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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71화 (71/200)

71화. 우주전(1)

퍼벙!

위협적인 공격.

그럼에도 유성의 기가스는 너무도 여유롭게 피해 낼 뿐이었다.

하지만 위태롭기 그지없다.

쿠구구-.

유성은 지진이라도 난 듯한 부르르 떨려오는 조종석의 진동을 감지했다.

‘기체가 떨린다. 평소라면 별거 아니었을 수준의 진동조차 버거워하고 있어.’

기가스의 표면 진동을 줄여줄 강화 장갑을 달 시간이 없었던 탓에, 충격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기체가 부르르 떨려오는 게 느껴졌다.

지금만 해도 이럴진대, 놈들과 제대로 맞부딪힌다면 틀림없이 기체에 심각한 손상이 가고 말 터다.

‘그나마 장갑이 아예 없다시피 해서인지 적어도 몸 하나는 가볍다는 게 장점이로군. 그만큼 공격에 힘이 빠졌지만.’

너무 가벼워서 데미지가 약하다.

지금의 그는 장갑이 없는, 종잇장 암살자와도 같은 것이었다.

빠르지만, 이 정도의 움직임이라면 이미 기가스 EF-05와 EF-06 정도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속도였다.

유성은 아직, 신 기가스인 제로 브레이커의 진짜 성능은 발현하지도 않았다.

‘그렇다면, 기체가 버틸 수 있는 최대한의 한계점까지-.’

그의 조작과 함께, 마치 딱정벌레의 등갑처럼 접혀 있던 제로 브레이커의 겉 날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속도를 상승시킨다.’

펼쳐지는 것은, 곤충의 그것처럼 보이는 네 장의 겉 날개와 속이 비치는 속 날개들.

그것은 날개의 형태를 한 새로운 형태의 쓰러스터(Thruster)였다.

고오오-!

네 개의 날개에서부터 새파란 마력이 안개처럼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그 직후, 이제까지도 화살이 연상될 만큼이나 빠르게 움직이던 유성의 제로 브레이커가 마치 하나의 탄환이라도 된 듯 폭발적인 가속을 시작했다.

네 장의 날개. 그리고 뿜어지는 빛의 에너지.

푸른빛의 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말 그대로, 에너지의 분출이었다.

그의 뒤편에 장착된 날개형의 쓰러스터는 에너지 방출을 통한 폭발적인 가속을 가능케 했다.

더욱 강력한 에너지 방출을 통한 폭발적인 가속에, 그의 뒤편으로 날개형의 쓰러스터를 포함한 다섯 개의 빛줄기가 동시에 쏘아졌다.

“큭……!!”

유성의 시야가 한순간에 뒤바뀌었다.

터무니없는 속도였다.

아아아-!!

어마어마하다. 기체가 비명을 내지르고 있었다.

이제까지는 그저 기체가 버거워하는 듯한 수준에 불과했다면, 지금은 마치 찢어질 듯한 굉음이 조종석의 내부에 울리고 있었다.

본래의 기가스였던 EF-06은 단 하나의 쓰러스터만을 추진 장비로 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드라칸 완전체 네 장의 날개는 그것을 뛰어넘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말 그대로 압도적인 출력이었다.

네 장의 날개에서부터 압도적인 푸른 빛줄기를 쏘아내며-.

유성은 전투체 놈들의 틈으로 파고들었다.

* * *

한편. 그와 같은 시각.

쿠웅. 쿠웅.

그 사이, 라피스가 탄 스크래퍼가 움직였다.

스크래퍼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사출로로 이동했다.

오퍼레이터의 음성이 시끄럽게 격납고를 울려댔다.

[기가스 스크래퍼. 사출 준비. 이상 무.]

[사출로 레디. 셋.]

[진로 이상 무. 클리어.]

[기가스 스크래퍼 사출 세팅 올 클리어(All Clear).]

[기가스 스크래퍼 전용 추진 무장 레디. 셋.]

라피스는 딱딱한 얼굴로 모니터 화면을 조작했다.

푸른 눈을 번뜩이며, 힘껏 외쳤다.

[기가스 스크래퍼, 사출합니다!]

콰앙-!

스크래퍼가 굉음을 터뜨리며 사출로에서 발사되었다.

“윽!”

라피스의 대답은 한 발 느렸다.

이빨을 악문 채로, 탄환처럼 사출로에서부터 쏘아지는 압박을 견뎌내야 했기 때문이다.

온몸을 짓누를 듯한 어마어마한 압력이다.

그 거대한 기가스를 쏘아내기 위해선 보통 수준의 압력이 필요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라피스는 무사히 압박을 견디고는 사출로를 쏘아져 우주로 나갔다.

‘나왔다.’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온 라피스는.

저 멀리서부터 푸른 선이 되어 전투에 먼저 돌입한 유성을 보았다.

그는 벌써부터 진작 전투에 돌입해 있었다.

유성은 무슨 수를 쓴 것인지, 이전과는 다르게 무려 네 개나 되는 쓰러스터로 어마어마한 속도를 내뿜고 있었다.

아마도 저 속도감이야말로 저 새로운 기가스의 능력일 터였다.

라피스 또한 곧장 모니터 화면의 시스템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포문 시스템의 개방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녀는 기가스 스크래퍼의 조종간을 조작했다.

“좋아. 조종에는 문제가 없어. 동화율도 35 이상. 순조로워.”

라피스가 바라보는 모니터 화면에는 [상태 양호.] 라는 표식이 떠 있었다.

기체, 스크래퍼가 그녀의 의식과 사고를 따라 문제없이 동화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전과는 다르게 아주 침착해 보였다.

우주 공간을 유영하면서도 조금도 당황해하지 않았으며, 그저 동화율을 유지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라피스가 탑승한 스크래퍼의 추진 장비, 백팩 쓰러스터에서는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스크래퍼가 이 우주 공간에서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왔다.

문제는 없었다.

시스템을 하나하나 개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스크래퍼와의 동화율은 안정적이었다.

그녀의 두 눈에 자신감이 서렸다.

‘역시 이제까지 해 온 훈련이 정답이었어. 시스템이 내 의도대로 움직인다.’

라피스는 이제까지 가상현실 공간에서의 훈련에 온 시간을 할애해 왔다.

그 시간이 하루의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아주 길었기에, 그녀는 이제 기가스의 조종에서도 안정적인 실력을 선보이고 있었다.

삑.

그런 라피스의 모니터 화면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통신 담당의 오퍼레이터였다.

[라피스 소위, 통신을 맡은 엘 에드가라고 합니다. 기가스의 기동에는 문제가 없습니까?]

라피스는, 곧 힘 있는 표정과 함께 대답했다.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좋습니다.]

이번에는 함선 메티스 쪽에서의 대답이 한발 느렸다.

그것은 아마도, 그 나름의 약간의 배려일 터였다.

생각을 완전히 정리할 만한 여유를 주기 위한.

[그럼 전투에 돌입하기 이전에 앞서, 지시 사항이 있으므로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유성이 걱정이었지만, 그는 알아서 잘해 낼 터였다.

그렇다면, 라피스는 지금 해야 할 것을 하면 된다.

함선 메티스 소속의 군인은 대답과 함께, 곧 다음 지시를 내렸다.

[지금 함선의 사출로에서 추가 무장이 쏘아졌습니다. 잠시 대기해 주시면 됩니다.]

쿠구구구-.

라피스는 그 말에 사출로 방향을 바라보았다.

과연 그 말처럼, 멀리 보이는 사출로에서부터 무언가가 그녀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푸른 빛줄기를 뿜어내며 다가서는 그것은.

점차 라피스에게 다가옴과 함께 속도가 줄어들었다.

그러고는 곧, 완전히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뒤이어 다음 내용이 전달되었다.

[정보를 보내 주겠습니다. 소위.]라는 말과 함께, 화면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것은 분명 함포였다.

다만, 기가스보다도 두어 배는 더 거대한 크기의 주포였을 뿐이다.

그것도 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된, 비행형의 주포.

당황한 라피스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건, 포대? 아니, 함포인 건가?”

[이것은 함선 전용의 함포입니다. 다만 우주전을 상정한 스크래퍼 전용의 탑승형 추진 무장으로 개조한 것으로, 사이즈는 라피스 소위가 사용하는 기가스보다 클 수 있지만 무리 없이 장착 가능할 겁니다.]

“자, 잠깐만요. 탑승형? 지금 탑승형 추진 무장이라고 했나요?”

[맞습니다. 이동 속도가 느린 스크래퍼 전용의 추진 무장입니다.]

“…….”

잠시간 할 말을 잃은 라피스를 향해, 군인이 말을 열었다.

[라피스 소위의 기가스, 스크래퍼를 위한 새로운 전용 추진 장비인 탑승형 형태의 대형 쓰러스터입니다. 단지 가까이 근접하는 것만으로 알아서 부착될 겁니다.]

라피스는 군인의 지시대로 스크래퍼를 움직였다.

조심스럽게 스크래퍼의 발을 거대한 주포의 외형을 한 그것에 가져다 대자, 마치 자석처럼 장비가 달라붙었다.

쿵-!

자기장이 셌던 탓인지, 부착되는 충격과 함께 조종석이 한 차례 크게 울렸다.

[해당 장비 GG-01은, 우주에서도 그리고 지상에서도 고입자 분출을 통해 무거운 중량을 가진 스크래퍼라 할지라도 자유자재로 유영할 수 있도록 제작된 탑승형 무장입니다.]

……쉽게 말해 이것을 탄다면 스크래퍼라도 우주를 제 맘대로 누빌 수 있다는 의미였다.

무게에 상관없이, 비교적 문제가 없을 정도로 수월하게 말이다.

라피스는 탑승과 동시에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건…….”

그녀는 두어 번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다.

거대한 탑승형의 무장. GG-01. 일명 ‘게이트 건(Gate gun).’

백팩과 비슷한 방식의 추진 장비였다.

다만 차이점이라면 이것은 기가스가 직접 올라타는 방식의 추진 장비라는 것. 그리고 그 크기가 기가스 둘을 족히 태우고도 남을 정도로 커다랗다는 것 정도가 통상의 추진 장비와는 다른 점이겠지.

아무래도 기체가 무거운 탓에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스크래퍼를 지탱하기 위한 목적 때문일 터였다.

그제야 라피스는 유성이 최근 들어 얼굴조차 제대로 비추지 못했던 데에 대한 이유를 깨달았다.

최근 유성은 언제나 치프와 함께 있었다.

‘그동안 한창 바쁘더니 이것 때문이었구나.’

라피스가 상황조차 잊을 정도로 멍해지는 사이.

군인의 음성이 들려왔다.

[……함선의 호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라피스 소위.]

군인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졌다.

라피스 또한 들려오는 목소리로부터 그러한 기색을 대번에 눈치챘다.

너무도 쉽게 그 이유가 짐작이 되었다.

‘저 군인 또한 아마도 이 상황이 탐탁지 못한 것이겠지.’

고작해야 미처 성년도 되지 못한 어린 생도에게, 싸움을 맡긴다는 것.

그러한 현실이 군인 스스로가 보기에도 그리 탐탁지만은 않을 터였다.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다.

그러한 기색은 이제까지 그녀를 마주한 모든 군인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었던 눈빛과 목소리니까.

하지만 라피스는, 알면서도 애써 단호하게 대답했다.

마치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유성의 무미건조한 대답을 흉내라도 내듯이.

[문제없습니다.]

……그와 같은 대답을 했다.

길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 함선 메티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함선을 호위해야만 했으니까.

그러니, 싸워야 한다.

삑.

그리고 그녀의 대답이 막 끝나려는 순간.

저 멀리서부터 푸른 선이 쏘아지고 있었다.

다름 아닌 유성이 탑승한 새로운 형태의 적색 기가스였다.

그녀의 모니터 화면에, [제로 브레이커]라는 이름의 명칭이 표시되었다.

그의 도움이 되려면,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

더욱 강해질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강하전에서 제대로 싸우기 위해서는 지금 가능한 최대한의 적응을 해 두어야 해.’

그러한 생각과 함께.

쿠웅!

기가스, 스크래퍼는 탑승형 추진 무장, GG-01. 일명 게이트 건에 단단히 안착했다.

게이트 건이 강력한 자기장을 내뿜으며, 스크래퍼와 하나로 결합했다.

라피스는 강렬한 광채를 뿜어내는 눈동자로 모니터 화면을 빠르게 넘겼다.

‘캐논 블라스터, 전개. 트라인 버스터 가동.’

투두둑.

그녀의 신경이 기가스와 연결되는 시스템이었다.

조종석의 척추 연결 시스템이 마치 지네의 다리처럼 활짝 펼쳐졌다.

그러고는 그녀의 척추에 강제적인 결합을 시도했다.

조종석에 위치한 연결 시스템의 바늘이 라피스의 척추에 푹 꽂히며, 그녀의 신경과 직접 연결되었다.

“웃.”

순간적인 스크래퍼와의 의식 연결.

라피스는 섬뜩하면서도 아찔한 감각에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수십 개나 되는 기다란 바늘들이 차례로 꽂히고 있다.

통증은 거의 없었으나, 그 대신 섬뜩한 감각이 짓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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