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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72화 (72/200)

72화. 우주전(2)

원거리 기가스로서의 전투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갖추기 시작한 기가스의 연결 방식은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감각이…….’

라피스는 묘한 감각이 돋아나는 것을 느꼈다.

보다 감각이 확장된다. 마치 몸이 커지고, 순식간에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것은 표현하자면.

마치 기가스인 스크래퍼와 한 몸이 된 듯한 감각, 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흡사 거대한 육체를 새로이 얻은 것만 같았다.

그것은 결코 착각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모두 신경 회로 덕분이다.

꽈악.

그녀가 주먹을 쥐자, 그 움직임을 따라서 스크래퍼가 마찬가지로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녀의 척추에 직접적으로 액세스(Access)하는 방식인 신경 회로는 기가스를 보다 직접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었다.

척추 연결 신경 회로 감각 일치 시스템.

그 이름처럼, 신경 회로 연결을 통해 기가스의 감각을 직접 느끼게 하는 시스템이었다.

마치 자신의 몸이 되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단순한 조종간의 컨트롤로는 불가능한, 보다 세밀한 조작을 해야 하는 파일럿을 위해 부가되는 장치다.

본격적인 원거리형의 기가스란 통상의 전투형 기가스와는 시스템이 완전히 다르다.

신경 연결 회로를 시작으로, 육체적인 감각 자체를 수십 수백 배를 확대한 막대한 에너지를 다룬다.

끓어오르는 태양과 같은 강렬한 에너지를 쏘기에 위험성이 컸다.

때문에 보다 세밀한 조작을 필요로 했다.

‘어디 한 번 움직여 볼까.’

라피스는 시험 삼아 자신의 손을 움직여 보았다.

그녀가 손을 움직이자 움직임을 따라 기가스의 손이 움직였다.

손을 앞으로 내밀자 기가스 또한 마찬가지로 손을 내밀었다.

마치 거대한 육체를 다루고 있는 느낌이었다.

움직이고 있다. 제대로 동조하고 있다.

라피스의 육체가 기가스와 동화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하, 하하. 동화율이 올라가고 있다. 거의 40퍼센트대야.”

라피스는 긴장한 상황에서도 마른 웃음을 흘렸다.

역시 그녀의 훈련은 헛된 것이 아니었다.

서투르지만, 분명 의지대로 확실하게 기가스가 움직이고 있다.

훈련은 그녀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았다.

키이잉!

기가스, 스크래퍼의 안광이 강한 빛을 발했다.

날카로운 소음과 함께 스크래퍼의 추진 무장 GG-01이 푸른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등에 달린 거대한 포대가 끓어오르듯 불을 뿜었다.

콰앙!

포격이 적중하는 순간, 화면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양산체 1체 다운(Down).]

“일단…… 한 녀석.”

라피스는 시작하자마자 가정 먼저 양산체 한 놈을 저세상으로 보냈다.

시작이 순조로웠다.

* * *

쿠웅!

라피스는 기체를 추진 무장, 게이트 건에 몸을 부착시키고 전투에 임했다.

마치 지상처럼 단단히 고정한 채로 전력으로 들끓는 마력을 끌어 올렸다.

“하아아!”

라피스가 힘찬 기합을 내질렀다.

마력을 끌어올린 그녀의 기가스, 스크래퍼가 새파란 안광을 뿜어냈다.

삑-!

[타겟팅, 록-온!]

[미사일 컨테이너 오픈, 파이어(Fire)!]

그 강렬한 기세와 함께 스크래퍼의 전신에 장착된 미사일 컨테이너가 철컥 열리더니 수십 개의 미사일과 빔 포격이 일제히 터져 나온다.

우주 한가운데에 다색(多色)빛의 포격이 수를 놓듯이 쏟아지며 함선 메티스를 향해 접근하는 적들에게 퍼부어졌다.

쿠구구궁-.

전장 한가운데에, 무시무시한 규모의 폭발이 일어난다.

일순간 전장의 일부에 공백을 만들 수준의 강렬한 포격이었다.

미사일과 포격들이 터져 나가며 원형의 폭발들이 줄지어 일어나고, 그것들은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다.

그야말로 막대한 화력. 터무니없는 폭발이다.

그녀 주변의 우주 공간이 죄다 폭발에 휩쓸렸다.

포격의 중심부에 있었던 드라칸들은 물론이고, 범위에 걸쳐져 있던 다른 드라칸들마저 죄다 공격에 휩쓸렸다.

[■■■■!]

[■■■!]

막대한 폭발의 기세에서부터 무언가 심상찮음을 감지한 일부 드라칸들이 곧장 그녀를 향해 접근해 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그 수가 하나가 아닌 여럿이다.

하지만 이미 자신감을 회복한 그녀는, 가상공간에서의 훈련을 할 때와 같이 의욕이 가득했다.

동화율은 전투 도중임에도 오히려 오르기 시작했고 여유마저 있다.

“덤벼!”

번-쩍!!

자신감에 찬 라피스의 기가스, 스크래퍼에서.

강력한 마력이 들끓듯 터져 나오며 놈들을 덮쳤다.

놈들이 제아무리 위협적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접근하려던 드라칸들은, 그녀에게 다가서기도 전에 우주의 먼지로 화해 버렸다.

전신에 달린 컨테이너 포문에서 각종 화기가 끊임없이 쏘아졌다.

* * *

삑-!

[타겟팅, 록-온!]

[미사일 컨테이너 오픈, 파이어!]

우주의 한 가운데가 화려한 폭발로 물든다.

쿠구구궁-!

화력이 끊임없이 쏟아진다.

과연 그 끝이 보일까 싶을 정도로 무차별적인, 그리고 연속적인 포격의 세례였다.

그러한 라피스의 모니터에 표시되는 화면은 이러했다.

[양산체 2체 다운(Down).]

[양산체 1체 다운(Down).]

[양산체 1체 다운(Down).]

메시지가 끊임없이 떠오른다.

그녀의 기가스, 스크래퍼가 포문을 열고 강렬한 공격을 퍼부으면 퍼부을수록 계속해서 휩쓸리는 드라칸의 수 또한 늘어났다.

놈들의 수는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라고 한다면.

어마어마한 수가 바로 문제였을 뿐이다.

쩡-!

라피스의 포격을 뚫고, 기어코 접근한 드라칸 한 마리가 스크래퍼에 달려들었다.

[■■■!]

“크읏?!”

라피스는 벅찬 신음을 흘렸다.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놈의 발톱이 스크래퍼의 강화 장갑에 강렬한 흔적을 남겼다.

장갑이 형편없이 우그러지고 기다란 상흔이 남았다.

강한 충격에 의해 조종석이 거칠게 흔들리며 조종석은 순간적인 기압차와 흔들림으로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러한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그녀는 훈련에서 얻었던 깨달음을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혼란해하면 그것은 오히려 적들에게 기회만을 줄 뿐이었다.

때문에, 그녀는 반사적으로 포문을 열어젖혔다.

“저리 비켜-어!”

쏟아지는 포화가 놈을 집어삼켰다.

그 결과. 녀석은 흔적도 없이 폭발해 사라졌다.

무중력의 공간에서 놈의 갑각과 체액이 산산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흩뿌리듯 튕겨나갔다.

녀석의 바로 앞에 있었던 라피스의 기가스에도 그 파편이 일부 달라붙었다.

오로지 짙푸른 체액을 남기는 남은 하반신만이, 녀석이 한때나마 존재했었음을 알려줄 뿐이었다.

주륵.

코에서 피가 주룩 흘러내렸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그것을 닦았다.

그런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기가스 스크래퍼 또한 그녀의 행동을 똑같이 따라 했다.

신경 회로 연결로 인한 기가스와의 동조 현상 때문이었다.

“하아,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는 라피스의 모니터 화면 한구석에, 누군가의 통신이 켜졌다.

[침착해, 라피스.]

“……유성.”

유성은 언제나와 같이 조언을 덧붙였다.

[차분히 대기해. 가상공간에서의 훈련에서처럼, 먼저 나서지 말고 오로지 달려드는 놈만을 상대해.]

“그럼 나머지는?”

[상관없어. 함선 메티스가 약한 것도 아니고 장갑이 버티는 한에는 여유가 있어. 내가 쫓아가서 한 놈 한 놈씩 확실하게 처리할 테니. 너는 너 하나만 생각해. 메티스는 그다음이다.]

유성은 전투를 쉴 새 없이 이어나가는 중에도, 라피스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방패를 가슴팍까지 끌어당겨 단단히 자세를 잡고, 언제든 공격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불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알았어.”

라피스는 유성이 말하는 대로 자세를 잡았다.

그러고는 충실히, 에너지를 끌어 모아-.

쾅!!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그대로 쏘았다.

자색과 청색, 그리고 은색 빛깔의 폭발이 우주의 한복판에 터져 나왔다.

* * *

퍼버벙!

한편, 유성은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그가 푸른 선처럼 드라칸들을 그어 버리며 지나치면 어김없이 하나씩 몸이 양분된 채로 쓸려나갔다.

섬전 같은 지르기를 내재한 공격이었다.

서걱!

다시금 한 녀석이 당했다.

“대…… 단해.”

라피스는 솔직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대체 몇 마리나 잡은 거지?”

그가 드라칸의 사이를 지나칠 때마다 무리가 절단 나 쓸렸다.

그는 철저하게 무리의 중심을 헤집었다.

함선 메티스를 노리지 못하도록, 시선이 오로지 자신에게만 쏠릴 수 있도록 말이다.

그의 검날이 놈들의 살점을 예리하게 갈랐다.

[라피스. 정면을 봐.]

“……응?”

그 순간, 시야에 갑작스럽게 한 놈이 나타났다.

시커먼 드라칸의 안광이 코앞에 닿을 듯 가까웠다.

“꺄악!”

당황한 라피스가 저도 모르게 마력을 풀었다.

그 순간 유성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라피스, 마력 풀지 마! 마력을 풀면 순간적인 압력의 차이로 파일럿의 몸이 산산조각으로 터질 수 있다!]

기가스의 파일럿이 반드시 뛰어난 마나 사용자여야만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전투기에 비견되는 속도로 격한 전투를 수시로 해야 하는 게 바로 기가스다.

조종석에는 파일럿의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수많은 안전장치가 있지만,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파일럿의 몸은 그 스스로가 지켜내야만 했다.

격한 전투 상황 내내 스스로 마력을 끌어올려 자신의 몸을 보호해 내야 하는 것이었다.

고작 기가스의 격한 움직임조차 부담감을 이기지 못할 정도로 유약한 육체라면, 파일럿으로의 기여 따위는 해내지도 못한다.

“흐윽!”

라피스가 신음을 흘리면서도 마력을 끌어올리자, 기가스의 눈이 푸른빛을 발했다.

물론 기가스를 움직이기 위해서도 마력이란 반드시 필요했지만 말이다.

[■■■■!]

전투체의 드라칸들.

녀석들은 유성이 접근하는 것을 빤히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어떠한 대처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못한 것이겠지만.’

드라칸은 진화 생명체였다.

놈들은 근접형 혹은 원거리형, 혹은 비행형 등의 형태로 특화한 진화를 이루어 나간다.

그리고 현재 유성이 상대하는 이놈들은 원거리 포격형으로의 극단적인 진화를 끝마친 상태였다.

생명체인지조차 의심이 될 저 외형은, 오로지 꽁무니 부분만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했다.

‘그러니 그만큼 다른 방면의 능력이 퇴화할 수밖에 없지.’

하나를 가져오면 하나를 주는 법인 게 이 세상의 이치다.

저 정도로까지 크고 강력한 공격 능력을 손에 넣는 대신, 놈들은 양산체 시절에 가지고 있었을 근접형의 공격 능력을 지웠다.

게다가 이놈들을 지켜줄 근접형의 공격 능력을 가진 양산체 놈들이라면, 라피스가 지워 없애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것은.

말 그대로 철저한 사냥에 불과했다.

우우웅-!

곧이어, 마나를 모으고 있는지 놈의 배가 푸른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마력이 한데 모이고 있다.

한눈에 봐도 주변의 마나를 끌어모으고 있는 것임을 쉽사리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시간을 준다면 거대한 함선인 메티스에게마저도 위협적이기 짝이 없는 포격이 쏘아질 것이다.

오로지 그를 위한 진화 형태였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상관없는 일이다.

놈에게는 그만한 시간을 요하는 과정이기 마련이었고, 완전체의 날개를 네 장이나 겹치듯 단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는.

그 짧은 시간마저 자신의 것으로 해내는 것이 가능한 기체였다.

‘그러니 놈이 공격하기 전에 베어낸다.’

서걱.

생각과 동시에, 점멸하듯 쏘아진다.

유성은 삽시간에 가까워지는 녀석을 향해 마력이 흐르는 초진동검을 휘둘렀다.

분명 단단했을 터인 전투체 드라칸의 몸체가, 종잇장처럼 썰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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