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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61화 (61/200)

61화. 파일럿. 그리고 동화율(1)

“드라칸의 기원이라고?”

라피스는 별생각 없이 무심코 그것을 눌렀다.

그녀는 금방 내부 파일들이 열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 직후에 벌어진 전개는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파일은 열리지 않았다.

그 대신 이러한 글자가 떠올랐다.

[현재 해당 정보는 아리아스가(家)에 의하여 통제 중입니다.]

[해당 정보는 특1급 접속 권한을 가진 이들만이 접속 가능합니다.]

“……이건 뭐야.”

파일에 대한 접근이 의도적으로 막혀 있었다.

다름 아닌 아리아스 가문에 의해서.

눈을 몇 번이나 깜빡인 그녀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이게 무슨 이유로 막혀 있는 거지?”

아리아스 가문.

연합의 중심이자, 군부를 다스리는 중앙 가문이다.

또는 이 시대의 왕족으로서, 대가문 엘 바이어스 후작가보다도 윗줄에 속한 이들을 뜻했다.

그들이 이 정보를 틀어막고 있다는 사실에 라피스는 의아함을 느꼈다.

* * *

고오오오-.

유성은 기가스 EF-06의 조종석에 앉아 있었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그는 기가스의 상태를 명확하게 감지하고 있었다.

기체의 전신을 타고 흐르는 마력 영맥의 흐름이, 온전하게 그의 감각에 느껴졌다.

리브는 보이지 않았으나 분명 여전히 그의 곁에 함께하고 있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기가스의 내부에 장착된 드라칸의 핵에 ‘안착해’ 있었다.

인간의 형태가 아닌, 영체의 형태로써 말이다.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는 그를 향해 리브가 말을 건넸다.

[아빠. 좀 더 출력을 끌어올릴까?]

‘그래. 부탁한다.’

[알았어.]

둘은 음성이 아닌 ‘사념’을 통해서 대화를 주고받았다.

육성이 아닌 마력 파동을 쏘아 수신과 발신을 하는 방식의.

일명 전음이라 부르는 방식의 대화였다.

실질적인 음성으로 대화를 하면 함선 메티스의 인원들이 듣게 될 위험이 있었다.

다행히 이 정도 사념 대화는, 리브에게도 큰 부담이 되는 건 아닌 듯했다.

함선과 기가스,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보는 눈과 귀가 있는 법이다.

가능하다면, 언제나 조심하는 편이 좋았다.

사실 처음 이런 방식의 대화를 나눌 때에만 하더라도, 그는 꽤나 놀랐다.

전음이라는 건 상당한 마력 재능을 타고나야 지만이 가능한 대화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확실히 리브는 여타 드라칸들과는 그 특성부터가 완전히 다르군.’

당장 인간의 모습을 취한다는 것만으로도 놀라울 지경인데 마력을 활용하는 방식 또한 놀라우리만치 다양했다.

그에 대한 이유는 유성조차도 아직 감을 잡지 못했다.

드라칸의 여왕체라서인지, 아니면 리브라는 개체 자체만이 특별한 것인지.

사실 대개의 드라칸은 특성이 명확하다.

둥지에서 틀에 찍어내듯 만들어 내는 양산체와 전투체의 경우, 뭐라 특정할 능력조차 없으며, 생김새조차도 비교적 원시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복잡한 내장 기관과 생각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므로 특별한 개체라는 것은 상위체 이상의 등급을 뜻하지만 그마저도 갓 태어났을 경우에는 그리 대단찮은 것이었다.

마치 갓 태어난 인간의 아기가 말은커녕 걷지도 못하듯이 말이다.

하지만 지금 유성의 곁에 있는 리브는 어떠한가.

그는 단언할 수 있었다.

리브는 이전에 알고 있던 드라칸들의 상식과는 명백하게 동떨어진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리브는 갓 태어난 드라칸의 유생이라고는 전혀 볼 수 없을 만큼 능력이 뛰어나다.’

능력은 복잡하고 다양하며 심지어는 생명체와 영체 상태를 자유롭게 오갔다.

이런 경우는 유성 그조차 듣도 보도 못했다.

하지만 현재 리브는 그러한 행위를 자연스럽게 하고 있었다.

이유는 알지 못한다. 감조차도 잡히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떠오르는 것이라면 단 하나뿐이었다.

‘나의 마력과 라피스의 피를 통해서 태어난 드라칸이기 때문인가? 리브가 스스로 말했듯이?’

유성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그 정도가 다였다.

그저 막연할 뿐이다.

삑.

유성은 통신을 통해 치프에게 말을 전달했다.

“치프. 이제 핵의 안정화는 끝났습니다. 기가스 EF-06에 상위체의 것을 집어넣으면 됩니다.”

[정말 괜찮겠나?]

“문제없습니다.”

명백한 우려의 목소리였다.

유성이 이번에 교체하려는 것은, 다른 무엇도 아닌 무려 상위체 등급의 핵이었다.

일전에 그들이 노획한.

화이트 레이븐의 것.

이전 등급의 핵이 단순히 기가스를 움직이는 수준에 불과하다면, 상위체의 것부터는 상당히 강력한 수준의 에너지를 지녔다.

놀랍게도, 그 수준이란 여러 개가 모인다는 전제하에 군함조차 움직일 수준의 에너지를 지녔다.

그만큼 아예 에너지 용량의 단위부터가 다르다는 의미였다.

당연하지만, 그 정도의 에너지 물질이 결코 평범한 수준일 리가 없다.

강력한 에너지를 머금은 탓에 터지기라도 하면 격납고째로 날아갈 수준이었다.

하지만 유성은 확신했다.

‘괜찮아. 문제는 없다.’

유성은 자신이 있었다.

지금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능력의 한계란 여전히 이전과 거의 비슷한 축에 속하지만, 그에게는 리브가 있었다.

리브는 특별하고, 또한 뛰어났다.

에너지의 크기가 조금 부담이 된다지만, 그마저도 리브가 확실하게 보조해줄 것이다.

삑.

유성은 통신을 통해 말을 건네었다.

“치프. 이제 핵의 안정화는 끝났습니다. 원래 핵은 빼내고, 상위체의 것을 집어넣으면 됩니다.”

그의 말에 통신을 통해 치프가 물어왔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물건인데 말이지. 전투체의 것도 그렇게나 터질 것처럼 불안정했는데 상위체의 것이라니. 정말 괜찮나?]

“괜찮습니다. 믿어주세요.”

현재 그는 리브와 함께 기가스의 조정을 맡고 있었다.

하나가 아닌 둘이서, 역할을 동시에 분담하고 있다.

기가스의 조정을 둘이서 나눈다는 말은 그만큼 부담이 덜어진다는 의미였다.

유성은 일전의 전투를 치른 경험으로 인해 알고 있었다.

핵의 조정에 관해서 리브는 상당히 뛰어났다.

‘물론 기가스의 조정을 둘이서 나눈다는 게 아무나 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급격하게 오르는 기가스의 출력.

그것을 동시에 분담하는 것은, 부담이 덜어지지만 그것은 서로가 발을 맞출 능력을 전제로 하는 것이었다.

큰 에너지를 다루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혼자라면 해낼 수 없겠지만, 그들 둘이라고 한다면 가능했다.

라피스조차 한참 먼 이 수준을, 놀랍게도 리브가 대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말은, 리브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었다.

잡생각을 멈춘 유성이 리브에게 말을 건넸다.

‘곧 상위체의 핵이 들어설 거야.’

[알았어, 아빠. 난 준비됐어.]

‘그래. 부탁한다.’

단호한 대답. 유성은 리브의 음성에 서린 자신감을 읽었다.

쿠웅!

그 말과 거의 동시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상위체, 화이트 레이븐의 핵이 기가스의 가슴팍에 장착되었다.

상위체의 핵이 장착됨과 함께 조종석이 세차게 흔들렸다.

순간, 시퍼런 스파크가 크게 일었다.

꽤나 강력한 자극이 이는 광경이었다.

파지직!

마치 작은 번개가 기가스의 가슴팍에서부터 방출되는 위협적인 모습에, 주변의 엔지니어들이 크게 놀라 물러섰다.

[웃.]

리브 또한 기가스에 핵이 안착하는 강렬한 자극에 놀랐던지 미약한 신음을 흘렸다.

‘괜찮아, 리브?’

[응. 괜찮아.]

리브의 대답처럼, 핵을 장착하는 과정은 큰 문제가 없었다.

마력 스파크가 일어나는 것은 잠시 잠깐에 불과했다.

불안정한 과정은 금세 안정되었고, 그에 따라 가파르게 치솟았던 둘의 부담감 또한 빠르게 가라앉았다.

‘확실히 둘이서 나눠 부담하니 훨씬 낫군. 혼자라면 버거웠겠지.’

유성은 아직 이 버거움을 혼자서 부담할 능력이 되지 못했다.

만약 리브가 없이 그 혼자만이었다면 결코 엄두를 내지 않았을 터였다.

에너지 용량이 커다란 드라칸의 핵은 강력한 폭탄과도 같다.

뛰어난 제어자가 있다면 기가스에 핵을 장착하는 순간 치솟는 가파른 불안정함을 가라앉힐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지극히 위험했다.

그런 의미에서, 분명 리브의 존재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빠. 나 도움 됐어?]

‘물론. 네가 아니라 나 혼자였다면 아예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거야.’

[히히.]

리브의 목소리에는 기쁜 기색이 드러났다.

유성은 마력 조정으로 인해 새파랗게 빛나는 안광을 드러내며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욱 강해져야 한다. 벌써부터 성장의 정체기에 들어설 수는 없어.’

기가스는 핵이 가진 에너지가 커지면 커질수록, 출력은 더욱 높아진다.

단순히 힘과 속도만이 강해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강한 존재의 공격조차 얼마든 받아치는 게 가능해진다.

강한 놈의 핵을 장착한 기가스는 더욱더 강해지고, 그렇기에 전생에서는 그 괴물 같은 놈들이 무수히 존재했음에도 오랜 시간을 싸우는 것이 가능했다.

전생은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고서 성장하는 괴물들의 전장이었다.

드라칸은 인류의 영역에 서린 마력을 잡아먹었고, 인류는 드라칸을 잡아먹었다.

서로가 서로를 쓰러뜨리고 잡아먹어 더욱 힘을 키웠으며, 더욱 강한 강함을 손에 넣었다.

……물론. 그 끝에 도달한 패배자는 바로 인류가 되었지만 말이다.

‘결국 결과가 중요한 거다. 제아무리 강해진다고 한들 회생불가의 타격을 입으면 그 끝은 종말이 기다릴 뿐이지.’

유성이 기억하기로, 종국의 지구란 파멸 그 자체의 행성이었다.

방사능과 오염물질이 치닫다 못해 치밀어 넘쳤고, 용암과 불길이 넘쳐흘렀다.

종국에는 행성의 열기마저도 사그라들었다.

마력이란 세상 만물에 존재하는 에너지. 그것들을 죄다 드라칸 놈들이 집어삼켜 버렸으니, 끝내는 그 막대한 용암과 불의 에너지마저도 식어버렸다.

물론 지구만이 그런 것이 아니었다. 태양계 전체가 그러했다.

놈들과의 전쟁은 우주에서도 연일 일어났으니.

결국 놈들과 전쟁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미래는 예정되어 있었다.

‘그 전쟁에서 인류가 이기든 지든, 결과는 똑같았겠지. 전쟁을 통한 오염을 감당하지 못해 어딘가의 행성을 향해 이주해야만 했을 거야.’

드라칸과의 싸움이란 그런 거다.

인류와 드라칸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 위해 치명적인 공격을 날렸다.

그 끝이 파멸이란 이름으로 끝날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멈출 수 없다.

파국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리는 예정된 종말의 치킨 레이스나 다름없었다.

인류는 그것을 알면서도 핵을 터뜨려 수명을 갉아먹어가며 싸웠고, 그러한 발악에도 결국 졌다.

‘그리고…… 이번의 생에서도 놈들이 밀려들고 있다.’

유성의 환생과 함께 밀려드는 놈들의 등장.

콜로니가 무너지고, 행성 테라에까지 그 위기가 전염되며, 심지어는 완전체와 여왕체마저 마주한다.

유성은 생각했다.

400년 만에 환생한 그와 기다렸다는 듯 모습을 드러낸 드라칸들의 재출몰.

과연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지에 대해서.

‘결국 이 모든 것은 그저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가. 그게 아니라면 필연적인 다른 무언가인가.’

그것은 유성조차도 결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이유는 알 수도 없고, 알 리도 없다.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그것을 알 만한 인물이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것은…… 하나뿐이겠지.

오로지 유성에게 시간을 다루는 능력을 일깨워 준 존재. 각성자뿐일 터였다.

‘물론 녀석이 이 머나먼 미래에까지 살아있을 리는 없으니. 헛된 생각에 불과할 뿐이겠지.’

고오오-.

기가스가 옅은 진동을 하고 있는 가운데.

[아빠?]

유성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을.

* * *

고오오-.

그와 같은 시각.

심연만큼이나 어두운 우주를 배경으로 떠도는 무수한 운석군.

그 어딘가에, ‘그것’은 쓰러져 있었다.

사지가 뜯겨나간.

처참한 모습의 검은 드라칸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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