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114화 (11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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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7스테이지

“크윽.”

[올림포스]의 힘을 담아 들이받은 충격은 꽤나 강렬했다. 산과 같은 무게가 얼굴을 들이받자 듀리안은 몸을 크게 휘청거리며 뒤로 주춤 물러났다.

타다다닥-.

그 순간, 듀리안의 주위에 있던 천족들이 그를 노리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다수와의 싸움이 아닌 한 명의 싸움에서 천족들의 도움은 듀리안의 시선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잔챙이들이…….”

듀리안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천족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에서 뿜어진 마기가 독성을 가지고 천족들을 향해 퍼져나갔다.

화르르르륵-.

그 순간, 승한이 성화를 담은 검격을 뿌렸다. 성화의 힘은 독성을 머금은 마기를 정화시켰다. 성화의 힘이 주위를 장악했지만 그 힘은 천족들에게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았다.

깡, 까강-!

승한은 계속해서 듀리안을 향해 검을 날렸다 .천족들이 사방에서 달려들며 듀리안의 뒤와 옆을 노렸다. 위력 자체는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천족들의 공격은 듀리안의 신경을 분산시키고 그의 몸에 자잘한 상처를 여럿 만들어냈다.

하지만 듀리안은 다른 천족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바로 앞에서 승한이 휘두르는 검이 꽤나 매서웠던 것이다. 천족들이 휘두르는 다른 검은 듀리안의 목숨을 위협할 수 없었지만 승한이 가진 성화의 힘은 자칫 잘못하면 듀리안의 목숨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쿠구구구-.

“으윽! 또……!”

몸을 짓누르는 거대한 압력에 듀리안이 눈을 부릅떴다. 그러더니 돌연 검을 찔러오는 승한을 향해 손을 크게 뻗어왔다.

촤악-!

승한은 듀리안의 손을 방패로 흘려보냈다. 하지만 듀리안은 손을 변형시킨 검을 휘둘러 승한의 공격을 막아냈다.

까앙-!

[올림포스]의 힘에 짓눌려 있는 상태에서 대단한 힘이었다. 4레벨의 [불굴의 육체]로 인해 승한의 힘도 결코 약하지 않았는데, 듀리안은 승한에게 힘으로도 밀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승한은 혼자가 아니었다. 겨우겨우 승한의 공격을 막아낸 듀리안은 옆에서 찔러오는 아게일의 검에 허리를 길게 베이고 말았다. 듀리안은 힘이 강했지만 다른 마물들처럼 몸이 아주 단단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귀찮은 날벌레들이…….”

듀리안은 눈살을 찌푸리며 힘을 사방으로 흩뿌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가 흩어낸 마기가 알속에서 뿜어진 마기와 섞이며 멀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의도를 알 수 없는 행동에 승한은 불안감에 재빨리 검을 휘둘렀다. 성화의 불길이 듀리안을 덮쳐갔다. 뜨거운 불길이 얼굴 위로 덮어지자 듀리안은 한 손을 뻗어 마기를 쏘아냈다.

콰과과과-!

불길과 마기가 부딪히며 서로 흩어져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승한의 성화와 듀리안의 마기는 서로 정 반대가 되는 힘이었다. 서로 그 힘이 섞이지 못하고 더 약한 쪽이 소멸되기 마련이었는데, 두 힘은 서로 호각이었다.

“고작 그년의 힘을 빌려오는 주제에…….”

“그러는 넌 네가 말하는 그 년이 빌려주는 힘보다도 못한 거야.”

쿠우우-.

“크윽.”

승한은 잊을만 하면 한 번씩 [올림포스]의 힘을 이용해 듀리안을 짓눌렀다. 성화를 아낌없이 사용하고, 힘의 사용이 큰 [올림포스]를 계속해서 사용하다 보니 승한도 점차 싸움에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길게 끝면 안 되는데…….’

애초에 승한이 [올림포스]와 성화, [증폭]까지 모든 힘을 아낌없이 쏟아 붓는 이유는 속전속결로 듀리안을 잡기 위함이었다. 어중간하게 힘을 사용하면 오히려 장기전이 될 것 같아 체력과 힘만 더 빠질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힘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싸우는데도 듀리안은 쉽게 당하지 않았다. [올림포스]의 힘에 몸을 휘청거리면서도 승한의 공격을 모두 방어해내고, 조금씩이지만 반격을 하기도 했다. 다른 천족들의 도움이 있긴 했지만 듀리안은 상처를 입어도 금방 회복했다.

두두두두두-.

그 때, 승한은 땅을 울리는 진동에 잠시 휘두르던 검을 멈췄다. 듀리안에게 집중하느라 느끼지 못했는데, 발밑에서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진동에 어두운 주위에서 마물들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체 몇 마리나 되는 거야?’

승한은 방금 전 듀리안이 마기를 허공에 흩뿌렸던 것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그 행동이 바로 마물들을 부르려고 취한 행동이었던 모양이었다.

“……혼자는 좀 후달리나 보지?”

“네놈도 혼자는 아니지 않나?”

“그런 것 치고는 쪽수가 꽤 많은데?”

“나 듀리안이다. 나로 인해 탄생한 마물들이 나를 떠받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마물의 수는 어림잡아도 족히 수백은 되었다. 이전 같으면 이만한 수의 마물들이 그리 두렵지가 않았겠지만 승한은 듀리안을 상대해야 하는 입장이었다.

듀리안은 강했다. 다른 천족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아게일이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듀리안을 상대할 정도는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듀리안을 상대할 수 있는 건 승한뿐이었다.

그렇다면 다른 마물들을 천족들이 상대해야 한다는 것인데, 수백 마리의 마물들을 천족들이 감당할 수 있을지 확실히 알 수 없었다. 승한은 천족들이 마물들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점차 듀리안의 상대가 더 어려워 질 것임을 알 수 있었다.

‘회복 한 번 더럽게 빠르군.’

승한은 듀리안의 몸에 있는 자잘한 흉터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승한의 검에 당한 상처는 아직 그대로 있었지만 다른 천족들의 검에 당한 상처들 대부분은 이미 회복이 되어 아문 상태였다. 흉터로 남아있는 상처들도 마저 회복이 되고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듀리안은 승한이 지금껏 상대해온 다른 마족이나 마물들처럼 몸이 단단하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단한 건 검으로 변형시킨 그의 한쪽 팔뿐. 아무래도 모든 마기를 그쪽으로 집약시킨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깜짝 놀랄 만큼 빠른 회복력이 있었다. 심지어 성화에 당한 상처마저도 느리긴 하지만 회복이 되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크아아아아-!

하나 둘 마물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천족들은 듀리안에게 시선을 떼고는 마물들을 향해 몸을 돌렸다. 아게일은 천족들에게 듀리안을 승한에게 맡기고 마물들을 상대할 것을 명령했다.

“처음엔 잘 몰랐는데, 이제 확실히 알겠어.”

“뭘 말이지?”

“문득문득 내 몸을 짓누르는 힘. 그리고 네놈을 보호하고 있는 그 힘 말이지. 붉은 천사가 준 힘과는 다르지만, 그와 비슷한 어떤 놈들이 준 힘으로 보이는군.”

승한은 듀리안이 [올림포스]의 힘에 대해 짚어내자 눈살을 찌푸렸다. 하긴, 지금까지 몇 번이나 힘을 사용해댔는데 눈치 채지 못하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수호의 천사의 힘인가? 아니, 그 년의 힘과는 다르군. 그년은 다른 누군가를 찍어 누를 줄은 모르니까. 그렇다고 단죄의 천사의 힘도 아니고… 아니, 애초에 천사의 힘아 아니로군.”

듀리안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검은 피부와는 대조되는 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혹시 올림포스의 잡것들의 힘인가?”

“…….”

“맞아, 확실해. 큭큭. 이거 재미있군. 천사님들을 모신다는 천족께서, 올림포스에 있는 다른 신들을 섬기고 그 힘을 빌려온다? 아주 재미있어.”

듀리안은 승한이 사용하는 힘에 대해 정확하게 짚어냈다. 천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힘이라 모를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듀리안은 [올림포스]라는 이름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역시 그랬나? 신기하군. 천족이 어떻게 그것들의 힘을 얻을 수 있지? 그 잡것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진짜 신이라고 설치고 다니나?”

“올림포스에 대해 알고 있나?”

“거기 있는 병신들은 잘 알고 있지. 킥킥킥. 이젠 그것들과 천사들이 힘을 합친 건가? 아주 재미있어, 아주.”

듀리안은 승한의 눈앞에 나타난 이후로 가장 즐겁게 웃었다. 천사의 힘인 성화와 [올림포스]의 힘, 두 가지에 대해 모두 알고 난 뒤의 반응이었다.

‘영문을 모르겠군.’

비록 지금은 막 다시 태어난 후, 그것도 온전하지 못한 상태로 태어나는 바람에 힘이 이전보다 훨씬 약해졌다고는 하나 그는 본래 붉은 천사와도 어깨를 나란히 하던 악마 중 하나였다. 그는 승한이 감히 상상하지 못할 만큼 길고 긴 세월을 살았고 그만큼 가지고 있는 지식도 많았다.

아무래도 악마들은 천사들만이 아니라 [올림포스]와도 관련이 있는 모양이었다. 듀리안이 말한 [올림포스]에 있는 어떤 특정한 존재들은 아마 승한이 [올림포스]의 힘을 처음 각성할 때 보았던 그 존재들일 것이다.

‘자신들이 진짜 신이라고 설치고 다닌다고?’

승한은 듀리안이 언급한 ‘신’이라는 단어에서 그리스 신화의 열두 신들을 떠올렸다. 잠깐 눈에 보였을 뿐이지만 그들은 승한의 눈에 인상깊이 남아있었다.

“하여간 그냥 보내선 안 될 녀석이군. 성화에 이어 그 병신들에게까지 선택을 받은 천족이라… 날 죽이려고 고작 천족 나부랭이들을 보낸 게 어이가 없었는데, 이제야 좀 이해가 되는군. 큭큭.”

“언제까지 웃고만 있을 거냐?”

“아, 그렇지. 빨리 네놈의 목을 따야 되는 걸 잊고 있었어. 이거 너무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버려서.”

“그런데 네가 지금 웃고 있을 처지는 되냐?”

쿠우우-.

승한은 다시금 [올림포스]의 힘으로 듀리안을 짓누르며 씩 웃었다.

“지금 네가 나보다 약한 거 몰라?”

“큭큭. 갑자기 몸이 무거워져서 놀라긴 했지만, 이게 그놈들 힘이라는 걸 알게 된 이상 당황할 것 없지. 오히려 이젠 안심이 되는군. 고작 천족 나부랭이가 그놈들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을 리가 없으니까.”

듀리안은 몸이 무거워진 와중에도 꼿꼿이 허리를 피며 승한을 향해 얼굴을 들이밀었다.

“어때, 그렇지? 그렇지?”

“……넌 싸움을 입으로 하냐?”

“킥킥. 급하긴 급한가 보군.”

승한은 더 이상 듀리안과 대화를 나누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그에게서 무언가를 물어봐서 대답을 들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그의 말대로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안 쪽은 승한이었다.

‘듀리안을 잡고 난 뒤에 스테이지가 끝날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까.’

어쩌면 듀리안 외에도 다시 부활할 악마가 더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승한은 그 경우를 대비해 듀리안과의 싸움에서 최대한 힘을 적게 사용하고 싶었다.

‘그러고 싶었지만…….’

이대로는 듀리안을 잡을 수 있을지 조차도 의문이었다. 어쩐지 마물들을 잡을 때부터 난이도가 너무 낮은 게 아닌가 싶었는데, 이건 갑작스럽게 스테이지의 난이도가 넌무 높아진 것 같았다.

“야.”

“응? 더 할 말이 남았나?”

“응 이제부터는 좀 다를 거라고.”

승한은 씩 웃으며 남아있던 타임 포인트를 확인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이틀 동안 쉬지 않고 마족들을 잡으며 획득한 타임 포인트는 지금껏 단 1점도 사용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보유 타임 포인트 : 1315635p]

어마어마한 양의 타임 포인트를 확인한 승한의 입가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유로운 미소가 지어졌다.

“넌 뒤졌어, 이 햇병아리 악마새끼야.”

[5120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성화’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512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1024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2048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4096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 1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능력 - 백검’이 ‘능력 - ’성검‘으로 변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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