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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4화 (14/200)

14화. 기가스 사출(1)

“그럼 묻도록 하지. 자네가 자신의 능력을 숨긴 이유는 무엇이지?”

첫 질문이란 것은, 상당히 뻔하다면 뻔한 내용의 것이었다.

그리고 이 자리가 마련된 본론이기도 했다.

그러했던 만큼, 물론 유성의 답변도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마 두 분 모두 짐작은 하시겠지만.”

그리고 그것은 그의 본심이기도 했다.

“저는 애초부터 제 능력이 밝혀지길 원치 않았습니다.”

“역시 그건가?”

“네. 밝혀지게 된다면 그 순간부터 어디에서든 항상 감시를 당할 테니까요.”

“그렇군.”

부함장 아스트라는 타당하다는 듯 두세 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곤 이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두 번째로-.”

잠시 문서를 내려다보던 부함장의 눈동자가 움직여 유성과 마주쳤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유성에게 물었다.

“분명 여기 기록들을 보면 가장 최근인 3개월 전까지의 기계 측정에서만 하더라도 분명 마나 사용자가 아닌 일반인으로 기록되어 있는데. 대체 측정 결과는 어떻게 회피한 거지?”

“…….”

유성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함장과 부함장, 그리고 그 밑의 다른 이들까지.

모두가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 전에 먼저 부탁드리죠.”

유성은 대답 대신, 주변의 군인과 장교를 응시했다.

그 무언의 행동에 부함장 아스트라는 의미를 단번에 알아들었다.

그는 주변의 군인들에게 바깥을 향해서 손짓했다.

“마나 사용자인 장교 셋을 제외하고는 다들 나가 있게.”

“하지만, 부함장님.”

그 말에 군인들이 아스트라를 쳐다보았다.

다들 그를 우려 섞인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괜찮다는 듯 설렁설렁 손을 휘저었다.

“괜찮아. 이 유성이라는 소년이 딴짓을 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으니. 위험하면 바로 호출하도록 하지.”

거기에 하나를 덧붙였다.

“물론, 나도 마나 사용자이니 만에 하나의 경우라도 잠시는 대처가 될 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인 군인들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열 명에 가까웠던 장교들마저 나가기 시작해, 통제실에 남은 것은 고작 다섯이 전부였다.

그 많던 인원이 모두 빠져나간 것이다.

“그보다도 한 가지. 물어볼 게 있습니다만.”

“음?”

“저를 구속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군요. 사실 그 정도의 처우 정도는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습니다만, 그러지 않는다는 게 의외라서.”

그것이 바로 유성 그의 관점에서 이해가 가지 않는 점이었다.

사실, 유성은 지금 당장 구속되어도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군법은 군법이다. 상황이 좋게 풀리더라도 위반 행위는 분명 중대했다.

그 말에는 함장 라프티리아가 직접 입을 열었다.

“굳이 말하자면, 우리 모두를 살려준 이에게 그래야만 할 이유를 못 느껴서겠지. 물론 여기서는 내가 총 책임자인 게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렇군요.”

유성은 곧 작게 웃었다.

역시 함선 메티스의 이들은 생각보다도 인도적인 모양이었다.

대우에서부터 느끼고 있던 것이었다.

말해 줄 이유로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상대가 존중하고 있다면, 자신도 그만한 성의는 보여야 했다.

“가능한 비밀로 해주셨으면 좋겠군요.”

“물론이지.”

부함장 아스트라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유성의 희미한 미소에 대답하듯 피식 웃었다.

“은인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정도의 필요는 못 느끼거든.”

곧 유성은 입을 열었다.

“사실 물음에 답하자면, 기계의 측정을 피한 것도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무슨 의미이지?”

“왜냐하면,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저는 일반인에 불과했으니까요.”

그 말에 모두의 안색이 굳는다.

그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일반인이 대체 어떻게 기가스를 조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그런 의문은 다음 문장에 의해 풀렸다.

“저는 제가 원한다면 언제고 마나 사용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단지, 능력을 각성하지 않았을 뿐이죠.”

“무슨……?”

“이해하지 못하셨습니까? 저는 바로 오늘에서야 능력을 각성했다는 말입니다. 그게 아니라면 평생 동안 능력을 각성하지 않은 채로 살았겠죠.”

“……!”

함장 라프티리아와 부함장 아스트라. 그리고 다른 세 명의 장교까지.

모두의 눈이 급속도로 커졌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의 상식을 파괴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있을 수 없는, 불가능한 내용이었다.

힘을 숨길 필요 따위는 없었다.

애당초, 그는 이날 이때까지도 힘을 가진 적 자체가 없었을 뿐이니까.

* * *

고오오오-.

같은 시각.

함선 메티스로부터 머지않은 거리에 위치한 소행성.

약 백여 마리로 이루어진 드라칸 무리가 있었다.

마치 벌 떼처럼 빼곡하게 소행성에 달라붙어 있는 드라칸의 무리.

그들은 아주 작은 규모의 드라칸 무리였다.

[■■■■.]

십여 미터가 남짓한 덩치의 작은 여왕.

여왕은 어째서인지 전신에 옅은 상처들로 가득했다.

마치 한창 싸우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약해진 여왕의 모습에 무리의 드라칸들은 신경이 몹시도 날카로워져 있었다.

마치 바짝 날이 선 듯한 기세로 주위에의 경계에 쉴 틈이 없었다.

더듬이를 세우고 근방의 우주를 살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무리가 공격이라도 했다간, 손쓸 도리도 없이 그대로 당할 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드라칸들은 각각의 무리가 존재한다.

저마다의 무리에 각각의 여왕이 존재하며, 마치 개미들의 사회처럼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다.

강한 무리는 약한 무리에 짓밟힌다.

서로의 여왕을 노리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여왕이 다른 여왕 개체를 잡아먹으면, 더더욱 강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무리 간의 전쟁은 끊임이 없다.

지금 이곳에 모인 드라칸들도 그러한 이유로 인해 이곳까지 내몰린 상태였다.

다른 강력한 여왕 무리에 쫓겨 도망친 무리였다.

그 과정에서 여왕이 크게 다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들이 원래 머물던 곳으로부터 한창 떨어진, 어딘지도 모르는 우주의 변방이었다.

드라칸 무리의 경계심이 극에 달하는 것도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던 와중.

저 멀리 우주의 저편에서, 거대한 함선 메티스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

[■■■!]

잔뜩 흥분한 드라칸들은 곧장 마력을 끌어 올렸다.

놈들의 두 눈에서 새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함선은 드라칸들이 머무는 소행성 쪽으로 계속해서 접근 중이었다.

드라칸들은 상대가 어떤 존재이든 간에 제대로 확인할 여력이 없었다.

위협적인가, 아닌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접근하면 공격할 뿐이다.

그러므로 마침내.

놈들은 갑각질로 이루어진 날개를 활짝 펼쳤다.

* * *

함선 메티스의 통제실.

“……그게 가능한 건가?”

한동안 말이 없었던 부함장 아스트라가 입을 열었다.

그의 믿기 어려워하는 기색에, 유성은 어깨를 으쓱이곤 대꾸했다.

“보시다시피, 그 증명이라고 해야 할 제가 이곳에 있으니까요. 구태여 의심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만.”

“…….”

아스트라와 마찬가지로, 함장 라프티리아 또한 믿기 어려워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태연한 것은 오로지 유성뿐이었다.

그때였다.

쿠구궁.

함선 메티스가 진동했다.

함장 라프티리아가 가늘게 떨어대는 선체의 진동에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그녀는 장교들에게 물었다.

“무슨 상황인 거냐. 확인하도록!”

“알겠습니다!”

그들은 다급히 저마다의 자리에 앉아 화면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부함장님!”

“무슨 일입니까!”

바깥에서 대기 중이던 군인들이 갑작스러운 소란에 다시금 통제실로 밀려들었다.

그들을 향해 부함장 아스트라가 소리쳤다.

“함선이 진동하고 있다, 빨리 이유를 찾아내!”

“알겠습니다!”

그의 명령에 군인들은 다급히 저마다의 자리에 착석했다.

그러곤 빠른 속도로 화면을 조작했다.

다들 유성은 안중에도 없는 기색이었다.

함선이 뒤흔들리는 와중이었다.

그런 마당에, 유성 하나에 신경 쓸 이는 아무도 없었다.

곧이어 장교가 다급한 어조로 소리쳤다.

“이, 이유를 찾아냈습니다! 보십시오!”

삑.

장교는 곧장 화면을 앞에 띄웠다.

그리고 곧 그들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저건…….”

다들 예상외의 광경에 입을 벌렸다.

함선 메티스의 외부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것은, 갑각질의 생명체였다.

놈들은 바깥에서 함선 메티스를 향해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설마, 드라칸……?”

생김새는 하나같이 제각각이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이들이 놈들의 정체를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불과 수 시간 전에 놈들에게서 도망쳐왔기 때문이었다.

“말도 안 돼!”

“놈들은 반대편으로 사라졌던 거 아니었어?!”

다들 황급히 모니터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모두 유성은 진즉 잊어버린 듯한 눈치였다.

통제실은 혼란에 빠졌다.

소란에 잠겨 있는 그들의 모습에, 함장 라프티리아가 목소리에 마나를 담아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만.]

우웅-.

“……!”

“……!”

대기가 옅게 진동한다.

그에, 군인들과 장교들 모두가 순간 움찔했다.

순식간에 침묵에 빠져드는 통제실에서 그녀, 함장이 말했다.

“먼저 놈들의 수부터 말해라. 정확히 몇 마리나 되는 거지?”

그 말에 누군가 답했다.

“모, 모두…… 102마리입니다.”

“많군.”

함장 라프티리아가 미간을 찌푸릴 때.

“후-.”

옆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유성이었다.

그는 짧지만 분명하게 말했다.

“제가 가죠.”

그 말에 함장 라프티리아의 두 눈이 커졌다.

“유성 생도? 자네가?”

“……무슨 문제라도? 지금 상황이 급박한 것 아닙니까?”

“…….”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그시 눈을 감은 그녀는 곧 알겠다는 듯 말했다.

“아니네. 기가스는 이미 준비되어 있을 테니 지금 바로 가게. 부함장 아스트라 경을 따라가면 되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둘은 곧장 통제실을 빠져나갔다.

* * *

위잉-! 위잉-!

함선의 복도에는 경고음이 귀가 아플 만큼 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유성은 부함장 아스트라를 따라 움직였다.

한창 바쁜 걸음으로 움직이던 아스트라가 순간 걸음을 멈췄다.

그에 유성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그러십니까?”

지금도 함선 메티스는 진동이 끊이질 않았다.

바깥에서 드라칸 놈들이 공격을 퍼붓고 있는 도중이었다.

이럴 틈이 없을 텐데, 갑자기 뭐 하는 거란 말인가.

그런 그를 부함장 아스트라가 불렀다.

“유성 생도.”

“……네, 말씀하시죠.”

“이것은 그저 단순한 궁금증으로 인한 질문이네만. 자네, 분명 능력을 오늘 깨우쳤다고 했었지.”

“맞습니다.”

“그렇다면 마나 사용자로서의 교육은 대체 언제 배웠던 거지?”

그 말에 유성은 잠시 아스트라를 응시하다 곧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잠시 손을 쥐었다 펴며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하던 소년은, 곧이어 대답했다.

“애초에 남에게 배울 필요성을 딱히 못 느껴서 말이죠.”

“……그게 무슨 의미이지?”

“남에게 배우는 것은, 모자란 부분이 있을 때나 하는 것이죠. 저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것은, 참으로 오만하기 짝이 없는 말투였다.

유성에게는 이미 모든 요소들이 충족되어 있었다.

단지, 그것을 이제껏 드러내지 않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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