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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24화 (24/200)

24화. 기가스 테스트(3)

“그럼, 테스트 기동에 들어가 보도록 할까!”

테스트는 곧장 시작되었다.

치프의 주도하에, 작업은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어차피 한창 마무리 단계였기에 오랜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때문에 멀어지는 엔지니어들을 뒤로하고, 라피스는 스크래퍼에 올라섰다.

라피스는 스크래퍼의 조종석에 탄 이후의 첫 소감을 중얼거렸다.

“뭐랄까, 이미 스크래퍼가 아닌 느낌인데? 시야 높이도 훨씬 높아졌고, 기가스 자체도 뭔가 묵직해졌어.”

[……그런 소리는 말아줄래, 라피스.]

“어, 미안. 유성. 들렸어?”

[……그래.]

아무래도 라피스의 중얼거림이 통신으로 모두 들렸던 모양이었다.

조금 가라앉은 기색의 유성의 음성에, 그녀는 황급히 사과했다.

그의 목소리는 그리 탐탁지 않아 보였다.

하긴 당연하다면 당연할 터였다.

어느 누가 저런 소리를 듣고 좋아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금세 그러한 기색을 떨쳐버린 듯, 유성이 말했다.

[라피스. 간단하게 한 번 뛰어볼래?]

“어…….”

잠시 대답을 흐리던 라피스가 곧 망설이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나저나 기가스가 여길 뛰어다니면 충격이 말이 아닐 건데. 괜찮을까?”

[괜찮아. 격납고는 기가스가 돌아다닐 것을 전제로 만들어졌으니까. 게다가 이곳은 중력도 거의 없지. 그러니 기가스가 조금 움직여도 격납고는 문제가 없어. 너도 들어오면서 느꼈잖아? 여긴 거의 무중력 공간이나 다름없다고.]

격납고는 중력이랄 게 거의 없었다.

거의 무중력 공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함선의 각 구역과 구역은 그 중요도와 사람들의 활동에 따라 정상적인 수준의 중력이 미치거나 혹은 그보다 낮은 수준의 중력이 존재하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격납고의 중력은 거의 작용하지 않는 편이었다.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필요에 의해 약간의 수준만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전력 질주를 하라는 건 아니야. 단순히 조금 빠르게 걷는다는 생각으로 움직여봐.]

“알았어.”

대답과 함께 스크래퍼가 크게 한 발을 내뻗었다.

순간 스크래퍼의 동체가 갸우뚱했다.

쿠우웅-.

라피스는 순간적으로 무릎을 굽혀 넘어지는 것만큼은 방지했다.

그녀의 미숙한 조종으로 인해 기가스가 비틀거리자 굉음이 격납고 내에 진동하듯 울렸다.

“읏. 기체가 무거워.”

라피스는 옅게 미간을 찌푸렸다.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한 탓이었다.

이것은 이전까지의 스크래퍼를 움직이는 느낌이 아니었다.

흡사 무거운 쇳덩이를 온몸에 매단 느낌이었다.

그녀는 원래 배분하던 만큼의 마나량을 사용해선, 스크래퍼를 움직일 수가 없음을 깨달았다.

“마력을 좀 더…….”

스크래퍼의 안광에서 보다 강렬한 푸른빛이 번뜩였다.

평소보다도 유난히 짙은 마력이 연기처럼 안광을 타고 연기처럼 피어올랐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유성이 말을 건네었다.

[라피스. 마나가 너무 많이 들고 있어, 좀 줄여.]

“말이야 쉽지…… 만! 웃!”

쿠웅!

다시 한번 스크래퍼가 휘청거렸다.

[처참하군.]

다시 한번 바닥과 몸을 나란히 할 뻔한 스크래퍼의 모습에, 유성이 말했다.

라피스는 제대로 몸조차 가누고 있지 못했다.

이유는 워낙에 무장을 덕지덕지 끼얹은 탓이었다.

이건 기가스가 아니라 차라리 다리가 달려서 움직이는 대포에 가까운 것이었다.

그것도 온갖 구구절절한 총기를 군데군데 때려 박은 초중량의 대포.

라피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 이거 기체가 너무 무거운데? 납덩이같아.”

[적응해라, 라피스.]

그때 옆에 있던 엔지니어, 치프가 말을 보탰다.

[원래 지금은 좀 어려울 거다. 워낙에 기가스 자체의 운동 성능이 빈약한 탓에 아예 그걸 다 때려치우고 화력으로 때우려다 보니 어쩔 수가 없었거든.]

그러한 라피스의 통신을 타고 유성과 치프 사이의 대화가 들려왔다.

[라피스가 생각 이상으로 조종에 어려움을 겪는 듯하군요.]

[그럴 수밖에. 저건 기가스를 갓 탄 애송이가 조종하기엔 장난 아니게 어려울 거야. 제아무리 중력이 거의 없다지만, 그건 분명하지. 저걸 별 무리 없이 움직이려면 적어도 숙련자급은 되어야겠지.]

[확실히. 라피스는 이제 겨우 초보 파일럿 수준에 불과하긴 하죠.]

[그래. 아주 정확한 표현이구나, 유성.]

“……이익.”

그 말에 라피스가 이를 악물었다.

물론 그녀의 반응은 이해할 만한 종류의 것이었다.

뻔히 통신을 켜두고 온갖 신랄한 비판을 대놓고 듣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불과 삼 일 전. 콜로니가 멀쩡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라피스의 대우는 남달랐다.

그녀는 이제껏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아왔던 생도였다.

그런데 불과 그러한 대우가 삼 일 만에 역변해 버렸으니.

기대주였던 예비 기가스 파일럿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이제는 처참한 평가만 받는 초짜 파일럿 신세가 되었다.

라피스의 입장에서 저런 얘기를 듣고 있자면 속이 팍 상해 버릴 만도 했다.

그러고는 결국.

유성의 조언은 라피스의 인내심을 넘게 만들었다.

[라피스. 좀 더 빨리 움직여 봐. 조금만 신경 쓰면 될 것도 같은데.]

“아, 몰라! 다물어!”

결국 거듭되는 유성의 재촉에 열불이 뻗친 라피스가 홧김에 통신을 닫아 버렸다.

* * *

“통신 끌 거야! 말 걸지 마!”

인내심이 한계에 달한 라피스는 통신을 닫았다.

그러더니 저 혼자 스크래퍼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크래퍼가 한 발 한 발 비틀거리면서도 움직였다.

“…….”

그 모습을 보며, 유성은 잠시 눈을 깜빡였다.

그는 저도 모르게 옆에 있던 치프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둘은 서로 시선이 마주쳤다.

치프가 의아해서 물었다.

“저 라피스라는 아이, 왜 저러는 건가, 유성?”

“좀 화가 난 것 같은데요. 저희가 너무 뭐라고 했나 봅니다.”

치프와 유성은 둘 다 무심하며 눈치도 없는 편이지만, 그 정도는 그나마 유성 쪽이 나은 편이었다. 최소한 그는 타인의 기분 정도는 신경 쓸 줄 알았다.

그의 말에 치프는 반쯤 벗겨진 머리를 벅벅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흠. 너무 몰아붙였나?”

“생각해보니 열을 받을 만하긴 했습니다.”

“그래?”

치프는 의아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유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래 보여도 사실 라피스는 아카데미에서 언제나 1위였었거든요. 재능이 뛰어난 탓이었죠. 모두가 항상 감탄을 할 정도로 말입니다.”

“흠, 그래? 내가 보기에는 그저 다른 초보 파일럿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이는데 말이지. 오히려 좀 더 기량이 떨어지는 것 같기도-,”

쿵-!

그때, 스크래퍼가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마치 화라도 난 것처럼 난폭하게.

그러더니 고개가 천천히 유성과 치프, 둘을 향해 돌아갔다.

스크래퍼의 안광이 서늘하게 불을 뿜었다.

조종석에 탄 라피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

“…….”

“…….”

둘은 저도 모르게 입을 다물었다.

이번만큼은 눈치가 없는 치프라도 알았다.

스크래퍼로부터 아주 강렬한 위협을 느꼈다. 분명히.

아무래도, 지금 그들의 대화 내용은 낱낱이 모두 들린 모양이었다.

* * *

치프는 비틀거리는 스크래퍼의 모습에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그나저나 제대로 움직이지조차 못하는 건가.”

물론 이해를 못 할 것은 아니었다.

지금의 스크래퍼는 너무도 중량이 무거워진 탓이었다.

유성 역시 직접 타 보진 않았지만 지금 그녀가 느끼고 있을 무거움이 익히 느껴졌다.

덩치부터가 이전에 비해 한참이나 차이가 나 보였다.

허용하는 중량의 한계치까지 무장을 최대한으로 실었던 탓이었다.

기가스의 관절에서 무리한 중량으로 인해 삐거덕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유성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사실상 단순한 전투용 기가스라기보단 움직이는 포탑이라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지.’

척 보기에도 장점보다는 단점투성이의 기가스가 되어 버렸다.

이런 기가스로는 근접전은 절대로 무리일 터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나마 치프가 이런 식으로 장비를 죄다 실었던 것.

그 이유는 분명 존재했다.

유성은 그 속내를 쉽게 짐작했다.

‘라피스의 실력 자체가 다른 파일럿들에 비해 떨어지니 어쩔 수 없겠지. 온갖 단점투성이의 초짜 파일럿에게는 차라리 단 하나의 장점만을 극대화하는 게 낫다. 지금처럼 완벽한 원거리형 기가스로 개조해서 오로지 원거리전 하나만을 상정한 전투에 투입되는 게 라피스 본인에게도 더 쉬울 거야.’

근거리와 원거리 상황 모두를 신경 쓰기보다 오로지 원거리형의 기가스로 개조하여 하나의 상황만을 신경 쓰는 게 라피스에게는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준이 낮은 그녀는 아직 근접전을 치를 만한 능력이 달렸다.

그렇다면 차라리, 원거리전 하나에만 집중하는 편이 낫다.

“아무래도 따로 훈련이 필요하겠는데, 이거.”

“치프.”

“그래. 말해라.”

유성은 치프를 향해 말했다.

“잠시 사출로를 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출로? 그건 또 왜?”

의문을 표하는 치프에게, 유성은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아무래도, 라피스에게는 따로 훈련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보다는 차라리 중력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의 훈련이 더 나을 듯싶습니다만.”

“흠…… 훈련이라.”

그 말에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치프가 대답했다.

“일단은 부함장에게 보고부터 해야 할 것 같군. 이건 나 혼자서 결정해도 될 일이 아니니.”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즉시, 천장의 스피커에서부터 음성이 들려왔다.

[허가하지.]

익숙한 음성이다.

아스트라 부함장의 목소리였다.

‘진작부터 지켜보고 있었던 거로군. 물론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아무래도, 통제실의 인원들은 진작부터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다른 무엇도 아니고, 정식 허가를 받지 않은 일개 생도 둘이 함내에서 기가스를 움직이고 있었으니까.

모니터링 정도는 당연한 과정이었을 것이다.

* * *

훈련이 승낙되었다.

그 결과.

기가스 스크래퍼 그리고 EF-05가 차례로 사출로에 섰다.

[사출로 레디. 셋(Set).]

[진로 이상 무. 클리어.]

[사출 세팅 올 클리어(All Clear).]

콰앙!

사출로에 선 기가스, 스크래퍼와 EF-05는 마치 탄환을 연상할 만큼이나 차례로 빠르게 쏘아졌다.

순식간에 우주 공간으로 쏘아지듯 나아갔다.

“후-.”

조종간을 붙잡고 있던 유성이 등받이에 기대고는 긴 한숨을 토해내었다.

역시 사출되는 순간의 압박감은 여전했다.

아직까지도 그에게는 버거운 과정이다.

‘빨리 능력이 성장해야 할 텐데 말이지.’

사출로는 기가스를 대포처럼 쏘아 우주 공간으로 날려 보내는 역할을 했다.

당연히 그 순간의 압박감은 말로 표현될 게 아니었다.

온몸을 짓누를 듯 묵직했다.

[유성!]

그때 라피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의 음성에는 힘겨운 기색조차 없었다. 멀쩡하다는 의미다.

정작 유성조차 힘겨웠던 그 압박을 받고서 말이다.

그는 금세 이유를 알았다.

‘워낙에 마나량이 많으니까 그런 건가.’

마나의 양은 타고난 체질과 단련한 시간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가장 결정적인 것은, 바로 그릇의 차이였다.

‘그런 면에서 라피스는 내가 보아왔던 마나 사용자들 중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그릇 자체가 크다.’

어린 시절에 마나 능력을 각성한 이후로 줄곧 단련해왔던 라피스이니 마나량이 압도적일 것은 당연했다.

거기다 라피스는 원래부터 마나량에 있어 타고났다는 소릴 들어왔다.

꾸준한 단련까지 해왔으므로, 그릇은 계속해서 성장했다.

굳이 따지자면 라피스의 가장 큰 장점은 기가스에 대한 재능도, 전투를 이어가는 재능도 아니었다.

타고난 마력 용량 자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스크래퍼에 마나탄을 쏘는 포대를 달아 원거리형으로 개조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애당초 라피스는 유성 그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다른 방향의 소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라피스가 입을 열었다.

EF-05에 탑승한 그녀가, 유성의 스크래퍼를 응시하며 물었다.

[오늘은 아예 정식으로 훈련을 하기라도 하려고?]

“그래. 일종의 모의전인 셈이지.”

유성은 가감 없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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