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156화 (156/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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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죽은자

꾸구구국-.

승한의 힘은 악마에 비해 턱없이 약했다. 하지만 승한이 가진 능력 중 하나인 [올림포스]는 그 부족한 힘의 차이를 메워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내려치는 듀란달에 무게를 더한 것이었다.

“성화와 듀란달 뿐만이 아니었군.”

악마는 승한의 검이 자신의 힘을 웃돌자 살짝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이내 거대한 날개를 펼치며 승한의 검을 잡고 날아올랐다.

“어어?”

듀란달을 잡은 채 승한의 몸이 날아올랐다. 악마에게 검을 잡힌 채 날아 오른 승한은 [올림포스]의 힘을 넓게 펼쳐 악마의 몸을 짓눌렀다.

쿠구구구-.

2레벨의 [올림포스]는 성검이나 성화에 비해 능력의 레벨이 다소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 무게를 악마가 완전히 무시하지는 못했다. 날개가 무거워진 악마는 조금 몸을 띄워 오른 채 듀란달과 함께 승한을 아래로 집어던졌다.

쉬이이익-.

쾅-!

아래로 던져진 승한이 땅에 처박혔다. 다행히 큰 충격은 없었다. 던져지는 중에 [올림포스]의 힘으로 몸을 보호하는 한 편, [귀신]을 이용해 날아가는 반대 방향으로 몸을 움직임으로써 충격을 완화시킨 덕분이었다.

“……인간이라고 마냥 무시할 순 없겠군.”

악마의 가슴에 작은 상처가 생겨났다. 다른 헌터들의 공격과는 달리, 승한의 검은 분명 악마의 몸에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악마가 승한을 집어던지는 그 짧은 순간, 승한을 듀란달을 휘둘러 악마의 가슴에 상처를 입혔다.

화륵-.

가슴에 생긴 상처에서 성화가 이글거렸다. 악마는 가슴을 손으로 쓸며 마기를 이용해 성화의 불을 꺼뜨렸다. 잠시 후, 상처 부위가 조금씩 아물기 시작했다.

“아, 이거 진짜 너무하네.”

승한은 순식간에 상처를 회복하는 악마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리 작은 상처라고는 하나 순식간에 상처를 치료하는 모습을 보니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혀야 눈이라도 꿈쩍할까 싶었다.

‘적당한 상처로는 안 될 거다.’

아롤의 말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었다. 성화를 머금은 듀란달에 상처를 입고도 회복을 하는 걸 보면, 다른 헌터들의 공격은 어떨지 뻔했다. 아마 다른 헌터들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승한은 몸에 묻은 먼지를 털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반대 방향에서 함께 움직이고 있는 루이즈가 보였다.

그와 동시에 십여 명의 헌터들이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근접 전투가 가능한 헌터들이 절반, 원거리에서 지원을 하는 헌터들이 절반이었다.

“귀찮은 것들이…….”

악마는 승한과 루이즈를 비롯해 열 명에 가까운 헌터들이 동시에 달려들자 날개를 펄럭이며 움직였다. 승한은 그가 자신이 아닌 다른 헌터들에게로 먼저 움직이자 당황했다.

“젠장!”

예상대로라면 악마의 공격을 받는 건 승한의 역할이었다. 그를 쓰러뜨리는 건 쉽지 않겠지만 승한은 적어도 악마에게 쉽게 당하지 않을 수는 있었다. [올림포스]라는 능력은 애초에 상대를 찍어 누르는 힘이라기보다는 승한의 몸을 보호하는 힘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헌터들에게는 승한의 [올림포스]와 같은 절대적인 방어 능력이 없었다. 더군다나 악마의 힘에 버틸 재간도 없었다. 승한은 자신 한 몸을 지킬 자신은 있어도 다른 헌터들을 보호하면서 악마를 상대할 자신은 없었다.

쐐애애애액-.

퍼억-, 퍽-.

다른 헌터들에게로 날아간 악마가 날개를 펼쳐 헌터들을 공격했다. 십여 미터 길이의 거대한 날개는 헌터들의 몸을 찢고, 그의 손은 헌터들의 가슴을 꿰뚫었다.

우우우웅-.

악마의 손에서 마기가 뿜어졌다. 채찍처럼 뻗어간 마기가 헌터 한 명의 머리를 꿰뚫었다. 몇몇 헌터들은 악마를 맞상대 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도망쳤지만, 그렇지 못한 헌터들은 순식간에 쓰러졌다.

“크악!”

“커억-!”

머리와 가슴이 꿰뚫리고, 날개에 베어져 몸이 양단되었다. 헌터들의 죽음은 그야말로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나마 조금 더 실력이 있는 헌터들은 살아남았지만, 상대적으로 생존력이 떨어지는 헌터들 다섯이 순식간에 쓰러졌다.

“젠장…….”

“Oh, shit…….”

가까이서 싸우던 헌터들이 죽는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몇몇 헌터들은 간신히 살아남았지만 함께하던 다른 동료들의 죽음에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을 악마가 기다려 줄 리 없었다. 충격에서 미처 헤어나오기도 전, 악마는 남은 헌터들을 죽이기 위해 움직였다.

쉬이익-.

꽈앙-!

그런 이들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헌터는 바로 루이즈와 승한이었다. 그 중 루이즈는 다른 헌터들을 향해 달려드는 악마를 정면에서 막아섰다. 한 헌터를 향해 달려드는 악마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날리자, 악마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다.

“이 벌레 같은 인간이…….”

루이즈의 주먹에 머리를 얻어맞은 악마는 다시금 손에서 마기를 뿜어냈다. 루이즈는 보라색 안개로 이글거리는 악마의 손에 맞서 주먹을 뻗었다.

꽈앙-!

쩌저저적-.

두 주먹이 부딪히며 대기를 일그러뜨렸다. 그 충격으로 땅이 쩍쩍 갈라질 정도였다. 우드득, 루이즈의 주먹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다른 헌터들과는 달리 악마를 잠깐이나마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이 루이즈의 활약이었다. 그러는 사이, 승한이 악마의 뒤를 노릴 수 있었으니 말이다.

푸욱-.

“카악!”

뒤에서 달려든 승한의 검이 악마의 등을 찔렀다. 악마의 덩치에 비해서는 작고 초라한 검이었지만, 듀란달을 머금고 있는 성화의 힘과 듀란달 자체가 가지고 있는 힘은 악마를 괴롭혔다.

화르르륵-.

승한은 주저하지 않고 듀란달에 모든 힘을 집중시켰다. 악마의 등에 박힌 듀란달에 성화의 불길이 거세게 피어올랐다. 그것은 승한이 사용할 수 있는 성화의 최대 화력이었다.

“이놈이…….”

악마가 분노했다. 그의 몸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승한이 성화를 피워 올린 것처럼 그 역시 마기를 끌어 올리기 시작했다. 성화의 힘에 악마가 마기로 저항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악마의 몸에 박힌 듀란달은 그의 몸속에 직접적으로 성화를 집어넣고 있었다. 악마는 그 불길에 고통스러워하며 몸을 크게 젖혔다.

“크아아아아-!”

콰르르르르-.

악마가 포효하며 그 주위로 마기를 퍼뜨렸다. 루이즈는 악마와 맞대고 있던 주먹을 떨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도저히 악마가 뿜어내는 마기로부터 맞서 싸울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사방으로 마기가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악마는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퍼뜨렸다. 바로 뒤에서 자신을 찌르고 있는 승한을 힘으로 눌러 죽일 생각으로 말이다.

살아남은 헌터들은 악마를 중심으로 퍼진 마기를 피해 물러났다. 도무지 함부로 공격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그것만으로도 악마가 지닌 마기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승한은 물러나지 않았다. 승한은 [올림포스]와 함께 성화로 몸을 보호하며 악마의 마기로부터 버텼다.

‘야, 너 미쳤어?’

아롤이 기겁했다. 악마가 뿜어내는 마기에 맞서 저항하는 승한이 무모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악마가 뿜어내는 마기는 약하지 않았고, [올림포스]라는 능력이 있다고 하나 마기로 인한 충격은 고스란히 승한의 몸에 누적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이 녀석을 잡을 기회가 없습니다.’

‘그러다 너 죽어!’

‘어차피 여기서 이 녀석 못 잡으면 죽는 건 똑같습니다.’

승한은 악마의 등을 찌른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 기회는 두 번 다시 없을 기회였다.

악마는 승한을 잡기에 앞서 방해가 되는 다른 헌터들을 죽이겠다며 움직였다. 그 때문에 다섯 명의 헌터들이 순식간에 죽었고, 루이즈가 앞장서 악마와 부딪히며 시간을 벌어주었다.

그런 틈이 있었기에 승한은 악마의 등을 찌를 수 있었다. 만약 악마와 1:1로 싸워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헌터들의 희생과 루이즈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번 다시없을 기회. 승한은 악마의 등을 찌른 지금 이 순간을 그렇게 생각했다. 그 때문에 더더욱 기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다.

‘괜찮을 거예요.’

‘괜찮긴 무슨!’

아롤과는 달리 붉은 천사는 승한의 판단이 옳다고 믿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녀가 승한에게 빌려준 힘인 성화는 확실히 악마의 마기로부터 저항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치이이익-.

‘……아프긴 아프네요.’

물론 아무리 성화의 힘이 있다고 해도 악마가 뿜어내는 마기로부터 완전히 몸을 보호할 수는 없었다. 승한의 몸은 바로 앞에 있는 악마가 뿜어내는 마기로부터 조금씩 피해를 입고 있었다. 공기가 마르고, 땅이 부식되어 으스러졌다. 승한의 몸 또한 온통 멍이 든 것처럼 시퍼렇게 변하기 시작했다.

“같이 죽자는 거냐?”

악에 밭쳐 버티는 승한을 향해 악마가 이를 갈며 물었다. 게속해서 마기를 뿜어내고 있지만 그 역시 성화의 불길에 몸이 망가지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대로 계속 이어진다면 악마 역시 멀쩡하지는 못할 것이다.

“설마.”

우드드득-.

“크아아악!”

승한은 듀란달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올림포스]의 힘으로 듀란달을 짓눌렀다. 악마의 등을 꿰뚫고 가슴으로 튀어나온 듀란달이 짓눌러지며 그의 몸속을 점점 더 휘저었다.

“너만 죽는 거지.”

“그렇게 될 것 같나?”

꾸구국-.

등 뒤로 손을 돌린 악마가 듀란달의 검신을 손으로 잡았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그것을 뽑기 시작했다.

“죽는 건 네놈 혼자야.”

악마의 힘은 승한의 힘을 훨씬 웃돌았다. 맨 손으로 듀란달을 잡은 악마는 그것을 조금씩 뽑아내고 있었다. 승한이 검을 밀어넣는 힘보다 악마가 검을 뽑는 힘이 더 강한 것이었다.

“그래 보여?”

승한이 씩 미소 지었다. 그 웃음의 의미는 곧 드러났다.

쉬이이익-.

쾅-!

승한의 뒤로 나타난 루이즈가 달려오던 힘 그대로 주먹을 휘둘러 듀란달의 검병 끝부분을 후려쳤다. 그 덕분에 악마의 손에 조금씩 뽑히고 있던 듀란달의 검신이 다시금 악마의 가슴 깊숙이 박혔다.

“크아악-!”

듀란달을 손으로 움켜잡고 있던 악마는 듀란달에 의해 손이 크게 베어졌다. 루이즈는 주먹으로 듀란달의 검병을 후려친 이후에 승한과 함께 듀란달을 움켜잡았다.

힘 하나는 승한보다 훨씬 강한 루이즈였다. 그는 승한과 함께 듀란달을 잡은 후, 검을 아래로 짓눌렀다.

승한은 예상 외로 루이즈가 자신과 함께 마기에 저항하며 듀란달을 잡고 있자 깜짝 놀랐다. 자신이야 [올림포스]와 성화의 힘으로 어찌 버틸 수 있다지만, 루이즈는 주희가 걸어준 보호 능력 외에는 자신의 방어 능력이 전무했기 때문이었다.

“No problem.”

루이즈는 얼굴을 창백하게 물들이며 말했다. 하지만 문제없다는 간단한 대답과는 달리, 그의 얼굴은 조금씩 검게 죽고 있었다.

꾸구구국-.

우득, 우드득-.

승한의 힘에 루이즈의 힘이 더해지자 악마의 가슴에 박힌 검은 점차 그의 몸을 아래로 베어내기 시작했다. 승한은 이대로 악마의 몸을 반으로 베어버릴 작정으로 힘을 주었다.

쿵-.

그 때, 악마가 땅을 박차며 높게 뛰어올랐다. 그는 날개를 펄럭여 십여 미터까지 도약한 후, 등을 뒤로 돌려 땅 아래로 빠르게 추락했다.

“젠장.”

예상치 못한 행동이었다. 승한은 잠시 갈등하다 결국 악마의 등에 박아놓았던 듀란달을 뽑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 이상 버티는 건 루이즈나 자신이나 힘이 들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렇게 승한과 루이즈가 바닥에 처박히려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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