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176화 (176/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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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죽은자

열 명의 헌터들이 달라붙었다. 7스테이지를 통과한 실력 있는 헌터들, 게다가 모두가 회복과 치유가 가능한 능력을 가진 헌터들이었다.

그들은 다른 헌터들의 치료를 뒤로 미루고 승한의 회복에 힘쓰고 있었다. 다른 헌터들 같으면 눈 깜짝할 사이 회복이 끝날 테지만, 그들은 벌써 몇 분째 승한의 몸을 회복시키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더 걸리는 거야?’

그들의 생각은 모두 같았다. 아무리 회복을 시켜도 승한의 몸속에 있는 힘은 끝없이 차오르고 있었다. 그야말로 끝이 보이지 않는 우물이었다.

회복을 받는 한편, 승한은 자기 스스로도 몸을 회복시키는데 집중했다. 원래라면 몇 시간이고 쉬어야 힘이 다 회복될 테지만, 다른 헌터들의 능력 덕분인지 빠르게 힘이 회복되는 것이 느껴졌다.

‘조금만, 조금만 더…….’

곧 승한의 몸이 거의 회복되었다.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일어난 승한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됐습니다.”

승한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의 주위에 있던 헌터들이 멀찍이 떨어졌다. 승한은 미처 헌터들에게 고맙다는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급히 날아가기 시작했다.

[귀신]을 이용해 승한은 하늘 높이 뛰었다. 위쪽에서는 천사들과 악마들이 싸우고 있었는데, 승한은 그들이 싸우고 있는 자리를 벗어나 더더욱 높이 뛰어 올라갔다.

“어딜!”

승한이 뛰어 올라가는 것을 본 악마가 승한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의 앞으로 다른 천사 하나가 막아들었다. 무슨 일인지는 몰라도 승한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네놈…….”

“네놈들이 멸시하는 인간과 싸우려 하는 게 부끄럽지도 않나? 급이 맞는 것끼리 싸워야지.”

“꺼져라!”

악마들은 결국 천사들에게 막혀 승한에게로 달려들지 못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천사들이 악마들은 온전히 막아낼 수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지형의 이점 때문인지 악마들은 점점 더 거세게 천사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아마 이대로면 몇 분 버티지 못하고 악마들 중 하나가 승한을 향해 달려들 것이다.

승한은 계속해서 높이 올라갔다. 한 발자국 내딛을 때마다 십여 미터씩, 결국 승한은 하늘을 뒤덮고 있는 구름까지 도달했다.

‘역시.’

하늘에 끼어있는 먹구름을 가까이서 확인한 승한은 자신의 생각이 맞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하늘에 있는 먹구름은 일반적인 먹구름이 아니었다. 수증기 따위가 짙게 모여들어 형성된 보통 구름과는 달리, 하늘을 뒤덮고 있는 먹구름은 마기의 덩어리라고 할 수 있었다.

눈에 보여질 정도로 짙은 마기. 그것을 통해 악마들과 마물들은 힘을 얻고 있었고, 반대로 신수들과 천사들은 조금씩 힘이 약해져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럼…….”

승한은 몸속에 가득 찬 힘을 느끼며 손에 성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이미 회복은 끝난 상태였다. 6레벨까지 올라간 [불굴의 육체]는 승한의 그릇을 몇 배는 거대하게 만들어 주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욱 뜨거운 성화가 아니었다. 승한은 무작정 성화의 힘을 일으켜 그것을 한데 모아 동그랗게 만들었다. 뜨거운 열기의 성화의 구슬이 점점 커져 주먹만하게, 머리만하게 커지기 시작하더니 끝을 모르고 점점 더 거대해졌다.

화르르르륵-.

성화의 구슬이 타올랐다. 아니, 이미 그것은 구슬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해졌다. 어지간한 작은 집과 비견될 정도였으니 말이다.

‘더, 더, 더 크게…….’

승한은 거대해진 성화의 덩어리에 점점 더 힘을 불어넣었다. 처음에 비해 크게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성화는 조금씩 덩치를 크게 불려나가고 있었다. 승한은 자신의 모든 힘을 이 성화의 덩어리를 만드는 것에 집중하고 있었다.

성화의 덩어리는 그 열기로 하늘에 끼어있는 마기의 먹구름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는 성화의 힘 자체로 정화시키고 있었다. 성화의 힘이 워낙 거대한 탓에 먹구름이 점차 걷혔다.

마기의 먹구름을 정화시키며 성화는 점점 더 커졌다. 5미터, 10미터, 20미터. 지름이 50미터가 넘어섰을 때쯤에야 성화의 덩어리는 더 이상 덩치가 커지지 않았다.

구슬? 아니었다. 그것은 작은 태양이나 마찬가지였다. 하늘에 있는 먹구름을 걷어낸, 또 다른 하나의 작은 태양이었다.

“허억, 허억.”

그것을 만들어낸 승한은 힘이 다해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불과 몇 분 전에 모든 힘이 회복되었지만, 성화로 태양을 만들어낸 승한은 모든 힘을 소진해 버렸다. 그 정도로 승한이 만들어낸 성화의 태양에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마물들이 하늘에 떠오른 성화의 태양을 보고 울음을 흘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날뛰던 마물들이 잠잠해졌다. 반대로 신수들은 성화의 태양을 보더니 움츠러든 몸을 곧에 펴고 날뛰기 시작했다.

“성화의 태양이라…….”

천사들은 승한이 만들어낸 성화의 태양을 보며 힘을 얻었다. 반면, 악마들은 오만상을 찌푸렸다.

“저 거지 같은 인간놈이…….”

“그 덕분에 우린 살 맛이 나겠지만 말이야.”

천사들이 악마들을 다시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천사들을 몰아붙였던 악마들이었지만, 상황이 변했다. 성화의 태양이 떠오르고, 일대의 먹구름이 그로인해 사라지고부터는 오히려 천사들의 힘이 더욱 강해졌다.

승한은 잠시 숨을 고르고는 전황을 살폈다. 다행히 예상대로 신수들이, 천사들이 조금씩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게 보였다.

‘예상이 맞아서 다행이군.’

어차피 승한은 자신 한 사람의 가세만으로는 이 정황을 뒤집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바로 지형적인 이점으로 밀리고 있는 이 상황을 반대로 뒤집어 보자는 것이었다.

그것이 바로 하늘에 떠 있는 먹구름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화의 힘이었다.

성화의 힘은 기본적으로 신수들과 천사들과 같은 속성을 띄고 있었다. 천사들만 하더라도 그들은 한 때 천족이었던 이들로, 붉은 천사를 숭배했던 이들이었다.

승한은 문득 성화라는 힘을 가지기 전, 첫 번째 능력이었던 [광휘]의 힘을 떠올렸다. 능력의 이름은 어찌되었건 [광휘]는 성화의 빛이었다. 성화의 빛만 하더라도 리자드맨이나 거미들과 같은 하급 마물들에게는 충분히 치명적인 힘이었고, 반대로 승한에게는 더더욱 힘을 더해주는 힘이었다.

그래서 승한은 생각했다.

작더라도 성화의 태양을 만들어, 먹구름을 몰아내고 땅 아래에 성화의 빛, [광휘]의 빛을 뿌리게 되면 어떨까 하고.

당연한 일이었다. 성화의 빛, [광휘]라는 힘은 마물들을 약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로 인해 먹구름까지 치워버렸으니, 신수들과 천사들이 지형의 제약을 덜 받기도 했다.

그 덕분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승한의 바람대로였다.

‘문제는 힘이 다 떨어졌다는 거지만…….’

승한은 어깨로 숨을 쉬며 자신이 만들어낸 성화의 태양을 바라봤다. 모든 힘을 다 사용해서 태양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 땅을 비추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 거대하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처음엔 한 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피곤해 죽으려 했는데 말이지.’

1레벨의 성화를 막 배웠을 때, 승한은 성화를 한 번 사용하는 것조차도 힘에 겨워했다. 그 때에 비하면 이렇게 거대한 성화의 태양을 만들 수 있는 것은 장족의 발전, 그 이상이었다.

“이게 얼마나 가려나…….”

이제부터 남은 문제는 시간.

승한은 붉은 천사가 아니었다. 그녀는 아포피스를 봉인할 수 있을 정도의 성화를 영원히 남길 수 있을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성화라는 힘은 그녀의 일부였고, 그녀의 권능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승한에게는 성화를 꺼지지 않고 영구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승한이 만들어낸 성화는 누군가 꺼뜨리지 않으면 쉽게 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지만, 영구적이지는 않았다.

하물며 지금은 성화의 힘으로 마기로 이루어진 먹구름까지 밀어내고 있는 형국이었다. 이미 만들어낸 성화의 덩어리라도 자체적으로 계속해서 힘을 소모하고 있는 이상, 얼마나 지속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다시 힘을 회복해야…….’

그런 생각이 떠오른 순간, 승한은 아래쪽에서 악마가 달려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악마는 성화의 태양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는데, 당장 승한보다는 성화의 태양을 먼저 부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어딜!”

승한은 악마가 마음대로 하게 둘 생각이 없었다. 저것을 지키지 못하면 어차피 이 싸움은 다 끝난 싸움이었다. 기껏 성화의 태양을 만들어 유리하게 가져온 전황을 원래대로 되돌릴 순 없었다.

승한은 듀란달을 꺼내들고는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짰다. 듀란달에 성화가 옅게 둘러지고, 승한이 악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쩌엉-!

성화의 태양을 향해 달려들던 악마는 승한이 앞에서 가로막자 눈살을 찌푸렸다. 뼈밖에 없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찌푸려지는 것을 바로 가까이서 보니 승한은 속이 뒤틀렸다.

“막지 마라!”

“누구 맘대로!”

승한은 악마의 외침에도 아랑곳 않고 그를 바로 앞에서 가로막았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애꿎은 천사들을 욕했다.

‘대체 이놈이 여기까지 올 때까지 뭘 한 거야!’

하지만 투덜대는 속마음과는 달리 머리로는 알고있었다. 이미 수적으로도 악마들에게 밀리고, 당장 성화의 태양이 하나 떠올랐다고 천사들이 악마들을 압도할 수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기껏 하나 정도를 통과시킨 것은 어쩌면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윽.”

승한은 악마의 힘에 밀려 주춤 뒤로 밀려났다. 덩치도 악마가 훨씬 더 크고, 힘도 월등했다. 아니, 사실상 힘을 비슷할지 몰라도 승한은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힘만 멀쩡했으면……!’

승한은 이를 악물며 속으로 분개했다. 이대로는 악마에게 밀릴 뿐이었다. 악마는 스멀스멀 마기를 뿜어대며 승한의 듀란달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미 듀란달에 맺혀있는 성화의 불길도 조금씩 열기를 잃어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네놈을 죽이면 저것도 사라지겠군.”

“죽어보지도 않았는데 내가 알 것 같냐?”

승한은 악에 받혀 대답했지만 속으로는 긍정하고 있었다. 승한의 힘을 통해 비롯된 힘인 만큼, 승한이 죽는 순간 저 성화의 태양도 사라지게 될 것이 뻔했다.

“그럼 네놈을 먼저 죽여야겠구나.”

펄럭-.

악마는 날개를 크게 펼쳤다. 그의 머리에 솟아있는 두 개의 뿔이 조금씩 커지기 시작했다. 아니, 뿔만이 아니라 몸 전체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마기가 점점 더 넓게 퍼져나갔다. 일전에 승한이 하급 악마의 가슴에 듀란달을 꽂아 넣었을 때, 그의 몸에서 퍼진 마기와 같은 힘이었다.

‘위험해.’

본격적으로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그렇게 펼쳐진 날개가 승한의 몸을 감싸려던 순간이었다.

콰앙-!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악마가 옆으로 멀찍이 날아갔다. 갑작스럽게 대치하고 있떤 악마가 사라지자 승한은 몸을 조금 휘청거리다가 이내 자신을 도운 사람을 바라봤다.

“……루이즈?”

============================ 작품 후기 ============================

말도 없이 휴재하게되서 죄송합니다.

얼마전 다시 솔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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