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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59화 (59/200)

59화. 행성 테라(2)

“지금. 행성 테라가, 드라칸에 의해 공격받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 아직까진 함선 메티스만이 가장 먼저 통신이 연결된 탓에 우리들만이 알고 있지만, 앞으로 하루 정도만 지나도 이곳에 탑승한 다들 일반인들도 알게 될 거야. 그때쯤이 된다면 개인 통신기기도 연결될 테니까.”

“그렇습니까?”

“게다가 몇몇 눈치 빠른 일반인들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네. 아니, 적지 않은 수준이라고 해야겠지.”

“그게 무슨? 아…….”

라피스가 아는 체를 하자 아스트라 부함장과 유성의 시선이 그녀를 향했다.

“뭐야, 라피스. 이미 알고 있던 거야?”

“그…… 베자리우스 E.X 콜로니에서 통신이 회복되었던 때가 있었어. 할머님, 아니, 가주님께서 뭔가를 말씀하려고 하셨는데, 설마 그게 드라칸 때문일 줄은.”

“…….”

그 시점이라면, 분명 유성이 콜로니의 감옥에 갇혀 있을 때를 뜻하는 것일 터였다.

결국 이제까지 그가 결코 모를 수밖에 없던 이유인 셈이다.

물론 유성은 이러한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예전, 공원에서 라프티리아 함장과 마주했던 당시 행성 테라에 드라칸이 출몰했다는 사실은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놈들의 수가 터무니없을 줄은 몰랐다.

이건 너무도 심각한 수준이지 않은가.

잠시간 굳은 표정으로 침묵하던 유성이 물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왜 이제야 말씀해 주셨습니까? 먼저 말씀해 주셨어도 되었을 텐데요.”

유성의 물음에 아스트라 부함장은 쓰게 웃었다.

“어차피 숨긴다고 해도 소용없을 사실이기는 했었지. 하지만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이라면, 늦출 필요성이 있었어. 조금이라도 쉬라는 생각에서였네.”

결국 그 나름대로의 배려였다는 의미다.

하긴 유성도 잘 알고 있다.

세상에는 모르는 게 약이 되는 일도 있었다.

실제로, 그 또한 부함장의 배려 덕분에 한동안은 마음의 평온을 되찾았다. 그게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편하게 휴식을 취하진 못했을 터다.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정말로 잠시에 불과했지만 말이다.

“혹시 저와 라피스의 부모님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수 있겠습니까?”

그 말에 아스트라 부함장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걱정은 말게, 유성 생도. 이미 둘의 가족에 대해서는 진작 찾아봤네만 무사하시더군.”

“그렇습니까.”

나름대로 분위기를 환기하려는 듯한 밝은 아스트라 부함장의 음성에도 불구하고.

정작 유성은 뭐라 말문을 열지 못했다.

바로 저 멀리 보이는 행성 테라에, 놈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는 소식은.

그것만으로도 이미 최악 그 자체나 다름없는 것이었으므로.

“그보다 자네들을 부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 해야겠지.”

곧 부함장은 진지한 눈빛과 함께 유성과 라피스를 마주 보며 말문을 열었다.

“행성 테라의 대기권에 다수의 드라칸이 출몰했다고 하네. 무작정 지상에 착륙할 순 없네. 그랬다간 놈들에게 공격당할 거야.”

“드라칸의 수가 얼마나 많은 겁니까?”

“놈들을 뚫지 않고서는 결코 대기층을 강하할 수 없을 만큼이나. 이미 테라 행성의 대기권 대부분이 놈들에 의해 뒤덮였네.”

충격적이기 그지없는 소식이었다.

유성의 표정은 바짝 굳었다.

* * *

통제실에서의 대화가 끝나자마자.

유성은 곧장 라피스와 리브를 데리고 격납고 쪽으로 향했다.

기가스 EF-05와 EF-06, 그리고 스크래퍼가 있는 격납고는 한창 정신이 없어 보였다.

다수의 기가스 엔지니어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며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EF-05는 반파에 가까운 수준이었고 EF-06의 조정과 정비 또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유성과 라피스의 머리 위를 날아다니던 리브가 감탄했다.

[와아. 여기는 엄청 커. 여기가 그 아저씨가 말한 데야?]

“그래. 아스트라 부함장이 격납고를 가보라고 해서 말이지.”

[신기해. 사람도 많고, 정신없어!]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리브는 확실히 주변을 둘러보는 데 거부감이 없었다.

근방을 돌아다니며 인간을 만나는 데에 부정한 감정이 없고, 오히려 흥미가 가득해 보였다.

어린 개체라서인지, 아니면 인간의 육체를 지녀서인지.

인간을 보고서도 적대감이 없는 드라칸의 면모는 그조차도 처음이기에, 확실히 알 수가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소란도 이제는 잠시간 멈출 때가 되었다.

“리브. 이제 조용히. 슬슬 사람들을 만날 거야.”

[알았어. 아빠.]

유성의 말에 걱정은 말라는 듯, 리브가 대답했다.

다수의 엔지니어들이 작업하는 가운데.

한창 작업을 끝마치고 있는 치프가 보였다.

“왔군, 유성. 라피스. 올 거라고 생각했다.”

치프 엔지니어.

그는 기름때가 묻은 턱을 긁적이며 그들을 반겨주었다.

며칠 동안은 제대로 정돈하지 않아 아무렇게나 자란 수염이 눈에 띄었다.

잔뜩 굳은 그의 얼굴은 올 게 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희들의 표정을 보아하니 알 것 같군. 부함장에게 전달을 받자마자 온 거겠지? 아마 격납고로 가라고 했을 텐데.”

“잘 아시는군요, 치프. 또 전투가 일어날 모양인 듯합니다만.”

“그래. 최악 중의 최악이지, 빌어먹을. 적어도 테라에 돌아가면 쉴 수 있으리라고 여겼건만.”

두 생도를 앞에 두고도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내뱉는 그의 모습은 한눈에 보기에도 좋지 못했다.

진득한 피곤에 절어, 오래도록 제대로 쉬지 못한 게 보였다.

시커먼 다크 서클이 그림자처럼 눈 아래로 자리 잡고 있었다.

유성은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놈들의 수가 장난이 아니더군요. 행성 테라의 대기권과 근방의 우주에 드라칸 놈들이 쫙 깔렸습니다.”

“그래. 유성. 그렇지 않아도 그것 때문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야.”

사실 치프 또한 소식을 전해들은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베자리우스 E.X 콜로니를 벗어나면서 이제야 쉬나 싶었던 치프였다.

그런데 정작 완전체 놈을 쓰러뜨리자마자 부함장에게서부터 행성 테라가 심각한 상황에 처했다는 얘길 들었을 때.

그는 쉬려면 아직도 멀었다는 생각부터 가장 먼저 들었다.

그 덕분에 치프의 기분은 지금까지 줄곧 저기압이었다.

그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여튼 돌겠구만그래. 아. 그러고보니 생각이 났군. 그보다 말이야.”

치프는 근방을 뒤적거리더니 둘에게 웬 옷가지를 내밀었다.

“자. 이것부터 받아라.”

“파일럿 복장입니까?”

“그래. 슬슬 파일럿 복장을 갈아입을 때가 되었으니까.”

라피스가 물었다.

“파일럿 복장은 이미 있는데 다시 주는 건가요?”

“그건 우주전을 위한 복장이거든. 앞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린 행성 테라로 갈 거잖나? 그렇게 되면 중력이 작용하는 곳에서 싸우게 되겠지.”

쉽게 말해 지상전을 위한 복상이란 의미였다.

잠시간 그것을 들여다보던 그녀가 물었다.

“어…… 그런데 두 복장 간의 차이점이 뭔데요?”

“대충 쉽게 말하자면, 급사하지 않도록 해 주는 역할이다.”

“그, 급사요?”

떨떠름하게 되묻는 그녀의 반응에 치프는 고개를 끄덕이곤 덧붙였다.

“그래. 행성의 중력장이 작용하는 곳에서 파일럿은 정말 어마어마한 수준의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중력과 그것의 반작용 때문에 일반인이라면 눈알이 튀어나온대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인데, 제아무리 마나 사용자라도 그러한 압박을 수시로 받으면 멀쩡할 수가 없어.”

“대충 줄여서 말하면 갑작스럽게 죽을 수 있다는 의미지.”

“어, 어어…….”

당황한 라피스가 입을 벌렸다.

죽을 수 있다는 말은 정말로 단순한 사실만을 포함한 것이었다.

중력이 작용하는 행성 내에서 파일럿이 받는 압박은 상상을 초월한다.

피가 쏠리고 눈알이 튀어나올 수준의 압박이 수시로 파일럿을 옥죄인다.

무지막지한 속도로 전투를 벌이는 파일럿이 급가속과 방향을 트는 행위를 할 때마다 내장이 한쪽으로 쏠리고 피가 역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심지어는.

조그마한 상처만 긁힐 듯 생겨나도 상처는 금세 북이 죽 찢어지듯 갈라지거나 내장이 쏟아지기도 한다.

그게 행성 내에서 파일럿이 받아 내야 할 중압감이었다.

당연히, 전투시라면 그 이상에 달했다.

기가스와 드라칸의 전투란, 표현하자면 찰나의 압박이 치솟는 접전이 매 순간 무더기로 발생하는 연속의 집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제아무리 마나 사용자가 뛰어난 초인이라고 한들.

애당초 드라칸보다도 한없이 작고 볼품없는 나약한 인간의 육신으로 그러한 접전을 받아들이기는 무리가 있다는 소리였다.

물론 일전에 상위체와 싸웠을 당시의 유성은 몸을 보호할 마력조차 죄다 접전을 치루는 데에 배분했었다.

하지만 지상에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행위는 절대로 할 수 없었다.

그때 그것은 말 그대로 무중력의 우주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중력과 그에 대한 반작용이 존재하는 행성의 지상에서 그런 미친 짓은 결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랬다간 아마 육체가 폭사해 버리고 말 거다.

어쩌면 산 채로 눈알이나 폐가 터져버리는 경험을 할지도 모르지.

그런 의미에서 치프가 건네주는 복장이란.

말 그대로 의료 공학의 산물이 담긴 집합체였다.

설령 파일럿의 마력이 바닥나더라도, 일정 시간 동안 몸의 내구성을 대신 지켜줄 장비다.

“조심히 다뤄. 그거 하나가 집 한 채는 살 수 있는 가격이라고 알고 있으니까.”

“어…… 진짜야, 유성?”

“그래.”

라피스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덥석 안았다.

소중한 것을 안기라도 하듯이.

가문의 후계자라도 비싼 것은 잘 알고 있는 그녀였다.

“오호. 유성은 이미 알고 있나 보군.”

“전 기가스 엔지니어 지망생이었으니까요. 이젠 완전히 물거품이 된 거나 마찬가지겠지만.”

“흠. 그래. 맞아. 그랬었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한 치프는 이내 둘에게 제안했다.

“적응도 해 볼 겸 입어 보지그래?”

“어…… 그럴까요?”

“전 괜찮습니다. 이미 대충은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라피스만 입어 보면 되겠군요.”

* * *

탈의실에 들어갔다 나온 라피스의 외관은 바뀌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뭐랄까…… 생각 이상으로 무거운걸? 원래 입던 거랑은 느낌도 다르고. 무엇보다 너무 착 달라붙어서 창피해.”

“중력이 존재하는 곳에서 입을 걸 가정하고 만든 거니까. 그저 파일럿의 보호만을 위해 만들어진 우주 전용 복장보다는 그러한 게 당연하지.”

파일럿 복장이 외견을 신경 쓰지 않고 만들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쫙 달라붙는 재질인 탓에 몸매는 그대로 드러났고, 심지어 두께마저 얇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곡선과 체형이 모두 내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복장 상 어쩔 수가 없는 문제였다.

그리고 그들이 대화를 하는 사이.

한동안 존재조차 잊고 있던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한번 울리기 시작한 진동은 연속적으로 울리기 시작하며, 지난날 동안 행성 테라에서부터 보내져 왔을 문자와 통화들이 연달아 도착했다.

“음? 설마 통신이 복구되기 시작한 건가?”

“유성…….”

그의 옆에서 라피스가 감격에 찬 얼굴로 말을 건넸다.

그녀 또한 통신기를 꺼내 들며 그에게 보여주었다.

“아…… 가주님으로부터 문자가 온 게 드디어 도착했어.”

“그러네.”

“으-!!”

라피스는 핸드폰을 꼭 부여잡았다.

고조되는 감정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까지 지르다니.

그 모습에 유성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이 순간이 어지간히도 감격스러운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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