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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60화 (60/200)

60화. 행성 테라(3)

그 길로 라피스는 정보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녀는 한창 드라칸에 대한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정보 도서관의 홀로그램 서적들이 그녀의 눈앞에 수도 없이 쌓이고, 페이지가 펼쳐졌다.

셀 수 없이 많은 정보들이 책 페이지가 넘어가듯 촤르륵 지나쳐 갔다.

그녀의 눈동자는 연속적으로 깜빡이며, 그것들을 훑어 나갔다.

[엄마. 많이 바빠 보여.]

“그래?”

[응.]

그런 그녀의 옆에는 짙푸른 연막과도 같은 것이 둥둥 떠다녔다.

모습을 변화한 리브다.

리브는 자유롭게 주변을 부유하며 여러 시설들을 구경했다.

말도 되지 않는 현상이지만, 리브는 인간의 형상에서부터 시작해 이러한 무기물적 형상으로 아무런 제한 없이 변화할 수 있었다.

질량과 형태의 제한들에 전혀 걸리지 않고 변화하는 그 모습은 명백하게 인류가 알던 상식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처음에는 드라칸의 여왕체라는 리브에게 긴장과 경계를 하고 있던 라피스이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아. 역시 모르겠단 말이지.”

라피스는 푹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녀는 도통 알 수가 없다는 듯 화면만을 들여다보았다.

드라칸. 과거 인류를 멸망 직전까지 치닫게 했던 파괴의 존재.

놈들에 대한 영상이나 자료들은 현 시대에도 여전히 남아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진짜 자료’들은 존재치 않는다.

라피스는 아스트라 부함장의 허락을 받아 정보 도서관에 기재된 드라칸에 관한 과거 기록들을 살피는 중이었다.

하지만, 그럴 필요조차 없었다.

기재된 과거의 기록들은 하나같이 빈약하기 그지없다.

기록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수준이었다.

전투 영상과 종에 대한 기록들은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제대로 된 분석글조차 거의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라피스로서도 살피면 살필수록 의문이다.

찾아볼수록, 온통 의아한 점으로 가득했다.

자료를 찾아볼수록 의문이 해소되기는커녕 오히려 쌓여만 가는 느낌이었다.

인류는 40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드라칸에게서부터 전파되었던 마나(Mana)의 현상마저도 아직 완전히 파악하지 못했다.

지금 세상에서도 여전히 인류에게 있어 마나라는 것은 미지의 에너지였다.

단지 그것들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자 에너지라는 것만을 알 뿐이다.

원리도, 이유도 모른다. 그저 그렇게 알 뿐이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총의 구조를 모르면서도 방아쇠를 당기면 그것이 쏴진다는 사실을 아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심층을 파고들어 본다면.

어느 정도의 구조와 비밀을 파헤치기는 했다.

‘그런데…… 드라칸에 대해서는 아니야. 아무것도 보이질 않아. 어째서 이렇게까지 아무런 정보도 보이질 않는 거지?’

라피스는 그 사실이 의아했다.

보이질 않는다. 구체적인 일단의 정보 자체가.

과거의 인류.

지구 시절의 인간들이 드라칸에 대해서 아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이었다.

드라칸의 간략한 생태에 대해서와 수백이 넘는 놈들의 타입(Type) 그리고 몇몇 전투 영상들이 다였다.

무언가 약점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찾아본 것이었는데 오히려 의문만 늘었다.

문득 라피스는 생각했다.

이건 자료가 단순히 오래된 탓에 이곳에 저장되지 않아서일까.

그도 아니라면 자료가 통제되고 있다는 의미일까.

어느 쪽이든 가능성은 충분했고, 어쩌면-.

‘어쩌면 둘 다일지도. 이건…… 너무 작위적이야.’

슬슬 머리가 복잡해지려 하고 있었다.

이렇게까지 아무런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의 의미는, 아마도 분명했다.

드라칸에 대한 정보를 다른 누군가가 통제하고 있다는 의미일 터다.

“하아. 잠시 다른 거라도 볼까.”

답답해진 라피스는 이내 다른 영상을 틀었다.

함선 메티스의 부함장인 아스트라 직접 보내준 영상이었다.

[쩌저저정-.]

그것은 유성의 전투 영상이었다.

거기에는 이번에 맞서게 된 완전체와의 전투 영상이 있었다.

아스트라 부함장은 건네준 이 영상을 마지막으로 나머지 기록은 모두 삭제했다고 한다.

그 탓에 이것이야말로 함선 내에 존재하는 유일한 파일이었다.

“확실히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하겠네.”

영상을 응시하던 라피스는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녀는 재생 중이던 영상을 순간적으로 일시 정지했다.

완전체와 유성이 탄 기가스 EF-05.

둘의 접전은, 겉으로 보기에도 치열하기 그지없는 모습이었지만.

보다 확대하여 자세히 살펴본다면.

더욱 말도 안 되는 사실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불과 수 센티미터의 간극을 남겨두고서,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회피하고 흘리고 있음을 말이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는 것인지, 라피스로서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불과 손가락 한두 개 정도의 거리를 벌린 채 서로가 서로의 공격을 완벽하게 회피하고 있다니.

그만큼 인지 능력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라는 것일까.

옆에서 영상을 보고 있던 리브가 실실대며 웃었다.

[아빠가 좀 대단하긴 했어. 사실은 나도 엄청 놀랐거든.]

“……그래. 대단하긴 하지.”

한참 만에 라피스는 그렇게 대답했다.

대단하다는 말로도 모두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말도 되지 않는 능력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라피스는 여전히 정지한 모니터 화면 속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에 화면 속 공격을 극히 미세한 간극으로 흘리는 장면이 비친다.

그녀는 생각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인지 능력이 있어야만 이런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접전이 가능한 걸까.’

집채보다도 거대한 기가스를 타고서 어떻게 이런 세밀한 접전을 할 수 있는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해가 가지 않는 사실이었다.

이것은 유성이 기가스를 제 몸처럼 완전하게 인지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기가스의 머리부터 발끝에 이르기까지.

그 높이와 장갑 끄트머리의 세밀한 두께까지도 모두 말이다.

드라칸이야 원래부터 제 몸이니 이해하려면 이해할 수 있다지만, 유성은 아니었다.

유성은 인간이었지 기가스가 아니었으니까.

‘어떻게 기가스를 제 몸처럼 인식하여 다룰 수 있는 건지.’

라피스는 도통 이해가 가질 않았다.

대체 어떻게 저런 세밀한 감각을 느끼며 움직일 수가 있는 것인지.

한때 아카데미 제일의 수재로 불렸던 그녀조차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믿기 어려운 장면은 바로 다음에야 나온다.

[스스스.]

하나였던 기가스 EF-05가, 마치 복사라도 한 듯이 새까만 시공을 가르고 하나둘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중앙의 유성이 지시하듯 검을 수직으로 세우자, 다른 두 기가 즉각 달려들었다.

놀랍게도 둘은 모든 부분이 유성의 기가스 EF-05와도 동일했다.

마력 반응과 무장한 대검과 모습 그리고 심지어는 장갑에 난 미세한 잔흔까지도.

마치 거울에 비쳐 반사된 또 다른 유성 같았다.

그렇다면, 이것은 무슨 수를 쓴 것인지는 몰라도 유성이 한 짓이라는 의미였다.

“진짜 이건 대체 뭐지? 무슨 분신술이라도 쓴 건가?”

……이것이 함선 메티스의 모두가 놀라다 못해 경악한 바로 ‘그 장면’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모두 완전체에 의해 격추당하고 자폭해 스스로 사라졌지만, 분명 어느 누가 보기에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명백하게 그 어떤 상식적으로도 결코 말이 안 되는 현상이다.

아니, 애초에 이런 능력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이상했다.

무슨 복사를 하듯 완전히 동일한 기가스가 생겨나다니.

그렇다고 해서 결코 허상조차 아니었다.

함선 메티스의 분석으론 이때 등장한 모든 기가스들이 완벽한 실체를 가진 진짜라고 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능력.

하지만 라피스는 어느 정도 감이 잡히는 부분이 있었다.

이 세상에는, 그러한 비상식적인 능력을 사용하는 강대한 초인들이 존재했다.

‘설마 이게 유성의 각성기라는 걸까?’

라피스는 각성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가문 엘 바이어스가는 강력한 마나 사용자 가문이다.

각성자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은 당연하며, 심지어 선대 가주는 강력하기로 이름이 난 각성자이기도 했다.

한창 모니터 화면을 강렬하게 노려보는 라피스의 뒤편으로.

누군가의 인기척이 들려왔다.

뒤에서 나타난 유성이 탁,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을 건넸다.

“마셔. 라피스.”

“아. 고마워.”

“아빠! 아빠다!”

리브가 곧장 인간의 형태로 변해 유성에게 안겨들었다.

“아하핫.”

볼을 쓰다듬기까지 그 모습을 보며 라피스의 표정이 모호해졌다.

기분이 이상해졌다.

어찌 되었든, 리브는 라피스의 모습과 일치하는 외형이었다.

비록 나이는 어려진 모습이라고는 하나, 어쨌든.

그러한 탓에 이러한 광경은 아주 오묘한 기분이 일어나는 게 당연했다.

‘아주 묘한 기분이야.’

라피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잠시 입을 닫고 있던 그녀는 곧 말문을 열었다.

“그런데 유성.”

“음? 왜 그래.”

라피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유성을 응시하더니 모니터 화면을 가리키며 물었다.

“이거. 어떻게 하는 거야?”

“음.”

거기에 ‘네가 한 게 맞겠지?’와 같은 식의 질문은 없다.

그 말은, 할 가치도 없는 것이었으므로.

이 말도 안 되는 광경이 다른 누구도 아닌 유성에 의해 벌어졌을 것임을 모르는 이는 이곳 함선 내에서 그의 얼굴을 아는 이들 중에 한 명도 없었다.

“음. 라피스. 그건 말이지.”

그에 잠시간 생각에 잠겨 있던 유성은 곧 어깨를 으쓱이더니 태연하게 대답했다.

“알려 주고 싶어도 못 알려 주는 기술이야.”

“기술?”

“그래. 기술.”

그 말을 끝으로, 유성은 입을 닫았다.

마치 이 이상은 그조차 알려줄 수가 없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유성. 아니, 내면에 자리한 이시혁으로서의 강함은 각성자라는 이름의 강함 따위가 아니었다.

……유성은. 유성이란. 이시혁이란 자의 정체성은.

그 누구의 기술조차도 완전하게 체득하는 자다.

이 세상에서. 그리고 형제들 사이에서도.

오로지 그만이 완전한 기술의 체득자였기에.

“라피스.”

“응? 왜 그래?”

“리브는 내가 데려갈게.”

유성의 말에 라피스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의아한 듯 물었다.

“갑자기 뭘 하려고?”

“아무래도 좀 리브가 필요한 일이 있어서. 드라칸의 핵을 다루는 작업인데 나 혼자만으로는 힘들거든.”

* * *

이전의 전투에서, 유성은 리브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드라칸의 여왕체, 리브는 특별했다.

기가스에 자리한 드라칸의 핵에 자리한 리브는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많은 마력으로 그를 도왔다.

그에게 가장 부족했던 마력을 지원하고 또한 기가스의 조정을 도왔다.

리브가 아니었다면 그는 당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당했을 것이다.

완전체는 강했고 그와는 반대로 군함의 포격이란 거의 큰 도움조차 되지 못했으니까.

시선을 분산시키는 정도의 가치만이 그들의 전부였다.

다음번의 전투에서도 강력한 적이 나타난다고 할 때, 만약 리브가 없다면 유성은 십중팔구 당한다.

거기에 ‘혹시나, 혹은 어쩌면’이라는 가정 따윈 필요치 않았다.

그에게는 리브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유성은.

최소한 리브가 가진 능력을 일부나마 알 필요가 있었다.

* * *

유성이 리브와 함께 자리를 비웠을 때.

라피스는 여전히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한창 파일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특별한 내용도, 눈길이 가는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러던 와중.

문득 라피스는 한쪽 구석에 아주 작게 써진 하나의 문구를 발견했다.

그것은 [드라칸의 기원]이라는 이름의 정보 문서였다.

“드라칸의 기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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