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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68화 (68/200)

68화. 전용기. 제로 브레이커(Zero Breaker)(3)

단 한 번의 일격을 허용하지 않는다라.

보통의 파일럿에게 있어서 그건 말이 되지 않는 소리다.

얼토당토않은, 허언에 불과한 수준이겠지.

아마도 치프가 만약 다른 이에게 그 소리를 들었다면 틀림없이 코웃음을 쳤을 것이다.

하지만 치프는 웃지 않았다. 허언으로 들리지도 않았다.

지금 그의 앞에 마주 선 이는 그 보통의 범주에 속하지 않은 인물이었으므로.

그는 이내 어떻게든 받아들였다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끄덕였다.

물론. 여전히 수긍만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알겠다.”

“대신.”

“음?”

“제 기가스에서 떼어 낸 장갑들은 죄다 라피스의 스크래퍼에 달아주십시오. 무겁든 말든 상관없이, 어떻게든 움직일 정도의 기동성만 확보되는 수준이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흠. 알겠다. 유성.”

치프는 꼼꼼히 유성의 요구 조건을 메모했다.

이제까지 그가 유성에게 보여준 태도야 어찌 되었든 그는 이 거대한 함선 메티스의 치프 엔지니어다.

그만한 자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적어도 그가 능력만은 확실히 보장된 인물이라는 증명이나 다름없다.

실제로도 그는 이제까지도 몇 번이고 유성의 요구를 모두 해냈다.

그것은 능력이 있는 자가 아니라면 결코 불가능한 종류의 것이다.

“이봐, 유성. 그러지 말고 아예 요구 조건을 제대로 말해 보지그래?”

“흠. 그러는 게 낫겠습니까?”

“그래. 차라리 여기서 아예 같이 작업이나 하자고.”

잠시간 생각하는 듯하던 유성은, 곧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죠. 그게 낫겠군요.”

* * *

유성은 본격적으로 기가스의 개조 작업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그는 뛰어난 조종 실력만큼이나 기가스에도 해박했다.

유성은 그의 성향에 적합하게 커스텀 작업을 할 정도의 실력자였다.

그렇기에 함선 메티스의 지휘부 또한 그에 관해서는 조금도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

기가스 EF-06의 외견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상으로서 재탄생했다.

“이건…….”

치프는 겸연쩍게 웃었다.

“그저 개조만 할 생각이었는데 완전히 다른 기가스가 탄생해 버렸지. 하하!”

“확실히 그렇군요. 구상은 했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은. 기가스가 아닌 차라리 드라칸에 가까운 모습이라니.”

보통의 기체들과는 다르게.

오로지 가속에 가속을 더한 쓰러스터 장비를 네 개나 보유한 기가스.

그 쓰러스터 장비라는 것은, 마력 입자를 분출하는 데에 최적화된 드라칸 완전체의 겉날개와 속 날개를 달아서 완성한 것이었다.

쉽게 말해 이 기가스의 완성에 예의 ‘그 녀석’이 사용된 것이었다.

“이름은 뭐로 할 거냐.”

“아무것으로나 지어주시죠. 어차피 별 관심이 없으니.”

“아니.”

“음?”

고개를 드는 유성에게, 치프가 말했다.

“네가 직접 지어라. 이 기가스는 전적으로 네가 관여해서 탄생한 거니까 말이야. 만드는 것은 내가 했지만, 구상은 네가 했지. 기회를 주마.”

“그 말은.”

유성은 치프를 말없이 응시했다.

치프의 눈에 보기 드문 진지한 기색이 어렸다.

그러한 시선의 의도를 그가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지금 치프는 유성에게 이름을 지을 기회를 양보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리 대단찮은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나, 사실은 대단히 큰 영광이었다.

엔지니어들에게 기가스란 그 자체만으로 하나의 유려한 예술품이다.

비록 그것의 제작된 목적이 전투를 위해서이든, 아니든 간에 엔지니어들에게 기가스는 하나의 자식과도 같이 소중한 것이었다.

그들은 언제나 기가스의 더욱 뛰어난 효율을 생각하며 그것들의 발전을 위해 온 시간을 쏟아붓는 열정의 소유자들이었다.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장인이며,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이 온 인류에 불러지길 소망한다.

그러므로. 적어도 별것 아닐 것처럼 보이는 바로 이러한 제안이야말로.

엔지니어에게 있어서는 가장 영광이었다.

그들이 제작한 기가스의 이름이, 온 인류의 이름을 통해 공식화가 되는 것이었으므로.

실제로.

기가스 EF 시리즈를 가장 최초로 만들어 낸 초대 엔지니어들의 이름은, 현 시대의 엔지니어들에게 있어서 한없이 오랜 시간을 불려왔다.

마치 전설과도 같이.

유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은 터무니없는 난이도의 것이었으므로.

“그렇다면…….”

유성은 이제는 완전체를 닮은 듯 완연한 적색을 띠는 기가스를 올려다보며.

곧 닫혀있던 말문을 열었다.

“이 녀석의 이름은-.”

* * *

쏴아아아-.

“……후.”

라피스는 짙은 사색에 빠져 있었다.

지친다.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활동한 탓에, 진이 다 빠졌다.

그녀 또한 마나 사용자인 탓에 육체적인 피로도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마나 사용자라도 분명 인간이다. 정신적인 피로감은 분명히 쌓인다.

무려 수십 시간 만의 휴식이었다.

잠을 자지 않은 지 24시간은 진작 넘어섰다.

“…….”

벽에 기댄 채로, 잠시간 물이 떨어지는 바닥을 내려다본다.

그녀의 멍한 시선이, 제 자신의 발아래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나질 않는다.

그저 그렇게 멍하니 서 있기만 할 뿐이었다.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를 들으며 한창 그렇게 멍하니 서 있던 그녀는 문득 인기척을 느꼈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뭐지?’

방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힘이 없던 눈에 빛이 감돌았다.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은, 한 줄기의 마력이었다.

마나 사용자의 감각은 야수의 본능만큼이나 뛰어나다.

뭔가를 느꼈다면, 분명 그것은 위협요소가 될 만한 무언가가 있다.

침입자? 그럴 리가.

이 좁은 샤워실에는 오로지 라피스 그녀 혼자뿐이었다.

다른 이가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곧, 의문은 밝혀졌다.

샤워실의 수증기 위로 형체가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긴장한 라피스의 앞에 내려선 것은.

바로 다름 아닌 리브였다.

“리, 리브?”

“엄마.”

리브는 라피스의 품에 안겨들었다.

“으음.”

마치 졸린 듯 반쯤 감긴 눈으로, 기대듯이 안겨드는 모습에 라피스는 당황해하면서도 자연스럽게 리브를 받아들었다.

리브는 라피스에게 기댄 채 기운이 없이 축 늘어졌다.

“왜, 왜 그래? 리브.”

“엄마아.”

어정쩡한 상태로 조심스럽게 불러보았으나, 그럼에도 리브는 눈을 뜨지 못했다.

왜인지는 몰라도 꽤나 피곤해 보였다.

유성과 함께 격납고로 향한 뒤로 줄곧 보이지 않더니 무슨 일이라도 있던 것일까.

라피스는 조심스럽게 리브를 받아들었다.

마나 사용자인 그녀는 문제없이 리브를 훌쩍 안아 들고는, 방 안의 침대로 리브를 눕혔다.

“아으음.”

스윽, 이불을 덮여주자 리브가 쩝쩝거리는 소리와 함께 손을 내민다.

그 모습에 라피스는 무심코 리브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히히. 엄마아.”

자연스럽게 작은 소녀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하지만 그러한 반응도 잠시, 금세 소녀의 입이 벌어졌다.

잠든 것이었다.

라피스는 가만히 서서 리브가 잠든 모습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리브는 귀여운 소녀였다.

이렇게 가만히 마주할 때면 드라칸의 여왕체라는 것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다.

그 순간이었다.

위잉-! 위잉-!

함선 메티스의 전체를 울리는 요란한 경고음.

“뭐야?”

당황한 라피스가 즉각 고개를 들었다.

라피스는 저도 모르게 경고음을 발하는 바깥쪽을 응시했다.

파일럿의 숙소에는 언제 어디서나 통신이 가능한 스피커가 달려 있었다.

[라피스 소위! 지금 바로 격납고로! 실제 상황입니다!]

“설마 또 무슨 상황이라도 벌어진 건가?”

격납고. 그리고 실제 상황.

그러한 경우를 이미 잔뜩 겪어왔던 라피스가 이 상황에 대해서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지금 이것은 파일럿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아마도 드라칸.

라피스는 잔뜩 굳은 얼굴로 위의 천장을 응시하다가 다시금 고개를 내렸다.

“새액-. 새액-.”

리브는 여전히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었다.

귀가 먹먹할 정도로 울렸던 스피커의 소리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깊게 잠들어 있다는 의미였다.

확실히 이건 지친 게 분명해 보였다.

유성과 함께 격납고로 갔던 이후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잔뜩 지쳐서 돌아온 것이다.

“여기서 자고 있어.”

스윽.

라피스는 마지막으로 리브를 쓰다듬고는.

곧장 물기조차 다 마르지 않은 몸에 옷가지를 걸쳤다.

평소의 옷가지가 아닌, 파일럿의 복장을.

* * *

“후우.”

유성은 파일럿 복장을 착용 중이었다.

그는 제 자신의 복장을 몇 번이고 계속해서 점검하며, 각 부위의 결함을 확인했다.

그러고는 곧 시선을 들었다.

유성의 눈에 한쪽에서 바쁘게 기가스의 무장을 착용시키고 있는 엔지니어들이 보였다.

그는 곧장 치프에게로 다가가서 말했다.

“치프. 무장은 초진동검과 소총 한 자루면 충분합니다.”

“뭐? 아무리 너라도 그것만으로는…….”

“아니요. 충분합니다.”

유성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는 보호 장비와 헬멧을 뒤집어쓰곤, 몸을 풀기 시작했다.

차분히 전투를 돌입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치프는 머리를 긁적였다.

“하아. 이것 참. 말이야 그렇게 해도 말이지.”

곤란하다는 듯 중얼거리는 치프가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훤히 보일 정도였다.

지금 그는 나타난 드라칸 무리의 상황을 살피고서 현재의 기가스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것일 터다.

물론 유성의 뛰어남은 인정한다지만, 실력과 전장의 위험성은 별개의 영역이다.

제아무리 뛰어난 파일럿이라도 죽는 데에는 순서가 없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 어디서 날아들어 박힐지 모르는 게 바로 전장이었다.

감지하지 못한 애먼 공격 한 번에 죽음을 자초하는 결과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물며 지금 기가스 EF-06은 새로운 기가스로의 개조 작업이 한창인 도중이었다.

개조를 위해서 강화 장갑을 죄다 떼어 낸 상태이기에 사실상 내부 프레임 정도만 남은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므로 유성은 즉.

오로지 뼈대만 남은 기가스를 가지고서 전투 상황에 돌입하겠다는 의미였다.

그 정도면 위험하다는 수준을 넘어섰다.

종잇장 수준의 내구도를 가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마 단순히 스치듯 접전을 치르기만 해도 기가스에 데미지가 쌓일 것은 분명해 보였다.

“걱정 마세요, 치프.”

그런 치프의 염려를 안다는 듯, 파일럿 복장을 꽉 조인 유성이 답변했다.

“전 문제 없습니다.”

“유성. 차라리 이번만큼은 성능은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장갑은 온전히 남아 있는 기가스 EF-05를 가지고서 나가는 편이 낫지 않겠냐?”

경험 많은 엔지니어의 첨언.

그에 유성은 잠시간 치프를 보더니 옅은 미소와 함께 어깨를 으쓱였다.

유성도 알고 있다.

그가 아닌 다른 기가스 파일럿이라면 골격이 드러난 기가스 EF-06을 가지고 나가는 것보다 장갑이 온전한 기가스 EF-05를 가지고 나가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비록 성능이 더 달리더라도 말이다.

전투의 혼란을 잘 알고 있는 유성이다.

전장에서 드라칸은 사이좋게 한 번에 하나씩만 달려들지 않는다. 조금만 경험이 쌓인 개체라면 파일럿의 사각을 노릴 줄 알고, 기습을 감행할 줄도 안다.

애먼 공격 하나가 날아와 제대로 기가스에 장착된 핵에 꽂히면, 실력의 여부와는 상관없이 그 자리에서 폭발하며 우주의 먼지가 되어 버린다.

그러니 치프의 입장으로는 무리한 자살 행위를 하는 게 아닌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유성에게는 그렇지 않다.

지금 그는, 이 새로운 기체의 성능을 테스트할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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