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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SSS급 기갑파일럿 생존기-8화 (8/200)

8화. 기가스에 탑승하다(3)

유성은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전쟁이 없었던 평화가 계속되었다지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였다.

대검으로는 너무도 비효율적이었다.

공격하는 동작 하나하나에는 모두 마력이 소모된다.

그리고 심지어는.

단순히 기가스의 기동을 유지하는 데에만도 소모되는 게 바로 마력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드라칸과의 전투에서는 회피를 위해 그 이상으로 많은 마력을 소모해야 했다.

즉, 이대로라면 이미 밑바닥까지 모든 마력을 끌어다 쓴 유성은.

당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정신이 흐려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그대로 기절할 판이었다.

“……하아, 하아.”

지친 유성이 눈을 껌뻑거리는 사이.

다시 함선 메티스로부터 연락이 연결되었다.

이번에는 아예 통신 대신, 다른 연결 방식을 취했다.

“……하하.”

그는 마른 웃음을 흘렸다.

“자꾸 통신을 꺼 버리니 이제는 메시지를 날리는 건가?”

[함선 메티스 : 들어라. EF-05에 탑승한 신원불명의 파일럿.]

‘음?’

[함선 메티스 : 어째서 자네가 정체를 밝히지 않는지, 기가스에 허락 없이 탑승했는지는 문제 삼지 않겠다. 이해한다. 하지만 최소한 콜로니의 피난민들이 이곳에서 대피할 때까지의 시간을 벌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러고는 곧이어 덧붙였다.

[함선 메티스 : 물론. 그 경우 자네의 신변도 우리 쪽에서 확실하게 보장해 주겠다. 약속하지.]

“…….”

그렇군. 유성은 메시지를 보는 순간 이해했다.

역시 함선 메티스에서도 이곳은 이미 답이 없을 거라 판단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들은 최대한 많은 수의 시민들을 태우고 콜로니를 벗어날 생각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

이미 다른 전투용 기가스는 죄다 전멸해 버렸고, 단 한 기뿐인 전투용 기가스를 조종하고 있는 이라고는 오로지 유성뿐이었다.

그렇기에 함선 메티스에게 있어서 유성이라는 존재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였다.

잠시 메시지를 응시하던 유성은 곧, 짤막한 통신 메시지를 보냈다.

[EF-05 :현재 콜로니가 붕괴하기까지 남은 시간을 알고 싶다.]

유성이 묻기가 무섭게, 답변은 즉시 날아들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함선 메티스 : 현재 속도라면 앞으로 20분 이내에 콜로니는 괴멸한다. 15분 이내로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이다.]

유성은 답변의 내용에 순간 헛웃음을 흘리고 말았다.

‘하. 15분? 고작 15분이라고? 진짜인 건가?’

시간이 터무니없을 정도로 촉박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의심할 상황은 전혀 아니었다.

당장 콜로니 여기저기에 구멍이 뻥 뚫린 게 육안으로 확인될 정도였으니까.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될지는 어린아이도 뻔히 알 것이었다.

하지만 남은 시간이 고작 15분인데 반해, 아직도 함선 메티스에 탑승하지 못한 시민들은 한참이나 남아 있었다.

지상을 내려다보면 아직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함선 메티스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들 또한 시야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물론, 유성도 이미 알고 있었다.

‘결국에는. 시간이 허락하는 만큼만 태울 수밖에 없다는 거다.’

콜로니가 붕괴될 때까지의 시간조차 촉박했다.

그런 상황에 어떻게 이곳 콜로니의 남은 시민들을 모두 태울 수 있을까.

때문에 유성은 나머지 말뜻을 이해했다.

결국 함선에 태우지 못한 나머지는 여기서 콜로니와 함께 죽을 테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성은.

[EF-05 : 알겠다.]

그 계획에 응답했다.

함선 메티스로부터의 답변은 그 즉시 날아왔다.

[고맙다.]

이곳의 모두를 살릴 순 없다.

이곳 콜로니에 사는 시민의 인구는 백만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중 일부라도 살릴 수 있다면.

유성은 그 계획에 응답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 전에.

“후우. 내 몸이 여기서 더 버틸 수 있을지가 문제인데.”

유성은 차분히 숨을 가다듬었다.

그의 눈은 저 하늘을 뒤덮을 만큼 많은 수의 드라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쉽진 않겠군.’

저 무수히 많은 놈들로부터 함선 메티스를 호위해야 했다.

과연 그것이 가능한가?

아니,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가능한가 아닌가를 따지는 것은.

결국 아무짝에도 쓸모없었다.

중요한 것은, 해내지 못하면 죽을 뿐이라는 거였다.

함선 메티스는 유성과 라피스가 콜로니를 벗어나기 위한 유일한 탈출로였다.

제대로 호위하지 못해 함선에 치명상이라도 가해지면, 그것으로 끝장이었다.

그렇게 되면 유성은 이 콜로니에 남겨질 백만 명의 사람들과 운명을 함께 할 터다.

‘그러니 해낸다.’

다짐하는 유성의 눈은, 이미 이전의 그와는 달랐다.

잠깐의 시간 사이에 유성은 과거의 그로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가 결심을 하기가 무섭게, 급박한 상황이 들이닥쳤다.

[■■■■!]

[■■■■!]

이번엔 근방을 배회하던 드라칸 둘이 그와 마주쳤다.

유성은 이를 악물었다.

‘큭, 제기랄.’

산 넘어 산이다.

한 놈을 처리하자마자 거짓말같이 다음 상대가 나타났다.

[■■■■!]

두 마리의 드라칸이 양쪽에서 그를 노리고 달려들었다.

그에 비례해서 유성의 얼굴 또한 구겨졌다.

‘젠장! 돌아가면 마나 수련부터 제대로 해야겠군.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

콰광!

‘……면 말이지!’

기가스의 몸체가 곡예를 부리듯 몸을 비틀었다.

양측에서 시간차를 두고 달려드는 드라칸의 공격을 물 흐르듯 회피하고는, 역으로 회전력을 이용해 풍차처럼 검을 휘둘렀다.

퍽!

정확하게 대검이 놈들의 머리를 쪼개고 지나갔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예리하며 정교한 솜씨였다.

달려드는 두 놈을 모두 쓰러뜨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대가로 유성은 남아 있던 모든 마력을 소모해 버렸다.

유성의 두 눈에서 흘러나오던 푸른 마력이 몇 차례 깜빡이다, 완전히 사그라졌다.

동시에 기가스와의 연결조차도 끊겼다.

결국, 마력이 모두 떨어진 유성의 기가스가 지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이제, 정말로 끝장이었다.

삑.

‘뭐야?’

그때, 다시금 메시지가 떠올랐다.

[파일럿. 조종석 천장의 보관함을 확인해라. 만일을 대비한 마나 포션이 있을 것이다.]

그 말에 유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마나 포션이라고?’

* * *

그로부터 몇 분 전.

함선 메티스의 통제실에서는.

“뭐지? 이 녀석은 대체!”

“……마, 말도 안 돼.”

그들은 유성이 탑승한 기가스의 기행을 똑똑히 목격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경악스러울 정도의 조종 능력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달려드는 모든 드라칸을 한순간에 쓰러뜨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울 지경인데, 경악스러운 광경은 그 직후에 펼쳐졌다.

유성이 탄 기가스 EF-05가 양쪽에서 달려드는 두 마리의 드라칸을 한 번에 베어 넘긴 것이다.

모두가 그 모습을 똑똑히 지켜보는 가운데.

부함장 아스트라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보통 파일럿이 아니군.”

예사로운 수준이 아니었다.

아스트라 부함장 또한 마나 사용자였다.

그 또한 극소수에 속하는 마나 사용자인 탓에 기갑 파일럿의 훈련을 받았었다.

다만 재능이 없던 탓에 얼마 안 가 파일럿의 길을 중도 포기해야 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EF-05에 탑승한 정체불명의 파일럿이 보이는 무위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말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지극히 적은 동작 속에서 보이는, 극한의 실리만을 택한 움직임이라고 해야 할 터였다.

그들은 유성이 싸우는 실력을 보며 누구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지금은 모두 죽어 버린 다른 전투용 기가스의 파일럿들은 그저 간신히 양산체를 쓰러뜨리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런데 유성 그는.

마치 장난감처럼 드라칸을 격추하고 있었다.

단 한 번의 일격에 하나씩, 차근차근. 문제 될 것이 없어 보였다.

그만큼 그의 실력은 대단했다.

“…….”

함장 라프티리아는 한동안 말없이 화면에 비치는 유성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윽고 그녀는 입을 열었다.

“혹시 여기에 내가 모르는 기가스 파일럿이 있었던 건가?”

“아…… 닙니다.”

그 말에 통제실의 인원들이 대답했다.

그들은 자신들조차도 확신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적어도 저희가 아는 한 기가스 파일럿이라고는 저희 쪽이 유일합니다. 지금 저 기가스를 조종하는 이는 신원 불명입니다.”

그 말에 함장 라프티리아는 얼굴을 굳혔다.

“그러니까, 정체를 알 수 없다는 말인가…….”

통제실의 어느 누구도 기가스 EF-05에 탑승한 파일럿의 정체를 알지 못했다.

심지어 저 기가스는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거의 다리 하나가 망가져 움직임에 완전히 제약이 걸려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오히려 기가스는 나머지 다리 하나를 축으로 기묘하게 움직여 가며 싸우고 있다.

마치 처음부터 그 정도 장애쯤은 문제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말이다.

이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가.

함장 라프티리아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가능한지, 어떤지는. 직접 눈으로 보고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인 건가.”

그때, 갑자기 기가스 EF-05가 허공에서 멈추었다.

“뭐지?”

곧이어 서서히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는 그 모습에.

통제실 모두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 저거 설마.”

“저, 저 파일럿, 설마 마나가 모두 떨어진 거 아냐?”

저 높이에서 떨어지면 설령 마나 사용자인 파일럿이라도 멀쩡할 수는 없었다.

기체는 버텨낼지언정 조종석의 내부는 완전히 곤죽이 되어 버리고 말 터였다. 충격을 이겨내지 못한 사람의 육체는 산산조각으로 터져버릴 거다.

함장 라프티리아는 다급히 소리쳤다.

“지금 당장 저 파일럿에게 마나 포션의 존재를 알려!”

“아, 알겠습니다!”

* * *

……한편.

쿠구궁!

함선 메티스로부터 불꽃이 터져 나왔다.

포탑에서 뿜어져 나온 포격이 드라칸들을 노리고 쏘아졌다.

직격당한 일부 드라칸들이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충격에 밑에 있던 사람이고 건물이고 할 것 없이 짓뭉개졌다.

지면에 붉은 핏물이 주룩, 물처럼 새어 나왔다.

참혹한 광경이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거기에 눈길을 주는 사람은 없었다.

당장 그럴 틈조차 있을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나와! 비키라고!”

“X발, 나부터 탈 거니까 비켜! 거기 너! 뭔데!”

“으아앙! 엄마아!”

……그야말로 난리 통이었다.

사람들은 함선 메티스 쪽으로 개미처럼 몰려들었다.

그들은 서로 조금이라도 빨리 함선에 올라타기 위해 애를 썼다.

다들 알고 있었다.

함선 메티스에 제때 올라타지 못하면 죽으리라는 것을 말이다.

* * *

한편.

유성이 전투용 기가스에 탑승해 함선 메티스의 하늘을 막아내듯이.

한창 정신이 없던 것은 라피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재 그녀는 함선 메티스의 출입로 쪽을 방어하고 있었다.

“하압!”

그녀가 탑승한 스크래퍼가 손에 쥔 거대한 방패로 양산체 드라칸을 후려쳤다.

쾅! 하는 우렁찬 소음과 함께 밀려난 녀석이 충격으로 휘청거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놈은 끈질기게 이빨을 드러내며 스크래퍼에 달라붙었다.

[■■■■!]

하지만 이미 수차례 이러한 상황을 경험했던 라피스였다.

라피스는 당황하기보다도 오히려 달려드는 드라칸을 맞상대했다.

“이 자시익-!”

스크래퍼의 드릴이 돌아가며, 놈의 갑각에 박혔다.

처음에는 단단하게 방어하던 드라칸의 갑각이, 곧 파이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내부로 드릴이 박혔다.

푸른 체액이 사방으로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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