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화. 전용기. 제로 브레이커(Zero Breaker)(2)
서로 간의 시선이 마주치자, 라피스는 더듬거리며 경례를 붙였다.
“아, 아. 다시 뵙겠습니다. 라프티리아 함장님.”
잠시간 라피스를 응시하던 라프티리아 함장은.
이내 옅은 웃음을 드러냈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라피스 생도. 아니, 라피스 엘 바이어스 소위.”
라프티리아 함장의 말처럼, 라피스는 잔뜩 긴장해있었다.
꼿꼿하게 정자세로 선 그녀의 모습은 확실히 긴장한 티가 역력했다.
함장의 적당한 제지에 곧 라피스는 어색하기 그지없던 경례 자세를 풀었다.
확실히 방금 전 그녀의 행동은 그녀 자신이 보기에도 그렇게 어색해 보이지 않을 수 없을 터였다.
그러다 곧, 평소 자신의 이름과는 전혀 다른 ‘직책’이 이름 뒤에 붙은 것에 의문을 느끼고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혹시, 소위라는 건…… 무슨 말씀인 겁니까?”
“말 그대로입니다. 사실 라피스 소위는 이곳에서 임시 파일럿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소위로 특별 진급하였습니다. 물론 라피스 소위에게는 어차피 맡을 직위였겠지만요. 엘 바이어스 가문의 후계자이니까요.”
“아. 특별 진급 말인가요. 그, 그건 그렇습니다만.”
특별 진급.
그 말에, 라피스는 당황스레 눈을 깜빡이면서도 부정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그것은 언젠가 반드시 이뤄질 예정된 사실이라는 의미였다.
라피스는 대가문의 후계자다.
태양계 전체를 뒤지고서도 오로지 다섯 개뿐이라는 온 인류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마나 사용자들.
그렇기에 이름만 들어도 모두가 알만큼 유명한 가문인 엘 바이어스 가문의 구성원들은, 모두가 뛰어난 마나 사용자들이었다.
라피스 또한 당연히 속하는 일이었다.
그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뛰어난 재능을 물려받았다.
그런 라피스가 군에서 나름대로의 지위를 이어받게 되는 것은, 당연한 전개였다.
물론 너무도 강대한 재능을 물려받는 가문의 이들이기에.
그들 대가문의 일원들에게는 소위라는 계급마저도 그저 지나쳐 가는 일련의 과정에 불과하다.
실제로, 그들 엘 바이어스 가문의 전대 가주는 마나 사용자 위의 마나 사용자라 불리는.
그러니까 강대한 각성자이기도 했다.
“이제 저희는 행성 테라로 곧 향합니다.”
“아, 네. 그렇습니다.”
라피스는 말문을 여는 라프티리아 함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함장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물론, 얼마 후에는 다시 반납해야 할 임시 직책에 불과합니다만. 그럼에도 저희가 라피스 소위와 파일럿으로 함께하기 위해선 필요한 직책이기도 하죠.”
그러한 내용들을 들으며, 라피스는 문득 생각했다.
함장이 이곳에까지 직접 그녀를 부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봐도 전혀 짐작조차 가질 않았다.
하지만 곧, 의문은 해결되었다.
라피스 그녀의 귓가에 질문이 하나 들려왔다.
“이제까지 라피스 소위는 많은 시간을 오로지 훈련에만 몰입했지요. 그렇다면 혹시, 라피스 소위는 이제 우주에서도 어느 정도의 활동이 가능합니까?”
“……혹시 우주전, 말씀입니까?”
“네. 맞습니다, 소위.”
조심스럽게 묻는 라피스의 물음에 라프티리아 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 그건-.”
대답을 이어나가려던 라피스의 말문이 순간 멈췄다.
그녀는 잠시간 대답을 하길 멈칫했다.
두 눈이 불확실과 불안으로 떨렸다.
라피스는 이제까지 분명 상당한 시간 동안의 훈련을 지속해 왔다.
그리고 그것들은, 분명 모두가 기가스를 탔을 상황을 가정으로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그녀의 출전 횟수는 오로지 단 한 번에 불과했다.
심지어 그마저도 유성의 주도 아래 이어진 전투였다.
‘분명, 유성은 가상공간에서의 훈련에 익숙해진 지금이라면 크게 문제가 없을 거라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라피스는 대답하길 망설였다.
그러한 짧은 듯 긴 침묵을, 라프티리아 함장은 차분히 기다렸다.
마치 대답을 바란다는 듯 조용히 그녀의 눈을 응시하면서 말이다.
라피스는 생각했다.
분명 라피스는 유성으로부터 지금이라면 우주에서도 간단한 동작 정도라면 무리 없는 수준의 운용이 가능할 거란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어디까지나 농담에 가까운 투였지만, 적어도 그녀가 아는 한 유성은 결코 빈말을 하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런 그가 가능하다고 한다면, 분명 가능은 하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라피스는 조금은 가라앉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론상이라면, 가능은 합니다.”
“정말로 괜찮은 겁니까? 라피스 소위.”
그런 그녀의 기색을 느꼈던지, 라프티리아 함장 또한 느낀 듯했다.
확실히 음성에 불확실한 기색이 담기기는 했다.
한결 부드러워진 목소리가, 자신을 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그 말에 라피스는 잠시간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도 그것을 알아서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라피스는 분명, 이제까지의 훈련에 있어 놀랍도록 빠르게 적응하고 있었다.
그녀는 재능과 노력, 그리고 투쟁심이 한데 섞인 뛰어난 파일럿의 소질을 지녔다.
그제야 완전히 제정신을 차린 라피스는, 곧 힘 있는 표정과 함께 대답했다.
“아무런 문제없습니다.”
“그렇군요.”
라피스의 힘 있는 대답에, 라프티리아 함장이 곧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함선의 호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라피스 소위.”
“알겠습니다.”
길게 생각할 필요는 없었다.
이곳 함선 메티스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다.
그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함선을 호위해야만 했으니까.
그리고 그녀의 대답이 막 끝난 순간.
라프티리아 함장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힘이 들어가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어…… 그, 그렇습니까?”
“피곤할 텐데, 오늘은 그만 가서 쉬는 게 좋겠습니다. 벌써 25시간을 넘게 활동하고 있었다죠?”
라피스의 입이 벌어졌다.
“……알고 계시는군요.”
“함선에 반드시 필요한 파일럿들의 상태를 일일이 관리할 여유는 없지만, 그것을 감안해서도 확인할 정도의 시간은 있으니까요.”
결국, 라피스는 함장 라프티리아가 대면을 부탁했던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녀가 함장과 나눈 얘기들은 정말로 몇 마디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았다.
복도를 나서면서 라피스는 생각했다.
‘뭔가 이유가 있어서 부르셨던 게 아니었나?’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라프티리아 함장은 그 짧은 시간 만에 나름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함장은 함선의 꼭대기에 앉아 그 아래의 모든 것들을 관리해야 했다.
그것은 마치 표현하자면.
배를 이루는 핵심 부품과도 같아서 큰 것이 아닌 그 밖에 자잘한 것들은 오로지 다른 데에서 관리해야만 하는 그러한 직책과도 같았다.
그러므로 라프티리아 함장은, 아주 짧은 시간 만에 상대를 읽어 내야 하는 데에 능해야 했다.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과연. 사자의 아래에선, 새끼여도 결국 그 근본은 사자라는 건가…….”
라프티리아 함장은 라피스의 눈에서 강렬한 강함을 목격했다.
그 눈은, 흡사 엘 바이어스 후작가의 가주인 그녀를 닮은 듯이 짙푸른 색이었다.
* * *
강해지고 있다.
최근의 유성은 눈에 띄게 체감이 될 정도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육체가, 정신이, 보다 강건해지고 있다.
과거의 잔상에 얽매인 영혼이 한 번 능력을 개방하기 시작한 육체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감각이 선명하다.
매일같이 성장하는 그의 마력은.
하루가 다르게 예전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육체를 채우는 마력의 밀도가 갈수록 촘촘해지고 있다.’
뚝. 뚝.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유성은 중력장 속에 들어가 단련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는 단순히 검을 들고 휘두르는 자세를 한 채 멈춰 있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보다 자세히 본다면, 그것이 아님을 알 수 있을 터였다.
유성은 아주 느리지만 분명 미세하게나마 조금씩 검을 휘두르고 있었으니까.
미세한 그의 동작을 따라서, 내면에 자리한 마력이 실시간으로 빠르게 유동과 활성을 반복하고 있다.
무의미한 체력단련으로 보일 뿐이지만, 오히려 유성에게는 이것이야말로 가장 빠르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다른 이들은 불가능한, 오로지 환생자인 유성만이 가능한 방법.
고오오-.
유성의 몸에서부터 흘러나오는 새파란 마력이 주변의 대기에 푸른빛이 어른거리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마치 연기와도 같았다.
진득하게 성장한 마력이 이제는 타인의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해졌다.
‘나는 이미 가장 빠르게 강해질 방법을 알고 있다. 깨달음도, 다른 무엇도 필요가 없지.’
유성은 다른 이들처럼 검술이나 기술을 체득하고 무언가를 배울 필요가 없었다.
그의 내면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릇은 완성되어 있었다. 단지 그 안을 채울 만한 내용물이 없을 뿐이다.
육체와 마나 능력만을 발전시키면 될 뿐이기에,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경지를 향한 답습이었다.
유성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였다.
“어-이! 유성!!”
그때, 멀리서부터 누군가가 황급히 뛰어왔다.
쿵쿵 땅이 울릴 정도로 묵직한 소음을 내며 달려오는 것은 다름 아닌 치프였다.
“치프?”
그의 등장에 유성은 들고 있던 검을 내렸다.
무거운 철검이 쿵, 소리를 내며 지면에 떨어졌다.
“네가 요청했던 작업은 일단 완료했다! 빨리 옷 입고 따라와!”
“벌써 말입니까?”
“그래. 이럴 시간 없어. 땀 그만 빼고 어서 가자고!”
“하하.”
유성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그는 시간이 없다는 듯 촉박한 모습을 보이는 그의 모습에 유성은 외투를 걸쳤다.
땀투성이인 탓에 찝찝하기는 하나, 둘 모두 그런 것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성격이었으니 상관은 없었다.
지금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기가스의 개조다.
“알겠습니다. 바로 움직이죠.”
둘은 곧장 격납고로 향했다.
격납고에서는 엔지니어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기가스의 장갑을 떼어 내고, 용접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확인이라도 하듯 두어 번 눈을 감았다 뜬 유성이 물었다.
“치프.”
“오냐. 말해라.”
유성은 작업이 한창인 엔지니어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작업이 완료되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다 되었어. 좀 더 정확히는 ‘다 되어 가는’ 중이지.”
“…….”
치프는 입을 다물고 자신을 바라보는 유성의 눈길에, 머쓱함이라도 느꼈던지 이내 한마디를 추가로 덧붙였다.
“거, 거의 완료 직전이기는 하지. 거짓은 아니라고?”
더듬거리며 그렇게 말하는 모양새가, 확실히 치프도 유성이 얼마나 바쁜 시간을 쪼개어 왔는지는 잘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단지 치프의 성격이 워낙 급한 탓에 재촉하듯 불러냈을 뿐이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유성도 남을 탓하는 성격은 아니었으니.
대충 흘려 넘긴 유성은, 곧 엔지니어들이 하던 작업을 지켜보다가 돌연 말문을 열었다.
“치프. 여기선 장갑을 최대한 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뭐? 그랬다간 방어력이 너무 낮을 텐데. 재수가 없으면 단 한 방에 박살 날 수도 있어.”
치프의 말은 타당했다.
드라칸의 일격. 놈들의 데미지는 강력하다.
그것은 함선의 장갑조차도 형편없이 우그러뜨릴 수준에 달했다.
하물며 그보다 외장갑의 방어력이 훨씬 낮은 일개 기가스 한 기라면, 말할 것도 없다.
“괜찮습니다. 그 한 번의 일격을 허용치 않으면 될 일이니.”
“끙.”
치프는 미간을 찌푸렸다.
언뜻 들으면 오만하게도 들리겠지만, 그 말은 사실이었다.
유성의 말은 한낱 소년의 치기조차 아니었다.
그저 객관적인 사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