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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34화 (34/200)

34화. 베자리우스 콜로니(1)

마력도 부족하다.

체력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극심하게 딸렸다.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쉽지 않은 것이지만, 해낼 것이다.

그는 이것보다도 더한 극한의 상황에서조차 살아남았다.

전생에서 그는 맨몸으로 드라칸의 둥지에 떨궈져서도 살아남은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었다.

‘그런데 고작 이 정도쯤이야……!’

그때보다 상황은 훨씬 나았다.

비록 나이가 어려졌다고는 하나, 그가 가진 풍부한 경험은 그대로였다.

하물며 지금의 그는.

멀쩡한 기가스에 탑승하기까지 한 상황이었다.

저놈들이 다음 단계로의 진화를 하게 되는 최악의 순간을 맞이할 수는 없었다.

그것은 인간에게 있어 재앙이나 다름없다.

그보다는 차라리 지금 이 순간 조금 힘들더라도 그가 놈들을 쓰러뜨리는 편이 나았다.

“잠시 후면 함선 메티스가 이쪽으로 들이닥치겠지. 가능하면, 그 전에 어떻게든 결판을-.”

이미 유성은 충분한 시간을 끌었다.

여력이라면 어떻게든 벌어냈다.

나름대로 마력을 소량이나마 회복하였으며, 아직 마나 포션 또한 사용하지 않았다.

함선이 들이닥치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설령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지라도, 그때까지만 버티면 얼마든지 도망칠 여력이 생긴다.

하지만-.

그러기는 생각보다도 쉽지 않을 듯했다.

펄럭!

놈들의 단단한 갑각 밑에 숨겨져 있던, 속 날개가 활짝 펼쳐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것만으로도 모자라서-.

철컥! 철컥!

놈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대검이, 확장에 확장을 거듭하더니 이전보다 반 배는 더 커지며 모습이 돌변했다.

‘…….’

유성이 미간을 굳혔다.

이제까지만 해도 충분히 위협적이었는데, 아무래도 그게 전부가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놈들의 전력은 이전의 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 녀석들. 설마, 이제까지 힘을 숨기고 있었…….’

하지만 그다음으로 이어진 광경은.

유성의 예측과는 완전히 틀어진 종류의 것이었다.

쾅!

그들의 발아래.

지면이 깨부숴지며 무언가가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유성이 아닌, 드라칸들을 덮쳤다.

이 순간, 뭔가가.

이곳에 ‘난입’했다.

[■■!!]

놀랍게도 새롭게 난입한 녀석 또한, 드라칸이었다.

무려 적색 일색(赤色 一色)의 인간형 드라칸 말이다.

“이게 무슨……?”

유성은 당황해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정작, 화이트 레이븐과 다크 레이븐은 그렇지 않았다.

[■■■!]

[■■!]

두 상위체 드라칸.

녀석들은 마치. 이 상황을 예견이라도 했다는 듯 곧장 이곳에 난입한 놈과 맞붙었다.

기다렸다는 듯한 즉각적인 반응이었다.

쩌저정-!

셋이 둥지의 한복판에서 뒤얽힌 채 서로를 향해 공격을 날렸다.

무지막지한 수준의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유성이 있는 데까지 확연히 느껴질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었다.

그는 미간을 모았다.

“뭐야, 저 자식들. 설마 같은 편이 아닌 건가?”

물론 드라칸끼리 싸우는 경우는 흔했다.

서로 다른 무리에 속한 드라칸과 드라칸이 적대하는 경우는 왕왕 존재했다.

여러 개로 나누어진 드라칸의 무리.

그들은 서로가 가진 자원이나 드라칸을 식량으로써 탐내어, 심심찮게 싸웠다.

모든 드라칸들은 저마다의 세력과 영역이라는 게 존재했다.

개미라는 곤충들이 여왕개미를 중심으로 제각각 무리가 나뉘듯, 드라칸도 똑같았다.

오로지 하나의 여왕체만을 섬기는 드라칸들에게 있어 다른 드라칸들은 모두 적이었다.

지성 생명체답게, 개중에는 연합을 하는 놈들도 있지만 그러한 것들은 소수였다.

드라칸의 무리는 다른 드라칸 세력을 지극히 경계하며, 또한 적대한다.

유성은 이제야 저 상위체 드라칸들이 이전에 보여주었던 이해 못 할 퇴각 행동에 대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이전에 벌어진 놈들과의 첫 번째 전투.

당시의 유성은, 놈들에게 있어 거의 다 잡은 물고기나 마찬가지였었다.

경험이 풍부한 저놈들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대로 몰아치기만 했었어도 틀림없이 승리를 받아 냈을 터.

그럼에도 황급히 퇴각했다는 사실이 이상했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생겼었다는 듯할 정도로 급한 행동이었다.

“그때 저 녀석들이 퇴각했던 데에 대한 의문을 이제까지 몰랐는데…… 그게 저 적색의 드라칸 놈 때문이었던 거였군.”

놈들이 퇴각했던 데에 대한 이유.

그것은 아마도.

저 적색 드라칸이 이 근방에 돌아다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터였다.

‘처음부터 이곳에는 두 드라칸 무리들이 한데 존재했다는 건가!’

적색의 드라칸.

놈은 둘을 동시에 상대하면서도 밀림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상위체의 두 드라칸이 정신없이 밀려 나가는 게 확연히 눈에 보일 정도로 밀어붙이고 있었다.

심지어 저 둘은 이제껏 숨기고 있던 비장의 카드인 듯한 속 날개와 크기를 확장한 대검마저 꺼내 들어 전력을 드러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설마 저 빨간 녀석은-.’

유성은 놈의 압도적인 움직임을 보자 도저히 그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곧 진화를 앞두고 있을 것이라 여겨질 만큼이나 강력한 개체 둘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터무니없는 수준의 강함과 빠르기.

모를 수가 없다.

확신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것은. 저놈은.

상위체, 그보다도 더 ‘윗줄’의 단계에 도달한, 드라칸이다.

그때였다.

위의 천장에서부터, 눈 부신 빛이 새어 나왔다.

번쩍!

서로 맞붙어 치열하게 접전을 나누던 세 드라칸의 고개가 일제히 위를 향했다.

그 직후. 놈들이 빛의 폭발에 휘감겼다.

“……이런 미, 친?”

유성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것은. 오로지 경악과 당황스러움만으로 점철된 눈이었다.

하필이면 이 급박한 상황에서.

둥지를 노리고 위에서부터 포격이 쏘아졌다.

그 정체는 볼 것도 없었다.

함선 메티스에서부터였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도 유성 그를 구하기 위한 의도가 분명할 그 지원 사격이었으나.

오히려 그는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상황에서 이러한 포격은, 화를 자초하는 꼴밖에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놈들이 고작 저 정도 수준의 공격에 당할 리가 없었다.

이 공격은 오히려 위기를 자초하는 꼴이다.

삑.

그때 모니터 화면에 통신이 연결되었다는 표식이 떠올랐다.

함선 메티스에서부터였다.

[……성 생도……!]

[유성…… 생……!]

“오지 마십쇼!”

[안 들립……!]

통신은 두어 차례 지직거리다 다시금 끊겼다.

쾅!

유성은 순간 홧김에 조종석을 세차게 내려쳤다.

“큭, 제기랄!”

상황은 최악 중의 최악이었다.

저들에게 접근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어야만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만에 하나 이대로 함선 메티스가 이쪽에 오기라도 하면 그걸로 끝장이다.

상위체 드라칸 둘뿐이라면 어떻게든 이길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실낱같이 적었을지라도 말이다.

하지만 지금 나타난 저놈은.

저놈만큼은-. 절대로 안 된다.

아예 그 희박한 가능성의 여지조차 없었다.

아니, 있을 리가 없다.

왜냐하면 저놈은, 바로-.

유성은 으르렁거리듯 중얼거렸다.

“완전체(完全體)…….”

충분한 경험과 성장을 끝마친 상위체가 진화의 끝에 도달하고야 만, ‘완성형’이라는 이름을 한 괴물이었기에.

* * *

드라칸의 양산체와 전투체가 단순히 찍어내듯 양산된 개체들의 단계라면.

그리고 상위체가 말 그대로의 의미를 담고 태어난 특별한 개체를 뜻한다면.

그다음의 단계에 해당하는 완전체의 드라칸은.

오로지 절망(絶望)을 뜻한다.

인간의 힘으로는 결코 이겨낼 수 없는 초월적인 재앙.

완전하다는 의미를 담은 완전체인 것이다.

유성은-.

분명하게 확신했다.

‘이길 수 없어. 이건 절대로 못 이긴다.’

상위체를 상대로는 투지를 불태웠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유성 그조차도.

녀석을 마주한 직후, 싸울 생각 자체를 버렸다.

아니, 가질 수조차 없었다.

오로지 죽일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의 존재.

바로 각성자.

이곳에 놈을 죽일 만한 존재는 아무도 없었다.

유성은 진짜 각성자가 아니었다.

함선 메티스의 인원들이 그를 각성자로 착각한 것은, 그가 말도 안 되는 정도의 전투를 몇 번이나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불과 며칠.

그 며칠 사이에 마나 능력을 각성한 것이 전부인 신체적인 능력으로는 초짜 파일럿이 고작인 수준에 불과한 마나 사용자였다.

그동안 유성은 타 마나 능력자라면 결코 해내지 못할 전투를 몇 번이고 이겨왔다.

그것은 가히 불가능에 가까운 난이도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스펙의 놈들이 상대였기 때문이지. 애초부터 내 능력을 벗어나는 속도와 강함을 가진 놈이라면 대응 자체가 불가능해.’

그는 통상의 여타 각성자와는 다르다.

전반적인 모든 능력치가 완벽하게 뒤떨어졌다.

처참할 정도로.

본래 각성자라는 것은 하나의 의미를 가리켰다.

모든 면에서 통상의 마나 능력자보다 압도적인 능력자를 말이다.

하지만 유성은? 그는 어떠한가.

그는 기껏해야, 연습생 파일럿인 라피스보다도 떨어지는 능력치를 가진 수준에 불과했다.

마나의 용량은 물론이고, 육체적으로도 그다지 뛰어난 편이 아니다.

유일하게 각성자임을 증명하는 각성기가 존재한다지만, 그건 그가 원래부터 언제고 능력을 개방하는 그 순간부터 가질 수 있는 종류의 것에 불과하였다.

그러했던 유성이 이제껏 함선 메티스를 몇 번이고 구해 낼 수 있었던 이유는.

그저 그가 터무니없을 정도로 많은 횟수의 전투 경험을 치러왔기 때문이다.

지구상의 인류, 그 누구보다도 절대적인 출격 횟수.

그것이 바로 그가 강하면서도 약한 진짜 이유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가 애초에 따라잡을 만한 수준을 아득히 넘어서는 괴물이 상대라면, 아예 상대조차 되지 않을 게 뻔하다.

‘저 상위체 두 놈들과는 무슨 관계인지 몰라도, 이 자리에서 무조건 내빼야 해. 놈들이 죽으면 다음은 내 차례다.’

놈들과의 전황의 우세함은 누가 보기에도 명백했다.

새롭게 등장한 적색의 완전체의 드라칸.

압도적인 승기는 바로 놈에게 있었다.

상위체와 완전체.

둘 사이의 격차는 볼 것도 없이 분명하다.

완전체는 상위체가 진화한 다음 단계다.

제아무리 완전체로의 진화를 앞두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래 산 녀석들일지라도, 결국 상위체는 상위체였다.

둘이서 하나인 듯 움직이며 유성을 그렇게나 몰아붙였던 녀석들조차도, 처참하게 박살이 나고 있었다.

완전체 등급의 개체란 건 그만큼 전혀 격이 다른 상대였다.

쾅!

적색의 완전체 드라칸, 놈의 주먹이 화이트 레이븐의 대검을 붙잡았다.

화이트 레이븐이 굳은 그 순간, 놈은 그 상태 그대로 주먹을 내질렀다.

쩍! 하는 소리와 함께 화이트 레이븐의 가슴팍이 푹 찌그러졌다. 마치 힘없는 알루미늄 철판처럼.

완전체는 자세가 틀린 화이트 레이븐의 머리를 붙잡더니 반대편에서 달려드는 다크 레이븐을 향해 집어 던졌다.

둘은 한 뭉치로 한쪽 벽면에 처박혔다.

꿀꺽.

유성은 침을 삼켰다.

압도적이다. 너무도 압도적이다.

완전체 드라칸.

놈은 혼자서 상위체 둘을 거의 가지고 놀고 있는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고작 놈들 사이에 차이점이라고는 단계 하나의 차이일 뿐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절대적이다.

등급의 차이는 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수치 차이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단계의 나뉨이다.

그것이 상위(上位)과 완전(完全)의 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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