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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40화 (40/200)

40화. 콜로니 사령관, 솔라스 란(1)

라피스는 금세 겸연쩍게 웃으며 다시금 받아들었다.

“뭐, 그럴 수도 있는 거니까. 이건 내가 잘 관리할게.”

“그래. 부탁해.”

“혹시 내가 해야 할 일이 있어?”

“해야 할 일이라.”

잠시간 낮게 되뇌며 생각하던 그는, 곧 지침을 일러주었다.

위험할지도 모르니, 유성 그가 건네주었던 전류가 흐르는 용기에서는 결코 꺼내지 말 것.

갓 태어난 드라칸은 그곳을 빠져나올 수 없을 테니, 설령 부화하더라도 안심하고 지켜보라는 것.

오로지 그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해주었다.

간단한 주의사항이었다.

“정말로 그거만 하면 돼?”

“그래. 이것에 대한 내 목적은 그저 관찰이니까.”

그때였다.

삐이-.

복도의 스피커를 타고서, 알림이 울렸다.

[통신이 연결되지 않은 관계로 직접 알려드립니다.]

“음?”

“이건? 함내 방송인데?”

둘은 고개를 들었다.

바깥에서 커다란 소리로 스피커가 웅웅대며 울리고 있었다.

곧이어, 함내 방송이 용건을 알려왔다.

[EF-05의 파일럿. 지금 즉시 통제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EF-05의 파일럿. 지금 즉시…….]

“어…….”

잠시간 함내 방송을 듣던 라피스가 무심코 중얼거렸다.

“EF-05의 파일럿이라면……?”

“이건 내 얘기로군. 통제실에서 날 부르는 거야. 모두가 듣는 곳에서, 뻔히 이름을 부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EF-05의 파일럿.

그것은 다름 아닌 유성 그를 지칭하는 또 다른 말이다.

함내의 모두가 듣는 마당에, 그의 이름을 특정하여 불렀다간 기갑 파일럿의 정체가 밝혀질 위험이 존재했으니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가뜩이나 유성은 도청의 위험을 생각해 핸드폰도 꺼뜨렸으니, 저런 식의 방송을 한 것이겠지.

유성은 곧장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다녀오지. 조금 전에 도청 장치를 죄다 깨부숴서 그럴 수도 있겠군.”

“아. 나도 같이 갈래. ‘저거’랑…… 단둘이서만 같이 있고 싶지는 않거든.”

그러면서 라피스는 힐끗 드라칸의 알이 있는 용기를 보았다.

유성은 그 꺼림칙한 시선에 대한 이유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아마도 불안해서일 터다.

이곳에 저것과 단둘이 남고 싶은 인간은, 적어도 유성 그를 제외한다면 아무도 없는 것이 정상일 테니까.

“그래. 같이 가자.”

유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드라칸의 알을 다시금 용기로 집어넣었다.

둘은 함께 이곳을 나섰다.

유성과 라피스.

둘이 나가고 난 직후의 일이었다.

스스슥.

알에 떨어졌던 라피스의 핏방울은.

서서히 알의 표면을 통해 스며들었다.

그리곤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알이 피를 빨아들이기라도 하는 듯한.

기이한 광경이었다.

두근.

그 직후. 알에 변화가 일었다.

마치 박동을 시작하는 듯 규칙적인 떨림을 일으키며.

죽은 듯 침묵하던 그것에 변화가 일었다.

미약한 푸른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 *

기잉-.

문을 열고 통제실로 들어서는 유성과 라피스.

그런 그들의 방문에, 익숙한 남자가 맞이해주었다.

함선의 부함장, 아스트라였다.

“아아. 왔군, 유성 생도. 그리고 라피스 생도도.”

“급한 일이 생기기라도 한 겁니까?”

유성은 의문부터 드러냈다.

그러는 동시에, 서늘한 눈동자를 들어 주위를 빠르게 살폈다.

통제실의 풍경은 여전했다.

이전과 다를 바 없이 다수의 군인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유성과 라피스의 등장을 힐끔거렸지만 크게 경계하는 기색은 아니었다.

큰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그들 중에는 불과 얼마 전, 마찰을 빚으며 격납고에서 유성과 마주쳤던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어떠한 내색조차 하지 않는다니.

그로 인해 그는 대충 감을 잡기는 하였으나.

그럼에도 일단은 떠보듯이 말문을 열었다.

“설마 제가 도청 장치를 깨부수었다고 불러낸 것은 아닐 테죠?”

“미안하네만, 그건 우리 쪽에서도 관심이 없는 일이었네. 부순지도 몰랐군.”

아스트라 부함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관심이 없는데도 그런 일을 벌인다니, 누가 들어도 믿지 못할 소리인 것 같습니다만.”

“물론 처음에야 감시를 했던 것도 분명 사실이지만, 자네가 각성자란 걸 안 뒤로는 완전히 기능을 정지했어. 쓸데없이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릴 필요는 없는 노릇이지. 죽고 싶은 게 아니라면.”

“…….”

유성은 침묵했다.

발뺌인가, 그도 아니라면 사실인가.

물론 그가 알 방법은 마땅찮았으나, 적어도 한 가지만은 확실했다.

적어도 그걸 가지고 꼬투리를 잡으려는 건 아닌 듯했다.

그렇다면 지금 아스트라 부함장이 그를 불러낸 데에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어서라는 말이었다.

“죄송합니다만. 지금 전투를 끝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피곤한 상태입니다. 부함장님.”

“알고 있네. 미안하군.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지금이 아니라면 안 될 것 같아서 말일세.”

지금 유성은 세 드라칸들과의 격렬한 전투가 끝마친 이래로 제대로 된 휴식 한 번 취하지 않은 상태다.

기갑 파일럿의 휴식이란 건 언제나 항시 우선해서 지켜지는 항목이다.

급박한 전시에서조차도 말이다.

몸 상태의 컨디션이 좋고 나쁨에 따라, 파일럿의 생존이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그것은 아주 극과 극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였으니까.

그러므로 지금 부함장의 호출은.

휴식을 취해야 할 상태의 유성을 불러낼 만큼 ‘중요한’ 이유가 있다는 의미였다.

그것도 갑작스럽게 불러내야 할 만큼이나.

유성의 예상처럼.

아스트라 부함장은 그에게 흑색의 가면과 코트를 건네었다.

“자. 유성 생도. 이걸 받게나.”

“…….”

잠시간 그것들을 내려다보던 유성은.

곧 고개를 들어 아스트라 부함장과 시선을 맞추며 물었다.

“가면과 코트? 갑자기 뭡니까, 이건?”

“모른 척 내빼기인가? 자네라면 이유를 알 거라 생각하네만.”

“그럴 리가요.”

대답하면서도, 유성은 정작 입가에 가느다란 호선을 그어 올렸다.

그의 표정이 대답이 불일치했다.

빤히 의미를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하면서도, 저토록 천연덕스럽다니.

‘역시 생도 같지가 않군. 부자연스러워.’

그에 아스트라 부함장은 쓰게 웃었다.

유성의 태도는 여전히 모호하다. 파악하기가 어렵다.

이제껏 수많은 인간 군상들과 대면을 해왔었던 아스트라 부함장이라도 쉽게 그의 기색을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만큼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숨기는 것이 노련한 소년이었다.

그러므로 곧, 아스트라 부함장은 유성이 짐작하고 있음이 빤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설명하듯이 말을 이었다.

그는 가면의 옆에 달린 버튼을 눌렀다.

기잉-.

그러자 가면의 전면부에 밝은 디스플레이 화면이 떠올랐다.

이건 선글라스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가면이다.

바깥에서는 안쪽이 보이지 않지만, 안쪽에서는 밝은 디스플레이로 바깥을 볼 수 있다.

즉, 이 가면은 착용자의 얼굴을 완전히 가리는 용도였다.

아스트라 부함장은 곧 말을 이었다.

“이제부터 바깥에서는 가능하면 그 가면과 코트를 벗지 말게. 우린 지금부터 베자리우스 E.X 콜로니로 갈 거야. 그 과정에서 군함의 지휘관들과 마주하겠지.”

베자리우스 E.X 콜로니로 가겠다.

지금 아스트라 부함장이 통제실로 불러낸 이유가 분명하게 정해졌다.

유성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으나 이제야 확신했다.

이 상황도, 태도도 명백했다.

지금 함선 메티스의 지휘부는, 유성 그를-.

“제 정체를 숨겨주겠다는 말씀이시로군요. 그것도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쪽에게.”

“그래. 그쪽에서는 파일럿에 대한 정체가 대체 무엇인지 궁금할 거야. 어떻게든 신병을 인도받으려 하겠지. 그러니-.”

그는 강조하듯 덧붙였다.

“이제부터 그 가면은 벗지 말게.”

“…….”

“저들이 미등록 기갑 파일럿에 대한 위험을 경고하며 신병 인도를 요청하면 우리 쪽에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네.”

“그렇군요.”

“물론, 우리 쪽에서는 연합에서 비밀리에 양성하던 기밀 파일럿이라는 식의 주장과 함께 강하게 반발이야 하겠지만, 솔직히 말하면 별 힘은 없을 거야. 등록 안 된 파일럿을 데리고 있다는 것부터 애당초 거의 말이 안 되는 소리이니까.”

베자리우스 E.X 콜로니.

통칭 방위 거점.

말 그대로 이 근방의 방위를 담당하는 군사 기지다.

유성이 제아무리 비밀리에 양성하던 연합의 파일럿이라는 주장을 펼쳐 봐야, 그러한 군 기지에서 모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게 당연하다.

최소한 군사 기지의 입장에서는 단 한 줄기의 메시지라도 행성 테라에서 미리 전달받아야 함이 옳았다.

결국 그들이 강하게 신병 인도를 요청하면, 함선 메티스에서는 받아들여야 했다.

둘 사이의 관계는 독립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따르지 않을 수도 없다.

군사 콜로니의 총사령관으로서의 명령이란, 일개 함선의 함장의 말보다도 우선하여 적용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므로.

무려 몇 척이나 되는 군함과 함대, 일대 영역을 전부를 관리하는 직책이었으니까.

콜로니 사령관.

그의 명령은 일개 함선 함장의 말보다도 우선하여 적용된다.

당연한 것이었다.

사령관이란 건 애초에 몇 척이나 되는 군함과 함대, 일대 영역을 관리하는 직책.

일개 함선의 함장과는 급수부터가 다르다.

저들의 말에 따르면, 유성이 처할 상황은 뻔했다.

유성은 분명 저들과 대면하여 심문을 당할 것이다.

물론 함선 메티스를 지키기 위해 드라칸과 싸웠다는 점에서 크게 위협적인 대우를 받지 않겠지만.

최소한 정체를 알아내려는 의도에서의 강압적인 행동을 하기는 할 터였다.

어쨌거나 그는 정체불명의 파일럿이 아니던가.

약간의 억압은 감안해야 했다.

유성에게, 부함장이 말했다.

“하지만 만에 하나, 저들이 강제로 자네를 제압하려 하거나 코트나 가면을 벗겨내려 한다면 ‘적당히’ 제압해도 괜찮네. 그 정도의 무력 시위는 우리 쪽에서 미리 공지하도록 할 테니.”

“일종의 방어권이라는 겁니까?”

“그래. 라프티리아 함장님께서 직접 허가했다며 저들에게 알리실 참이네. 연합의 기밀 파일럿인 자네에게 강제적인 억압을 하려 한다면 설사 자네에 의해 제압당하더라도 그들은 결코 문제 삼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쉽게 말하면 여차하면 유성이 어느 정도 실질적인 힘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약속을 미리 받아 내겠다는 말이다.

그 말에 유성은 함장 라프티리아 쪽을 보았다.

눈이 마주친 그녀는 잠시간 유성 그를 응시하다가.

돌연 고개를 한 차례 끄덕였다.

유성 또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인사하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확실히 유성 그에게는 좋은 조건이었다.

타당한 상황이라면, 힘을 써도 꼬투리 잡히진 않을 거라는 의미였으니.

그렇다면 적어도 붙잡혀서 난관을 겪진 않을 터다.

“물론 저들도 자네가 아군이라는 게 거의 확실한 만큼 아주 강하게 나설 수 없겠지만-. 상황이란 게 또 모르지. 저들이 자네에게 아주 강하게 나올지도 모를지도.”

말을 길게 늘어뜨리는 아스트라 부함장의 모습에.

유성이 덧붙였다.

“일단 적어도 가벼운 구금 정도의 상황은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겁니까?”

“……그래. 그런 의미지.”

아스트라 부함장은 쓰게 웃었다.

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눈치가 빠른 소년이다.

인간의 복잡한 실리와 이해관계를 금세 파악했다.

“게다가 그 코트는 나름의 방탄 기능도 존재하는 전시용 장비이니. 만에 하나의 상황에서 자네 정도의 능력자라면 자력으로 얼마든 탈출할 수 있겠지.”

“…….”

유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전시용 무장. 그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서 아예 탈출을 얘기한다라.

적어도 그것은.

함선의 총책임자인 장교급 군인이 할 소리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허가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분명해 보였다.

“예의 그 ‘완전체 드라칸’ 놈 때문이로군요. 놈이 언제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정확하네, 유성 생도.”

뜻을 금세 파악하는 유성의 말에 그는 작게 입꼬리를 올렸다.

“여차하면 구금되더라도 알아서 감옥에서 튀어나오게. 만에 하나, 놈이 다시금 등장하기라도 한다면 막을 가능성을 지닌 파일럿은 오로지 자네뿐이니.”

“알겠습니다.”

유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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