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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타임-82화 (8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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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마족

세 개에 하나가 더해져, 네 개. 녀석의 눈동자에 검은자위가 떠오른 것도 그와 함께였다.

파앗-.

허공에 있던 마족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었다. 승한의 눈에는 분명하게 녀석이 허공을 밟고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승한은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따라 움직였다. 다급한 마음에 승한은 [귀신]을 이용해 전력으로 움직였다. 자신을 노린다면 모를까, 녀석이 노리는 대상은 승한이 아닌 주작을 타고 위에 올라가 있는 윤재였다.

“형, 조심해요!”

승한의 외침에 주작이 길게 울음을 토했다. 윤재는 눈치 채지 못한 마족의 움직임을 윤재가 소환한 주작이 눈치 챈 모양이었다.

승한의 경고에 주작은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발견했다. 주작이 입을 크게 벌리며 입 안에서 머금고 있던 불길을 토해냈다. 하지만 마족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보통의 마족들은 단숨에 타 죽을 불길 속에서도 녀석은 멀쩡했다.

윤재 역시 마족이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하지만 힘이 다 방전되어서 큰 저항을 하기가 힘들어보였다. 윤재는 반격을 하기보다는 불의 장막을 펼쳐서 마족으로부터 자신의 몸을 보호했다.

쫘아아악-!

마족의 손이 주작의 몸을 파고들었다. 백염의 불꽃으로 이루어진 주작의 몸은 마족을 단숨에 태울 만큼 고온의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마족은 아랑곳 않고 주작을 단숨에 찢어버렸다. 그리고 곧장 그 위에 올라타고 있던 윤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순간.

쐐애애액-.

퍼억-!

뻗어가던 마족의 손을 승한이 날림 [백검]의 검격이 때렸다. 베었다기보다는 때렸다는 느낌이 더 어울렸다. 워낙 거리가 먼데다 피부가 단단해서 생채기가 나는 정도가 전부였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성과는 있었다. 승한의 검격으로 인해 힘이 들어가지 않았는지 마족의 손은 윤재가 만들어낸 장만을 뚫어내지 못하고 중간에 막혔다.

“꺼져!”

승한의 검이 마족을 향해 찔러갔다. 마족은 뒤로 몸을 피하며 아래로 떨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쫒아가고 싶었지만 승한은 먼저 윤재를 챙겼다.

“형, 괜찮아요?”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다치는 거보다, 잘못하면 죽을 뻔했잖아요?”

“살았잖아. 그보다 얘기 많이 아픈 모양이다.”

윤재의 주작은 몸이 반쯤 찢겨진 와중에도 죽지 않았다. 애초에 윤재의 불로 인해 태어난 생명이라 윤재가 다시 힘을 주입하면 살아나는 존재였다. 주작이야말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 중 유일하게 불사(不死)하는 존재, 윤재가 죽지 않는 이상 죽지 않는다.

하지만 주작은 조금이지만 위태로워보였다. 항상 아름답게 이글거리던 불은 꺼져가는 장작불과 같이 색을 점점 잃어가고 있었다. 아무래도 윤재의 힘이 거의 다해가는 모양이었다.

“저 녀석, 갑자기 왜 형을…….”

“내가 만만해 보였나보지.”

“지금 말장난 할 때에요?”

“말장난 아니야.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지. 아무래도 너보다는 내가 더 상대하기 쉬워 보이지 않겠어?”

“……괴물이 그런 생각까지 했다고요?”

“그런 게 아니라면 갑자기 널 상대하다가 나에게로 방향을 돌릴 이유가 없지.”

윤재의 말에 승한은 마족의 눈동자를 떠올렸다. 세 개의 뿔을 가지고 있을 때까지만 해도 흰자위밖에 없던 눈이 뿔 하나가 더 생겨나며 함께 동공이 생겨났다. 그 눈은 분명 무언가 감정과 생각이 담겨있던 눈이었다.

‘설마 진짜로?’

승한은 지금가지 만난 괴물을 떠올렸다.

처음 나타난 스컬레톤, 그리고 리자드맨, 거미까지. 힘의 차이는 있었지만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본능에 의지하던 놈들이었다. 원래라면 자아를 가지고 생각을 하고 의사소통이 가능한 마족들이었지만, 검은 피부를 가진 마족들은 무슨 까닭인지 이성이 없이 행동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승한은 괴물들은 당연히 이성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또렷한 눈동자가 있고, 이성적인 판단을 내린 마족을 마냥 다른 괴물들과 똑같이 생각할 순 없었다.

“아무래도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저 녀석이 언제 형을 다시 노릴지 모르고…….”

“나 하나 지킬 정도는 될 거다. 네가 저 녀석만 잘 신경 쓰면 말이지.”

조금만 쉴 수 있다면 윤재도 자기 스스로를 보호할 정도의 능력은 있었다. 문제는 윤재의 힘이 금방 방전되었다는 점이었다.

“두 번째 능력이 위력은 강하긴 해도 아무래도 단점도 있는 것 같다. 이거 힘을 너무 빨리 사용하네.”

“어쩔 수 없죠. [강인함]의 레벨을 올려도, 그보다 더 빠르게 능력에 소모되는 힘이 늘어나는데요. 점차적으로 [강인함]에 투자하는 타임 포인트를 늘려가는 수밖에요. 가능하면 형도 [강인함]을 10레벨까지 올려둬요.”

“그래야겠다. 어서 가 봐라.”

“알았어요. 쉬고 있어요, 형.”

승한은 윤재를 건물 옥상에 내려주고는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향해 달려갔다. 방금 전에는 방심을 해서 놓쳤지만,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놓칠 일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윤재가 가진 능력인 불의 장막이 마족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윤재가 가진 유일한 방어 수단인 능력이었는데,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한 번 정도는 마족의 공격을 방어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정도만 해도 윤재가 스스로를 보호해 승한의 도움을 받을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승한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멈춰 있던 마족들도 덩달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승한의 목표는 다른 마족들이 아닌, 오직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승한의 눈에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게 보였다.

‘말을 해?’

승한은 검을 들고 곧장 [백검]을 이용해 검격을 휘둘렀다. 마족은 민첩하게 움직여 [백검]을 피해내고는 승한을 향해 손을 뻗어왔다.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도 마찬가지로 승한을 향해 덮쳐왔다. 승한은 다른 모든 마족들을 무시했다. 가장 먼저,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쫘아악-!

까앙-!

승한의 검과 마족의 손이 부딪혔다. 손아귀가 베어지며 마족이 눈살을 찌푸리며 뒤로 물러났다. 승한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들었으나, 뒤와 양 옆에서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이 손을 뻗어오고 있었다.

“귀찮게!”

승한은 검을 잡고 있던 마족의 손을 쳐내고 검을 원으로 크게 휘둘렀다. [백검]을 이용한 검격이 주위로 퍼져나갔다.

쫘아악-.

서걱-.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던 상태라 그런지 순식간에 승한을 덮쳐오던 마족들의 허리가 크게 베어졌다.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정상적인 움직임을 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었다.

‘위력이……?’

보통 마족도 아니고,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은 승한이 스테이지에서 만난 마족들보다도 더 월등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때문에 승한은 [백검]으로 움직임을 저지할 생각만 했지, 베어낼 생각은 하지 않았다.

헌데 예상 외로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의 허리가 쉽게 베어졌다. 직접 검으로 휘둘렀다면 모를까, 이 정도 검격에 허리가 베어진다는 건 이상한 일이었다.

그 순간.

‘[수호신]이……?’

승한의 검에 [수호신]의 문양이 그려졌다. 그로 인해 [수호신]은 단순히 방어 능력뿐만이 아니라, 검에 실리는 힘 자체를 강화시켜주는 능력이 되었다.

까닭은 알 수 없지만 그 덕분에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의 손도 쉽게 베어졌다. 녀석은 승한의 검과 부딪히며 베어진 자신의 손아귀를 보며 눈살을 찌푸리다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어딜!”

승한은 [수호신]의 문양이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나중에 생각하기로 했다. 일단은 윤재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마족부터 처리하는 게 먼저였다.

움직임이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마족이 움직이는 속도는 승한에게 미치지 못했다. 승한은 집요하게 뒤를 쫒으며 [백검]을 휘둘러 마족을 공격했다.

퍼버버벅-.

마족의 몸 위를 [백검]의 검격이 두드렸다. 자잘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처들이 수없이 생겨났다. 마족은 이대로 계속 도망만 다니며 상처를 입는 건 손해라고 생각했는지 다시 몸을 돌려 승한에게 달려들었다.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라서 그럴까? 움직임이 다른 마족들에 비해 훨씬 민첩했지만, 그 이상으로 기교를 부릴 줄 알았다. 다른 마족들이 달려드는 타이밍을 교묘하게 노려 함께 달려든 것이었다.

그렇게 승한이 다른 마족들을 향해 검을 휘두른 순간.

파악-.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 몸과 함께 손을 날렸다. 녀석은 단숨에 승한의 목을 쥐어 뜯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까앙-!

마족의 손은 승한의 방패에 자그마한 흠집을 낼 뿐이었다. 직접적으로 몸에 손이 닿았다면 몰라도, 방어 능력에 추가적인 상승효과가 부여된 [수호신]의 문양이 그려진 방패를 뚫어낼 수는 없었다.

“반갑다, 이 새끼야.”

콰악-.

턱-.

승한은 방패를 크게 휘둘러 마족의 손을 쳐내고 방패를 들고 있는 손을 뻗어 마족의 목을 움켜잡았다.

꽈아악-.

승한의 손이 마족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워낙에 두껍고 단단한 목이었지만, 마족 역시 기본적인 신체 구조는 인간과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바로 죽지는 않고 녀석은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승한의 손을 떼어내기 위해 발버둥쳤다.

“그냥 좀 순순히 죽어라.”

화륵-.

그 순간, 승한의 손을 통해 마족에게 성화의 불이 전해졌다. 그래도 녀석도 보통 마족은 아니라고 한동안 성화의 열기에 몸부림 쳤다.

뚜두둑-.

그리고 잠시 후, 성화로 인해 약해진 마족의 목이 부러져 기구한 방향으로 꺾였다.

[45000타임 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이 녀석도 제법 짭짤하네.”

45000타임 포인트면 보통 마족들의 30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어쩌면 정말로 이 녀석이 보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스치고는 약하긴 한데…….’

말을 하고, 생각과 함께 이성적인 사고를 한다는 점에서 특이하긴 했다. 다른 마족들보다 훨씬 월등한 힘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전에 나타났던 거미들의 보스에 비해서는 한참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래도 이런 녀석이 많으면 위험하긴 하겠어.’

한 마리면 몰라도, 이런 녀석이 많아지면 위험하긴 할 것이다. 지금 당장만 하더라도 승한에게 성화의 힘과 [수호신]의 문양이 검에 그려지지 않았다면 상대하기가 훨씬 더 까다로웠을 것이다.

웬만큼 수준 있는 헌터가 아니라면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을 상대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서울 지역에 있는 헌터 한 명이 당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승한은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의 죽음을 확인하고 다른 마족들을 처리하고자 움직였다. 세 개의 뿔을 가진 마족들은 승한에게 허리가 크게 베어져 힘겹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멀쩡한 상태도 아니고 이미 큰 상처를 입은 상태라 손쉽게 처리할 수 있었다.

그밖에 남아있던 다른 마족들을 처리 하는 데에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애초에 네 개의 뿔을 가진 마족이 골치 아팠던 것뿐이지 다른 마족들은 대부분 윤재가 사용한 능력에 죽은 상태였다.

승한은 죽어있는 마족들의 시체를 둘러봤다. 혹시라도 남아있는 마족이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하지만 다행히도 남아있는 마족은 더 이상 없었다.

“……빡세군.”

200마리가 넘는 마족들을 한꺼번에 상대하려니 상당히 골치가 아팠다. 그래도 획득한 타임 포인트는 역시 보람이 있었다.

승한은 마족들을 사냥하고 획득한 타임 포인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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