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45화 (45/200)

45화. 여왕체, 리브(3)

“미치겠군, 정말.”

“어쩔 수 없다고. 제럴드.”

방탄모를 쓰고 총기로 무장한 군인들.

감옥을 지키는 인원들이었다.

그들은 불만스레 투덜거렸다.

“진짜 사람이 돌아 버릴 것 같아. 대체 저 빌어먹을 드라칸 놈은 언제까지 이 근방을 어슬렁거릴 거지?”

‘드라칸?’

군인들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유성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는 단편적인 내용을 듣는 것만으로도 금세 현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이 근방에서 난리를 쳤을 만한 드라칸이라면 오로지 한 녀석뿐이었다.

‘그 완전체 녀석이 단순히 군함들과 싸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여기까지 와서 난리를 쳤던 건가.’

그게 아니라면 군함에 탄 인원도 아닌 일반 군인들이 알 리가 없었다.

생각을 마친 그는 다시금 그들의 얘기에 집중했다.

군인들은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이곳에서 쌓인 경험들이 꽤나 있었던 모양인 듯했다.

제럴드라 불렸던 군인이 말문을 열었다.

“그 괴물 놈을 떠올리면 불안해 죽겠어. 지금도 우주 어딘가에서도 그 새파란 눈을 치켜뜬 채 돌아다니고 있을 게 아니야?”

“그렇기는 하지.”

반대편의 남자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단단히 정신이 나간 게 확실해. 그놈 하나에 기가스는 물론이고 함대마저 박살이 났으니까.”

“어쩌겠나. 사실이 그러한 것을. 그보다도 그놈이 다시 여기에 어슬렁거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는데.”

“요번 주에만 벌써 몇 번을 나타난 거지? 두 번? 세 번?”

그들의 이야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그 덕분에 듣게 된 사실은 상당한 것이었다.

유성은 곧 깨달을 수 있었다.

‘사령관이란 자가 그런 반발을 사가면서까지 날 이곳에 묶어 두려는 이유가 이거였군.’

이미 이곳에 당도하기 이전부터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것이기는 했으나, 이것으로 확실해졌다.

지금 베자리우스 E.X 콜로니는.

예의 그 완전체 녀석에게 위협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군인들의 대화로 미루어 보아 쉽게 알 수 있었다.

유성, 그가 이 자리에 가만히 머물고 있는다면.

아마 그는 오래지 않아 다시금 놈과 마주쳐야 할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그가 좋든 싫든 간에는 상관없이.

사령관 솔라스 란은, 완전체가 나타나는 순간 유성을 전장에 밀어 넣어 버릴 셈이었다.

일단 완전체가 나타나면, 유성은 제 자신은 물론 함선 메티스를 위해서라도 싸울 수밖에 없을 테니까.

* * *

한편. 함선 메티스의 격납고 안.

“끙.”

치프 엔지니어(Chief engineer), 치프는 새로운 기가스 무장을 보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참으로 별난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거대하여 기가스보다도 더욱 커다란 그것이, 격납고 한구석에 세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거검(巨劍)의 형상을 한 거대한 물체였다.

격납고의 한쪽 벽면에 세워진 그것을 올려다보며.

치프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른 뭣도 아니고 드라칸의 무기를 쓰겠다라. 참으로 별난 생각을 다하는군. 유성 녀석.”

예의 그 상위체 드라칸, 화이트 레이븐의 대검.

그것을 기가스의 무장으로 써먹을 생각을 하다니.

발상이 제법이다. 아니, 이 경우에는 독특하다고 해야겠지.

확실히 유성의 생각은 다른 인간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뭔가가 있었다.

하긴 애당초 쓰지 못할 것도 없기는 했다.

드라칸의 것이라고는 하나, 이것의 형태란 어느 누가 보기에도 명백한 대검이었다.

기가스보다도 훨씬 거대하다는 점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그것을 다루는 이가 다른 누구도 아닌 유성이라면.

그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터였다.

유성은 철두철미하다. 생각이 깊고 제 수준을 명확히 파악한다.

냉정하기까지 한 탓에, 그 나이대의 소년이 가지고 있을 그 특유의 자신과 자만 따위가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제껏 치프조차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기가스 조종에 있어서 뛰어난 녀석이었다.

그러한 녀석이 결코 다루지 못할 무기를 써먹으려고 할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치프는 유성이 미리 이름 지었던 대검을 보며 중얼거렸다.

“로켓 대검이라.”

어찌 되었든, 그는 엔지니어였다.

유성은 언제나 파일럿으로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그가 기갑 파일럿으로서 부탁해왔다면, 기가스 엔지니어인 치프는 언제나 파일럿이 제 전력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게다가 유성은 적어도 치프가 이제까지 보아온 한 가장 마음에 드는 녀석이었다.

그는 기계가 연상될 만큼이나 완벽한 파일럿이었으므로-.

녀석의 기대에 어긋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치프는 유성이 미리 남겼던 말을 이행하기 위해 주변 부하들을 향해 소리쳤다.

“거기 너희들! 지금 한가하면 나 좀 도와줘라! 여기 이 대검을 손봐야 해!”

“으아. 저희들도 지금 바쁘다고요.”

“아. 진짜 사람 죽겠네. 벌써 20시간째 일 중이야. 제길, 잠은 언제쯤이나 되어야 잘 수 있는 거지?”

엔지니어들은 고된 노동에 신음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치프의 앞으로 다가서야만 했다.

지금은 전시다.

한가로움은 진작에 끝났다.

평소엔 백수나 다름없이 늘어졌을 엔지니어들이라지만, 지금의 그들은 전장의 한복판에 와있었다.

언제 드라칸이 다시 재출몰할지 모르는 지금.

그들은 파일럿의 완벽한 보조를 맞추어야 했다.

파일럿. 그리고 엔지니어.

유성과 그들은 저마다가 해야 할 일을 잘 알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선 모두가 제 역할을 해내야만 했다.

* * *

“……괜찮겠지, 유성.”

라피스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함선 메티스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들은 콜로니에 정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동을 가로막는 군인들을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썅! 우리가 물건이야?! 왜 여기에 모아두고 관리하는 건데?”

“야! 너희들이 군인이라고 이런 식으로 홀대하는 게 어딨어? 듣자 하니 빈 숙소도 많다며?!”

“죄송합니다만, 자꾸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곤란합니다. 돌아가 주시죠.”

불만이 쌓인 사람들과 그들을 막는 군인들.

사람들은 참을성에 한계가 온 듯 격한 감정에 휩싸여 있었다.

도망치듯 함선 메티스에 탑승한 뒤로, 그들은 제대로 된 보급이나 숙소조차 없이 한자리에 모아져서 관리되었다.

숙소를 받은 것은 오로지 일부 이들에게만 한해서 행해졌다.

가령 임산부와 같은 이들이 아니라면, 고위 공직자라도 예외는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복도를 걷는 라피스를 가리키더니 소리쳤다.

심지어 그녀의 곁에는 호위하듯 군인들이 따라붙기까지 했다.

“저기 저 생도는 아무런 제지도 없이 들어가잖아! 대체 뭔데?!”

“……죄송하지만, 대답할 수 없습니다.”

“망할. 대체 뭘 대답할 수 있는 거야, 그럼?”

일반인들의 고함 소리는 격하게 흥분해 있었다.

당연히 그 소리를 듣는 라피스의 표정 또한 편할 리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서 도망치듯 걸음을 빨리했다.

라피스는 기갑 파일럿이다.

당장에라도 전투가 벌어지면 누구보다 먼저 나가서 싸워야만 하는 입장이었다.

실제로도 이미 몇 차례나 전투에 투입되었다. 또한 그럴 예정이다.

그러므로 당연하게도.

그 대우라는 게 남들과 같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언제나 권장되는 양의 수준의 식사를 하여야 했으며, 군인들보다도 우선적으로 위생 시설을 비롯하여 제공된 개인 숙소를 사용했다.

라피스가 식사하는지에 대한 체크는 언제나 부함장이 직접 확인하고 있을 정도다.

함내에서 유성과 더불어 유일한 기갑 파일럿인 그녀이기 때문이다.

만약 그녀의 식사 시간이 늦거나 일정량 수준 이하의 식사를 한다면, 부함장이 때가 지났음을 일러주며 적극 권장하기까지 할 정도였다.

라피스가 그러한 반면.

다른 일반인들은 지극히 부족한 하루를 보내야 했다.

시민들의 식사는 권장 칼로리마저 채우지 못할 정도였으며, 샤워 같은 경우도 일주일 동안 단 2회가 전부였다.

식수조차 부족하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함선의 정원은 상당한 편이지만, 애당초 그것과 물자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이 함선은 단지 비대하게 클 뿐이다.

콜로니가 붕괴하며 갑작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한 탓에, 그 인원수만큼 필요한 물자들을 안에 싣지 못했다.

그런데 물자는 모자란 데 반해, 베자리우스 E.X 콜로니에서는 아직까지도 어떠한 지원조차 내어주질 않았다.

불만감이 고조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하물며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더더욱 그러했다.

부모인 자신들은 먹지 못해도 자식들이 먹지 못하는 걸 가만 두고 볼 부모는 어디에도 없다.

라피스는 편치 않은 표정으로 애써 그들을 지나쳤다.

그녀가 지나칠 때마다 일반인들의 시선이 꽂히는 게 느껴졌다.

그녀는 짙은 거북함을 느꼈다.

‘하아. 빨리 지나가야겠어. 여기선…… 시선이 너무 안 좋아.’

마나 사용자인 탓에 본능적으로 어느 정도의 시선을 느끼고 감지할 수가 있다.

그녀에게 꽂히는 시민들의 시선이 점차 많아지고, 그에 따라 불만의 수 또한 비례하듯 늘어났다.

특별 대우와 홀대받는 이들의 차이인 것이다.

그녀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과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 라피스의 모습을 멀리서 일단의 무리가 보았다.

“저 생도는 분명…….”

“그래. 그 남자애와도 같은 옷차림인데. 예의 아카데미생들이 분명하군. 그 남자애와 똑같은 복장이야.”

“일단 촬영해. 어찌 되었든, 저런 꼬맹이들은 제대로 대우해 주면서 정작 우리 같은 사람들은 홀대하는 이곳의 실상을 공개해 줄 테니.”

그것은 예전, 유성을 향해 꼬투리를 잡던 어느 고위 공무원의 말이었다.

* * *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함선 메티스가 정박한 이곳 군사 콜로니는 그 크기가 주거용 콜로니들에 비해 수십 분의 1정도로 작은 편에 속했지만.

그 밖에 방위력이나 기술력 등의 면에서는 통상의 콜로니에 비할 데 없이 뛰어났다.

무려 함대라 부를 수준의 그것과, 다수의 기가스들이 콜로니 내에 머무르고 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곳이 중요한 군 시설이기 때문이었다.

근방에 위치한 다른 콜로니들에 대한 지원이나, 자원 채취, 그 밖의 군함을 통한 지원과 호송과 같은 무력 지원 등.

여러 목적을 위한 보다 뛰어난 상위의 시스템이 이곳 콜로니에 있었다.

가령 이번 콜로니 폭발과 같은 상황으로 인해서 통신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함선이나 콜로니가 있다면.

이곳에서 그에 대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고향인 행성 테라에까지 통신이 닿게 도와줄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한 이유로-.

[현재 함선 메티스의 통신 시스템이 일부 복구되었습니다. 베자리우스 E.X 콜로니를 벗어나기까지 통신은 한시적으로 이어지며, 승객 여러분께서는 통신실에서 서비스 이용이 가능-.]

와 같은 알림 내용이 함선 메티스의 내부에 울렸다.

“통신이라고?”

그 말을 듣자마자 라피스는 즉각 몸을 돌렸다.

그녀는 함선 메티스의 통신실로 향했다.

아직까지 개인 통신기기인 핸드폰과 같은 것들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에, 행성 테라와의 통신을 위해서는 통신실로 향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통신 단말을 다급히 두들기며 함내의 통신 라인에 연결했다.

그리고 곧, 그녀의 눈이 살짝 커졌다.

“통신이 이제야 연결되다니…….”

라피스는 유성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무거운 와중에도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콜로니가 파괴된 뒤로, 단 한 번도 가문에 연락하지 못했다.

방대한 에너지의 폭발은 주변의 다른 곳과의 통신 연결을 완벽하게 방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신 기능이 어느 정도 복구가 되었다고 한다면.

다시금 그들의 행성, 테라와의 통신 연결이 가능해질 터였다.

통신실은 그를 위한 장소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