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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33화 (33/200)

33화. 운석 지대에서의 전투(3)

퍼버벙!

유성이 전투에 돌입한 그 순간.

함선 메티스에서는 확산탄을 전장에 넓게 흩뿌리기 시작했다.

전장은 만들어지고 있었다.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정도로 불안정한 성질을 지닌 탄약이, 전장에 넓게 펼쳐졌다.

그가 의도했던 대로, 아스트라 부함장은 제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고 있다.

다만.

그럼에도 유성은-.

놈들을 쉽사리 밀어붙이지 못했다.

“하아, 하아.”

유성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크게 지친 상태였다.

역시나 버겁다.

유성은 빠른 속도로 저하되는 자신의 체력을 느꼈다.

그때였다.

유성의 눈동자가 눈앞의 상대가 아닌 옆을 보았다.

쿠구궁!!

거대한 운석이, 갑작스럽게 나타나며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두 드라칸은 그 운석이 지나칠 때까지 기다렸으나.

운석이 지나쳐 간 후-.

[……?!]

그 자리에 유성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유성 그는 불리함을 느끼자마자 이 자리를 회피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뒤도 돌아보지 않는, 완벽한 도주였다.

* * *

“하아, 하아.”

유성은 놈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근방의 운석 뒤편으로 숨었다.

꽤나 크기가 큰 운석이었던 탓에 기가스의 거체조차 모두 가릴 정도였다.

“후-.”

흐트러진 호흡을 정리했다.

도망치는 데에는 가까스로 성공했다.

하마터면 당할 뻔했다. 아마 조금만 더 내몰렸다면, 틀림없이 당했겠지.

하지만 구사일생으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운석이 놈들의 시야를 가리며 유성의 목숨을 구했다.

‘물론, 이렇게 살아남은 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지. 운이 나쁘면 얼마 안 가서 놈들에게 발각이 될 수도.’

그는 쓰게 웃으며 함선과의 거리를 확인했다.

“함선으로의 복귀는, 지금 당장은 어렵겠군. 함포의 지원을 기대해 봐야 운석들이 무수히 가로막고 있으니 닿지도 않겠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운석의 뒤에 숨어 움직였던 결과-.

유성 그는 함선과 한참이나 멀어져 버렸다.

다만 큰 걱정은 되지 않았다.

함선 메티스에서는 분명 지금도 여전히 그의 위치가 확인되고 있을 터였다.

물론 별다른 도움은 기대할 수 없을 터다.

그는 운석의 뒤편에 숨어서 움직인 결과, 보다 깊숙한 안쪽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물론 놈들이 함선을 노릴 위험도 어느 정도 존재한다면 존재한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것만은 분명하다.

처음부터 놈들은 유성이 출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그를 노렸다. 함선은 신경 쓸 만한 가치조차 없다는 듯 거들떠보지도 않고서 말이다.

즉, 처음부터 유성 하나만을 노렸다는 거다.

맨 처음에 등장했을 때에는 함선 메티스를 노렸을지 몰라도 유성의 존재를 안 뒤부터는 오로지 그만을 직시했다.

다른 것은 거들떠볼 필요조차도 없는 것처럼.

그러니 함선 메티스가 섣불리 먼저 선공을 가하지 않는 한에는 놈들이 함선을 노릴 가능성은 없을 터였다.

지금쯤 그놈들은 유성을 찾아 이 근방을 배회하고 있겠지.

유성은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폈다.

“수백 개의 운석들이 어디라고 할 것 없이 날아다니는 지형의 중심부라…… 돌겠군. 아주 제대로 내몰렸어.”

운석들이 온 시야를 가로막을 정도로 무수하게 늘어서 있었다.

수는 거의 무량대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패착, 혹은 체크메이트다.

이곳은 명백하게 방금 전 나타났던 상위체 놈들의 영역으로 추정되는 방향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당장의 생존을 위한 행동이었다고는 하나, 아주 제대로 잘못 걸린 셈이다.

셀 수 없이 많은 수의 운석들이 부유하는 지대.

그렇기에 함선 메티스가 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특히 유성이 진입한 이곳은 운석군에서도 심부에 속한 곳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운석 중에는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것조차 심심찮게 보인다.

그가 도달한 이곳 심부와 같은 곳이라면, 더더욱 그러한 경향이 심했다.

사실상 거대한 함선 메티스의 경우에는 절대로 진입하지 못한다는 의미였다.

결국. 다시금 그들과 합류하기 위한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나 스스로 이 자리를 빠져나가야 한다. 어떻게 해서든.’

그러한 생각과 더불어 표정을 굳혔던 유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먼 곳에서 유영하는 거대한 운석을 보았다.

그는 곧 미간을 모았다.

“……저건?”

직경 수 킬로미터에 달할 만큼이나 거대한 운석.

그것의 갈라진 틈새는, 마치 동굴처럼 보이는 깊숙한 내부가 이어져 있었다.

틈새는 입구에서부터 회색빛의 실로 무수히 뒤덮여 있었다.

단적으로 표현해, 거대한 거미의 둥지가 있다면 바로 이러하지 않을까 싶은 광경이었다.

삐빅.

유성은 즉각 모니터를 조작하여 화면을 크게 확대했다.

황당하게도, 저 운석의 내부는 비어 있는 공간이었다.

“설마.”

유성은 살짝 입을 벌렸다.

그는 눈앞의 광경을 잠시간 말없이 바라보았다.

큰 충격이 그를 강타한 탓이었다.

유성. 그가 이곳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할 이유가 없었다.

“이건 둥지다. 그것도 드라칸의.”

드라칸의 둥지.

틀림이 없었다.

바로 저것이야말로 우주 환경에서도 얼마든 생식과 생존이 가능한 존재들이기에 가능한 놈들의 둥지였다.

기이잉-.

유성은 즉시 EF-05를 움직였다.

기가스의 출력 무장이 푸른 불꽃을 뿜어내며 그곳으로 나아갔다.

온통 거미줄처럼 보이는 실로 감싸진 동굴.

그 내부로 진입한 그는 이마를 팍 찌푸렸다.

“젠장. 하필이면 여기에 드라칸의 둥지가 있을 줄이야.”

그것도 내부를 감싼 실들이 군데군데 끊어지고 먼지가 일어날 만큼 오래된 것으로 보였다.

‘어쩐지 드라칸들이 이 근방을 배회하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그러한 행동에 다 이유가 있었던 건가. 여기가 놈들의 둥지였어.’

물론 어느 정도 예상하고는 있었다.

정황 자체가 충분히 의심쩍긴 했다.

당장 그가 상대했던 두 마리의 드라칸.

이전에 놈들을 상대했을 당시, 녀석들에게서는 결코 접근을 허락하지 않으려는 무언의 의지를 느꼈었다.

거기에 왔던 방향으로 다시금 돌아가기까지 했으니 드라칸과의 전투라면 이골이 난 그가 알아차리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것만큼은 아니기만을 바랐었는데, 결국 불길한 생각은 들어맞는군.’

사람의 불길한 추측은 대체로 들어맞는다.

거기에는 분명한 나름의 이유가 있다.

이전에 쌓인 수많은 경험들과 본능적인 육체의 직감들. 전후 사정들과 적지 않은 경험이라는 충분한 근거가 더해지는 것을 바로 추측이라고 하기에, 대체로 들어맞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쿠웅. 쿵.

EF-05를 움직여 둥지의 안으로 걸음을 내딛는 유성의 눈은 주변을 조용히 살폈다.

둥지를 탐색하는 동안 드라칸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긴장을 놓지 않았다.

드라칸은 어디에라도 숨어 있을 수 있었다.

놈들은 은신을 통해서 레이더에조차 걸리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재수가 없으면 그대로 황천길을 갈 수도 있겠다 싶은 순간.

삑.

모니터 화면에 묘한 생체 신호가 잡혔다.

유성은 눈을 가늘게 뜨고 신호를 주시했다.

‘드라칸? 드라칸이 맞나? 하지만 이건…… 신호의 크기가 너무 작은데.’

의구심이 들었다.

드라칸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작은 생체 신호를 가지고 있었다.

가장 작은 사이즈를 가진 양산체라고 하기에도 뭣할 정도로 작은 수준이었다.

유성이 해당 생체 신호를 발산하는 장소에 도착하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곧 그는 신호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유성은 묘한 구체를 하나 발견했다.

기껏해야 자신의 주먹만 한 크기를 가진 구체.

“……이건 설마.”

화면을 조작해 해당 물체의 정체를 확인했다.

동그란 원형에 작은 크기. 이건 모를 수가 없는 형태다.

세상 모든 생명체가 그렇듯이, 우주 생명체인 드라칸 또한 이것만큼은 지구의 것과도 동일한 형태를 하고 있다.

유성은 이내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드라칸의 알?”

그 순간이었다.

쾅!!

요란한 굉음과 함께 둥지의 천장을 깨부수고 두 개의 인영이 나타났다.

천장이 무너져 내리며 운석 덩어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매캐한 흙먼지가 유성의 시야를 가렸다.

유성은 자신의 앞을 가린 두 형체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흙먼지 탓에 시야가 가렸지만, 그가 저 익숙한 체형을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두 상위체가 끝끝내 그를 쫓아온 것이었다.

[■■■!]

[■■■!]

“네놈들…….”

그는 대번에 놈들의 의도를 파악했다.

놈들은 알의 앞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저런 행동이 결코 우연적으로 일어날 확률은 많지 않다.

그러므로-.

“저 알을 지키는 거로군. 너희들.”

그제야 퍼즐이 모두 맞춰졌다.

이만한 크기를 가진 둥지.

그럼에도 둥지 어디에서 저 두 녀석을 제외하고는 단 하나의 드라칸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둥지에 매캐하게 흩날리는 먼지를 통해 쉽사리 유추가 가능했다.

‘아마도 이곳의 주인이었던 여왕은 오래 전에 죽었거나, 이곳을 떠났던 것일 테지. 그 결과 남아있게 된 것은 저 알과 두 드라칸뿐이었을 거고.’

사실 유성은 처음만 하더라도 그저 평범한 수준의 상위체일 줄로만 알았었다.

하지만 직접 상대한 직후에 바로 알아차렸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저 평범한 일개 상위체의 개체 따위가 아니었다.

놈들의 갑각질 표면에는 여기저기 긁히고 떼인 흔적들이 있었다.

상당히 오래되었다는, 나이를 먹었다는 흔적인 것.

놈들은, 통상의 상위체 수준을 한참이나 벗어난 녀석들이었다.

상위체라는 단계 자체가 강력한 수준이라는 것임을 감안하더라도, 단순히 상위체라고만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만큼이나 강한 개체들이란 의미였다.

강하며, 빠르고, 또한 경험이 풍부하기 그지없었다.

두 드라칸들은 긴 시간 동안 이곳 둥지를 지켜왔다.

그것도 제 자신들의 갑각질 표면이 풍화될 만큼이나 긴 시간 동안 말이다.

그렇게나 신경을 써가면서 놈들이 지키는 것이.

결코 평범한 종류의 것일 리가 없다.

드라칸 놈들에게 중요한 것은 오로지 여왕의 안위뿐이다.

그를 위해서라면 동료들은 물론이고 제 자신들의 목숨조차도 얼마든지 내다 버리는 것들이었다.

무리 군체 생명체의 일원들이기 때문이다.

그러한 놈들이 지금 명백하게 저 뒤편을 가리듯이 선 채로 지키고 있었다.

그것도 침입자인 유성에게 이전 이상으로 분명한 적의를 드러내면서 말이다.

그렇다면-.

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론이 나왔다.

바로 놈들이 지키고 있는 저 드라칸의 알이.

그저 평범한 개체 따위가 아니라는 거다.

저것은 저놈들에게 있어, 오랜 시간 동안 온 신경을 다해 지켜왔을 정도로 소중한 것.

그렇다면 그 정답은.

‘오로지 하나뿐이로군. 저건 드라칸의 여왕체가 담긴 알이다.’

유성은 확신했다.

놈들의 기색으로부터 그러한 확신을 분명하게 내려주는 대답이 풀풀 풍겨왔다.

‘이놈들, 잔뜩 성질이 났군. 내가 여기에 침입한 게 그렇게도 문제였나?’

두 드라칸은 유성을 죽일 듯이 노려보며 사나운 살기를 풀풀 풍기고 있었다.

공기가 따끔따끔하게 내려앉은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전까지의 놈들은 저 정도로까지 격한 감정을 드러내진 않았었다.

그저 그 이상 다가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선 정도에 불과했었다.

그런 놈들이 이렇게까지 돌변했다면.

‘한 번 제대로 해 보자, 이거지.’

유성은 의지를 다잡았다.

그의 눈이 새파란 안광과 더불어 분명한 적개심을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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