 바이어스는, 그러한 대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였으므로.

* * *

유성과 라피스가 한창 식사를 하는 사이. 돌연, 그들 숙소의 문을 타고서 누군가의 음성이 들려왔다.

[둘 모두 이곳에 있나? 유성 그리고 라피스 소위도.]

“이 목소리는…….”

누군가 유성의 숙소 문 앞에 서 있었다.

음성이 익숙했다.

굳이 길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아스트라 부함장이었다.

그의 음성에 유성은 숙소의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림과 함께, 그가 옅은 미소를 내보이며 짧게 고개를 까딱였다.

“반갑네. 무려 하루 만이로군.”

유성은 즉각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셨습니까?”

“앗. 안녕하세요!”

그러한 유성의 뒤를 따라 황급히 일어나는 라피스의 모습에 남자는 손을 들었다.

“괜찮네, 유성 생도. 식사 도중인데 불쑥 숙소까지 찾아와서 미안하군. 그렇게 굳이 인사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리고 라피스 소위도 말이지.”

함선 메티스의 부함장, 아스트라.

그는 식사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려는 두 생도들, 유성과 라피스를 만류하며 옆의 빈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잠시 그를 응시하던 유성이 물었다.

“우주 정거장에서의 대화는 대충 끝났나 보군요.”

“일단은, 말이지.”

아스트라 부함장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그는 길게 설명하지 않았다.

대신, 김이 흘러나오는 음료를 마셨다.

후룩-.

짙은 색이 만연한 커피를 마시는 아스트라 부함장의 눈가에는 진한 다크 서클이 내려앉아 있었다.

피곤함이 엿보였다.

아무래도, 꽤나 과한 중노동에 시달리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함선의 부함장 자리를 맡은 인물이니만큼 아스트라 부함장도 나름대로 괜찮은 수준의 마나 사용자일 텐데 저렇게까지 지치다니. 어지간히도 중노동에 시달리나 보군.’

어쩌면 그는 잠을 잘 시간조차 모자랄 정도로 시달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그는 줄곧 통제실에 있었다.

유성은 그가 자리를 비우는 때가 극히 드물다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잠시간 조용히 그를 응시하던 유성이 말했다.

“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아하하. 그렇게 보이나?”

그 말에 아스트라 부함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곧, 그는 손을 휘휘 휘저으며 대답했다.

“괜찮네, 아직은 말이야.”

하지만 곧, 그의 코를 타고 뜨거운 것이 주륵 흘러내렸다.

놀란 라피스가 입을 벌렸다.

“어, 어? 부함장님……? 그, 그 코, 코, 코피가……!”

“음?”

그에 무심코 콧잔등을 훔친 아스트라 부함장은, 소매에 묻은 진한 핏자국에 무심코 중얼거렸다.

“이런. 코피인가?”

“…….”

역시나 부함장의 안색이 영 좋지 못하다 싶었는데 바로 영향이 드러났다.

하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당장 유성 그조차도 그러한 마당이었으니까.

그 또한 뛰어난 수준의 마나 사용자가 아니었다면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빡빡한 일정을 계속해서 소화해 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유성과 부함장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있었지만, 아스트라 부함장은 연일 고된 업무의 강행이었다.

이번만큼은 유성도 그리 심상찮음을 느껴 입을 열었다.

“부함장님, 돌아가 보시는 게…….”

“괜찮아, 괜찮아.”

조심스럽게 말을 건네는 라피스의 말에도, 부함장은 크게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듯 손사래를 쳤다.

“뭐,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조금 말해 줄 게 있어서 말이야.”

“그나저나 이번에는 절 따로 호출하지는 않으시는군요.”

“그야 뭐, 이번에는 자네가 나설 일이 없으니까 말일세.”

부함장은 유성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움직임에 힘이 빠졌군. 정말 괜찮은 건가, 부함장.’

진이 빠진 듯한 그러한 동작에서부터도 이미 그가 지쳤음을 알 수 있었다.

유성마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현재 그는 과한 노동을 잇달아 행하는 모양이었다.

“후우.”

긴 한숨을 내쉰 아스트라 부함장은, 이내 가지고 있던 배지를 라피스에게 건넸다.

“받게, 라피스 소위.”

“이건……?”

의문을 표하는 라피스를 보며, 그는 낮게 웃었다.

“자네가 정식으로 기갑 파일럿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표식이지. 디지털 암호로 된 표식이기에 어떠한 복제나 조작도 허용치 않아. 일종의 신분증이라고 보면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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