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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26화 (26/200)

26화. 습격, 흑백(黑白)의 드라칸(2)

쿠웅. 쿠구궁.

눈을 감고 있던 그의 귓가에 희미한 소음이 들려왔다.

폭음과 통신이 한데 뒤섞여 소란스러웠다.

쿠구궁-!

[막아! 드라칸의 접근을 막아야 한다!]

[탄을 전방위로 흩뿌려서 드라칸의 접근을 막아라! 탄막을 함선의 주위로 넓게 펼쳐!]

[유성 생도와 라피스 생도를 보호해라! 둘이 당하면 끝장이다!]

“…….”

유성의 의식은 흐렸다.

마치 꿈을 꾸듯이 정신이 멍했다.

전신이 그의 통제를 벗어난 듯이 움직이지 않았으며, 그는 언제라도 눈을 감을 듯 졸렸다.

‘이건……?’

가늘게 뜬 두 눈은 마치 안개가 낀 듯이 흐릿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라피스가 공격을 받고 튕겨 나갔던 장면을 스치듯 떠올렸다.

‘라피, 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유성은, 방금 자신이 드라칸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꿈틀.

그는 손발을 미약하게 꿈틀거렸다.

마치 전기 신호를 흘려보내듯, 손과 발의 끝부분에 마력을 흘려보내었다.

그러자 조금씩 그의 몸 끝부분의 주도권이 다시금 그에게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크, 으……!”

그는 가까스로 밑바닥까지 침잠하여 가라앉았던 의식을 위로 끌어 올리는 데에 성공했다.

동시에 의식이 돌아오자, 다시금 가슴팍을 옥죄이는 듯한 뻐근함이 느껴졌다.

아까 전의 충격이 여전히 잔존해 있던 것이었다.

유성은 대충 자신의 몸 상태를 짐작해 내었다.

‘갈비뼈가 한두 개쯤 나간 것 같지만, 지금 상황에서 거기에 신경 쓸 틈 따위는 없어.’

정신을 차린 그의 시야에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가 보였다.

함선 메티스로부터 쏟아지는 무수한 탄이 드라칸의 접근을 막아내고 있었다.

삑.

모니터를 통해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드라칸의 모습이 포착되었다.

놈의 형태는 특이했다.

백색의 신체에 두 팔다리가 달린 인간형의 드라칸이었다.

“……!”

그것을 확인한 유성의 얼굴이 굳었다.

“인간형 드라칸!”

거기까지 알아낸 이상 놈의 등급은 명확해 보였다.

양산체와 전투체를 분명하게 넘어선 수준이다.

저건 무려 그보다 윗줄의 단계에 속한 ‘상위체’ 단계에 들어선 놈이었다.

심지어 놈은 하나가 아니었다.

저 백색 일색을 한 드라칸의 뒤에서 흑색(黑色)의 드라칸이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

두 마리의 드라칸이 그림자처럼 서로 함께 행동하고 있다. 서로 겹치기라도 한 것처럼.

마치 한 몸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말이다.

즉. 상위체의 드라칸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둘이었다.

그런 그의 음성을 들었던 것인지, 오퍼레이터가 말을 걸어왔다.

[유성 생도! 유성 생도, 깨어났습니까!]

들려오는 오퍼레이터의 음성에 유성이 답했다.

“네. 라피스가 탄 EF-05는 어디에 있습니까. 시야에 보이질 않습니다.”

[라피스의 위치는 현재 당신의 뒤편, 200여 미터 거리에 떨어져 있습니다.]

‘뒤쪽인가.’

시점을 돌려보니 그녀가 어디 있는지 찾을 수 있었다.

그는 여전히 조금 흐릿한 눈에 마력을 보탰다.

각막이 새파란 안광을 뿜어냈다 꺼지길 반복하며 시력이 회복되었다.

‘왼쪽 눈의 시야가 좋질 않아.’

무엇인가 안구에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눈두덩이가 불에 달구기라도 한 듯 뜨겁다.

어쩌면 안구의 안쪽에 출혈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는 눈에서 흘러내리는 불쾌한 체액의 감각을 느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그런 것을 따질 수만도 없는 일이었다.

그는 흐릿한 시야의 거슬림을 무시하곤 물었다.

“드라칸은 모두 몇 마리나 나타났습니까.”

[현재 확인한 수는 오로지 두 마리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그 외에 더 있을 수도 있…….]

“알겠습니다.”

오퍼레이터의 말을 자른 유성의 기가스가 푸른빛과 함께 쏘아지듯 날아갔다.

드라칸 놈들은 함선 메티스를 표적으로 삼은 듯했다.

함선 메티스에서는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포격을 내뿜고 있었으나, 녀석들은 한 줄기의 선이 되어 민첩하게 공격들을 피해 내고 있었다.

‘인간형의 상위체 드라칸. 심지어 그런 괴물 놈이 하나도 아니고 무려 둘씩이나 된다는 말이지.’

함선의 포격을 여유롭게 회피할 정도의 괴물들.

어마어마한 추진 속도였다.

쏟아지는 포격의 물량 탓에 함선에 직접적으로 접근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지금의 상황만으로도 지극히 위협적이다.

삑.

모니터를 통해 놈들의 모습을 확대했다.

놈들의 생김새는 상당히 특이했다.

이제껏 보지 못한 완벽한 인간형의 생김새.

각각 백색과 흑색의 갑각을 지닌 놈들로, 등갑에는 마치 거대한 대검을 연상케 하는 무언가를 장착하고 있었다.

그 대검으로부터,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푸른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기가스의 제트팩과 같이 말이다.

유성은 그것이야말로 바로 놈들의 압도적인 속도를 돕는 기관임을 알아차렸다.

‘드라칸이라기보다는 흡사 제트기와 비슷하군. 저 대검과 같이 생긴 것이 놈들의 스피드를 가속시킨다. 일종의 추진 기관.’

그는 이를 갈았다.

“젠장, 하필 튀어나와도 지금 이 시점에 이런 놈이 튀어나온다니?”

이럴 줄 알았다면 구태여 훈련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게 오히려 치명적인 결점이 되어 버렸다.

“젠장!”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해 봐야 늦었다.

이미 상황은 벌어졌고, 그것은 현재진행형으로 진행되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하필 놈들이 지금 이 순간에 튀어나올 것이라고 예상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것도 훈련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것은 그저.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었다.

놈들은 라피스가 있는 방향을 향해 조금씩 접근하고 있었다.

당장은 함선 메티스의 포격을 피해 내느라 무리였지만, 이대로 두면 분명하게 당할 터였다.

때문에 유성은 제 자신의 위험조차도 감내하고 놈들에게 사격을 날렸다.

[■■■?]

두 드라칸의 고개가 일제히 유성에게로 돌아갔다.

주의가 그에게로 향했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유성이 바라던 바였다.

“그래! 내 쪽을 봐라, 이 망할 자식들아!”

[■■■■!]

뭐라 뭐라 말하던 놈들의 등 부분에서 짙은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 직후, 마치 쏘아지기라도 하듯 놈들이 유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고속으로 접근하던 놈들이 양손을 세웠다. 새파란 빛이 뿜어져 나왔다.

마력을 손톱처럼 죽 길게 뽑아낸 것이었다.

유성의 초진동검이 불을 뿜었다.

쩡-!

유성의 마력과 놈들의 마력이 맞부딪히며 원 모양의 마력 파동이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크……!”

두 드라칸과 하나의 기가스가 서로 뒤얽혔다.

마력과 마력, 서로의 기운이 맞부딪히며 새파란 반발이 일어났다.

기가스의 기체 전체가 떨릴 정도의 반발력이었다.

‘이런 괴물 자식들이!’

쩡-!

두 드라칸과 하나의 기가스가 서로 뒤얽혔다.

그들이 접전을 이룸과 함께, 함선 메티스에서 빗발치던 포화가 뚝 끊겼다.

유성 쪽으로의 오인 사격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돌겠군!’

유성은 이를 악물면서도 놈을 맞상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놈들은 압도적으로 재빨랐다.

중량화를 한 탓에, 느리고 무거워진 스크래퍼로는 따라가기조차 벅찼다.

등에 달린 저 거대한 대검이 놈의 압도적인 속도를 더해 주고 있었다.

대검의 형태를 한 저것이 강렬한 불을 뿜어낼 때마다 녀석은 마치 점멸이라도 하듯 급가속을 했다.

“메티스!”

그는 눈앞의 상대에게만 집중한 채로 등 뒤의 함선 메티스에 통신을 전했다.

“지금 라피스를 데려가십시오!”

라피스, 그녀를 회수하려면 적기는 지금뿐이었다.

유성은 드라칸을 오래 붙들고 있지 못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기가스 자체의 성능이 드라칸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가 탄 기가스, 스크래퍼는 어디까지나 포격을 위해 개조된 무장이었다.

그렇기에 근접전에선 최악의 성능을 가진다고 할 수 있었다.

이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단순한 시간 벌이에 불과했다.

‘젠장, 하다못해 무장만 덜 붙어 있으면 좋겠지만!’

무장이 무겁다, 복잡하다.

단순히 그 정도 수준의 제약이 아니었다.

그가 초진동검을 휘두르기조차 거슬릴 정도로 무장이 빼곡하게 탑재된 탓에, 오히려 무장의 존재 자체가 방해될 정도였다.

검을 휘두르는 각도가 제한되었다.

사실상 오로지 원거리전만을 상정한 기체였던 탓에, 검을 휘두를 정도의 움직일 각도조차도 확보하질 못했다.

하지만 유성은 놈들에게 단 한 번의 원거리 공격조차 날리지 못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잘못했다가 놈들이 내 공격을 의식해서 거리를 벌리기라도 했다간 끝장이다. 만에 하나라도 놈들의 시선이 라피스에게 향하기라도 했다간-.’

그러니 철저하게 근접전을 고집해야 했다. 놈들의 시선이 오로지 그 하나에게만 향하도록 말이다.

아이러니가 따로 없었다.

원거리전을 상정해 개조했던 기가스를 가지고 근접전을 해야만 한다니.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상황이 그러했으므로.

쩌저정-!

놈들의 대검이 그 크기가 무색하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유성을 노렸다.

유성은 이를 악물고 그 공격을 죄다 받아냈다.

공격이 벅찼다.

가뜩이나 쉽지 않은 녀석들인데, 합공이 장난이 아니었다.

둘이서 한 몸처럼 움직였다. 마치 인간의 합격술을 보기라도 하는 것만 같았다.

그 말의 의미는 간단했다.

‘이놈들. 자신들보다 터무니없이 강한 수준의 강자를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 심지어 검을 휘두르고 난 직후의 빈틈을 서로가 보완해 주고 있어. 지능마저 터무니없이 뛰어나다는 거다.’

상황은 최악이었다.

마나마저 빠른 속도로 바닥이 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떨어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라피스가 탄 EF-05는 아직까지 함선 메티스에 의해 인양되고 있었다.

‘내가 떨어지면 이놈들의 시야는 라피스에게로 향할 거야. 최소한 당할 때 당하더라도 라피스가 구조되는 시점, 그때까지는 버텨내야 해.’

그가 드라칸을 놓치면 그 피해는 온전히 다른 이들이 감당해 내야 했다.

일단 기절한 라피스는 죽는다. 그것도 분명하게 확신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반드시 놈을 이 자리에 붙들어 매야 했다.

그는 고조된 위기감을 느꼈다.

‘망할 자식들 같으니. 재수 없다간 고작 상위체를 상대로 죽어 버리겠…… 군!’

놈들과 맞붙자 대기가 웅- 떨려왔다.

접전하는 순간의 충격파만으로 의식이 흐릿해졌다.

비록 기가스 안에 있기에 충격이 완화된다고는 하나, 순간의 충돌 데미지 하나하나가 죄다 일반인이라면 최소 실신 이상이다.

고막이 터지고 살이 찢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이었다.

그러한 접전을 잠깐 사이에 벌써 수십 합 이상을 나누었다.

‘큭, 의…… 식이 끊…….’

이미 의식이 중간중간, 마치 실이 끊어지듯 끊겼다.

훈련을 하면서 마력을 진작 소모했던 탓에, 육체 전반에 고루 배분할 마력 따위는 남지도 않았다.

그로 인하여 마력의 대부분을 검격에 온전히 집중해야만 했다.

신체를 보호한답시고 마력을 군데군데 퍼뜨릴 여력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놈과의 전투에서 생겨나는 기체의 충격. 그리고 쏟아지는 순간순간의 압력과 현기증.

그 모두를 온전히 맨몸으로 받아 내야만 한다는 의미였다.

[유성! 라피스 생도를 메티스로 인양했습니다!]

그때 드디어 기다리던 통신이 들려왔다.

일 분도 채 되지 않는 접전이었지만, 체감 시간은 그보다도 압도적으로 길었다.

그때까지 줄곧 피 말리는 순간순간이 계속되었던 탓이었다.

이제껏 줄곧 인내해 오던 유성은 칼처럼 반응했다.

‘라피스가 안전하다면 이 이상 나도 사정 봐줘 가며 싸울 필요가 없지.’

기잉-!

스크래퍼의 가슴팍에 달려있던 두 개의 포문이 드라칸 놈들을 노렸다.

[■■■?]

이전까진 스크래퍼로 단 한 번도 보인 적이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 때문에 의아한 듯 놈들이 잠시 멈칫한 순간.

유성이 사납게 읊조렸다.

“죽어라, 괴물 새끼들.”

포문이 불을 뿜었다.

초근거리에서 쏘아진 탄환이 놈들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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