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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23화 (23/200)

23화. 기가스 테스트(2)

“어이! 거기 빠릿빠릿하게 움직여! 그래가지고 오늘 내로 일이나 끝낼 수 있겠어?”

“젠장, 치프! 그럴 거면 잔소리만 하지 말고 직접 움직여요!”

“다물어!”

그들의 말다툼과 작업을 그저 허망하게 바라보던 유성은.

‘이런 망할.’

돌연 인상을 팍 구겨 버렸다.

이 망할 기가스 엔지니어라는 족속들이 그의 기가스를 제멋대로 개조하고 있었다.

그것도 지금 이 순간, 바로 눈앞에서 말이다.

현재 진행형으로 한창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자니, 허탈감이 일었다.

‘제 자식을 잃는 듯한 기분이 바로 이런 건가.’

처참하기 짝이 없는 기분이다.

흡사 아끼던 보물이 와장창 박살 난 듯했다.

삑.

유성은 홧김에 곧장 자신의 외투에 걸린 호출 버튼을 눌렀다.

일전에 부함장이 언제고 자신을 부르라며 넘긴 것이었다.

버튼을 누르자마자, 부함장 아스트라의 음성이 날아들었다.

[왜 그러지, 유성?]

“부함장님. 궁금한 게 있습니다만.”

[……뭐지? 말하게나.]

유성의 낮은 음성으로부터 저기압임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되묻는 부함장의 물음이 조심스러워졌다.

“혹시, 제 기가스를 개조하라고 허락하셨습니까?”

[그러지는 않았네만…… 혹,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게 맞나?]

“맞습니다.”

[…….]

부함장 아스트라는 이후로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렇게 수초가 지나서야, 그는 대답했다.

[지금 바로 가겠네. 금방 갈 테니, 아주 잠시만 기다려주게. 정말로 잠깐이면 되네.]

부함장 아스트라는 어찌나 급했던지 외투조차 걸치지 않은 채로 달려왔다.

정말로 미리 말했던 것처럼 금방이었다.

불과 이삼 분 만에 도착했다.

“이, 이게 무슨?”

아스트라는 유성의 표정과 저 멀리 보이는 스크래퍼의 개조 작업을 번갈아 보았다.

사태는 금세 인지한 듯했다.

꿀꺽.

아스트라 부함장은 마른침을 삼켰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는 황급히 저 멀리서 작업을 총괄 중이던 중년의 엔지니어에게로 달려갔다.

그러더니 엔지니어를 향해 버럭 소리쳤다.

“치프!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엉? 아스트라, 자네가 웬일인가.”

태연하게 대답을 받는 엔지니어는 이미 유성과도 일면식이 있는 이였다.

이틀 전 드라칸과의 출격 때 이미 말을 함께 나눴던 중년의 남자였다.

부함장 아스트라는 손을 들어 스크래퍼를 가리키더니 다급히 말했다.

“제가 분명 이건 건드리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치프!”

하지만 이어지는 엔지니어의 대답은 가관이었다.

“어차피 무슨 일이 벌어지건 이전의 스크래퍼로는 못 버틴다고. 당장 저기 서 있는 라피스란 애가 그걸 증명했잖아? 이런 상황에서 드라칸이라도 쳐들어오면 어쩔 거야.”

“그, 건 그렇습니다만. 그래도 이건 당사자에게 허락을 맡아야 하는 게 아닙니까? 이건 주인이 있는 물건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이런 망할.”

그 말에 엔지니어는 짜증스럽게 귀를 후볐다.

“이틀 내내 주인이 잠에 들어 있는데 내가 그것만 기다려야 해? 그리고 드라칸이 언제 또다시 쳐들어올지 모르니 미리 무기를 만들라고 한 건 부함장 자네잖아?”

“그건 맞습니다만, 저건 건들면 안 되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딴 게 여기에 뭐가 있어? 뭐라도 좋으니 전투 상황에서 쓸 만한 걸 만들라던 건 자네가 아닌가?”

부함장과 엔지니어. 둘은 서로를 향해 반박했다.

왜 하필 이것을 건드리냐고 소리치는 아스트라 부함장과, 그런 그의 명령에 따랐어도 뭐라 한다며 성질이 난 엔지니어.

‘그렇군.’

둘의 다툼을 듣던 유성은 금세 상황을 인지했다.

아무래도, 이미 부함장 아스트라는 스크래퍼를 건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모양이었다.

‘다만 그러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저 엔지니어는 제멋대로 개조를 시작했던 건가.’

유성은 참담함에 자신도 모르게 다시금 눈을 감았다.

애초에 잘못의 소재부터가 틀렸었다.

부함장 아스트라는 현 상황의 타개책을 요구했고, 엔지니어는 그에 따랐을 뿐이다.

둘은 서로가 필요한 요구를 했고, 행동했다.

단지 그 내용이 제대로 전달이 되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건 누구를 탓하기가 힘들다.

‘……처참한 기분이로군.’

“유, 유성?”

라피스 또한 그저 조용히 그의 눈치만 살필 뿐이었다.

치프 엔지니어는 인상을 확 구겼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널브러진 고철 깡통을 퍽 걷어찼다.

“망할. 이럴 거면 뭐라도 좀 만들어달라는 그런 부탁은 왜 했던 거야? 여기서 만들 만한 게 이 스크래퍼라는 기가스 말고 또 뭐가 있어? 기껏 부탁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었더니, 칭찬은 못 해줄지언정 욕만 처먹는군!”

“…….”

부함장 아스트라는 엔지니어의 반박에 입을 다물었다.

그는 곧 삐걱거리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그저 말없이 눈을 감고 있는 유성이 있었다.

“…….”

유성은 조용했다.

그저 눈을 감고,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든 채, 말없이 서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초탈해보이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곧 유성이 눈을 떴다.

언뜻 무심해 보이기도 할 정도의 그는, 곧 말문을 열었다.

“괜찮, 습니다. 정말로 괜, 찮아요.”

‘전혀 괜찮은 표정이 아닌데.’

대답하는 유성의 음성은 중간중간 말이 뚝뚝 끊어졌다.

얼핏 봐도 전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었다.

양팔도 가늘게 떨리는 게 감정을 억지로 추스르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이건 진짜 곤란하게 되었는데.’

부함장 아스트라는 속으로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당장 유성이 제 자신의 시퍼런 불꽃을 드러내며 위협을 한 게 어제의 일이었다.

그런데 불과 하루 만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아닐 수 없었다.

스크래퍼는 유성 그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만들어 내었던 것이라고 들었다.

한 귀에 대충만 들어도 유성이 스크래퍼에 가지고 있을 애정이 적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었다.

그의 첫 작품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 낸 완성품. 당연히 아낄 게 분명하다.

때문에 몇 번이나 부함장 아스트라는 엔지니어들에게 주의를 주었었다.

그런데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다니.

중간에 껴있는 아스트라만 난처하게 되었다.

그는 마른침을 삼켰다.

‘참으로 곤란하게 되었군. 내가 이럴 것 같아서 진작에 경고를 날려 주었더니, 누가 엔지니어 아니랄까 봐 이런 식으로 흘려듣는 건가.’

아스트라는 긴장한 표정으로 유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곧 유성은 쥐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그러곤 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후-. 이미 벌어진 상황인데 어쩌겠습니까.”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히려 잘 되었습니다. 이것으로 스크래퍼를 사용하게 될 라피스도 확실한 전력이 되겠죠.”

유성은 오히려 부함장 아스트라의 생각보다도 더욱 매끄러운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아스트라의 생각을 훨씬 뛰어넘은 종류의 것이었다.

유성은 한숨을 내쉬듯 말을 이었다.

“지금은 아직 ‘전시’이니까요. 비록 드라칸이 다시는 튀어나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을 수는 없겠죠.”

“이것 봐, 부함장. 저 유성이라는 아이도 괜찮다잖아. 오히려 낫다고까지 하는 걸 말이야.”

“…….”

그 말에 부함장 아스트라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치프를 노려봤다.

‘당신 눈에는 지금 유성이 괜찮아 보입니까? 빌어먹을, 입이나 열지 않으면 밉지나 않지.’

* * *

유성은 괜찮다기보다는 그저 묵묵히 인내한 것으로 보였다.

그는 인내심이 상당한 편이었다.

아스트라가 보기에는 치프라는 엔지니어와 유성, 어른과 아이의 성질이 서로 바뀐 것처럼 보였다.

아니, 분명 그래 보였다.

유성의 엄포를 들은 지 불과 하루가 막 지나간 참이었다.

그런데 벌써부터 이 사달을 내었으니.

아스트라로서는 골치만 아플 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유성이 얌전하다는 것이었다.

이내 감정을 푼 유성은 한숨 쉬듯 말했다.

“어쩔 수 없죠.”

부함장 아스트라는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얘기했다.

“미안하네, 유성 생도.”

“이미 벌어진 상황을 두고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는 힐끗 뒤쪽을 보았다.

아스트라 또한 그런 유성의 눈길을 따라가자 거기엔 익숙한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라피스가 타기에도 지금이 훨씬 나을 테고 말입니다.”

“으, 응?”

그제야 이때까지 한쪽에서 쥐 죽은 듯 상황만 지켜보고 있던 라피스의 음성이 들려왔다.

부함장 아스트라는 그제야 라피스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아, 이런. 라피스 생도도 있었나. 미안하네, 인사가 늦었군. 조금 정신머리가 없었어.”

라피스는 손사래를 쳤다.

“아, 아뇨. 괜찮아요. 부함장님.”

그만큼 부함장이 정신이 없었다는 의미였다.

하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응이었다.

당장 각성자가 길길이 날뛸지도 모를 거란 생각이 들 텐데 어떻게 다른 데에 눈이 들어올까.

“저걸 타 볼 순 있겠지, 지금?”

“어…….”

잠시 말을 흐리며 라피스의 눈동자가 굴렀다.

곧 그녀의 시선이 스크래퍼 쪽에서 멈췄다.

“지금? 스크래퍼에 타라고?”

“그래. 이왕 완성된 김에 아예 테스트를 해보는 것도 좋겠지.”

유성은 감정과는 별개로 해야 할 일에 충실한 성격이었다.

미련은 미련이고 해야 할 것은 해야 할 것이다.

이미 벌어진 것은 후회해 봐야 소용없다.

그러므로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라피스가 스크래퍼에 탔을 때의 생각이 그려졌다.

그는 담담히 생각을 이었다.

‘아직까지 기가스의 조종에 익숙지 않은 라피스이니 차라리 무작정 몸을 움직이던 이전보다는 지금의 기가스의 쪽이 더 나을 거다. 가까이서 싸울 필요도 없이 멀리서 포격만 날리면 될 테니 조종도 훨씬 더 쉬워지겠지.’

사실 객관적으로 놓고 보아, 이것은 그리 나쁘진 않은 전개였다.

그가 아끼던 스크래퍼가 역변해 버리고 말았다는 치명적인 단점만을 제외한다면 분명 필요한 과정이기는 했다.

이것으로 라피스는 분명한 전력이 되어 줄 터였다.

‘물론. 그것도 드라칸이 다시 등장할 때의 이야기지만.’

사실 유성은 이제 이 이상 드라칸이 나올 일은 없을 거라고 가정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 본인은.

제 자신을 단련하며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의 성장이 의미가 있을지.

그도 아니라면 의미가 없을지는.

아직까지는 유성 그 자신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었다.

“오호. 테스트라. 그거 꽤 괜찮은 생각이로군.”

엔지니어가 유성의 말을 맞받아쳤다.

그에 부함장 아스트라가 다시금 눈을 가늘게 뜨고 엔지니어 쪽을 응시했다.

‘당신은 좀 조용히 해주면 좋겠습니다만.’

하지만 그런 아스트라의 바람과는 무색하게도.

엔지니어는 타인을 신경 쓰는 인물이 아니었다.

“자, 그럼!”

짝!

양손을 맞부딪힌 엔지니어는 곧 손을 비비더니 말문을 열었다.

그는 유성과 라피스, 둘을 한 번씩 바라보고는 말했다.

“소개가 늦었다만, 난 치프라고 한다.”

그러한 소개와 함께, 그는 자신의 손을 내밀었다.

“너희 둘 다 한동안 잘 부탁한다고.”

유성은 자신을 치프라고 밝힌 엔지니어의 손을 맞잡았다.

“치프? 꽤 이상한 이름이로군요.”

“원래 본명은 따로 있다만, 이곳의 모두는 치프 엔지니어(Chief Engineer)라는 뜻에서 단순히 치프라고들 부르지. 나도 그쪽이 익숙하니까 그렇게 부르면 되네.”

“그렇습니까. 어쨌거나 저는 유성이라고 합니다.”

“저, 저는 라피스라고 합니다. 라피스 엘 바이어스예요.”

엔지니어 치프.

그리고 유성과 라피스.

이것이 그들 셋의 첫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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