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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타임-54화 (54/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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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변화

“확인된 성과급 지급 헌터는 총 2876명으로 전체 헌터의 수 3424명 중 84퍼센트입니다. 그 중 추가 성과급을 지급할 헌터가 340명이고, 구로구를 포함한 몇 개 지역은 아예 담당하던 헌터가 괴물에게 당해 사망했습니다.”

“담당하던 구역의 헌터가 죽었다면, 그 구역에 있던 괴물들은 어떻게 됐나?”

“다른 지역의 헌터들이 나서서 정리를 하기도 했습니다만, 헌터들이 지급한 영상구를 확인해 보니 괴물들이 자체적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에 있던 헌터들이 정리를 한 모양입니다.”

“다행이군. 큰 피해는 없었겠어.”

청와대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물론이고, 국방부 장관과 별을 달고 있는 장군들까지. 사실상 나라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국회의원들보다는 정계의 1인자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과 2인자라 할 수 있는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군대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한반도 지도 전체가 거대한 스크린 앞에 띄워져 있었고, 그 지도 곳곳에는 무언가가 표시되어 있었다. 헌터들의 수와 괴물의 등장으로 인한 피해여부, 그리고 그들에게 주어질 수익 등이 작고 간단하게 표시되어 있었다.

“서울 지역 중 마포구와 구로구에 있는 괴물을 방어해 내지 못했다지?”

“네. 두 지역 모두 보스가 나타났던 지역입니다. 두 지역을 맡았던 헌터들 모두 보스를 감당하지 못하고 사망했습니다.”

“너무 많은 헌터들을 지방으로 내려보냈나? 인원 배치를 다시 신경써야겠어.”

대통령은 한반도 남쪽 지방에 표시되어 있는 헌터들의 수를 보며 고민에 빠졌다.

상대적으로 인구밀집도가 높은 서울과 경기도 권에는 다른 지방에 비해서 헌터들의 수가 월등히 많았다.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헌터들의 수가 없는 지방으로 파견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서울 지역에 있는 500명의 헌터들 중, 절반에 가까운 헌터들이 지방으로 내려갔다. 그 정도만 해도 서울 지역을 지키기에는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두 지역의 방어에 실패해 버렸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에 있는 헌터에게 도움을 받아 큰 피해 없이 방어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헌터들의 충원보다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지역 연계를 강화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방어에 실패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그만큼 돈이 들어가니까. 적당히 괴물들의 수를 줄여주고, 군대가 나서서 남은 괴물을 정리하는 편이 가장 이상적이지.”

머릿속으로 헌터들에게 지급될 돈을 계산하던 국무총리가 입맛을 다셨다. 가능한 많은 헌터들이 방어에 실패하고, 남은 괴물들을 군대가 정리하는 식으로 설계를 했는데 방어에 성공한 헌터들이 너무 많았다.

“방어에 실패한 헌터의 수가 500이라. 생각보다는 적군. 이번에 나타난 괴물들의 수준이 좀 낮았나?”

“반대입니다. 이번에 나타난 괴물들은 이전에 나타난 괴물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전반적인 상황을 정리해온 사람은 다름 아닌 김현수 중령이었다. 그는 영상구를 이용해 만들어낸 플레이어 파일을 스크린에 띄웠다.

“보시는 게 바로 이번 헌터들이 막아낸 괴물의 모습입니다. 거미를 닮은 괴물로 덩치가 소형차에 맞먹고, 시체의 무게만 해도 300키로 그람에 이릅니다. 무엇보다 괴물의 색이 보라색에 가까울수록 점점 더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으음… 총이 통하지 않는 건가?”

“일반 괴물들은 총이 통하지만, 보스의 경우에는 남색과 보라색에게는 총과 박격포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사람들은 영상을 영상 속에 나타난 남색 거미와 보라색 거미를 보고는 신음성을 흘렸다. 총기에 맞고도 멀쩡히 상처를 회복하는 거대한 거미의 모습은 아무리 영상 속의 모습이라고 해도 보기 거북했던 것이다.

“곤란하군.”

“확실히 지난번에 나타난 괴물들과는 다른 놈들입니다. 보스에 한하기는 하지만 총기류가 통하지 않는다니…….”

국무총리의 눈썹이 반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총기류가 통하지 않는다면 더 강한 화기류를 사용해야 할 텐데, 영상 속에 나오는 헌터들의 공격은 웬만한 화기류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괴물의 보스에게는 큰 피해를 입히지 못하고 있었다.

즉, 더 강한 무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주변에 피해가 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 점은 보스가 헌터들이 많은 지역에 주로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 그리고 광역시를 비롯한 인구밀집도가 높은 지역에 주로 보스가 타나났고, 그 외에 농촌 지역을 비롯한 소도시에는 보스가 출몰하지 않았습니다.”

“인구밀집도에 따라서 괴물이 나타난다는 건 이미 파악된 사실이긴 했지만, 보스도 마찬가지였나?”

“네. 이번에 나타난 보스의 존재감이 크다 보니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입니다.”

“저런 녀석을 잡으려면 적어도 탱크나 소규모 미사일이 필요할 텐데… 피해가 만만치 않겠군.”

국무총리의 머릿속에 무기의 사용으로 인한 손해와 헌터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저울질되었다. 아직까지는 어느 쪽의 손을 들어야 할지 잘 계산이 되질 않았다.

“제 개인적인 소견을 이야기해도 되겠습니까?”

그 때, 김현수 중령의 목소리가 국무총리를 비롯한 모두에게 들려왔다.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었던 그인 만큼 국무총리는 김현수 중령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누가 뭐래도 그는 한 평생 군대에 몸을 담아왔던 베테랑중의 베테랑이었다.

“말 해 보게.”

“세 차례에 걸친 괴물의 등장으로 미루어 보아 다음번에는 아마 더 강한 괴물이 나타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헌터들 또한 괴물들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는 만큼, 헌터들의 가치는 상승하고 군대에서 쓰이는 무기와 군대의 가치는 점차 폭락할 것입니다.”

“군대의 무기가 가치가 없다?”

국방부 장관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다. 군대에 몸담고 있는 김현수 중령은 그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으나, 그렇다 해도 여기서 다시 말을 아낄 수는 없었다.

“여기서 말하는 가치란 효율성을 말하는 것입니다. 현대 무기의 위력이야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무기를 사용했을 때 발생할 피해입니다. 현대 무기는 위력이 강할수록 큰 피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국방부 장관 역시 그 점을 모르지 않았다. 김현수 중령은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면을 꼬집고 있었다.

김현수 중령이 손에 들고 있던 리모컨을 작동해 스크린을 다음 페이지로 넘겼다. 다음 영상에서는 승한과 보라색 거미가 싸우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영상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헌터는 능력에 따라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괴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화기류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말이죠. 이 현장에는 저 또한 있었는데,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군인들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네 명의 헌터가 모든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헌터들이 말인가?”

“네. 그리고 그들이 말하더군요. 다음부터 이런 도움은 없을 거라고. 정부가… 우리가 헌터들의 도움을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도 돕지 않을 거라고.”

“그건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한 말이지, 모든 헌터들의 말이 아니지 않나?”

국무총리의 물음에 김현수 중령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과연 그게 그 혼자만의 생각일 것 같습니까?”

“무슨 소린가?”

“저희 정부의 방안을 듣고, 헌터들 중 상당수가 등을 돌렸습니다. 괴물들이 남아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말이죠. 특히 보스와 같이 목숨을 걸어야 하는 상황에서 아무런 보상도 없이 도움을 줄 헌터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흐음…….”

김현수 중령의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대부분 김현수 중령보다 계급이 높은 대령과 별을 달고 있는 장군들이었지만, 김현수 중령의 말을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김현수 중령은 하고자 하는 말을 모두 전했다. 어차피 이 사안은 비단 그를 통해서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나올 사안이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현장에 나가 있던 김현수 중령의 말인 만큼, 그 말의 무게는 한층 더 무거웠다.

그렇게 잠시 회의장이 조용해진 후.

“그럼 이렇게 하지.”

적막을 깨고,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

안석환은 안양시 내에 있는 헌터들 중 가장 유명한 헌터였다. 사실 헌터라는 이름을 얻게 된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유명하다고 해서 뭐가 대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는 확실히 실력이 있었다.

무엇보다 정부로부터 헌터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꽤나 많은 헌터들이 그를 통해서 정보를 얻고, 다른 지역과 연락을 취하곤 했다. 유일하게 서울을 비롯한 다른 도시의 헌터들과 연락이 가능한 헌터가 바로 안석환이었다.

승한은 안석환과 월요일 오후 중에 만나기로 약속했다. 일요일 하루는 가능하면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안양 지역에 더 이상 남은 괴물이 없다고 확인이 되었을 때, 사람들은 일요일 밤이 되어서야 대피소에서 나올 수 있었다. 승한 역시 승아와 어머니와 함께 대피소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승한은 윤재, 주희와 함께 안석환과 만나기 위해 인근 카페로 나왔다. 헌터들과 군대를 동원해 괴물들을 정리했다는 정부의 공표 덕분인지 다른 때에 비해서 문을 연 가게가 확연히 많았다.

“우리는 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걸까요?”

“글쎄. 안석환이 뭘 생각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난 보기가 조금 껄끄럽거든. 정치적인 성향이 좀 강한 사람이라…….”

먼저 카페에 자리를 잡고 있던 윤재는 커피 잔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안석환과 동갑인 그는 승한과 주희와는 달리 안석환과 꽤 여러 번 말을 섞어보았는데, 그를 별로 좋게 생각하지는 않는 듯했다.

“하긴, 형과 안석환은 성격이 좀 반대인 것 같긴 해요.”

“반대? 내 성격이 어떤데?”

“그렇게 활발하지 않고, 튀는 거 별로 안 좋아하고. 정치적인 것도 싫어해서 정부와 이야기 하는 것도 썩 내켜하지 않더라고요.”

윤재는 승한이 가장 먼저 알게 된 헌터였다. 지나칠 만큼 착하다 싶은 성격에 말도 잘하고, 사소한 주제로 이야기 하다 보면 재미있는 구석도 있어서 자주 연락을 하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기도 했다. 아는 헌터라기보다는 친한 형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윤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헌터가 바로 승한이었다. 승한이 느끼기에 정부와 가장 깊게 얽혀있는 안석환과 윤재는 서로 상극이라고 할 만큼 반대되는 인물이었다. 지금 이 자리도 안석환의 거듭되는 제안으로 만들어진 자리였지, 윤재는 썩 내켜하지 않았다.

“틀린 말은 아니지. 난 이런 자리는 별로야. 사실 네 말이 아니었으면 오려고 생각도 안 했을 거고.”

윤재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뒤에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지만 승한이 윤재를 거듭 이 자리에 끌고 온 건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정부와의 교류는 피할 수 없어요. 보상 문제만이 아니라 정부와 깊게 이어질수록 일이 더욱 효율적으로 변할 테니까요. 그리고 안석환은 그 다리를 놓아주는 역할을 할 테고요.”

“알아. 어제도 들었어.”

알았다고 하면서도 표정에서는 싫은 기색이 드러났다. 승한은 문득 윤재와 헌터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은 왜 굳이 이 일은 하는 거예요? 돈 때문은 아니죠?”

승한의 물음에 윤재는 피식 웃으며 반문했다.

“그러는 넌?”

============================ 작품 후기 ============================

12시에 한 편이 올라가는 날에는 낮에 한 편이 더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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