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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49화 (49/200)

49화. 각성기(覺醒技)(1)

기가스 EF-06.

이것을 타고 싸울까 하던 생각은 금세 사라졌다.

여기에는 드라칸의 핵이 없다. 심부에 장착된 것이라고는, 기껏해야 진짜를 흉내 낸 모조품에 불과한 인공핵.

이 기체를 가지고서 완전체에게 덤벼들었다간 이승을 하직하기도 금방일 거다.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

전반적인 기체의 성능만이라면 분명 EF-05보다는 윗줄에 속하기는 했지만 그것도 드라칸의 핵이 장착되지 않았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다.

당장은 구형 기체라 할지라도 드라칸의 핵이 장착된 EF-05의 출력이 훨씬 뛰어났다.

비할 바가 못 되는 정도였다.

그때, 누군가 유성과 강제로 통신을 연결하더니 소리쳤다.

[비등록 파일럿! 지금 즉시 멈춰라!! 지금 즉시 멈추지 않으면 쏘겠다!]

“하. 쏘겠다고?”

유성은 차게 웃었다.

그러곤 돌연 안색을 바꾸더니 사납게 말했다.

“지랄 마라. 이 아둔하고 무능력한 것들아. 그렇지 않아도 너희들의 멍청한 대응에는 구역질이 나오고 있으니까.”

[뭐, 뭐?]

군인의 얼굴이 당황으로 굳어 버렸다.

그 직후.

유성은 더 이상 볼 것도 없다는 듯 통신 연결을 그대로 꺼트렸다.

그러고는 기가스에 무장된 전용장비인 라이플을 꺼내 들었다.

“나를?”

고오오-!

기가스 EF-06이 손에 든 라이플의 총구가 새파란 빛을 환하게 내뿜기 시작했다.

명백한 공격 태세였다.

그의 위협에, 격납고의 엔지니어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치기 시작하는 게 아래로 보였다.

도망치는 이들 중에는 방금 전 유성에게 소리친 군인 또한 함께였다.

유성은 그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네놈들이 쏘기 전에 내가 먼저 크게 한 발 쏴주지.”

“으, 으아앗!”

격납고의 인원들이 모두 도망친 것을 확인하자마자, 유성은 행동을 개시했다.

기가스의 라이플에 새파란 빛이 한껏 머금어지더니.

쾅-!!

그의 출격을 막고 있던 격납고의 문을 강제로 터뜨려버렸다.

폭발이 요란하게 터지며 격납고 문이 뻥 뚫렸다.

그 결과, 새카만 우주 공간과 직격으로 연결되었다.

격납고에 있던 크고 작은 것들이 강력한 흡력에 의해 빨려 나가기 시작한다.

“바로 이렇게.”

유성은 그곳을 통해 곧장 격납고를 빠져나가, 우주의 한복판으로 뛰쳐나갔다.

* * *

시커먼 암흑으로 들어찬 공간. 우주.

우주에서는 전투가 한창이었다.

예의 완전체와 군함 그리고 전투기와 기가스가 전투를 치르는 그 광경은 주홍빛 폭발의 연속이었다.

포격과 탄막이 셀 수도 없이 우주에서 폭발하는 그 광경은 섬광과 온갖 불꽃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정작 그러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유성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 이유는 좋게 말해도 완전체에게 제대로 먹히는 공격이 없는 것이 빤히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치듯 잠시간 보았을 뿐인데도 눈에 보이는 광경은 정말이지 처참했다.

군함들은 불타 붕괴되는 와중에도 완전체를 향해 포격을 날려댔고, 전투기와 기가스들은 접근조차 할 새가 없이 터져 나갔다.

역시 놈들은 인류의 재앙이다.

그것은 과거에서나 지금에서나 변함이 없었다. 죽어서 모두 사라져야 할 것들.

저것들이 있는 한 인류는 내몰릴 수밖에 없다.

타오르는 듯한 눈으로 노려보던 유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개를 돌렸다.

“저쪽인가?”

유성의 눈에 콜로니의 우주 항구에 정박한 함선 메티스가 보였다.

그 크기가 수십만의 정원을 태울 수 있는 함선답게, 무려 콜로니의 수분의 일에 달할 만큼이나 커다랬다.

그는 함선 메티스가 정박한 방향을 향해 일직선으로 쏘아지듯 접근했다.

타닥. 타다닥.

유성은 빠른 속도로 모니터 화면을 조작했다.

곧, 함선 메티스의 지휘부와 통신이 연결되었다.

[자네는 누구지? 여기는 함선 메티스의 통신 채널이다.]

“접니다. 유성입니다.”

모니터에 나타나는 것은 아스트라 부함장이었다.

기다렸다는 듯 즉각 대답하는 유성의 응답에, 그의 얼굴이 밝아졌다.

[오! 역시나 내 눈은 틀리지 않았군. 정확하게 잘 나왔어, 유성 생도. 제때에 빠져나와 주었어.]

“지금 즉시 격납고의 문을 열어주세요. 곧장 기가스 EF-05로 갈아타고서 출격하겠습니다.”

[알겠네. 현재 함선 메티스는 베자리우스 E.X 콜로니에서부터 이탈을 하기 위한 준비 중이야. 그러니 그동안만 시간을 끌어주길 부탁하네.]

‘역시 아스트라 부함장은 판단이 빠르군. 마음에 들어.’

유성은 피식 웃었다.

‘제때에 잘 빠져 나왔다라. 역시 부함장은 상황이 이렇게 될 거란 걸 예상하고 있었다는 거겠지.’

거기다 저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을 보아하니, 분명 유성이 알아서 빠져나올 것 또한 염두에 두었던 모양인 게 분명해 보였다.

확실히 아스트라 부함장의 대처는 그가 보기에도 상당히 매끄러웠으며 마음에 들었다.

“함선 메티스가 빠져나가기 위한 시간은 얼마나 걸린다고 보면 되겠습니까?”

[…….]

그 말에 잠시간 침묵하던 아스트라 부함장은, 곧 눈을 감았다.

이어지는 것은 잠깐의 침묵.

유성은 차분히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20분이네.]

“20분이라…… 꽤 길군요.”

20분. 길다. 분명 길었다.

확실히 그의 요구는 어렵다 못해, 터무니없는 요구였다.

당장 불과 이 사달이 나게 된 것조차 불과 수십 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군함마저 박살이 나는 판국에, 아스트라 부함장은 유성에게 20분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기라고는 말하지 않을 테니, 살아서 버텨만 주게.]

지금 이 순간에도 순식간에 함대와 남은 기가스들을 농락하며 진영을 철저하게 붕괴시키고 있는 완전체를 상대로 20분이라.

그 자살 행위와도 같은 지시를 들으면서도.

정작 유성은.

“문제없습니다.”

푸른 눈을 빛내며 답할 뿐이었다.

유성의 대답은 짧았지만 자신만만했으며, 전의에 차 있었다.

[그런가? 부탁하지.]

그러한 기류를 느꼈던지 피식 웃은 아스트라 부함장이 곧 통신을 끊었다.

쿠구구궁-.

함선 메티스의 격납고 해치가 서서히 열리기 시작한다.

유성이 탄 기가스 EF-06이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들어서기가 무섭게, 열렸던 문이 닫히기 시작하고.

유성은 곧장 조종석을 빠져나왔다.

그는 로프조차 없이 맨몸으로 격납고의 지상에 떨어져 내렸다.

쿵-!

강철로 이루어진 바닥이 울리는 게 느껴졌다.

멀리서 익숙한 얼굴의 엔지니어가 다가왔다.

치프 엔지니어, 치프였다.

그는 유성에게 파일럿 복장을 건네며 말을 건넸다.

“오, 왔군! 유성. 이미 기가스는 준비해 두었다. 당장 타면 돼.”

“상당히 대처가 빠르군요. 분명 함선 메티스의 모든 기가스와 군인들은 베자리우스 콜로니의 군인들이 철저하게 감시하고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 말에 치프가 씨익 웃고는 엄지로 옆을 가리켰다.

“궁금하면 한번 직접 보라고, 유성.”

“음?”

“읍읍!”

유성이 고개를 돌리자,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소속의 군인들은 한데 포박되어 묶여 있었다.

함선 메티스 소속의 군인들에 의해 총구가 겨눠진 채로 말이다.

그는 이 어처구니가 없는 광경에 의아해서 물었다.

“하! 콜로니 소속의 군인들을 포박하다니? 대체 저놈들을 무슨 수로 붙잡은 겁니까?”

그 말에 치프가 씨익 웃었다.

“사전에 아스트라 부함장이 이미 몇몇 군인들에게 언질을 해 뒀던 듯해. 군인들이 스텔스 기능으로 투명화한 채로 곳곳에서 몸을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야.”

“저들이 행동하는 때가 혹시 완전체가 나타나는 순간이었답니까?”

“그래. 정확하지. 혼란이 일어난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투명화를 풀고 튀어나오더군. 그 칼 같은 행동을 보아하니, 처음부터 줄곧 이때만을 기다렸던 모양이야.”

“……대, 단하군요.”

이번만큼은 유성 또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앞을 내다보고 미리 행동을 정해 뒀던 건가.

확실히 뛰어나다 못해 대단한 대처 능력이 아닐 수 없다.

그 말에 유성은 소리 내어 웃었다.

역시나 보면 볼수록 일 처리가 유능한 남자였다.

솔직한 말로,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그의 솔직한 웃음소리를 난생 처음 듣는 치프는 놀라기라도 한 듯 눈을 치켜떴다.

“뭐야. 유성 자네가 웃을 줄도 알았나?”

유성은 씩 웃고는 대꾸했다.

“치프. 저도 인간입니다. 웃음이 나올 땐, 웃죠.”

치프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치켜떴다.

그는 수염이 무성한 턱을 쓰다듬으며 말을 건넸다.

“오호. 꽤나 흥미로운걸. 난 자네가 웃을 줄은 몰랐는데.”

하긴 그럴 만도 할 터다.

유성은 언제나 무심한 표정을 짓고 있는 탓에 감정이 지극히 드러나지 않았으니까.

그의 오랜 친구인 라피스조차 유성의 웃는 얼굴을 본 경우는 손에 꼽았다.

“그런데 유성.”

치프는 한창 파일럿 복장으로 갈아입는 유성에게 물었다.

“네. 말씀하시죠, 치프.”

“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완전체다. 상대할 수는 있는 거냐?”

“음. 뭐.”

그 말에 유성은 잠시간 목을 풀고는.

아주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 답이야 뻔히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저는 그 상위체도 못 이겼는데, 그놈들을 때려잡은 괴물인 완전체를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죠.”

“……그런데도 나가려는 거냐?”

“제가 아니면 싸울 이가 없으니까요. 제가 오면서 본 건데,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소속의 군함들도 상태가 처참하더군요.”

“그래?”

“네.”

고개를 끄덕인 유성은.

곧 치프를 응시하며 덧붙였다.

“어차피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여기서 콜로니의 군함이 제대로 버텨내지 못한다면, 그다음은 우리 차례일 겁니다. 자칫 잘못하면 저세상을 볼 수도 있다는 말이죠.”

저들의 군함과 기가스들이 죄다 박살이 나면 그 다음은 함선 메티스의 차례다.

당연하지만, 군함도 아닌 일개 이주 함선 따위가 놈의 일격을 막아낼 거란 기대는 하기조차 힘들었다.

전함보다도 규모가 훨씬 큰.

나름대로의 무장이 어느 정도 갖춰진 대형 함선이지만, 그것이 고작이었다. 건조된 목적부터가 다른 이 함선으로 전투를 치른다는 것은 애당초 말이 되질 않는다.

군함이 죄다 박살 나면 그때는 너무 늦다.

결국 유성의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아직 콜로니의 군인들이 저항할 힘이 있을 때 최대한 저들의 지원을 받아 내겠다는 말이다.

“큼. 큼.”

치프는 뭐가 그리도 불편한지 연신 헛기침을 했다.

분명 저건 유성 그로 인한 것이었다.

그러한 기색을 눈치채지 못할 유성이 아니었기에, 그는 곧 치프를 보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말씀하시죠.”

“이번만큼은 정말로 죽을 수도 있다, 유성. 네가 나가지 않아도 뭐라 할 사람은 없을 거다.”

“그야 그렇겠죠.”

그 말은 사실이다.

이번만큼은 다른 때도 아니고 그 상대가 무려 완전체다.

나가면 죽는다.

그리고 그게 분명하고 당연한 결과였다.

설령 군에서 오랜 시간을 훈련한 뛰어난 기가스 파일럿이라고 할지라도 그건 마찬가지다.

당장 저 거대한 군함들마저, 손쓸 도리 없이 철저하게 반파되고 있었다.

‘하지만 함선 메티스. 그곳에는 십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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