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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13화 (13/200)

13화. 함선 메티스(5)

함선 메티스의 총책임자. 함장 라프티리아.

그녀는 눈을 감은 채로 정신없이 모니터를 조작 중인 옆의 장교를 향해 물었다.

“여전히 행성 테라와는 연락이 안 되나?”

“예.”

“하아.”

들으면 들을수록 한숨이 나올 뿐이다.

인류의 고향인 테라에서는 줄곧 연락이 두절되어 있었다.

인공 행성 콜로니의 대폭발과 함께, 통신 시스템이 완전히 끊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적어도 이 구역에서부터 한참은 멀어져야지만 통신이 다시금 회복될 터였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파묻었던 그녀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드라칸 놈들은? 녀석들은 지금도 꾸준히 멀어지고 있는 건가?”

“네. 확실합니다. 모두가 여왕을 따라 지금도 이동하고 있습니다. 저희들과는 완전히 정반대 방향으로요.”

“듣던 중 다행인 소식이로군.”

함선 메티스는 우주함선이지만, 그 속도는 상당히 느린 축에 속했다.

애초에 대규모 인원을 한데 태우기 위함이 목적인 탓이었다.

전투를 위한 무장이라고는 고작 자동 포탑 1백여 대가 전부였다.

빈약하기 짝이 없었다.

만약 드라칸들에게 습격이라도 당했다간 꼼짝없이 당할 것을 확신할 정도로 말이다.

놈들을 보는 것은 처음이었지만, 그럼에도 이곳의 모두는 확신할 수 있었다.

드라칸. 녀석들이 다시금 쳐들어오면 이번에야말로 확실하게 끝장이라고.

어쨌거나, 한숨 돌렸다.

쫓아오지 않는 놈들을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지금 당장은 가장 시급한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그’에 대한 것이었다.

“그보다, 그 기가스를 조종했던 생도가 문제로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함장의 말에 부함장 아스트라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었다.

“정말로 그 기가스를 조종한 생도에 대해 특별한 건 나오지 않은 건가?”

“예. 스스로 기가스를 제작할 정도의 뛰어난 엔지니어 후보생이라는 것을 제외한다면,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았더군요. 심지어 마나를 다룬다는 기록조차도 전혀 없었습니다.”

“마나를 다룬다는 기록조차도 없었다라…….”

그녀는 손가락으로 의자의 팔걸이를 툭툭 두들겼다.

기록이 없다. 그것은 분명 어느 모로 보나 확실히 의심스럽다.

한동안 생각에 잠겼던 그녀가 말했다.

“마나 사용자인 이상에는 기계 측정을 피하긴 불가능할 텐데. 기가스를 그렇게나 자유자재로 다루지 않았나. 그것도 다른 파일럿들이 경악할 정도로 말이야.”

“저도 그게 의문이기는 합니다만.”

“그래서, 아스트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지? 그가 어째서 자신의 능력을 숨겼을까. 저 정도 수준의 재능을 드러내기만 했어도 앞날은 탄탄대로였을 텐데 말이지.”

“글쎄요.”

아스트라는 말을 아꼈다.

함장 라프티리아는 그런 그에게 물었다.

“괜찮아. 아무거나 말해 주어도 되네.”

“……그렇다면.”

잠시 뜸을 들이던 그가 말을 이었다.

“아마도 둘 중 하나일 겁니다.”

“그건 뭐지?”

“정말로 무언가 좋지 못한 마음을 품고 자신의 실력을 숨겼다던가. 아니면 단순히 군에 소속되는 게 싫어 그랬을 수도 있지요.”

“그렇다면, 아마도 소속되기 싫어서 그랬을 거란 건가.”

“저도 그쪽이라고 여깁니다.”

둘의 생각은 금세 한쪽으로 기울었다.

마나 사용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군에 소속되어야 했다.

그들은 특별한 초인들이기에, 그래야지만 관리가 쉽기 때문이다.

그 때문인지, 실제로 몇몇 마나 사용자들은 자신의 능력을 숨기고 살기도 했다.

마나의 사용을 지극히 억누르면서 눈에 띄지 않으려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경우에는 마나 측정을 통해 걸리게 되지만 말이다.

하지만 유성의 경우에는 이쪽이라고 보기에도 애매했다.

왜냐하면 마나를 너무도 익숙하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걸리지 않으려면 마나의 사용을 억제하면 되었다.

유성의 경우에는 바로 이 점이 어긋났다.

기가스를 운용할 정도로 마나를 다루는 데에 능숙했으니까.

평상시 정밀하게 다룰 정도로 마나 능력을 단련했다는 의미다.

콜로니는 인공 행성이었다.

영역 전체가 기계로 이루어져 위성 섬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만큼, 마나를 사용하는 순간 즉시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대체 어떻게 그만한 능력을 가지게 된 건지…….”

함장과 부함장.

둘은 한낱 소년이 그토록 뛰어난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데에 의문을 느꼈다.

어떤 면에서는 한 줌의 경계심마저 들었다.

이런 상황이 일어나지도 않았다면, 유성은 줄곧 그 재능과 실력을 숨기고 있었을 게 아닌가.

혹시 좋지 않은 목적을 지니고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편으로는 들었다.

마나 사용자는 초인이다.

그 말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했다.

그들이 하고자 한다면.

보통 사람을 아득히 뛰어넘는 수준의 범죄조차 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다.

물론 그들의 예상은 모조리 엇나간 것이었다.

유성은 이번 생에서 난생 처음으로 마나를 터득한 초심자에 불과했으니까 말이다.

단지 이들 중 어느 누구도 그것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그런 일 따위는 애초부터 불가능한 종류의 것이었기 때문이다.

부함장 아스트라는 곧 무거운 침묵 속에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음?”

“저희는 저 유성이라는 생도의 힘이 필요합니다. 만에 하나, 다시금 드라칸이 습격해 올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대로였다.

드라칸의 위협에서 벗어났지만, 확신할 수준은 아니었다.

당장 놈들이 방향을 돌려 이쪽으로 날아들었다간.

속도가 느린 함선 메티스는 순식간에 따라잡힐 터였다.

그리고 방금 전 보았던 콜로니와 같은 결과를 맞이하겠지.

물론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다.

부함장 아스트라는 슬쩍 웃었다.

“게다가 그 소년의 목적이 무엇이든, 저희 모두가 빚을 진 것은 분명하니까요.”

“그렇지.”

원래대로라면 당장에 구속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테지만.

구속되지 않은 것은 바로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였다.

유성이라는 생도 하나가, 함선 메티스와 함께 10만 명의 사람들을 구했다.

사실 둘은 그쪽에 더 중점을 두었다.

“아, 그러고 보니. 아스트라 경.”

“예?”

그러다 문득 함장 라프티리아는 또 다른 생도가 생각났다.

“그 라피스라는 생도가 유성과는 상당히 친한 친구 사이라고 했던가?”

“네, 맞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쭈욱 친했다는군요. 그리고 그…… 예의 산업용 기가스를 함께 제작하기도 했다고 하고요.”

“그걸 제작했다고?”

삑.

부함장은 말과 동시에 앞에 기가스 스크래퍼의 정보를 띄웠다.

“음? 이건?”

함장은 눈을 치켜떴다.

온갖 복잡한 그래프 수치가 즐비하게 나왔다.

부함장 아스트라는 화면을 툭툭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이게 바로 유성 생도가 직접 제작했다는 기가스의 능력치입니다.”

그 말에 그녀는 잠시간 말없이 화면을 바라보았다.

전투용 기가스보다는 뒤떨어지지만, 분명 상당한 수준이었다.

“……대단, 하군.”

한동안 기가스 스크래퍼의 프로필을 살피던 함장의 첫 마디였다.

그녀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는 스크래퍼의 그래프를 살폈다.

한동안 전투용 기가스의 능력치와 비교해보던 그녀가 곧 이마를 모았다.

“이건 말이 산업용이지, 이미 전투용 기가스를 작게 소형화시킨 거나 다름이 없을 정도야. 운동능력이 통상의 산업용과는 완전히 달라.”

“네. 실제로도 이미 운동 능력은 증명이 된 것이나 다름이 없죠. 라피스 생도가 벌이던 전투 영상이 이곳에 저장되어 있으니까요.”

“…….”

함장 라프티리아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이러한 것을 일개 개인이 만들었다는 것에서부터, 그 개인이라는 자가 터무니없는 마나 사용자라는 점까지.

하물며 기껏해야 아직 소년이지 않은가.

정말 범상치 않은 천재가 아닐 수 없었다.

이런 말도 되지 않는 수준의 천재가, 이제까지 이런 콜로니에 조용히 있었다는 게 믿기질 않았다.

그때였다.

삑.

문밖에서 군인이 메시지를 전달했다.

[라프티리아 함장님. 말씀하신 유성 생도를 데리고 왔습니다.]

“……들어오도록.”

그녀의 허락과 함께 두 명이 안으로 들어섰다.

군인의 안내를 받은 예의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던 소년.

바로 유성 생도였다.

하지만 의외로 그녀가 처음 유성을 본 순간 느낀 것은.

예상보다 평범하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물론, 그것은 대화를 나누기 직전까지의 것이었지만.

함장의 옆에 선 부함장 아스트라가 앞으로 나서며 말을 건네었다.

“이미 우리들은 구면이니 따로 소개는 필요 없겠지. 여기 계신 분이 바로 함선 메티스의 총책임자이신 함장 라프티리아 님이시네.”

“…….”

하지만 소년, 유성은 말이 없었다.

함장과 부함장은 그저 힐끗 보더니 눈길을 돌렸다.

그러곤 마치 탐색이라도 하듯 주위를 둘러보았다.

곧 그는 마치 자신을 포위하듯 둘러싼 군인들을 보곤 말했다.

“다들 손에 총을 들고 있군요. 저를 경계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양입니다만.”

차갑기 그지없는 말투였다.

나름대로 소년답게 조금 정도는 주눅이라도 들 줄 알았는데 그것마저 아니라는 건가.

안색이 조금도 바뀐 기색이 없었다.

최소한 평범한 소년은 아니라는 것을, 함장 메티스의 두 책임자들은 확신했다.

그에 따라 내색하지는 않았으나 그들의 경계심도 한층 올라갔다.

부함장 아스트라는 유성의 경계 어린 말에도 불구하고 작게 미소 지었다.

“자네가 아직 어떤 사람인지 판별이 되지 않아서 그러네. 이해해 주게.”

마나 사용자는 초인이다.

단순히 기가스를 움직이는 게 그들이 가진 능력의 전부가 아니었다.

그건, 그저 부가적인 능력에 불과할 뿐이다.

마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아는 그들은, 신체를 극도로 강화할 수 있으며 감각이 보통 사람의 수배 이상 뛰어났다.

농담 조금 보태자면.

날아드는 총구의 방향을 보곤 회피하는 말도 안 되는 움직임마저 가능한 것이 바로 마나 사용자였다.

그러한 마나 사용자를 앞에 두고, 경계를 게을리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심지어 그것이, 무려 전투용 기가스를 움직일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마나 사용자라면.

더더욱 그러한 것이 당연했다.

“알겠습니다.”

유성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애당초 납득이 가는 이유였다.

“사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몇 가지 더 있어서 말이지. 함장님이 있는 자리에서 말일세.”

“그렇습니까.”

유성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었다.

이미 대략적인 정보는 모두 파일로 남아 있었다.

이미 함장과 부함장 모두 그에 대한 파일은 확인한 지가 오래였었다.

하지만 그의 말도 안 되는 수준의 능력마저 거기에 포함된 것은 아니었다.

부함장 아스트라는 옆에 있던 서류를 꺼내 들어 읽었다.

“유성 생도. 프로필대로라면 현재 나이는 17세. 고향은 행성 테라이며 진로를 위해 이곳 셀라스터 아카데미가 있는 러스티 콜로니에 온 것으로 되어 있는데, 맞나?”

“맞습니다.”

“스크래퍼라는 기가스를 주도적으로 제작한 것도 자네라지? 파일 기록을 살펴보니 라피스 생도는 조종을 한 것이 전부이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두 자네가 한 것 같더군.”

“그것도 맞습니다.”

“그렇군.”

유성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곤 묻는 말에 성실하게 답했다.

청문회처럼 보이는 이것은, 실제로 청문회가 맞다.

지금 유성이란 존재는 함선 메티스의 사람들에게 있어 언제 터질지 모를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그 능력조차 이제까지 완벽하게 감추며, 은밀하게 살아온 폭탄 말이다.

“그럼 묻도록 하지. 자네가 자신의 능력을 숨긴 이유는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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