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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51화 (51/200)

51화. 각성기(覺醒技)(3)

눈앞의 소녀는 보통 수준의 마력량을 가진 게 아니었다.

그 비정상적일 정도로 많은 대량의 마나는, 여느 마나 사용자에 감히 비할 수준이 못 되었다.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거기에는 한계라는 게 있다.

이 소녀는 도저히 정상적인 인간의 수준이 아니었다.

이건 인간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차라리 이건. 드라칸이라는 생명체에 준하는 양이다.’

그 직후.

유성은 눈앞의 여자아이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바로 간파했다.

‘……이건. 인간이 아니다. 절대로.’

그는 생명체의 신체를 미력하게나마 살필 수 있다.

단지 그 외부만이 아니라, 내면에 위치한 에너지를 읽어내는 방식으로.

그렇기에 알아차렸다.

이 소녀는. 이 아이는.

겉모습은 인간과 같을지라도 내면의 기운을 이루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보통의 인간에게는 없을 마력핵이 존재했다.

이것은 마치.

마치 드라칸의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아이의 말에서부터 유성은 금세 유추할 수 있었다.

유성의 안색이 대번에 굳었다.

그는 전후 사정을 대번에 연결지어 냈다.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함선 메티스와의 통신을 끊은 그가 실낱같은 의심과 경악을 담아 물었다.

“너. 설마 드라칸의 여왕체냐”

그러자 대번에 얼굴이 환해진 소녀는.

함박웃음을 짓더니 조금도 숨기려는 기색이 없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다.

“응!!”

키잉-!

대답과 동시에 유성의 팔이 창날처럼 움직였다.

그의 손끝이 소녀의 미간에서 멈췄다.

새파란 빛을 발하는 그 모습은 명백한 공격의 기세였다.

하지만 서슬 퍼런 유성의 손끝을 마주했으면서도 소녀는 두려운 기색조차 없었다.

그 동작을 눈으로 모두 보고 있으면서도, 소녀는 방어의 자세조차 취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방실방실 웃으며 말문을 건넬 뿐이었다.

“히히. 아빠.”

태연자약함을 넘어선 웃는 기색과 함께, 묻는다.

“설마 날 죽일 건 아니지”

“…….”

“난 아빠를 도와주려고 이렇게 따라오기까지 했는데”

소녀의 말은 태연자약하기 그지없으며, 방금 전 유성에게서 피어오른 미약한 살심마저도 읽어낸 듯했다.

태연하고 순한 듯해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소름이 돋을 만큼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이 빨랐다.

유성의 표정이 바짝 굳었다.

“……뭐 때문에 온 거지”

묻는 동시에 짙은 의문이 피어올랐다.

라피스는 지금 이 드라칸의 여왕체를 유성 그에게 전달한 것이다.

유성은 소녀의 의중을 묻는 동시에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소녀가 부화했을 시간에서부터 이제까지의 시간은 짧았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을 터였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모든 생명체들이 그러하듯이.

그와 마찬가지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드라칸 또한 연약하기 그지없다.

설령 드라칸 여왕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제대로 성장의 단계에조차 이르지 못한, 갓 태어난 아이에 불과하다.

그런 녀석을, 무슨 이유로 라피스는 그에게 넘겨주었단 건가.

“그런데 아빠.”

그런 유성을 바라보며.

소녀가 새파랗게 눈을 빛내며 웃었다.

순하기 그지없는, 어린아이 특유의 환한 미소와 함께.

“나만 보고 있어도 돼”

“뭐”

“물론 나는 아빠가 봐주니까 좋지만-.”

스윽.

소녀는 느릿하게 손을 들어 한 방향을 가리켰다.

“쟤도 아빠를 발견한 모양인데.”

그 말에 무심코 고개를 돌린 유성의 표정이 바싹 굳었다.

소녀가 가리키는 방향. 거기에는.

네 장의 속 날개와 겉 날개를 활짝 펼친, 완전체 드라칸이 있었다.

녀석은 지금 유성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

인간과 괴수, 둘 사이의 시선과 시선이 교차한다.

대기가 서늘하게 내려앉고, 무거운 기류가 우주를 타고 흐른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이 찌를 듯이 따끔거리는 기류를 느끼지 못하기라도 한 것인지, 소녀는 그저 태연히 말했다.

“하지만 걱정 마, 아빠. 내가 있잖아”

안광을 빛내는 소녀의 양손은.

파직, 거리는 옅은 전류를 뿜어내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지금 장난칠 때가 아니야. 빨리 돌아가야…….]

[아빠. 나야. 아빠가 직접 쟤한테서부터 구해서 데려왔잖아. 여기로.]

[무슨 소…….]

[나야.]

파직.

그 말이 끝이었다.

함선 메티스의 도청은 완전히 끊겼다.

이유 모를 강렬한 충격과 함께, 유성이 탑승한 기가스 EF-05의 기체 내에 전류가 퍼지며 도청기가 부서졌기 때문이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스트라 부함장은 곧 착용하고 있던 헤드셋을 뗐다. 어차피 도청기가 부서졌으니, 이 이상 들을 수도 없었다.

‘이게 무슨 소리지’

아스트라 부함장.

가늘게 눈을 뜬 그는 생각에 잠겼다.

도청기를 통해 들려온 유성과 다른 ‘누군가’의 대화를 복기했다.

앞과 뒤가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내용이다.

음성이 실로 묘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두 명이 한 공간에 있기라도 한 양, 다른 음성이 흘러나왔다.

통신은 무엇 하나 그의 입장에서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 내용이었다.

“부함장님.”

옆에서 통신을 전달하고 있던 군인이 그에게 물었다.

부함장의 고개가 그에게로 향했다.

“해당 음성, 파일로써 남겨둘까요”

그 말에 그는 즉각 손을 치켜들었다.

“아니. 그러지는 말도록. 어찌 되었든 간에 유성 생도는 우리와 한배를 탔으니.”

아스트라 부함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곧 다시금 말을 이었다.

“이미 도청을 했단 것만으로도 충분히 위험할 지경인데, 그 이상으로 막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우리가 도청을 한 건 어디까지나 필요한 수준의 정보를 듣기 위함이다. 괜히 그 이상으로 불필요한 짓을 벌일 필요는 없어.”

“그렇습니까”

“그래. 약속은 약속이지. 지키지 않는다면, 약속이 아니야.”

아스트라 부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의도는 분명해 보였다.

괜한 불화를 일으킬 소지는 배제한다.

같은 편으로서 적당히 필요한 행위만 하자는 의미다. 납득이 갈 정도로만 아주 조심스럽게.

물론, 이미 도청을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화가 생길 소지는 충분하기는 했다.

이제껏 보아 왔던 유성의 성정으로 미루어 볼 때에, 이 정도만으로도 이미 그는 불쾌감을 드러내고도 남았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유성 군도 납득해 주겠지. 일전의 상위체 놈들을 상대하던 당시에 그가 벌였던 일도 있었으니까.’

부함장이 보기에 유성은 싸움을 즐기는 성격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싸움을 피하는 성격도 아니다.

필요하다면, 그는 얼마든지 맞받아치는 성정이었다.

“이 정도의 대처면 적당하겠습니까, 라프티리아 함장님”

그렇게 물으며, 그는 함장을 돌아보았다.

“그래. 괜찮았다. 거기까지야.”

라프티리아 함장.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그녀의 부관다운, 마음에 드는 대처와 판단이었다.

알아서 생각을 읽고서 매끄러운 행동을 해 나가는 부함장이다.

그들, 함선 메티스의 지휘부는 각성자의 분노를 감당할 수 없다.

각성자란 건 진정한 의미에서의 초인.

만에 하나라도 그가 화를 내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장된다.

평범한 마나 사용자나 군인들에게 있어서, 각성자라는 건 사실상 드라칸과 별반 차이가 없다.

무시무시한 신체 능력과 이능의 보유자. 그것이 바로 각성자다.

그만큼 위협적이라는 의미였다.

그러므로 그들은.

적당한 선을 넘나들며 이 관계를 지속할 생각이었다.

멀쩡히 잘 있는 벌집을 건드려 아군에서 적대 관계로 돌리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가뜩이나 그들에게는 반드시 유성의 존재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당장 그들의 앞을 위협하는 완전체 때문이기도 했고, 더 나아가서는-. ‘행성 테라’를 위해서도.

지금 행성 테라는, 상상 이상으로 위험한 상황에 처한 상황이었으므로.

‘그나저나 방금 전에 유성이 조종석 안에서 나눴던 대화들은…… 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라프티리아 함장. 그리고 아스트라 부함장.

그들은 입을 닫고서 침묵했다.

잠시 전에 유성이 했던 말에 대해서 복기했다.

영상이 없는 탓에, 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가에 대해서 그들은 짐작조차 내리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유성은 조종석에서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다.

뭔가가 의심스럽다. 이상하다.

어린아이의 음성과 대화라. 그것들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인가.

뭔가가 있었다.

그것도 어린아이의 목소리를 한, 이 전장에는 결코 어울리지 않을 뭔가가.

‘아니. 어쩌면 누군가 안에 들어갔다던가, 그게 아니라면 전투에 막 돌입하는 이 시점에 다른 누군가와 통신이라도 주고받았다는 것인가’

물론 둘 다 말이 안 되며 지극히 이상한 전개가 아닐 수 없었다.

어느 쪽으로든 연결되지 못하는 내용이었다.

함장 라프티리아. 그리고 아스트라 부함장.

둘은 긴 생각에 잠겼다.

쿠궁-! 쿠구궁!

저 멀리서 이어지는 유성의 EF-05와 완전체의 전투를 보면서.

다만 유일하게 의심이 가는 정황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라피스가 격납고에서 유성에게 건네주었던 그 작은 주머니.

단지 그것뿐일 터다.

쾅-!!

기체 내의 압력이 급속도로 치솟았다.

위태로운 경고음이 발하는 가운데서도 유성은 소리쳤다.

“그래서, 뭘 어떻게 돕는다는 거지 큭!”

전투가 벌어지며 완전체와의 접전이 벌어질 때마다, 조종석 내부의 공기가 쩍쩍 갈라졌다.

유성은 추진 장비인 로켓 대검의 출력을 빌어 급가속을 하며 움직였다.

대검에서 푸른 불꽃을 뿜어낼 때마다 그는 마치 점멸이라도 하듯 가속했다.

그 막대한 압력을 받아 유성이 버거워하는 와중에도.

자칭 드라칸의 여왕체라 자신을 소개한 소녀는 그저 해맑게 웃고 있을 뿐이었다.

“히히, 아빠.”

다급한 상황에서조차 아무렇지 않은 듯 방긋 웃은 소녀가 곧 유성에게 물었다.

“내 도움 필요해”

“그래! 뭐라도 좀 할 수 있다면 해 봐!”

“그럼! 약속해!”

“뭐, 뭘 말이지 큭!”

달려드는 완전체의 공격에 기가스가 쩌적 밀려난다.

심상찮은 소음이 조종석의 내부에 가득 치밀었다.

그런 급박한 와중에서도, 소녀의 말은 태연자약하기 그지없었다.

“아빠. 이제는 정말로 나 서운하게 그런 짓 하면 안 돼”

“……뭐”

유성은 순간 저도 모르게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지금 뭐라고 하는 건가.

조종석 내부의 공기압이 쩍쩍 갈라지듯 급격하게 치솟는 와중에, 이 소녀는 순수한 미소를 지을 뿐이다.

‘아니, 그보다 조금의 영향조차 받지 않는 건가 이러한 데미지 속에서’

하지만 그는 다시금 정신을 차렸다.

한가롭게 멍이나 때릴 순간 따윈 없었다.

이 순간에도 드라칸이 그를 마주하고 있다.

[■■■■!]

완전체는 옆에서 쏟아지는 포화를 뚫고 뛰쳐나오며 유성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맨몸으로 군함의 포격을 얻어맞는데도 전혀 타격을 받는 기색이 아니라니.

도저히 한낱 생명체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이나 무시무시한 스펙이다.

인류가 아는 상식적인 종의 카테고리를 벗어난 괴물들.

완전체라는 게 바로 저런 놈들이다.

“약속할게! 그러니까! 큭, 서둘러!”

“좋아!”

놈과 유성이 서로 맞붙으려던 직후.

쩡-!

“……뭐야, 이건.”

놈과 유성.

둘의 사이로, 푸른빛의 거대한 장막이 생겨났다.

“에너지 실드(Energy Sh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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