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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42화 (42/200)

42화. 콜로니 사령관, 솔라스 란(3)

꽈악.

세게 주먹을 움켜쥔 유성이 말문을 열었다.

“치프. 대검을 개조해야겠습니다. 그 드라칸의 무장 말이죠.”

“음? 어떤 식으로 말이냐?”

“로켓 대검에 드라칸의 핵을 박아둬야 할 것 같아요.”

“뭐?”

치프는 마치 못 들을 소리를 듣기라도 한 듯이 되물었다.

“갑자기 그게 웬 정신 나간 소리냐?”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게 필요해요.”

“……유성. 제아무리 너라도 이건 무리다. 미친 짓이야.”

언제나 유성이 무슨 장비를 부탁하건, 군말 없이 이행해 주었던 치프였다.

심지어는 드라칸의 알을 가져올 당시 있었던 그의 무리한 부탁마저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런 치프라도, 이번만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드라칸의 핵을 무기에 박아 넣는다니.

그건 정말로 미친 짓이었다.

굳이 알기 쉽게 표현하자면 지금 유성이 하는 소리는 파일럿이 신경 써야 할 폭탄이 기가스를 포함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난 것과 동일했다.

기가스가 그토록 강렬한 출력을 낼 수 있는 것도, 따지고 보면 기갑 파일럿이 핵의 에너지로부터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하며 동력으로써 사용하기 때문이었다.

출력이라는 이름의 대가를 얻어내기 위해, 파일럿들은 드라칸의 핵을 강제로 기동하며 폭발 직전에까지 아슬아슬한 수준으로 컨트롤한다.

하지만 유성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였다.

이게 아니라면, 그에게 단기간에 더욱 강해질 만한 방법이 없었다.

“치프.”

유성은 그와 시선을 마주하고는 말문을 열었다.

“만약 완전체가 찾아왔을 때, 제게 가능한 최대한의 출력을 내지 않으면 전 이번에야말로 당할 겁니다. 물론. 당하는 건 저뿐만이 아니겠지요. 이곳의 전원이 몰살당할 겁니다.”

“…….”

유성은 할 수 있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의 분별력이 뛰어났다.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기에, 명확한 판단을 내린다.

완전의 괴물. 완전체.

놈을 상대하려면 그만큼의 무리는 감수해야 했다.

드라칸의 핵.

그것이 기가스에 장착되는 수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출력은 강해진다.

당연한 소리였다. 애초에 기가스를 움직이는 동력이었으므로.

그에 비례해서 기갑 파일럿의 위험도 또한 높아진다.

일종의 폭탄을 단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터였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드라칸의 핵을 다루기가 어렵다.

본질적인 종의 차이부터가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었다.

인간과 드라칸은 다르다.

드라칸은 인간과는 다르게 태생부터 마력을 다루는 생명체였다.

날 때부터 마력을 먹으며 자라나는 생명체이자, 피와 살점들 모두가 마력으로 이루어져 있는 외계의 존재들.

하지만 그러한 반면 인간은 어떠한가.

그들은 오로지 순수한 피와 살로 이루어져 있다.

안쪽을 구성하는 내용물의 근본부터가 다르기에, 인간은 결국 드라칸보다 직접적인 능력에서는 필연적으로 뒤떨어지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놈들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만한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기갑무장.

지금의 유성에게는 그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유성의 말에도 불구하고, 치프는 여전히 탐탁지 않은 얼굴이었다.

그는 심각한 표정과 함께 유성에게 물었다.

“……정말로 해야만 하는 거냐. 유성?”

“하지 않으면 당할 겁니다. 치프도 직접 눈으로 봐서 알지 않습니까?”

“…….”

“지금의 상태에서 무작정 앞으로의 상황에 돌입할 순 없습니다.”

몰랐다면 모를까, 이미 상황이 어떤지를 본 유성이다.

완전체가 근방의 영역을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여기서 다시 한번 놈에게 걸렸다간 이번에야말로 당한다.

이전이 운이 좋았을 뿐이다.

그런 그가 이 상황을 넘길 방법을 찾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가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죽는 것은 함선에 탑승한 전원이다.

제아무리 유성이 타인의 죽음에 무감각하다고 한들, 힘을 사용하면 그만한 수를 살릴 수 있는데 모른 척을 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기가스 한 기만으로는 모자랐다.

적어도, 무언가를 해내려면 그만큼의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뭐든 그렇다.

강하기에 이기는 것이 아니라, 준비를 하기에 이길 가능성의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승과 패는 언제나 공평하다. 이 세상에 요행 따윈 없어. 내가 살아남으려면,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하는 게 당연하다.’

이기기 위해 그만큼의 담보를 내준다.

운이나 요행, 그 무엇도 바랄 수 없다.

확률의 도박 따위를 바란다면, 그건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따위의 것이나 바랐다간 죽었다 깨어나도 결코 이길 수 없는 게 바로 드라칸이라는 상대였다.

놈들은 그러한 괴물이었다.

그러므로, 그만큼의 대가를 짊어지고 감수해야만 했다.

그게 전장을 살아가던 군인인 유성의 방식이었다.

유성은 운을 바라던 일부 군인들의 말로가 어땠는지를 아주 잘 기억하고 있었다.

대체로, 오래 버티지 못했다.

그 이유는 분명했다. 결과로써 분명하게 존재하였으니까.

살아남는다는 것은 오로지 준비가 된 자에게만 돌아오는 보상이었다.

그러니 유성은.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이동식 디스크를 치프에게 내밀었다.

“뭐냐, 이건?”

“제가 직접 구상한 무장입니다. 드라칸의 대검을 사용하는, 말 그대로의 것이죠. 이름은 로켓 대검입니다.”

“로켓 대검?”

의아해하면서도 치프는 일단 유성이 건네는 이동식 디스크를 건네어 받았다.

그것을 건네주자마자, 그는 곧장 몸을 돌렸다.

“전 잠시 해야 할 일이 있으니 잠시 후에 파일을 열어본 이후에 불러주세요.”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유성에게서 파일을 건네어 받아 확인한 치프는.

“……뭐냐, 이건.”

파일 속의 내용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주변의 다른 엔지니어들조차 내용을 목격하고는 경악했다.

그 어느 대단하다는 기갑 파일럿들도, 그리고 엔지니어들도.

누구도 이런 말도 안 되는 구상을 내놓았던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이것은.

오로지 유성, 그이기에 가능한 구상이었기 때문이다.

“대체 뭐냐, 이건.”

치프의 두 눈에, 흥분의 기색이 어리기 시작한다.

* * *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이곳은 일반적인 콜로니들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곳이었다.

대부분의 콜로니들이 그저 민간인의 주거와 인류의 영역 확장 등을 목적으로 구성된 장소라고 한다면.

베자리우스 E.X 콜로니에는 전적으로 두 가지의 존재 목적이 있었다.

그중 한 가지는 바로 군사 요충지로서의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인류의 발전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의 채취를 위해서였다.

무려 대(大) 인공행성이라고 불리울 정도의 거대한 면적을 지닌 콜로니를 건설하기 위해선, 당연하게도 그만큼 방대한 양의 자원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이곳은 그러한 목적을 가지고서 다수의 군함과 기가스들이 항상 주위를 돌며 근방의 영역을 지키는 곳.

군사적인 목적 또한 존재하지만, 부가적인 목적인 자원의 채취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하는 콜로니였다.

온 우주에서부터 몰려들어 하나의 군집을 형성한 운석군에는 다채로운 자원들이 함유되어 있다.

그중에는 지극히 흔하면서도 없어서는 안 될 대량의 자원들이나, 행성 테라에서는 보기 어렵고 희소하며 없어서는 안 될 자원들도 상당량 존재하였다.

그게 바로 베자리우스 E.X 콜로니가 이곳에 있는 이유였다.

그러한 군사 콜로니의 거대한 부두.

그곳에.

함선 메티스가 서서히 속도를 감속하며 정박을 요청했다.

[함선 메티스(Metis)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부두에 도킹 중.]

[콜로니 서버 시스템 접속 중.]

[……접속 완료.]

[브릿지(Bridge) 라인. 게이트(Gate) 오픈합니다.]

함선 메티스는 베자리우스 E.X 콜로니의 부두에 도킹했다.

* * *

콜로니와 연결된 부두의 복도.

그곳을 함선 메티스의 주요 인원들과 함께 흑색의 망토와 가면으로 모습을 가린 유성이 그 뒤를 따라붙었다.

그러한 함선 메티스의 인원들을 반대편의 복도에서부터 맞이한 것은-.

한 무리의 일행이었다.

“반갑군, 라프티리아 함장. 그리고 아스트라 부함장.”

가장 앞에 선 중년의 남자. 짙게 기른 콧수염이 인상적인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권위적인 분위기의 인물이었다.

그가 함선 메티스의 인원들을 맞이하자, 마찬가지로 라프티리아 함장 또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렇게 맞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베자리우스의 사령관 솔라스 란 님.”

함선 메티스의 일행과 베자리우스 콜로니의 일행이 복도의 가운데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가운데.

유성은 말없이 그를 응시했다.

그 시선의 의미는, 자세히 보면 그것이 ‘관찰’의 일종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었다.

누군가와의 첫 대면시의 짧은 첫인상이 그 사람의 이미지라는 말이 있다.

유성 그 또한 사령관이라는 자의 분위기를 통해 그를 간파하려는 것이었다.

‘……저 남자.’

콜로니의 사령관 솔라스 란.

다른 이들은 눈치채지 못한 듯하지만, 이 순간 유성은 느꼈다.

‘강하다.’

베자리우스 콜로니의 사령관이라는 솔라스 란이라는 이름의 남자.

그는 심상찮은 기운을 몸에 내재하고 있었다.

유성은 대번에 그, 솔라스 란이 상당한 수준의 마나 사용자라는 것을 간파했다.

그가 나타난 뒤로 주변의 공기가 조금씩 무거워진 듯한 착각이 일었다.

마치 무거운 아우라라도 느껴지는 듯한 이 감각.

유성의 생각이 틀린 게 아니라면, 저 인물은 공기가 무겁게 느껴질 만큼이나 상당한 수준의 마력을 몸 안에 쌓은 것이 분명했다.

주변의 대기가 무겁게 느껴질 정도로 말이다.

‘그저 지휘만 할 뿐인 사령관이라기보다는 단련하는 마나 사용자인가. 전형적인 군인이로군.’

“…….”

유성 그가 그에게서 느끼는 점이 있었듯이.

어쩌면 사령관이라는 솔라스 란 또한 유성에게서 어쩌면 무언가를 느꼈을지도 몰랐다.

함장과 부함장을 마주한 직후, 그의 시선 또한 이제 유성에게로 향했으니.

하지만 그러한 시선은 잠시에 불과했다.

라프티리아 함장에게로 다시금 고개를 돌린 그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놀랍군. 그놈에게서 끝끝내 살아남다니 말이야.”

“완전체……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놈 말일세. 놈은 우리 군함 7척과 수십의 기가스들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았어. 아니, 그보다는-.”

잠시간 말을 흐리던 그가 곧 말을 이었다.

“오히려 학살하는 느낌에 가까웠지. 기가스로는 기껏해야 고작 시간을 끄는 정도에 불과했고 빔 포격과 같은 제대로 된 공격들은 놈이 맞아주질 않더군. 설령 맞는다고 하더라도 어제처럼 거의 피해가 없었다거나 말이야.”

“피해가 많았나 보군요.”

“그저 많은 정도가 아니지.”

솔라스 란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낮게 웃었다.

진이 빠졌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 그가 말을 이었다.

“전체 군함 7척 중 4척이 쓰러졌고 기가스는 7기 외엔 죄다 박살이 났으니. 사실상 원래 전력의 40퍼센트가 고작인 정도야. 다시 한번 놈이 나타나면, 사실상 끝장이지. 이번에야말로.”

그것은 처참하기 짝이 없는 소리였다.

그래도 명색이 군사 콜로니일 텐데, 고작 완전체 하나에 손도 제대로 못 써 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의미가 아닌가.

초절의 존재를 마주한 인류란.

이토록 무력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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