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70화 (70/200)

70화. 전용기. 제로 브레이커(Zero Breaker)(5)

한편, 그와 같은 동 시간대.

함교의 군인들은 다급한 전황을 살피고 있었다.

곧, 한 군인이 다급히 소리쳤다.

“함장님!”

“음? 왜 그러나?”

“보십시오! 유성 생도가 탑승한 기가스 제로 브레이커의 무장 상태가 이상합니다! 장갑 무장이!”

삑.

그와 동시에 군인은 커다란 화면에 제로 브레이커의 이미지를 띄웠다.

기본 장갑조차 달려 있지 않아, 오로지 뼈대만 존재하는 기가스의 이미지가 보인다.

그러한 기가스가 아무렇지 않게 사출로에 올라서자, 통제실 모두의 얼굴이 굳다 못해, 창백해졌다.

“뭐야. 저건.”

“……이런 말도 안 되는. 설마 저 상태로 나가겠다고? 외부의 충격에서부터 몸체를 지켜줄 강화 장갑이 조금도 달려 있지 않은데?”

기가스의 몸체를 보호하는 강화 장갑.

그것은 알기 쉽게 사람으로 표현하자면, 오로지 움직이기 위한 필수적인 부품, 뼈와 장기만을 매단 채로 움직이려는 것과 같았다.

바깥의 피부를 감싸 외부의 충격을 보호할 피부와 근육조차 없는, 순수한 맨몸으로 말이다.

그제야 사태를 파악한 아스트라 부함장이 다급히 마이크에다 대고 외쳤다.

“유성 생도! 대답하도록!”

[왜 그러십니까, 아스트라 부함장님.]

하지만 정작.

대답하는 유성의 음성은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었다.

오히려 왜 부르냐고 하는 듯 평온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전장에 가는 사람의 태도라고는 볼 수가 없을 정도로 말이다.

“명령이다! 당장 무장을 착용해라, 유성 생도!”

[무리입니다.]

“뭐?”

[이미 모든 사출 준비가 끝났습니다. 전투 직전이죠. 이제 와서는 기가스를 갈아타는 것조차 시간이 한참 걸릴 겁니다.]

쿠웅-. 쿠웅-.

유성은 기가스에 어떠한 강화 장갑조차도 착용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 사출로에 올라섰다.

기가스의 내부 프레임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기가스의 무장을 재착용하는 데에는 못해도 수 시간 이상은 소요될 터였다.

하지만 곧, 유성이 충격에 빠진 그들을 위해 직접 덧붙이기로 했다.

[부함장님. 어차피 이번이 아니라면 기체의 테스트를 할 시간은 없습니다. 그 다음 전투는 바로 강하전일 테니까요.]

“그…….”

“내가 묻도록 하지. 부함장.”

아스트라 부함장이 물으려는 그 순간.

가만히 유성의 눈을 응시하고 있던 라프티리아 함장이 돌연 그를 향해 물었다.

통제실의 모든 인원이 일제히 함장을 돌아보았다.

“반드시 필요한 과정인가, 유성 생도?”

[지금이 아니라면 신 기체의 성능을 확인할 길이 없습니다. 전 살고 싶은 것이지 죽고 싶어서 이러는 게 아니니까요.]

“그런가.”

라프티리아 함장의 표정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무표정을 유지한 관찰자의 얼굴을 한 채로 모든 것을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머릿속으로는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셈을 하고 있었다.

잠깐의 침묵.

곧, 그녀는 무슨 이유에선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허락하지.”

[알겠습니다.]

그 말에 유성은 즉각 통신을 꺼트렸다.

그 직후 아스트라 부함장은.

돌연 라프티리아 함장을 돌아보았다.

“함장님!”

소리치는 아스트라 부함장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평소 그토록 태연하게 모두를 대하는 이였다. 그런 그의 기세가 처음으로 일순 사납게 드리워졌다.

“뭔가, 부함장?”

하지만 정작, 되묻는 라프티리아 함장의 표정에는 여전히 일말의 변화조차 없었다. 언뜻 태연해 보이기까지 할 정도였다.

그에 아스트라 부함장이 인상을 썼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유성 생도가 나간다 하더라도, 허락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잘 들어라, 부함장.”

잠시간 눈을 감았던 라프티리아 함장이 말문을 이었다.

“지금 우리는 전시 상황에 돌입해 있다. 발을 뺄 수도, 빼낼 수도 없어. 무조건 앞으로 가야만 하고 뒤로는 갈 수가 없다.”

그들이 탄 함선 메티스는 무조건 앞으로 가야만 했다.

뒤로 간다는 선택지는 없다.

최대한 빠르게, 서둘러 행성 테라에 도착해야 한다.

그 과정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결과적으로 그들 스스로의 목을 조인다는 것을 라프티리아 함장은 알고 있었다.

지금도 행성 테라에서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드라칸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었다.

최대한 빠르게 지상으로의 강하를 해내어야만 했다.

놈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시간을 주면 불리해지는 쪽은 그들이다. 그러니.

서두르지 않는다면, 그만큼 더욱 힘든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그 과정의 성공적인 결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과정의 불확실한 모험도 어느 정도 걸어야 해. 유성 생도도 결코 죽고 싶어서 저런 모험을 감행하는 게 아니지.”

다른 무엇도 아닌 신 기가스의 성능 테스트다.

확실히 해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것이 실전이라고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확실한 결과를 보여줄 것이다.

물론 그 테스트라는 것을 실전에서 하는 것부터가 이미 반쯤 앞뒤가 맞지 않는 언어도단에 가깝지만, 여기에 모인 모두가 이미 알고 있었다.

지금 이 전투는 어디까지나 ‘과정’ 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후의 더 큰 전투에 있을 때를 위한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이다.

게다가 이미 확인한바.

유성의 판단력과 냉정함은 이미 동 나잇대의 소년이 보일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소년이 무리를 해가면서도 이러한 도박과도 같은 행위를 해야만 하는 것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것은 ‘함장이 보기에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

더욱 큰 뒤의 일을 위해, 현재의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지만 결국 둘 중 하나였다.

지금 당장 큰 위험을 감당하고서 나아가 나중의 위험 부담을 조금이라도 줄이는가.

그게 아니라면 지금의 부담을 줄이고서 나중의 위험을 더욱 키우던가.

세상은 이와 같이 언제나 선택의 기로로 엮여 있다.

보상을 바란다면, 위험을 동반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스트라 부함장의 얼굴은 이해한 얼굴이 아니었다.

“하지만……! 저들은 아직 어립니다!”

“그럼 반대로 말하지.”

곧, 서늘한 눈을 한 채로-.

그녀, 라프티리아 함장이 입을 열었다.

“그럼, 자네가 저 기가스에 타서 아이들만큼의 ‘성능’을 내주겠나? 그렇다면 저러한 만용과 같은 행위를 한다 하더라도 나는 기꺼이 자네에게 허락해 주겠다. 물론, 더한 미친 짓을 하더라도 감안해 주지. 부함장.”

“…….”

이어지는 것은 잠깐의 침묵.

털썩.

그제야, 아스트라 부함장은 비로소 입을 닫았다.

그는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말대로였다.

결국, 세상은 모든 것이 능력에 따라 갈리었다.

당장 파일럿 적성에 적합한 아스트라 부함장이 결국 파일럿이 아닌 이유는, 그의 능력이 뒤떨어지기 때문이었다.

이 격렬한 전투에서 살아남기에, 그의 실력은 그리 대단한 축에 속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그제야 자리에 앉으며 눈높이가 낮아진 아스트라 부함장은.

함장의 손이 꽉 쥐어져 있음을 알았다.

라프티리아 함장은 피곤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우리는 돌아가야만 해. 다른 어떠한 콜로니에서도, 이만한 수의 인원을 동시에 수용할 능력은 없다.”

반드시 행성 테라에 도착해야 했다.

대가를 지불하든. 아니면 피해를 감수하든지 간에.

* * *

[제로 브레이커 사출 세팅 올 클리어(All Clear).]

위잉! 위잉!

시끄러운 소음이 유성을 괴롭혔다.

그 속에서, 그는 조종간을 붙잡은 채 긴 한숨을 토해내었다.

“후-.”

숨을 내쉬자 머리에 쓴 헬멧이 갑갑하게 느껴졌다.

답답함은 어차피 잠시에 불과하다.

지금 집중할 것은 그런 것 따위가 아니다.

언제나 기가스에 탑승한다는 것은 그에게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것이었지만.

이번에도 역시나 위험하기 그지없다.

꽈악.

그는 조종간을 붙잡으며, 마력을 불어넣었다.

번-쩍!

두 눈의 안광이 새파랗게 번뜩였다.

‘일격. 단 일격이다. 한 번이라도 조금만 스치면, 그대로 죽는다고 생각해야 한다.’

드라칸의 공격은 강력하다.

단지 손톱과 이빨 등으로 이루어진 원초적인 원시의 무기들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강력하다.

아마도 놈들에게는 가볍게 스치기만 하더라도 이런 뼈대 프레임뿐인 강화 장갑도 없는 기가스는 한순간에 박살이 날 터였다.

어쩌면 그 자리에서 폭발해 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지.’

늘 그래왔었던 일이다.

죽음을 담보로 전장에 임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바로 기갑 파일럿의 운명과 같은 것이다.

그렇기에 유성은.

그는, 오로지 이 순간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제아무리 뛰어난 파일럿이라도 전투에서 한눈을 팔면 당하는 것은 순식간이니까 말이다.

그가 조종간을 통해 마력을 기가스에 불어넣는 순간, 기가스의 등 뒤에 달린 제트팩이 불을 뿜었다.

쿠아아!

급가속하며 그의 제로 브레이커가 사출로를 타고 쏘아졌다.

순식간에 우주 공간으로 푸른빛의 선처럼 쏘아지듯 나아간 그의 눈에 무언가가 보였다.

[■■■■!]

[■■■!]

‘드라칸!’

별과 별이 무수히 빛나는 심연과 같은 새까만 전장.

우주라는 이름의 전장에 진입하자마자, 그는 전과를 냈다.

서걱.

사출로 근방의 드라칸 2마리를 쏘아지듯 지나쳤다.

잠시간 정지한 듯 멈췄던 놈들이 이내 양분되며 푸른 피를 뿜었다.

함선의 근방을 맴돌며 실드를 공격하던 드라칸들이 있었다.

유성은 놈들을 향해 고속으로 접근했다.

마치, 짐승처럼 거칠게 기가스를 몰아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제로 브레이커의 제트팩이 새파란 선을 내뿜으며 추진했다.

검을 들어 가볍게 선을 내리긋자 서걱, 하는 감각과 함께 놈들의 몸이 주욱 그어졌다.

거의 시간차조차 없이 빠른 시간 안에 셋을 처리했다.

‘벌써 다섯.’

유성의 눈이 함선 메티스의 주위를 맴도는 녀석들을 훑었다.

녀석들은 제대로 된 반항조차 하지 못했다.

드라칸 무리의 구성원들은 대부분이 양산체들만으로 이루어진, 어린 군체 무리에 불과했다.

그에게 위협적인 상대는 오로지 전투체 이상뿐이다.

유성은 당장 달려드는 양산체 녀석들보다도 멀리서 포격을 날리는 전투체 놈들을 처리하는 게 시급했다.

퍼엉-! 퍼엉-!

오로지 뒤쪽의 꽁무니만이 비정상적으로 비대하게 발달한 전투체 드라칸들.

놈들은 이전의 균형 잡힌 다른 전투체들과는 비교적 그 차이점이 커 보이게 생겼다.

꽁무니의 포구를 제외한다면 그 흔한 이빨이나 발톱조차도 없었다.

별다른 공격 능력조차 마땅치 않아 보이는 녀석들이었다.

‘원거리형 드라칸들인 건가. 기형적이기 짝이 없는 생김새다. 심지어는 생명체로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하지만 그렇게나 우스꽝스럽게 생긴 놈들은, 강력한 에너지를 모아 함선 메티스를 향해 포격을 쏴 날리고 있었다.

저 날아드는 포격 한 발 한 발이, 모두가 양산체 수십 마리보다도 훨씬 위협적이었다.

함선 메티스에 강력한 데미지를 축적시키고 있었다.

유성은 근방을 날아다니는 양산체 놈들을 무시하고서 일직선으로 쏘아지듯 고속으로 이동했다.

전투체 놈들을 향해서였다.

그가 고속으로 이동하자, 전투체 놈들의 꽁무니 끄트머리가 그를 노리는 것이 확인되었다.

공격이 그를 노리고 쏟아진다.

빛의 포격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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