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타임-88화 (88/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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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족

검격으로 몸이 베어지면서 외뿔 마족의 몸이 타올랐다. 머리부터 세로로 몸이 양단되도고 잠시간 살아있었는지 타임 포인트의 획득 메시지는 바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성화의 불이 외뿔 마족의 몸을 태우고 난 뒤.

[125000타임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타임 포인트의 획득 메시지와 함께 승한은 외뿔 마족이 죽었음을 확신했다. 그리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어려운 상대도 아니었다. 만약 [귀신]의 레벨이 2레벨 정도만 되었어도 손쉽게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너무 강한 건가?’

승한은 보라색 거미를 잡았을 때를 떠올렸다. 다른 일반 괴물들과 비교한 타임 포인트의 수치도 그렇고, 보스를 잡을 때 들인 힘도 이전보다 훨씬 적었다.

성화 때문일까? 외뿔 마족은 승한을 상대로 어려움을 겪었고, 반대로 승한은 손쉽게 외뿔 마족을 상대할 수 있었다. 다른 마족들의 100배나 되는 타임 포인트의 수치를 보면 보스라는 점은 확실했지만, 그래도 찝찝하다는 건 변함이 없었다.

‘나르샤 때문인가?’

외뿔 마족이 말한 나르샤는 승한이 아는 나르샤와는 달랐다. 승한이 아는 나르샤는 불과 얼마 전에 만난 가녀린 마족 여인이었고, 자칼과 가렝이라는 함께하는 모든 것을 잃은 가여운 마족이었다.

하지만 외뿔 마족을 비롯한 다른 마족들을 아래에 둔 나르샤는 상상하기가 어려웠다. 외뿔 마족은 자르고처럼 나르샤에게 존대를 하면서 그녀를 이용하려는 모습이 아니었다. 정말로 그녀를 믿고 따르는 마족의 모습이었다.

‘내가 신경 쓸 이유는 없겠지만…….’

나르샤가 괜히 신경 쓰여 승한은 일부러 생각을 털어버렸다.

어차피 나르샤는 승한이 스테이지에서 만난 마족 중 한 명일뿐이었다. 그녀를 도운 이유는 어디까지나 능력을 얻기 위함이었지, 순수한 의도에서 그녀를 도운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가 막상 자신을 죽이려 한다는 생각이 들자, 승한은 가슴 한쪽이 답답했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승한은 외뿔 마족의 시체를 확인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윤재와 차재훈은 다른 마족들을 상대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그리 어렵지 않아보였다. 차재훈은 부상을 당한 와중에도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상대로 압도하고 있었다. 물론 윤재의 서포트가 있었지만 말이다.

이미 세 개의 뿔을 가진 다른 마족들은 바닥에 다 쓰러져 있었다. 남은 마족은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 한 마리뿐. 그리고 그 남은 한 마리의 마족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했다.

파앙-!

차재훈의 주먹이 네 개의 뿔을 가진 머리를 날려버렸다. 두부처럼 부서지는 머리를 보며 승한은 적잖이 놀랐다.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 얼마나 단단한 피부를 가지고 있는지 아는 만큼, 그 머리를 날려버린 차재훈의 주먹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위력 하나는 발군이군.’

움직임 자체는 그리 빠르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아주 느리지도 않았지만, 빠른 발이 장기는 아니었다.

장기라면 주먹에서 뿜어지는 한 방. 아니, 한 방이라고 하기에는 주먹을 휘두르는 속도가 그리 느리진 않았다. 전체적인 벨런스가 완벽하고, 거기에 주먹의 힘이 어마어마했다. 과연 실력이 대단한 헌터가 맞구나 싶었다.

‘안석환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겠어.’

차재훈의 실력을 감상하던 승한은 문득 의아함이 들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어떻게 도망친 거지?’

외뿔 마족의 움직임은 승한이 놀랄 정도였다. 그렇다고 차재훈이 외뿔 마족을 이길 정도의 실력을 가지고 있느냐면 그렇지는 않았다.

외뿔 마족의 방어력은 승한의 검조차도 어쩌지 못할 만큼 견고했다. 승한이 외뿔 마족을 벨 수 있었던 건 성화라는 힘이 마족에게 치명적이었을 뿐이다. 물론, 그 힘 역시 승한의 힘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차재훈에게 성화가 있을 리 만무하고, 만약 눈에 보이는 저 능력이 전부라면 차재훈이 외뿔 마족에게서 도망칠 수 있었던 것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뭐, 차차 알게 되겠지.’

모든 마족들이 정리되자 승한은 차재훈에게로 다가갔다. 부상을 당한 와중에 격하게 움직여서 그런지 차재훈은 꽤나 지쳐보였다.

“괜찮습니까?”

“네. 보스만 아니면 이런 놈들은 별 거 아니죠.”

“그래도 조금 지쳐 보이시는데…….”

“부상 때문에 그럽니다. 조금 쉬면 나을 겁니다.”

아무래도 차재훈은 계속해서 같이 움직이기가 힘들어보였다. 격한 움직임 때문인지 상처가 계속해서 벌어졌고,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나왔다.

꽤 많이 고통스러울 텐데 계속해서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불굴의 육체]와 같은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역시 승한과 같은 근접 전투를 주로 한다면 몸이 더욱 단단해지는 능력을 얻었을 테니 말이다.

“차재훈씨는 여기서 좀 쉬고 계십시오.”

“어디 가시려고요?”

“저와 윤재 형은 서울 지역으로 올라가 볼 생각입니다. 그쪽에도 보스가 나타났는데, 아무래도 조금 고전하고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서울 지역에는 헌터들이 많지만, 그만큼 많은 괴물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 중 보스가 나타난 지역은 노량진역 쪽이었는데, 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아서 충분히 지원을 갈만한 거리였다.

‘연계 지역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냥 두기는 찝찝하단 말이지.’

외뿔 마족과 같은 녀석이 하나 더 나타났다면 헌터들의 피해가 적지는 않을 것이다. 벌써 외뿔 마족에게 이소영이라는 헌터를 잃었고, 차재훈도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다행히 차재훈이 실력이 제법 뛰어난 헌터라 외뿔 마족에게 도망치며 버틸 수 있었지만, 노량진에 있는 헌터가 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는 확신은 할 수 없었다.

“그럼 여기서 이만 안녕이군요.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번호는 몰라도, 이게 있으면 연락이 되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겠네요.”

전음구를 꺼내며 흔드는 승한에게 차재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곧 윤재가 주작을 불러내고, 승한과 윤재가 그 위에 올라탔다.

차재훈은 교회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하겠다고 했다. 어차피 다시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하려면 그리 오랜 시간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 시간 동안 차재훈은 몸을 좀 쉬어둘 생각이었다.

승한과 윤재는 주작을 타고 노량진으로 이동했다. 석수에서 노량진까지는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 그 동안 승한은 전음구를 꺼내 안석환에게 연락했다.

“석수동에 있는 보스 처리했습니다. 지금 서울 지역에 있는 보스를 처리하러 노량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벌써요?

안석환은 깜짝 놀랐는지 잠시 다른 대답이 없었다. 승한은 시간이 아까워 말을 재촉했다.

“노량진쪽 상황에 대해 들은 게 있습니까?”

-네. 노량진에 있는 헌터들에게서는 연락이 끊어졌다고 합니다. 그 지역을 담당하고 있던 헌터는 두 명이었는데, 아무래도 모두 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른 지역에서의 지원은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나봅니다. 목동 지역에 있는 헌터가 제법 실력이 있어 지원을 가기로 되어있었는데, 그 지역이 아직까지 정리가 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 노량진은 비어있는 겁니까?”

-아마 그럴 겁니다.

역시나 보스가 나타난 지역의 헌터들은 그 지역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하긴, 석수 지역도 차재훈이 아니었다면 외뿔 마족에게 두 명의 헌터가 모두 당했을 것이니 말이다.

“혹시라도 노량진 지역과 관련된 정보가 들어오면 저에게도 알려주십시오. 지금 거기로 가고 있으니까요.”

-지금 바로요?

“네. 지금까지 확인된 보스는 노량진에 있는 보스와 안양에 있던 보스가 끝이라고 했죠? 그럼 전국에 남은 보스는 이제 하나뿐이라는 것 아닙니까? 가능하면 제가 보스를 잡는 게 다른 헌터들의 피해가 적을 겁니다.”

다른 헌터들을 무시하는 발언일 수 있지만 승한은 다른 헌터들과 자신의 차이를 명확히 알고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능력의 레벨 문제가 아니었다.

‘능력의 질이 달라.’

[강화]를 10레벨까지 달성하고 [증폭]을 얻고 난 후, 승한의 능력은 전반적으로 더욱 강해졌다. 성화는 물론, [백검]과 [수호신]까지, 모든 능력이 말이다.

[불굴의 육체]와 [귀신]은 비교적 평범한 능력에 속하지만 [증폭]과 [성화], [수호신]과 [백검]은 다른 헌터들과 차별화된 승한만의 능력이었다. 그리고 성화를 대표로 승한의 능력들은 하나같이 다른 헌터들의 능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사기적인 능력들이 많았다.

하지만 윤재나 주희의 경우를 들어보면, 스테이지 별로 소모하는 타임 포인트는 같았다. 즉, 어떤 능력이든 소모하는 타임 포인트는 스테이지에서 획득한 것에 따라 동등한 것이다.

승한은 외뿔 마족과 싸우면서 자신의 능력이 얼마나 수준이 높은 것인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성화를 아낌없이 사용하는 한, 승한은 외뿔 마족도 여럿 상대할 자신이 있었다.

‘타임 포인트도 더 얻었고…….’

승한은 외뿔 마족을 잡고 획득한 타임 포인트를 확인했다.

[보유 타임 포인트 : 318735]

호계동에서 잡은 마족들과 외뿔 마족까지 더해서 꽤나 많은 타임 포인트를 획득했다. 승한은 두 가지 능력 중에서 고민했다.

‘[귀신]과 [수호신]중, 어느 걸 올리지?’

두 가지 능력 모두 승한에게 필요한 것들이었다. [귀신]은 그 전까지는 별다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외뿔 마족과의 싸움에서 필요성을 느꼈다.

외뿔 마족은 분명 승한보다 움직임이 빨랐다. 그것 때문에 처음에는 자칫 위험할 뻔했지만, 다행히 외뿔 마족의 움직임에 먼저 적응해서 따라갈 수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빠른 상대가 나타나게 되면, [귀신]의 레벨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반면으로 승한은 자신의 어깨에 난 상처를 살폈다.

‘[수호신]이 슬슬 무력한데…….’

가장 최근에 얻은 능력인 [백검]은 그렇다 치고, 첫 번째 능력에 머물러 있는 [수호신]은 점차 효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거미들과의 싸움에서만 하더라도 절대적인 방어력을 자랑하던 [수호신]이 이제는 조금씩이지만 뚫리고 있었다.

[귀신]과 [수호신]. 그 둘 사이에서 고민하던 승한은 결국 [수호신]을 선택했다.

‘이 정도 타임 포인트면… [수호신]을 다음 능력으로 올릴 수 있겠지.’

[1024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수호신’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204800타임 포인트를 소모하였습니다.]

[‘능력 - 수호신’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능력 - 수호신’ 10레벨을 달성하였습니다.]

[‘능력 - 수호신’이 ‘능력 - ’올림포스‘로 변화합니다.]

[보유 타임 포인트 : 11535p]

남은 타임 포인트를 거의 대부분 소모하자 [수호신]을 10레벨까지 올릴 수 있었다. 이것으로 승한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능력들 중, [백검]을 제외한 모든 능력을 두 번째 능력으로 끌어올렸다.

[백검]이야 두 번째 능력으로 끌어올리지 않아도 충분히 효율이 뛰어난 능력이니 당장 레벨이 급하지는 않았다. 문제는 [수호신]이 10레벨을 달성해서 얻게 된 [올림포스]라는 능력이었다.

“……뭐야, 이건?”

어이가 없어진 승한이 입을 크게 벌렸다. [강화] 10레벨을 달성하며 [증폭]을 얻게 되었을 때만 해도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하지만 5스테이지의 능력이기 때문일까? [수호신]이 진화한 [올림포스]라는 능력은 [증폭]과는 아예 차원이 다른 능력이었다.

‘이게 대체…….’

그 순간, 승한의 눈이 새하얗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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